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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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
"볼, 볼넷"
[아아... 이게 무슨 일인가요. 심준우 투수, 올라오자마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면서 불난 마운드에 기름을 뿌립니다]
투수가 교체되고 잠시뒤, 태강이 바운드가 된 공을 받으면서 망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건 투수도 마찬가지, 완전히 망했다는 표정과 함께 1루로 묵묵히 걸어가는 타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만루... 무엇보다 다음 타자는...'
태강은 속으로 제발 아니길 바란다고 수없이 빌면서 타석으로 들어오는 타자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는 단 한가지 생각만이 박혀버렸다.
'안돼, 이대로는 안돼. 무조건 바꿔야한다'
태강은 그렇게 마음을 먹고는 약간 흐트러진 마스크를 고쳐썼다. 그런 다음에 잠깐 타임을 외치고는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덕아웃에 신호를 보내서 감독을 불러왔다.
태강의 사인이 오자 분주해지는 덕아웃, 태강은 투수에게 고개를 돌려서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괜찮아, 괜찮아. 단지 오늘 컨디션이 나뻤던 걸수도 있잖아. 뒤는 다른 애들한테 맡기고 가서 그냥 푹 쉬어"
"하... 미안. 괜히 나 때문에 더 힘들어진거 같은데..."
"야, 야, 우리 팀 모토가 뭐야? 즐기고,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거잖아. 게다가 우린 뭉쳐서 4강까지 올라왔다고? 이게 얼마나 대단한거야"
투수가 미안해하는 표정을 짓자 태강은 괜찮다는 표정과 함께 크게 웃으면서 투수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는 기운 차리라는 말을 보태줬다.
'이제 감독님만 올라오면 내려보낸 다음에 석진이가 나오면 된다. 석진이 구위면 충분히 해볼만해'
태강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감독이 올라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감독이 올라오자 투수의 등을 툭툭 치면서 덕아웃으로 보냈다.
"자, 자, 수고했어. 바톤터치 가자"
"저... 준우야 잠깐만"
투수가 내려가려는 찰나, 감독이 살짝 어두운 목소리로 그를 불러세웠다. 그리고 다시 올라오라는 제스처를 보낸 다음에 투수가 올라오자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태강아, 석진이가 투구를 하다가 왼발목을 삐끗했다..."
"네?"
갑작스러운 부상, 태강은 갑작스런 일에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감독만 쳐다봤다.
"기왕이면 나도 응급처치를 하고 올려보려고 했는데, 다시 투구를 해보니까 다리에 체중을 싣지 못하더라고... 그래서 아무래도 준우로 계속 가야될거 같다"
"다른... 투수는 없어요?"
"애초에 우리가 걔를 마무리로 내정했잖아. 더 올라갈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
감독은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태강은 그런 감독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한숨만 멍하니 푹 내쉬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건지 곧바로 해결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감독님, 일단 상진이하고 호연이에게 몸을 풀게 시켜주세요. 그리고 저희는 고의사구를 던지면서 시간을 최대한 천천히 끌어볼게요"
"고의사구를 던지는데 어떻게 시간을 끌게? 금방 끝날텐데"
태강의 말이 약간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다시 되물어보는 감독, 태강은 이에 잠시 생각하는 것도 없이 즉각 대답했다.
"일단 승부를 하는 느낌으로 가다가 고의사구로 방향을 트는척을 할 겁니다. 감독님은 그 사이에 둘중 몸이 더 빨리 풀린 애를 올려주세요"
"음... 알겠어. 지금으로선 별 수도 없으니까 이대로 갈 수밖에"
감독은 그제서야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곧바로 덕아웃에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덕아웃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태강이 말한 두 투수가 불펜장으로 들어가서 스스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태강은 고개를 돌려서 잠깐 그 모습을 본 다음에 투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의 왼 어깨에 손을 얹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준우야, 너무 부담갖지말고, 이건 실패해도 너 탓하지 않을거니까 너무 부담갖지 말고. 알겠지?"
"...응"
아무리 차분하게 말하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안정장치를 쳐놔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매우 긴장될수밖에 없는 상황, 투수는 불안한 속마음을 최대한 누른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투수 교체에 들어가지 않는건가요? 레드 타이거즈, 아무런 움직임 없이 그냥 내려갑니다]
[아, 방금 막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몸을 풀던 이석진 선수가 갑작스런 왼발목 염좌로 올라갈 투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그대로 가는거 같군요]
[이석진 선수면 장서준 선수와 함께 투수진의 중심이 되었던 선수였는데요. 과연 이 일이 어떻게 되돌아올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것 같습니다]
한편, 레드 타이거즈가 그대로 진행하자 중계진은 재빨리 이유를 알아내고 설명을 하면서 방송을 이어나갔다. 그러면서 모두들 시선은 화면이나 그라운드를 향해있었다.
'하아... 일단 초구는 바깥쪽으로 빠지는걸로 가자. 구속보단 제구에 신경써서. 제발, 부탁한다'
한편, 홈플레이트 뒤에 앉아있는 태강은 살짝 긴장한건지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사인을 보냈다.
'오케이, 정 안되면 한참 바깥으로 빼버릴게'
투수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매우 신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투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태강은 오른쪽으로 살짝 움직이면서 투수가 바깥쪽 공을 쉽게 던질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런 다음에 투수가 공을 던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아마 지금이 마지막 타석일거야'
레드 타이거즈의 배터리가 긴장한채로 사인을 주고받을때 산욱도 한껏 긴장한 모습으로 타석에 서 있었다.
본선이 시작되고 8강까지만 해도 매 경기 홈런을 쏘아올리면서 팀 승리에 충분히 공헌을 한 그였다. 4번 타자에 충분히 맞는 활약이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선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기껏해봐야 상대가 자신을 의식해서 고의사구를 준게 전부, 수비에서는 오히려 에러를 내면서 팀에 피해를 끼쳤다.
물론 수혁이 잘 막아줬지만 지금 산욱은 매우 불편한 상황, 팀의 4번이라는 역할을 떠나서 모두들 나름 제 역할을 하는데 자신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부담감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아... 오늘 어떻게든 해야만 한다. 제발, 제발...'
산욱은 자신에게 주문을 걸듯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배트를 쥔 손에 점점 더 강한 힘을 주기 시작했다. 이번엔 어떻게든 치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긴 모습이었다.
"후우..."
산욱은 마지막으로 숨을 길게 내쉬면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어떤 공이 오더라도 쳐내겠다는 눈빛을 보이면서 공이 오는걸 기다리기 시작했다.
슈욱-
잠시뒤, 투수가 잠깐의 텀을 두고는 와인드업 없이 곧바로 공을 뿌려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빠르지 않게, 최대한 제구에 신경을 쓴 티가 나게 뻗어나갔다.
'온다!'
공이 오는 순간 산욱의 몸이 자동적으로 반사하면서 배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공을 노리겠다는 그런 생각없이 그의 감이 따르는대로 거칠게 나오는 배트였다.
배트가 나오는 한편, 산욱의 시선을 공에 고정된채 절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배트를 공의 궤적에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태강의 사인대로 바깥으로 정직하게 빠져나가는 직구, 그러면서 산욱의 팔이 점차 뻗어지더니 이내 중심마저 무너져 버리기 시작했다.
"으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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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22)201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