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24화 (224/255)

우리 동네 야구팀-222화

슈욱-

내 손을 떠나간 공은 연습구보단 훨씬 빠르게 앞으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종빈이의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파앙-

"스트라이크!"

이어서 시판의 콜이 올라왔다. 그리고 종빈이는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나에게 공을 던져줬다. 나는 가볍게 공을 받고는 타자를 슬쩍 쳐다봤다. 그리고 아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정보를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애초에 타격이 약해서 일단 최대한 지켜보는 타입이었지'

나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바닥에 있던 로진백을 주운 다음에 오른손으로 대충 주물럭 거렸다.

원래 이렇게 투수가 바뀐다면 그 바뀐 투수는 아직 오늘의 컨디션이 어떤지 잘 모른다.

비록 불펜장에서 몸을 풀때나 감으로 어느정도라고 예측 정도는 할수 있겠지만, 막상 마운드에 서면 다를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막 마운드에 선 투수는 아직 안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고로, 초구부터 타자가 과감하게 나와서 안타를 만들어내면 흔들릴수도 있고, 매우 불리해질수가 있다.

그래서 보통 초구를 노리고 배트가 나올법도 했지만, 지금 타자는 전혀 아무런 미동도 없어보였다. 확실히 정보대로 최대한 지켜보는 타입이 맞는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왼쪽 어깨에 손가락을 갖다대면서 종빈이에게 사인을 보냈다. 이어서 종빈이의 고개가 끄덕여지자 나도 한번 끄덕이고는 발판위에 발을 올렸다.

'여기서 내밀면 땅볼, 안나오면 빠르게 삼진 들어간다'

공을 던지기 전, 나는 속으로 간단하게 되뇌이고는 왼다리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어올린 왼다리가 앞으로 나와서 지면을 밟는 순간 오른팔을 매우 빠르게 휘둘렀다.

'자, 어떤 반응이냐?!'

손목이 공을 채는 순간, 나는 타자에게 속으로 외쳤다. 그러자 내 질문에 반응이라도 하듯이 이번에는 나오기 시작하는 배트, 마치 자신이 노리는 궤적이 왔다는듯이 거침없이 몰아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선 잡기 어려울걸?'

나는 매섭게 나오는 배트를 보면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배트가 거의 다 나왔을 즈음, 공이 타자의 바깥쪽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휘는 투구에 타자는 급하게 배트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먼 거리, 안그래도 커터 치고는 각이 큰 편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를 악물고 팔을 내밀었다.

티잉-

그러면서 결국 배트에 간신히 닿은 투구, 그리고 라인을 따라서 내야를 천천히 굴러갔다. 그와 동시에 내 얼굴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드러났다.

'아... 아쉽네'

그러면서 타자를 쳐다보자 타자는 살짝 당황한건지 잠깐동안 멍하니 서있다가 아차 하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 라인을 따라서 굴러가는 타구, 1루수 산욱이는 타구를 잡기 위해서 앞으로 달려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산욱이의 움직임을 확인하고는 1루 베이스를 향해서 커버를 들어가기 시작했다.

"조금 애매한데..."

나는 커버를 들어가면서 약간 불안하다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지금 타구는 파울 라인을 향해서 천천히 굴러가는 상황, 게다가 점점 라인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비록 타자가 한 템포 늦게 뛰기 시작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타구의 속도도 느린 상황, 만약 산욱이가 잡지 못한다면 아슬하게 세이프가 될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이쯤된다면 포기하고서 파울처리를 할수도 있는 상황, 게다가 이미 승부의 분위기도 내가 잡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리 무리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달려가는 산욱이, 그 모습에는 충분히 잡을수 있다는 자신감보단, 오늘 이거라도 한건 해야겠다는 모습의 절박함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확실히 오늘 산욱이가 타석에서 활약한적이 별로 없기는 하지...'

확실히 오늘 산욱이는 타석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짧은 단타 하나가 나왔을뿐,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나마 여전히 상대가 의식을 해서 고의사구를 준게 그마나 활약이라면 활약이었다.

'근데 문제는 저런 생각으로 결과가 나쁘다면... 아씨, 불길하네'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너 공을 받을 준비를 다 마치고는 산욱이를 약간 불안하게 쳐다봤다. 그리고 산욱이 맨손으로 공을 잡으려는 순간

툭-

'헉!'

헛손질과 함꼐 공을 건디면서 공이 파울라인을 넘어갔다.

그리고 그 사이에 1루 베이스를 밟고 들어오는 타자, 이어서 심판의 세이프 콜이 들려왔다.

"아..."

그와 동시에 내 입에서 자연스레 터져나오는 탄식, 산욱이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헛손질한 타구를 주울 뿐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충분히 시도할만한 승부였고, 그냥 운이 나빴던것 뿐이야"

나는 잽싸게 산욱이의 옆으로 가서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그리고 글러브에서 공을 꺼낸 다음에 산욱이의 표정을 살펴봤다.

산욱이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건지 자신을 자책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작 내가 괜찮다는 반응을 보여도 화가 나는걸 보면 자신에게 화가 단단히 난듯 싶었다.

중요한 경기에서 한게 없기 때문인지 평상시보다 더욱 심하게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것 같았다. 하긴, 8강까지만 해도 두경기 연속 만루포를 쏘아올렸던 녀석인지라 그럴만도 하다.

"오늘 뭔가 하려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돼. 어차피 너에게 찬스 한두번은 더 갈거고, 오늘 경기에서 활약하지 못하더라도 아직 결승이 남아있다고. 오늘 액땜한다고 생각하자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어깨좀 펴라는 의미로 등을 한대 툭 치고는 다시 마운드로 돌아갔다. 그런 다음에 이미 타석으로 들어와있는 9번타자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곧바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하아... 하필 이런 상황에서 나름 펀치력이 있는 타자가 나오냐...'

하필 실책으로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펀치력이 있는 타자라, 상황이 좋지 않아도 너무 안좋았다. 거기다 주자도 발이 빠른 주자, 여기서 아차하면 그대로 실저까지 이어질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거기에 도루까지 겹친다면 더럽게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당할수는 없는법, 나는 진정하고는 종빈이가 보내는 사인을 확인했다.

종빈이가 내민 사인을 바깥쪽 존에 들어오는 직구, 우타인 타자를 피해서 혹시 모를 도루를 막아보겠다는 생각인듯 싶었다.

'오케이'

나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깐의 틈도 없이 곧바로 왼다리를 살짝만 들어올렸다. 그런 다음에 빠른 템포로 발을 앞으로 쭉 내민 다음에 빠르게 팔을 휘둘렀다.

파앙-

"스트라이크!"

공은 그대로 뻗어나가서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심판의 콜 사인, 종빈이는 주자를 슬쩍 쳐다보고는 내쪽으로 공을 던졌다.

나는 그 공을 가볍게 받고는 주자를 슬쩍 쳐다봤다. 하지만 주자는 살짝 움찔할뿐, 베이스로 돌아가려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2루쪽으로 발 하나 정도의 거리를 옮기면서 자신이 도루를 할거라는 냄새를 팍팍 풍기고 있었다.

'허이구, 그냥 나 도루한다고 소리치지 그러냐'

저렇게 대놓고 도루를 한다는 표시를 하는걸 눈치채지 못하는건지, 아니면 이렇게 대놓고 해도 성공할수 있다는 자신감인건지. 어이가 없네.

그러면서 견제구를 한벌 찔러볼까 했지만 산욱이는 아까의 플레이로 조금 혼란이 와있는 상태, 아무리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도 여기서 기습적으로 견제구가 온다면 놓칠 확률이 있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좀 안다.

그대신, 나는 고개를 돌려서 종빈이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사인을 보내기 시작했다.

'조만간 도루 나온다, 2루에 신호쏴'

'오케이'

종빈이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곧바로 유격수 호진이에게 도루 사인을 보냈다.

사인을 보낸 다음, 나는 발판위로 발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1루에 있는 주자를 마지막으로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속으로 카운트다운을 세기 시작했다.

'셋, 둘, 하나... 지금!'

그리고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동시에 왼발을 들지 않고 곧바로 앞으로 쭉 내밀었다. 그리고 제구보단 구속에 더욱 신경을 쓰면서 최대한 빠르게 던졌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움직임을 빨리 한 덕택에 평상시보다 빨리 포구된 투구, 이어서 종빈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내게 소리쳤다.

"숙여!"

그 목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쪼그려 앉았다. 이어서 종빈이가 미트에서 공을 뺴내고는 전력으로 2루에 송구, 나는 쥐죽은드시 가만히 앉아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글러브를 내 얼굴쪽으로 가져왔다.

파앙-

촤아악-

종빈이가 공을 던진 직후에 들려오는 포구소리, 이어서 주자가 슬라이딩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결과

"아웃!"

"나이스!"

심판의 콜이 들리면서 종빈이가 기뻐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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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19)201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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