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29화 (229/255)

우리 동네 야구팀-227화

까앙-

엄청나게 맑고 커다란 소리와 함께 타구가 산욱의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잘 맞은 타구, 막힘없이 쭉쭉 뻗어나갑니다!]

그와 동시에 사라진 타구가 외야 공중에서 딱 잡혔다. 그리고 이에 살짝 흥분한 말투로 말하는 캐스터, 그러면서 관중들의 시선도 그 타구에 집중되었다.

그와중에도 힘있게 뻗어나가는 타구, 전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거의 일직선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타구를 쫓아가던 우익수가 발걸음을 멈추는 순간

터엉-

타구가 관중석 하단을 때리면서

[역전 만루포! 김산욱 선수가 위기의 팀을 구해냅니다!]

캐스터의 흥분한 상태로 크게 소리치고

"와아아아아!"

"아싸아아아!"

수많은 관중들이 단체로 일어나서 환호하기 시작했다.

"아자아!"

산욱은 타구가 넘어가는 순간 입가에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크게 포효했다. 그러면서 오른팔을 하늘 위로 높게 뻗고는 계속 포효하면서 그라운드를 돌기 시작했다.

[김산욱 선수의 빨랫줄 같은 타구, 경기의 구도를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이야... 이건 말이 안나옵니다. 김산욱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역시, 팀이 꼭 필요할때 쳐주는게 팀의 4번타자죠. 완벽한 스윙이었습니다]

캐스터는 산욱을 쳐다보면서 아직도 흥분한 그 상태 그대로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캐스터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해설들, 그들도 연신 감탄사와 함께 대단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와하하하하!"

"됐다아아!"

"김산욱! 김산욱!"

D.라이더즈의 덕아웃은 천천히 도는 산욱을 보면서 모두들 완전히 흥분한채로 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산욱이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다들 쉼없이 산욱의 머리를 치면서 환영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방금 전까지만 해도 흔들리던 타자가 저럴수 있는거야? 그리고 어떻게 잠실에서 밀어서 넘겨...?'

한편, 태강은 홈에서 멍하니 선채로 덕아웃에 들어가는 산욱을 쳐다봤다.

마지막 공 전에 확실이 평정심을 되찾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정도 결과가 나올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아무리 멘탈이 회복됐어도 최상의 컨디션은 아닐터, 그런데 잠실구장에서 밀어서 홈런이라니, 아무리 알루미늄 배트를 쓴다고는 하지만 중학교 3학년이 가능한 수준은 절대로 아니었다.

아무리 체격이 좋고 힘이 좋은 석환이라도 홈런을 밀어서 때리는건 거의 불가능했다. 특히나 거의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타구라면 더더욱 그랬다.

'이건... 말도 안돼...'

그러면서 멍하니 산욱을 쳐다보는 태강이었다.

*

[어느덧 경기는 9회초, 마운드에는 D.라이더즈의 에이스, 안수혁 선수가 여전히 있습니다]

그뒤로 경기는 계속 진행되고 9회초가 시작되려는 찰나, 광고때문에 잠깐 끊겼던 중계방송이 다시 이어지면서 캐스터가 입을 열었다.

[8회말에 김산욱 선수의 그랜드 슬램으로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뀐 상황, 이제 안수혁 선수의 어깨에 오늘 경기의 향방이 달리게 되었습니다]

[레드 타이거즈 입장에서 안수혁 선수는 쉽사리 공략할수 있는 투수가 아닌게 문제일겁니다. 공략할만한 선수라고 해봤자 신태강 선수, 유석환 선수가 전부라고 볼수 있겠군요]

[퍼펙트맨대 신태강, 유석환 선수의 대결, 보는 이들 입장에서는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그들이 말한대로 이번 이닝의 핵심은 태강-석환으로 이루어진 클린업대 수혁의 대결, 지금 이 대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슈퍼스타들의 맞대결이었기 때문에 양 팀의 관계자나 팬이 아닌이상 매우 기대되는 구경거리였다.

'이번 이닝이 가장 중요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이닝이야...'

한편, 수혁은 마운드 위에서 침착한 표정으로 오른손에 송진가루를 묻히고 있었다. 그러면서 눈으로는 타석으로 들어오는 타자를 쳐다봤다.

'현재 가장 위험한 타자는 신태강과 유석환, 이 둘중 하나는 잡아야 그마나 승산이 생긴다. 그리고 특히 유석환, 이녀석만큼은 오늘 어떻게든 잡고 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앞에 나오는 2번을 내보내지 않는것이 첫번째 관건, 아직 투구수는 적다지만, 7이닝동안 야수로 뛰었다. 일단 침착하게 지켜보되 틈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빠르게 파고들어가서 제압한다'

현재 자신의 상황과 이번 이닝을 어떻게 처리할지 머릿속으로 간단히 설정해보는 수혁, 그런 다음에 고개를 돌려서 종빈을 쳐다봤다.

종빈은 수혁의 시선을 확인하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런 다음에 곧바로 사인을 보내기 시작했다.

'일단 초구는 몸쪽 직구로. 아직 달릴수 있지?'

'당연하지. 오늘은 한계가 와도 달릴거야. 무조건 달려야만해'

서로 말을 나누지는 않지만 마주친 두 눈으로 마치 대화를 하는듯한 두 사람, 수혁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오른손에 쥐고있던 로진백을 내려놓았다. 이어서 타자가 들어와서 준비를 다 마치고 자세를 잡자 주저없이 곧바로 와인드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슈욱-

수혁의 손을 떠난 공은 거침없이 앞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맞대응이라도 하듯이 나오는 타자의 배트, 그러다가 공이 몸쪽으로 오는걸 눈치채고는 팔꿈치를 몸쪽으로 최대한 붙였다.

티잉-

하지만 여긴 프로가 아닌 동네야구, 비록 공이 오는 위치를 파악했다 쳐도 대처하기는 어려운법. 공은 타자의 배트 윗부분을 맞고는 위로 붕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종빈이 마스크를 벗고는 고개를 들어서 타구의 위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뒤에!"

그와 동시에 크게 외치는 수혁, 종빈은 타구의 위치를 찾아내고는 위치를 잡은 다음에 안전하게 공을 잡아냈다. 공 하나로 아웃카운트 한개, 매우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나이스!"

종빈은 타구를 잡은 다음에 기뻐하면서 작게 환호했다. 그리고는 수혁에게 공을 던져주고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안수혁 선수, 공 하나로 손쉽게 선두타자를 처리합니다]

[이건 장주훈 선수가 아무래도 실수를 한것 같습니다. 주로 클로즈 스탠스를 취하면 몸쪽에 대처하기가 힘든데 그만 배트를 내버리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수혁이 공을 받지 중계진은 상황을 보고하고 타자의 실수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화면은 마운드 위에 서있는 수혁의 얼굴만이 나오고 있었다.

[음... 갑자기 궁금해지는데 말입니다. 유용식 감독은 왜 안수혁 선수를 마무리로 기용한걸까요?]

잠시동안 별말없이 수혁을 쳐다보던 세 사람, 그러다가 캐스터가 살짝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꺼냈다. 두 해설도 그 질문이 올줄 알았는지 서로 눈으로 신호를 주고받고는 이 해설이 입을 열었다.

[음... 그래서 저도 어제 저녁에 데이터를 조금 찾아봤습니다. 알고보니까 이 두 팀이 오늘 처음 맞붙는게 아니더군요]

[이 위원님 말씀대로 두 팀은 처음이 아닙니다. 예선전에서 같은 조였습니다. 그래서 맞붙은 경험이 있죠]

두 해설은 거기까지 말한 다음에 잠깐 찾을 자료라도 있는건지 종이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찾은건지 작은 끄덕임과 함께 말을 이어나갔다.

[우선 그때 레드 타이거즈는 라인업에 조금 변동이 있었습니다. 신태강 9번에 유석환 2번이었죠]

[그리고 그 경기의 핵심은 9회까지 잘 막던 안수혁 선수가 마지막 9회에 신태강 선수에겐 안타를, 유석환 선수에겐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으면서 패전투수가 되었다는것이 핵심입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나요]

[아마 대부분의 팬들은 잘 모를겁니다. 이 대회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건 예선이 끝난 직후였으니까요]

해설들은 거기까지 얘기하고는 D.라이더즈의 덕아웃 측을 한번 쳐다봤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에 따라서 화면에는 유용식 감독의 모습이 비춰졌다.

[아마 유용식 감독은 그래서 그런것 같습니다. 안수혁 선수에게 부담을 덜 주기 위해서, 그러면서도 두 타자를 맨 마지막에 상대하게 하면서 부담도 줄이고 트라우마도 극복하는 일석이조의 생각을 한듯 싶습니다]

[하지만 그 작전은 너무 위험했습니다. 애초에 안수혁 선수를 받칠만한 투수는 이영훈 선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길어야 2-3이닝이 최대였죠]

[하지만 유용식 감독은 철저하고, 딱 타이밍 좋게 대체 투수들을 만들어서 버티게 하는 능력을 보면 역시 경종고를 괜히 우승시킨 감독이 아니라고 봅니다]

해설들은 거기까지 말한 다음에 자기들끼리 살짝 감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캐스터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또 궁금한 점이 생겼는지 한번 더 질문을 했다.

[그럼 유용식 감독은 왜 굳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만든건가요? 그냥 피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해설들은 그 질문도 예상했는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번엔 박 해설이 입을 열었다.

[지금 유용식 감독이 이러는 이유는 아마 딱 하나일겁니다. 우승을 노리고 있다는거죠. 그러기 위해서 일부러 이런 무대를 만든게 아닐까 싶습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아까 깜빡하고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애초에 래드 타이거즈, D.라이더즈, 골드 스타즈 이 세팀은 같은 조였습니다]

그의 말에 캐스터는 전혀 몰랐다는듯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패자부활전이 시작한 이후로 거의 방송하지 않던 예선전의 중계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전혀 예측하지도 못한 결과였다.

[여기서 더 길게 얘기하기는 힘들거 같아서 간단하게 말해야 될것 같군요]

[아, 때마침 신태강 선수가 타석 안으로 들어섭니다]

이 해설이 말하는데 살짝 끼어들면서 틈을 내주자 캐스터가 고맙다는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현재 상황을 간단히 전달했다. 그리고 태강이 준비에 들어가자 박 해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안수혁 선수는 거기서 엄청난 트라우마를 안았습니다. 그 대상은 다음 타자인 유석환 선수와 골드 스타즈의 타자들입니다.

그리고 지금 여론이나 저희 전문가들의 평가에 따르면 D.라이더즈에서 골드 스타즈를 막을만한 투수는 안수혁 선수밖에 없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안수혁 선수에겐 지금 이 트라우마 극복이 최우선 과제라고 봅니다. 아, 물론 D.라이더즈가 우승을 할 의지가 있다는 전제조건 하에 이루어지는 얘기입니다]

박 해설이 드디어 말을 마치고는 살짝 마르는 목을 물 한모금으로 가볍게 축였다. 그리고 화면을 바라보자

[안수혁 선수, 초구 던집니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그 사이에 수혁이 초구를 던지면서 스트라이크 하나를 뺏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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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화-레드 타이거즈 VS D.라이더즈(24)201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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