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21화
"나이스!"
병살이 나오는 순간, 태강은 오른 주먹을 불끈 쥐면서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는 서준을 쳐다본채로 입가에 환한 미소를 그렸다.
서준도 자신이 해냈다는 사실에 흥분한채로 태강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태강에게 달려가서 같이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경기중이라서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장서준 선수, 위기의 상황에서 일단 한숨을 돌립니다]
[장서준 선수의 기합에서 느낄수 있듯이 전력을 다한 투구였습니다. 조금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대단하군요]
중게진은 대단하는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화면에서는 아까 병살을 이끌어내는 장면이 다시 한번 더 나오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돌아오자 캐스터가 살짝 궁금하다는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까 기합소리때문에 문득 떠오른 건데 말입니다, 오늘따라 장서준 선수가 조금 달라진것 같은 모습이 보이는것 같습니다]
[아, 안그래도 저도 마침 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기록들을 보니까 오늘 경기에선 평상시랑 다른 모습을 보이더군요]
그의 물음에 박 해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하고는 이 해설을 슬쩍 쳐다봤다.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오늘 1회부터 장서준 선수가 조금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금 과감하거나 위험한 사인에도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공을 꽂아넣는가 하면, 위기 상황에서도 겁먹지 않고 어떻게든 꿋꾸하게 버텨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뭐... 오늘 그러면 장서준 선수가 각성이라도 하는건가요?]
[제가 보기엔... 오늘 장서준 선수는 한단계 진화를 한것 같습니다. 평상시엔 없어보이던 박력이 그에게서 보입니다]
이 해설은 그 말을 끝으로 여전히 그라운드에 서있는 서준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숨겨진 포텐을 끌어낸다라... 신태강, 저거 완전 초 대형이야...'
*
[자, 어느덧 경기도 8회초, 어느새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그뒤로 경기는 쭉 흘러서 8회말, 캐스터의 멘트로 8회초가 막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6회말 서준이 병살로 위기를 넘긴 이후로 산욱에게 고의사구에 가까운 식으로 볼넷을 내주고는 5번 성빈을 중견수 뜬공으로 간신히 처리했다.
그런 다음에 7회초에 바뀐 투수 상민을 상대로 1점을 더 뽑아내면서 스코어는 3대 1, 이젠 두점차가 되어버렸다.
그러는 와중에 D.라이더즈의 타선은 레드 타이거즈의 불펜을 공략하지 못했다. 태강의 신들린듯한 리드와 적절한 투수교체를 섞은 물량 총 동원으로 D.라이더즈의 타선을 효율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막 8회초가 시작되는 순간, 이번만큼은 모두가 잘 아는 익숙한 얼굴의 선수가 마운드 위에 올라왔다. 그러자 D.라이더즈 측의 관중석이 일제히 환호하기 시작했다.
"야, 야, 드디어 나왔어!"
"어, 이제 나왔냐?"
"이제 실점 걱정은 없는거지?"
"안수혁이다아!"
수혁이 마운드 위에 오르자 수많은 관중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열심히 응원하기 시작했다. 수혁은 그런 관중석에 미소를 한번 지어 보이고는 다시 몸을 돌려서 종빈을 쳐다봤다.
"오늘 이기고 결승가자"
"당연하지"
종빈은 수혁의 앞에서 미소를 지으면서 어깨를 툭툭 쳤다.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짓고는 얼른 가보라는 의미의 손짓을 했다.
종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쪼그려 앉은 다음에 한가운데로 미트를 내밀고는 크게 외쳤다.
"가볍게 던져봐!"
"오케!"
수혁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가볍게 투구를 하기 시작했다.
슈욱- 파앙-
수혁의 손을 떠난 공은 느리면서도 힘있게 앞으로 뻗어나가다가 종빈의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종빈이 요구한 위치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은 미트,종빈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수혁에게 공을 던져줬다.
수혁은 가볍게 공을 받고는 가볍게 손을 쥐었다 펴면서 다시 발판에 발을 디뎠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곳에 있었던 용식이 말을 걸었다.
"오늘 잘 던질수 있겠어?"
"뭐... 트라우마 극복하라고 보낸건데, 당연히 극복 해야겠죠? 더군다가 부담감도 훨씬 줄여줬으니까 더 잘 해야겠죠"
"역시, 눈치챘네"
"미디어데이때 이미 딱 감이 왔었거든요. 그래도 종빈이를 한단계 끌어 올리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자, 자, 그럼 오늘 경기 잘 마무리 하고 결승 가자. 적어도 쌍둥이가 계속 야구는 할수 있게 해줘야지 않겠냐?"
"허허, 당연하죠"
수혁은 약간의 웃음과 함께 글러브 안에서 직구 그립을 잡았다. 이어서 용식이 열심히 하라는 말과 함께 들어가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
'하아... 긴장 안하려고 해도 막상 닥치니까 긴장하게 되네... 그떄 한 이야기도 그렇고...'
후, 감독님이 내려가니까 참으면서 모른체하던 긴장이 자꾸만 거슬리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긴장감을 떨쳐낼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금 나에겐 떨쳐낼 강한 멘탈은 없다, 오히려 어떻게든 우승해서 쌍둥이를 야구부로 보내준다고 했던 그 말 한마디 때문에 부담감까지 더해진 상태였다.
게다가 만약 내가 이 긴장과 부담감을 떨쳐낸다고 쳐도 그땐 아마 내 공이 헤이해질 것이다. 사람이 무슨 일을 할땐 어느정도의 긴장감도 필요한 법이니까.
"후우..."
그러면서 한번 더 내뱉는 한숨, 그리고 두 눈을 감은채 속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대로, 긴장한 이 상황에 익숙해지자. 전혀 쫄거 아니야. 아무리 타자의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은 3할, 야구는 언제나 투수에게 유리한 승부다'
그렇게 중얼거리니까 그나마 조금은 편안해지는 느낌, 눈을 뜨니까 이미 타자가 타석에 들어와 있었다. 그 뒤에 있는 종빈이는 내가 자신을 보는걸 확인했는지 나에게 사인을 보내기 시작했다.
'초구는 무난하게 낮은 직구, 좌우는 상관없어'
초구부터 낮은 직구라, 분명히 쉽지 않은 코스였다. 하지만 종빈이는 내 제구력을 제대로 알고 있기에 지금 이런 사인을 거침없이 내밀었다.
'오케이'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타자를 슬쩍 쳐다봤다. 그리고 경기 전에 파악해놓은 데이터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이번 이닝은 8번 진호균부터 시작. 수비, 주루가 준수한 전형적인 수비형 선수다. 벤치에서 작전이 나오지 않는 이상, 내가 충분히 잡을수 있는 타자야'
그렇게 대충 정보를 떠올리고 나니까 타자는 준비가 다 된건지 자세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에 호응하기라도 하듯이 천천히 와인드업을 한 다음에 일단은 제구에 신경쓰면서 공을 뿌렸다.
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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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18)201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