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23화
'성공이다'
나는 거의 확신을 가지고서 일어난 다음에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착잡한 표정을 한채로 천천히 일어나는 주자, 그리고는 레드 타이거즈의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나이스 플레이!"
나는 크게 외치면서 호진이에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종빈이에게도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에 호진이가 던져주는 공을 받고는 바닥에 내려놓았던 로진백을 주워서 살살 문질렀다.
'오케이, 이로서 산욱이의 부담도 조금은 덜어졌을테고, 타자를 상대하기도 더욱 쉬워졌다. 심지어 카운트도 유리하니까 빨리 끝내버리자'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투구판에 발을 밟았다. 그리고 종빈이가 보내는 사인을 확인했다.
'과감하게 들어가자. 몸쪽 투심으로'
'오케'
나랑 같은생각인지, 이제 내 생각을 잘만 읽는건지 그대로 끝내버리자는 종빈이의 사인,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와인드업을 한 다음에 공을 던졌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그리고 결과는 스탠딩 사진 아웃, 타자의 배트는 나오려다 만건지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오케이, 오케이, 투아웃이다!"
타자가 덕아웃으로 돌아가자 종빈이가 일어나더니 크게 외치면서 나에게 공을 던져줬다.
"가자!"
"이번에 깔끔하게 막고 역전 가자!"
이에 호응하면서 소리치는 내야수들, 나는 입가에 살짝 흐뭇한 미소를 그리면서 공을 받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터업-
"아웃! 이닝 체인지"
1번 타자를 3구만에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마무리 지었다.
*
[이제 경기도 8회말, 슬슬 막판에 접어듭니다]
[이제 경기 후반, 하지만 지금 추격자 입장인 D.라이더즈는 레드 타이거즈의 불펜에 꽁꽁 막히면서 단 한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레드 타이거즈는 7회에 올라온 정상민 선수를 상대로 1점을 더 추가, 3대 1로 한발짝 더 달아났습니다]
8회말, 중게진이 각 팀의 현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하는 내용과는 다르게 얼굴은 살짝 기대가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레드 타이거즈도 방심은 금물입니다. 이번 D.라이더즈의 타선은 1번 이운선 선수부터 시작, 이미 에이스 장서준 선수가 내려간 상태에서 레드 타이거즈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에이스 장서준 선수가 내려간 상태, 신태강 선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들의 말대로 현재 타석에는 운선이 타석 근처에서 배트의 궤적을 한번 재보고 있었다. 반면에 마운드에는 서준이 아닌 다른 투수가 올라와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태강은 쪼그려 앉은채로 투수가 연습구를 던지기 직전에 가볍게 어깨를 돌리는 투수를 쳐다봤다. 그러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마 이번 이닝이 오늘 경기의 마지막 고비라고 봐도 될거야. 서준이가 각오할때부터 승패에 미련은 버린다고 했지만, 막상 이렇게까지 오니까 지기는 또 싫네"
태강은 약간 어이가 없는지 실소를 지으면서 오른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이번엔 속이 아닌 겉이 아닌 속으로 소리를 내면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만약 이긴다면 그녀석한테 한방 먹여줄수도 있고 말이야...'
그러면서 세게 쥐어지는 그의 주먹, 분노를 참는건지 입에서는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자, 연습구니까 무리하지 말고 가볍게 던져봐!"
그렇게 쥔 주먹으로 미트를 팡팡 치고는 내미는 태강, 투수는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왼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음... 레드 타이거즈이 투수 교체가 있겠습니다. 등번호 29번, 이름은 박지훈, 구속은 110km대로 자서준 선수보다는 낮지만, 우완 사이드암 투수라 딱히 문제는 없어보입니다]
[변화구로는 직구, 슬라이더 투피치로 가고요, 직구가 투심의 성향을 띄는것이 특징입니다]
[일명 뱀직구라고도 하지요]
[뱀직구면 임상용 선수가 또 일품이죠. 허허]
중계진은 투수가 바뀌었다는 소식이 오자 곧바로 투수에 대해서 가볍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별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기 시작했다.
한편, 투수가 그러는 사이 운선은 투수의 투구를 지켜보다가 그 타이밍에 맞춰서 가볍게 스윙을 해보고 있었다. 그런 다음에 투수의 연습구가 끝난듯하자 타석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 타석... 마지막 타석이 될지도 몰라, 어떻게든 살아서 나가야 팀에 승산이 조금이나마 생긴다'
운선은 타석에 들어오자마자 배트를 꽉 쥐고는 강렬한 눈빛으로 투수를 쨰려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혹시 작전이 없나 하면서 덕아웃을 쳐다봤지만 아무런 지시도 내려오지 않는 덕아웃, 운선은 다시 고개를 돌려서 투수를 쳐다봤다.
'머리로는 저쪽 포수에게 당하기 마련. 일단 들어오면 맞추고, 빠지면 지켜보자'
운선은 간단히 생각하고는 더이상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단지 심호흡을 하면서 투수가 던질 준비를 할 때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지훈이는 마운드 경험이 거의 없어. 매번 외야에서 뛰어다니다가 투수 겸업을 하게된 녀석이다 보니까 내가 이끌어야 한다. 아마 오늘의 서준이보다 훨씬 더 많이 긴장했을거야'
한편, 태강은 마운드 위에 서있는 투수를 살짝 걱정되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투수가 준비된듯 싶자 사인을 보낸 다음에 양 팔로 커다란 사각형을 그리기 시작했다.
'너무 부담갖지 말고 내가 그리는 범위 안에만 넣으면 괜찮아.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게'
투수는 그런 태강의 행동을 이해하기라도 한건지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그런 다음에 긴 한숨을 내쉬고는 왼다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들었던 왼발이 앞으로 나오고 오른팔이 옆으로 나와서 공을 뿌려냈다.
슈욱-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앞선 투수들보단 조금 느린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빠르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운선은 그에 맞대응 하드싱 배트를 내밀기시작했다. 장타보다는 맞추는 것에 의의를 두는 짧고 간결한 스윙이었다.
언뜻 보면 둘다 자신이 낼수 있는 최상의 결과를 내는듯한 모습, 하지만 공이 점차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운선의 몸쪽으로 깊숙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처음과는 다르게 멈추기 시작하는 운선의 배트, 최대한의 힘으로 돌린게 아닌지라 멈추는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파앙-
"볼"
그와 동시에 미트로 들어가는 투구, 이어서 심판의 볼 판정이 들려왔다. 운선이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자 존에서 살짝 나온듯한 포구 위치, 운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투수를 쳐다봤다.
'흠... 초구부터 완전히 꽉꽉 찔러오네. 운인지 실력인진 모르겠지만, 만약 계속 이런공이 온다면 힘들거 같은데...'
'프로야구면 모를까, 데이터가 전무한 동네야구 투수면 절대로 제구가 아냐, 저럴 실력이 되려면 못해도 포수가 요구하는 곳으로는 잘 던져야 한다.'
한편, 대기타석에서 몸을 풀던 수혁은 투수를 지켜보면서 침착하게 분석해보고 있었다.
'예선에선 겨우 한타자 상대, 본선에서도 한타자만 상대, 이런 선수다 보니까 지금같은 타이밍에 분석을 해놔야 한다.
우선 방금 공은 제구가 안되서 몸쪽에 붙은게 거의 확실해. 잔뜩 긴장한 모습이나 신태강이 저런 행동을 할 정도면 제구가 좋다고 보기는 어렵겠지. 장서준 같은 케이스는 워낙에 특이한 케이스고'
그러면서 태강도 슬쩍 쳐다보는 수혁, 그런 다음에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마 운선이가 출루하면 많이 골치 아파질거다. 물론 우리에겐 찬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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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20)201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