우리 동네 야구팀-220화
슈욱-
서준의 손에서 떠나간 공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태강은 그에 맞춰서 미트를 내밀고는 공이 올 곳으로 위치를 조정했다.
그와 동시에 이번에도 과감하게 나오는 배트, 그러면서 운선의 어금니도 세게 악물어졌다.
'오늘은 예측따위는 먹히지 않아, 지금까의 훈련을 믿고, 나를 믿고 그저 배트에 맞추기만 하면 되는거야!'
운선은 이를 악문채로 배트를 돌리면서 속도보다는 맞추는 것이 주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는 배트, 그와 동시에 앞에 디딘 오른발에 최대한 힘을 주면서 허리가 돌아가지 못하게 막았다.
'어...? 이거 뭔가...'
태강은 배트가 자신의 시선을 가리자 흠칙하면서도 여전히 시선은 공에 집중했다. 하지만 배트가 공을 완벽히 가리는 순간
까앙-
하는 소리와 함께 타구가 1-2루간을 빠르게 가르고 지나가버렸다.
"달려! 뛰어!"
그러자 갑자기 시끄러워지는 D.라이더즈의 덕아웃, 운선은 배트를 급하게 던지듯이 내려놓고는 1루를 향해서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유롭게 1루에 들어갈수가 있었다.
"세이프!"
심판의 판정이 나오자 운선은 그제서야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배팅 장갑과 보호대를 풀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에 진행요원에게 넘겨주고는 헬멧을 벗었다가 다시 썼다.
[이운선 선수의 깔끔한 우전안타. 선두타자가 출루하면서 D.라이더즈가 6회초에 기회를 멘트를 잡습니다]
캐스터는 그 모습을 다 지켜보고는 상황을 보고하듯이 말했다. 이어서 박 해설이 기다렸다는듯이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장서준 선수, 이제 체력도 거의 다 했겠다, 레드 타이거즈는 슬슬 교체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현재 투수가 없는것도 아니고, 뒤에서 막을수 있는 투수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D.라이더즈와는 입장이 다릅니다]
그는 살짝 위험하다는 느낌을 주면서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레드 타이거즈의 덕아웃, 그러다가 결국
파앙-
"볼, 볼넷"
2번타자 수혁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에 주자 1, 2루 상황이 만들어졌다.
[장서준 선수의 볼넷으로 레드 타이거즈가 위기를 맞이합니다]
"하아..."
캐스터는 담담한 목소리로 서준으 볼넷 사실과 레드타이거즈의 위기를 말했다.
서준은 유유히 걸어나가는 수혁을 쳐다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왼손을 쥐었다 펴면서 최대한 힘을 주어봤다. 하지만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왼손, 서준은 어금니를 꽉 깨문채로 긴 숨을 내쉬었다.
'하... 진짜 미치겠네...'
답답함이 함께 섞인 자신을 향한 질책, 서준은 공을 받기 위해서 고개를 돌리고는 태강을 쳐다봤다. 하지만 공을 던지는것 대신 일어선채로 타임을 외치는 태강, 그런 다음에 마운드 위로 걸어올라왔다.
"손은 괜찮아? 아직 제구는 쓸만한데 공의 위력이 많이 죽었어"
태강은 올라오자마자 서준의 왼손을 슬쩍 쳐다보고는 상태를 물어봤다. 서준은 아까 확인해 봤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더 왼손을 쥐었다 펴보았다. 혹시 모른다는 마지막 희망을 가진 움직임이었다.
'아, 역시나...'
하지만 이번에도 1회때보다 약하게 쥐어지는 왼손, 힘이 빠져서 그런지 악력이 많이 약해졌다.
'왠지 이번 이닝부터 공이 조금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더니만...'
그러면서 서준의 얼굴에는 부정적인 표정이 지어졌다. 태강은 그런 서준의 얼굴을 보면서 살짝 힘들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
"그럼 바꾸자"
결국 태강은 한숨과 함꼐 서준의 등을 툭툭 치면서 덕아웃에 교체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분주해지는 덕아웃, 서준은 살짝 뭔가 망설이는 표정을 짓다가 태강의 팔을 잡았다.
"근데, 그래도...."
"음?"
태강은 서준의 돌발 행동에 살짝 놀라면서 서준을 쳐다봤다. 서준은 태강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본채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만든 주자는 내가 처리하고 싶어...."
"...어?"
서준의 대답에 태강은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은 단 한가지 물음만이 가득 채웠다.
'얘 오늘 왜이러지?'
평상시라면 자신을 자책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어쩔수 없다는 듯이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교체던 서준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처음부터 뭔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과감한 사인에도 망설이는 모습따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가 하며 방금과 같은 말까지, 평상시 그가 보이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정도 의지라면 한번쯤은 믿어봐야되나...'
그러면서 태강의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계속 갈지, 아니면 내려야 할지 두가지 선택지만이 있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지금 서준의 의지라면 한번쯤은 믿어봐도 될것만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팀의 에이스다. 이런 말을 한다면 한번쯤은 믿고 가보는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지금 태강이 본 서준의 상황은 더이상 막기 어려워 보였다. 제구는 아직까지 괜찮았지만 구위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경기를 풀어나가기 어려워 보였다.
'그래도 그토록 소심했던 애가 이정도 의지를 보여주는 거라면...'
태강은 망설이는 표정을 지으면서 덕아웃을 한번 쳐다봤다. 덕아웃에선 진작에 몸을 풀고있던 투수들이 다 풀었는지 문 앞에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감독은 불펜장을 한번 쳐다보고는 교체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강은 그런 감독을 보면서 마음을 확실히 굳혔다.
'그래, 우리팀의 모토는 즐기는 야구. 이녀석이 한단계 더 성장할수 있다면 승패 정도는 한번 걸어볼만도 하지. 아직 경기가 끝난것도 아니고, 내 느낌도 좋으니까'
태강은 결심 하자마자 손을 들어서 괜찮다는 표시와 함께 자리에 앉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에 다시 고개를 돌려서 서준을 쳐다봤다.
서준은 놀란 눈으로 태강을 쳐다보고 있었다. 태강은 그런 서준의 어꺠를 툭 치면서 입가에 미소를 그려봤다.
"그래. 네가 이러는게 한두번도 아니고 말야, 한번 가 보자. 내가 되는데까지 리드해볼게'
태강은 그렇게 말하고는 마운드 위에서 내려갔다. 서준은 그런 그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살짝 감동받은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결국 믿고 가는건가요? 신태강 선수가 말없이 내려갑니다]
[아무리 많은 공을 던지고 지쳤어도 원래 잘 던지는 투수다 보니까 한번 믿고 가는 모양으로 보입니다]
태강이 그냥 내려오자 중게진은 조금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화면에서는 서준의 얼굴이 크게 나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관중들은 술렁거기리 시작했다. 위기의 상황과 팀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가 맞물린 상황, 그들은 계속 믿고 가야된다는의견과 바꿔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라섰다.
하지만 지금까지 레드 타이거즈의 경기를 보거나 관심이 있던 사람들은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점차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고 있었다.
'확실히 그런 반응이 나올만도 하지. 거준이 이녀석의 성격이나 스타일이 이런 상황에서는 잘 맞지 않으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이스라면 위기 상황에서 잘 극복해내고, 언제나 자신감에 찬 모습들을 떠올리겠지. 하지만 서준이 이녀석의 성격은 완전히 딴판이고.
그래, 이녀석은 에이스가 아니야. 단지 공을 잘 던지는 녀석일 뿐이지'
태강은 자리에 돌아와서 다시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오른주먹으로 미트를 팡팡 치면서 야구들의 기를 불어넣은 다음에 서준에게 침착히 사인을 보냈다.
'현실에 만족하고 안주하느냐, 아니면 조금 무섭고 힘들지라도 한 단계 더 진화하느냐는 엄청나게 중요한 차이다. 그리고 이번 결승에 들어가기 전에 꼭 필요한 요소기도 하고. 골드 스타즈는 지금 이녀석 레벨로는 상대하기 힘들어'
태강은 서준이 고개를 끄덕인거를 확인한 다음에 준비를 다 마칠때까지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강렬한 눈빛으로 서준을 쳐다봤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승패는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우리팀 모토도 즐기는 야구니까 그렇게 생각하자. 만약 실점을 하더라도 서준이 이녀석이 한단계 더 발전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니까 이걸로 만족한다'
그러는 사이 준비를 다 마친듯한 서준, 태강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미트를 내밀었다.
'자, 얻어 맞아도 좋아. 우린 충분히 역전할 힘도 있고, 뭣보다 우리 모토는 즐기는 야구잖아? 단지 네가 오늘 최고의 공만 던지면 난 만족한다!'
"하아앗!"
슈욱-
태강이 속으로 외친 순간 서준의 입에서 힘찬 기합과 함께 왼팔이 빠르게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공을 뿌려냈다.
서준의 손을 떠난 공은 미트를 향해 힘있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찬스를 놓칠까보냐!'
이에 맞서기라도 하듯이 거침없이 배트가 나오는 호진의 배트, 이미 대기타석에서 배트를 휘둘러 봤는지 아까 전의 직구와 완전히 딱 맞는 타이밍으로 나오고 있었다.
깡-
그러다가 존 낮은쪽에서 정확히 맞아버리는 투구, 누가 보면 완전히 제대로 걸린것 같겠지만 호진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크윽!'
그와 동시에 호진의 양 손과 팔에 엄청난 진동이 퍼지기 시작했다. 호진은 어거지로 힘을 쥐어짜서 배트를 최대한 밀어낸 다음에 1루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제길, 갑자기 직구가 빨라져서 타이밍이 늦었어!'
호진은 속으로 자책하면서 타구가 가는 방향을 쳐다봤다. 타구는 힘없이 유격수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유격수는 앞으로 빠르게 달려나와서 타구를 캐치, 재빠르게 글러브에서 공을 꺼낸 다음에 2루를 향해 송구했다.
2루수는 그 공을 최대한 앞에서 캐치 우선 1루주자를 아웃처리한 다음에 스텝을 밟고는 1루를 향해서 강하게 송구했다. 그리고 그 결과
파앙-
"아웃!"
결과는 당연히 아웃, 위기의 상황에서 나온 병살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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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17)201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