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24화
'쓰읍... 이거 얘 오늘 재수없으면 누구 하나 제대로 맞추겠는데...?'
수혁의 예상대로 태강은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투수를 쳐다봤다.
일단 말이 좋아서 몸쪽으로 깊숙하게 찌른거지, 사실상 조금만 더 삐끗했으면 사람 하나 골로 보낼수도 있었다.
물론 데이터가 없다보니까 지금 대다수의 사람들은 초구부터 강하게 들어간다고 생각하면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본질을 알고있는 그로서는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투수는 연달아 한숨을 내쉬면서 오른손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아까 자신의 공이 제구가 안된걸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안되겠다, 너무 불안해'
태강은 불펜장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서 현재 몸을 풀고 있는 투수가 있나 확인했다. 그리고 그 안에 투수가 있는걸 확인하고는 그나마 안심한채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나마 다른 녀석들이 몸을 풀고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 얘 제구 엉망이다'
그러면서 마른침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리는 태강, 오늘 중에서 가장 긴장한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서준이가 6회에 흔들릴때는 그래도 괜찮았어. 원래 기본기가 있는 녀석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닥...'
그러면서 최대한 신중하게 사인을 내미는 태강, 그리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긴장감을 떨쳐냈다.
'커브는 제구가 잘 될수도 있어. 서준이도 직구보단 변화구 제구가 잘될때가 있었으니깐...'
그러면서 일단 희망을 가지고 지켜보는 태강, 그사이 투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슈욱-
공은 투수의 손을 떠나서 쭉쭉 뻗어나갔다. 태강은 공에 시선을 고정한채로 공이 오는 궤적을 향해서 미트를 내밀기 시작했다.
"흐읍!"
그리고 이번에도 빠르게 나오기 시작하는 운선의 배트, 그리고 이번에는 배트가 멈추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공은 쭉 앞으로 뻗어오다가 어느 순간부터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운선은 전혀 당황하는 표정 없이 그대로 배트의 궤적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공이 거의 다 떨어졌을 즈음, 팔을 최대한 뻗어서 공을 맞춰냈다.
깡-
어느정도 잘 맞기는 했지만, 뭔가 힘이 부족한듯한 소리, 그와 동시에 운선은 배트를 내려놓고는 1루를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타구는 공중에 애매한 높이로 떠서 유격수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유격수가 타구를 잡기 위해 뒤로 조금 물러서서 점프캐치를 시도했지만 실패, 그리고 그 사이에
타닥-
"세이프!"
운선이 1루 베이스를 밟고 지나가면서 심판의 세이프 콜이 들려왔다.
[유격수를 키를 살짝 넘기는 좌전안타, 이운선 선수가 1루에 출루합니다]
[레드 타이거즈가 어렵게 꼬아가는군요. 이운선 선수를 출루시킨다면 경기는 매우 힘들어 집니다]
[애초에 좌타 라인을 상대로 사이드암 투수를 내놓은게 문제였습니다. 바꿔야 될거 같은데요]
운선이 출루하자 캐스터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이어서 두 해설이 불안하다는 말투로 한마디 덧붙였다.
'지훈이로 절대 못넘긴다. 바꿔야 돼'
태강은 해설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다음에 잠깐 타임을 외치고는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그러면서 덕아웃에서 투수 교체를 요청했다.
하지만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 덕아웃, 그에게 돌아온것은 아직 몸이 풀리지 않았다는 사인이었다.
'하아...'
태강은 한숨을 내쉬면서 덕아웃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자신의 앞에서 잔뜩 긴장한 투수를 쳐다봤다.
"지훈아, 아까 커브는 충분히 좋았어. 단지 타자에게 운이 조금 따랐을 뿐이야. 힘들겠지만 다음 타자까지만 마무리하고 투수 넘겨주자"
"응..."
투수는 살짝 기가 죽은 표정으로 간신히 대답했다. 태강은 그런 포수를 말없이 쳐다보다가 안되겠다는 듯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훈아, 우리팀 모토가 뭐지?"
"즐기는 야구,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야구..."
"그래, 승패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그냥 즐긴다는 생각으로 네 공을 던져. 어차피 이제 4강까지 올라오고 우리 팀도 나름 유명해 졌잖아? 게다가 오늘 지더라도 3, 4위전이 있는데 뭐. 안그래?"
태강은 거기까지 말한 다음에 입가에 미소를 그려보이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투수는 조금 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면서 두 눈으로는 타석으로 들어오는 수혁을 쳐다봤다.
'그래,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내가 할수있는 역할까지만 하고 내려가는거야'
그러면서 태강의 사인을 침착하게 받는 투수, 그리고 그의 사인에 따라서 구속은 버리고 제구에만 신경쓰면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파앙-
'볼'
초구부터 잘 떨어진 커브에서 버텨내더니
티잉-
그 뒤로 안에 들어오는 공들은 배트를 갖다대서 파울로 넘겨버리다가
파앙-
"볼, 볼넷"
결국 8구째에 잘 떨어진 커브를 또 참아내면서 수혁을 1루로 내보내버렸다.
'헐... 이걸 고른다고? 얘가?'
태강은 1루로 유유히 걸어나가는 수혁을 보면서 속으로 궁시렁 거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심판에게 다시 타임을 걸고는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투수는 이번엔 공이 괜찮게 들어갔다는걸 아는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영 좋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태강은 그런 그를 슬쩍 쳐다보고는 괜찮다는 말과 함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저 타자가 이상하리만큼 선구안이 좋았던거지, 네 공도 충분히 좋았어. 너무 자책하지마. 원래 선구안이 저정도인 녀석은 아닌걸로 기억하는데... 아무래도 비슷한 구질을 던지는지라 파악이 잘 되었던 모양인가봐. 미안"
"지훈아, 오늘 잘해줬다. 오늘 괜찮게 던졌는데 운이 별로 좋지 않았나봐. 뒤는 다음 애들한테 맡기고 내려가자"
태강이 말하는 사이에 온 감독이 불펜을 한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그러자 불펜장 문이 열리면서 마운드 위로 걸어오는 한 투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숨과 함께 마운드를 천천히 내려갔다.
[레드 타이거즈의 투수 교체가 있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잠시뒤에 뵙겠습니다]
투수를 바꾸는 모습이 나오자 중계부스에서는 캐스터가 짧막한 멘트를 하고는 화면에는 광고 화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화면을 확인하고는 잠시 헤드셋을 벗은 다음에 짧은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잠깐의 휴식시간, 모두들 오랜 중계방송에 지쳤는지 아무런 말도 없이 의자에 편하게 등을 기대고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근데 솔직히 골드 스타즈는 급이 너무 다른거 같지 않아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캐스터가 궁금하다는 말투로 입을 열였다. 그러자 해설들이 할말이 있는건지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하긴... 140을 던지는 에이스에 타선은 특출난건 없지만 모두다 한방을 날릴수 있고, 컨텍 능력도 준수하고... 무엇보다 140대 직구까지는 커버 가능할테니까요"
"근데 그걸 상대하는 팀도 만만한 팀이 아니니까 적어도 무기력하게 무너지지는 않을것 같아보이네요"
"그래도 전 그나마 더 가능성이 있는 팀을 고른다면... 아무래도 레드 타이거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네? 예선에선 두 팀다 모두 골드 스타즈에게 밀리지 않았나요?"
"뭐 그렇기도 합니다만, 애초에 두 팀의 인원수 차이도 그렇고요..."
해설이 뭔가를 이어서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화면에 나오던 광고가 끝나면서 얼른 준비하라는 신호가 들어왔다.
이에 하던 말을 갑자기 끊고는 각제 헤드셋을 쓰는 세 사람, 그리고는 방송을 다시 이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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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21)201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