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28화
[안수혁 선수, 초구를 몸쪽 꽉 들어오는 투심으로 꽂아넣습니다]
[안수혁 선수의 제구력은 이미 아시다시피 좋은 편입니다. 단지 지금 9회라서 체력이 조금 부족할법도 한데 아직까지 제구에 문제는 없어보이는군요]
심판의 콜이 들리자 중계진은 잠깐 쉬던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잠깐동안 조용하던 중계부스는 다시 말소리로 채워졌다.
'제구에 구위까지 아직 살아있다. 석환이를 제외한 다른 녀석들 같았으면 충분히 움찔할만한 공이었어'
태강은 수혁을 쳐다본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다음에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린채로 다시 자세를 잡았다.
'공격적인 볼배합을 하는 녀석이 체력이 떨어진 상태, 하지만 쟤는 분명히 빠지는 공일거야. 지난번 석환이에게 얽힌 트라우마 때문에 공을 쉽게 못넣을테니까'
어떻게 보면 태강이 매우 유리한 승부, 수혁이 트라우마가 생긴건 석환이라지만 그 당시에 태강도 한몫 하기는 했었다. 거기에다가 다음 타자가 석환이니 분명히 신중하게 가려는 의도가 강할것이라는 태강의 추측이었다.
태강의 말대로 수혁은 긴장이 되는건지 발판에서 발을 떼놓은채로 한숨과 함께 마운드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종종 태강의 상태를 확인했다.
'하아... 이미 던질 공들은 다 정해져있다. 하지만 막상 승부하려니까 혹시나 맞을까봐 두렵다는게 함정이지... 마음이 제대로 안잡혀...'
머릿속으로 이미 준비가 다 끝난 수혁, 하지만 지금 그의 마음이 그를 망설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때 생긴 트라우마가 확실히 크기는 한건지 발판에 발을 자꾸만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하고 잇었다.
"어이! 이제 그만 좀 던지지그래?"
그렇게 십 몇초가 지났을까, 심판이 더이상 못참겠다는 듯한 말투로 수혁에게 소리쳤다. 수혁은 그제서야 작은 한숨과 함께 발판 위로 힘들게 오른발을 올려놓았다.
'하아, 이젠 진짜 미룰수도 없다. 닥치고 가자. 정 안되면 두 타자 전부다 출루시키고 잡으면 그만이야'
수혁은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종빈을 쳐다봤다. 그리고 종빈이 사인을 보내려는 찰나 오른손가락을 왼쪽 어깨에 갖다대면서 먼저 사인을 내밀었다.
'바깥쪽 직구로'
'오케이'
종빈은 아주 잠깐동안 가만히 있다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깥쪽으로 미트를 내밀었다. 수혁은 미트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곧바로 와인드업에 들어가고는 곧바로 빠르게 공을 뿌렸다.
슈욱-
수혁의 손을 떠나간 공은 그대로 쭉 뻗어나가더니 이내 순식간에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파앙-
"스트라이크 투!"
이어서 들려오는 심판의 목소리, 태강은 살짝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배트를 거두었다.
'뭐야, 완전 과감하게 들어오네? 내 예상이 빗나간건가...'
태강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뒤에있는 종빈을 슬쩍 쳐다봤다. 하지만 종빈은 그에게 시선 한줄기 조차 주지 않고 그저 앞만 보면서 수혁에게 공을 던져줬다.
'흐음... 예선 탈락 이후로 패자부활전에서 승승장구, 32강의 퍼펙트 게임을 거치면서 트라우마가 가려지고 자신감을 되찾은 걸수도 있어. 하지만 방금 그 머뭇거림은 아직 트라우마가 남아있다는 증거 같기도 한데...'
태강은 수혁을 쳐다본채로 침착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점차 알고있는것과 추측이 섞여가면서 머릿속만 더욱 복잡해질뿐, 딱히 좋은 해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냐, 트라우마는 쉽게 사라지는게 아냐. 만약, 트라우마가 사라졌다면 저 녀석은 완전 괴물인거라고'
결국 처음 예상한대로 밀어붙이는 태강, 그리고는 배트를 고쳐쥔 다음에 다시 자세를 잡았다.
수혁은 그런 태강을 아무런 표정없이 무건조하게 쳐다봤다. 그러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발판위로 발을 올렸다.
'넌 아마 전혀 생각도 못할거다. 내가 그때 던졌던 공들이 뭔지도 까먹었을테니까'
그러면서 천천히 올라가는 수혁의 다리, 그리고 무릎이 배꼽 근처까지 올라가자 앞으로 쭉 뻗으면서 지면을 세게 디뎠다. 그와 동시에 양 팔을 크게 돌렸다가 왼팔은 옆구리에 딱 붙이고 오른팔을 빠르게 휘둘렀다.
'분명히 이제 뺄때가 됐다. 분명히 뺄때가 됐어!'
그와 동시에 배트를 쥔 손에 힘을 세게 주면서 공을 지켜보는 태강, 분명히 이번엔 빠질거라는 믿음과 함께 미트를 향하는 공을 집중해서 쳐다봤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떨어지는 기미는 하나도 없고 거침없이 뻗어오는 투구, 그리고 막판에 공 두개 정도 꿈틀거리면서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파앙-
이어서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와아아아아!"
"나이스 삼진!"
"나이스 퍼펙트맨!"
두둥- 두두둥-
심판의 삼진 콜과 함께 구장에 있는 관중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라섰다.
"뭐, 뭐야... 설마 진짜로 극복한거야?"
태강은 순간 어이가 없다는듯이 멍한 표정으로 수혁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 덕아웃으로 천천히 돌아갔다.
[그대로 스탠딩 삼진! 안수혁 선수가 큰 산을 넘었습니다!]
[이건 아마 수싸움의 결과라고 봅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두 선수 모두 머리가 좋은 선수들이 아닙니까, 그런데 신태강 선수가 배트를 하나도 내밀지 않은걸 보면 확실히 수싸움에서 완전히 밀려버린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수싸움에서 밀린 결과는 경기 도중에 말했던 팀 컬러 얘기와 조금 전에 말했던 예선전때의 만났던 경험이 한몫 하는걸로 보입니다]
태강이 힘없이 덕아웃으로 돌아가자 화면에는 조금 전의 상황이 리플레이 되어서 나오고 있었다. 중계진은 그런 화면을 보면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오케이, 이걸로 한명 처리 완료다"
수혁은 그런 태강을 보면서 작은 한숨과 함께 내야를 다 돌고 난 볼을 받았다. 그리고 여전히 긴장한듯한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오는 타자를 쳐다봤다.
'사실 진짜 게임은 이녀석이지...'
수혁은 살짝 긴장한채 연거푸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줄 정도로 위험한 타자, 거기에 오늘 홈런이 터질 정도로 타격감도 좋았었다. 비록 그 뒤에 실책이 있기는 했다만 그래도 충분히 위험한 타자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볼배합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거네. 또 다시 홈런을 맞는다고 해도 그 볼배합으로 갈거니까'
수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운드 위로 종빈을 불러냈다. 종빈은 무슨 일인가 하면서 잠시 타임을 외치고는 마운드 위로 올라왔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
종빈은 올라오자마자 살짝 불안한 표정으로 물어봤다. 수혁은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은 다음에 잠깐동안 종빈을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까 신태강 타석부터 내가 계속 사인을 냈을거야"
"그건 그랬지. 그래서 이번 타자도 그렇게 가자고?"
종빈은 살짝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물어봤다. 하지만 수혁은 그게 아니라는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이번엔 그냥 너에게 사인을 다 말하고 가려고"
"어... 왜?"
"그냥,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래"
수혁은 의아해하는 종빈의 어깨를 글러브로 툭 치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사인을 얘기하자 종빈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지기 시작했다.
"야... 너 미쳤어? 마지막에 커브? 그때 홈런 맞은거 기억 안나?"
"내가 이럴까봐 미리 부른거야. 이러다 괜히 흐름끊기 싫어서 부른거야"
"설마... 그럼 지금 이 사인들 전부 예선때 던졌던 볼배합 그대로 가려는거야...?"
수혁이 그럴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자 종빈은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듯이 잠깐동안 놀라있다가 거의 충격을 받은듯한 표정으로 수혁을 쳐다봤다. 수혁은 이에 대답하듯이 딱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 그러다가 또 홈런 맞으면..."
"괜찮아. 이번엔 다 각오했고, 그냥 한번 더 승부해서 후련하게 끝내버리고 싶어. 만약 또 홈런이 나온다고 해도 이번엔 절대로 멘탈이 망가지거나 그러지는 않아.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승부했다는게 중요한 거니까"
종빈이 걱정하는듯이 말하자 수혁이 그의 말을 끊고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말이 끊긴 종빈은 그저 수혁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어쩔수 없다는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래, 뭐 결승 상대를 생각해보면 그게 맞는거 같기도 하고... 그래, 네 말대로 가자"
"...고맙다 인마"
한숨 끝에 나온 종빈의 수락, 수혁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종빈과 글러브를 한번 마주치고는 종빈을 다시 자리로 돌려보냈다.
"플레이볼"
종빈이 다시 자리로 돌아가자 이어지는 경기, 수혁은 타자를 한번 쳐다본 다음에 종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종빈은 이미 준비가 다 끝났다는 표정으로 수혁이 얘기한 그 위치로 미트를 내밀었다. 수혁은 간단히 위치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글러브 안에서 그립을 쥐었다. 그리고는 가만히 선채로 타자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때는 자세한 데이터가 없어서 고생했다지만 이번엔 다르다. 그때는 타이밍이 무너지길 기다렸다가 던졌지만 이번에는...'
'허, 지금 보니까 예선때 썼던 방식을 한번 더 쓰려는거네. 하지만 이번에는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타이밍을 놓치는 일따위는 없을거다'
한편, 타자는 예선때의 일을 떠올리면서 눈에 불을 켜고는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타석에서의 집중력이 한창 올라간 그였지만 지금만큼은 그것보다 훨씬 더 수혁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5초, 10초가 지나도 공을 던지지 않는 수혁, 하지만 타자도 이번에는 제대로 독기를 품고서는 잠깐의 틈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한창 집중하고 있을 즈음
'지금!'
수혁의 왼다리가 올라가는 대신에 앞으로 빠르게 나오고 팔까지 돌아가면서 잽싸게 공을 던졌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됐다!'
이어서 미트 안으로 공이 꽂히고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이 들려왔다. 수혁은 속으로 한번 좋아하고는 이내 흥분을 가라앉히면서 다시 침착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주자가 없다고 무조건 와인드업을 할 필요는 없어. 그땐 체력이 없고 구속이나 구위도 부족해서 그랬던거고,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제길, 제길! 예선때처럼 완전히 당했어! 그딴 얍삽한 수에 또 당하다니!'
반면 타자는 예선에 이어 이번에도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면서 수혁을 노려봤다. 그러면서 배트를 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면서 수혁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무조건 넘겨준다. 이번에도 무조건 넘겨준다!'
'오케이. 이로서 그때 볼배합, 특히 결정구는 더더욱 떠올릴수 없게 만들었다'
사실상은 수혁이 허를 찌르는 수였지만 농락당한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타자를 완전히 흥분시켜버리는 한수, 수혁은 타자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점을 눈치채고는 됐다는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런 다음에 이번에는 종빈이 미트를 내밀자마자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고는 공을 던졌다.
슈욱-
수혁의 손을 떠나간 공은 종빈의 미트를 향해서 빠르게 뻗어나갔다.
부우웅-
그리고 그와 동시에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타자의 배트, 그돠 동시에 마치 열추적 미사일처럼 배트가 공을 향해서 빠르게 궤적을 맞춰나갔다.
그렇게 점점 가까워지는 배트와 공, 그러다가 공이 거의 홈플레이트에 다다랐을 즈음, 타자의 몸쪽으로 공 두개정도가 휘면서 존 안으로 들어갔다.
'흐읍!'
타자는 갑자기 휘는 공에 살짝 놀라면서 이를 악문채 배트를 최대한 공에 갖다맞추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타앙-
그러면서 둔탁한 소리와 함꼐 타구는 1루쪽 파울라인을 넘어서 폴대 바깥의 담장을 맞혀버렸다.
[유석환 선수, 비록 파울이지만 엄청난 힘을 과시합니다]
[안수혁 선수가 잘 찔러넣은 투심을 빚맞히고도 저기까지 공을 밀어내네요]
[안그래도 빚맞은 타구인데 이렇게까지 하는게 참 대단합니다]
캐스터는 대형 파울에 고개를 살짝 가로저으면서 감탄했다. 그리고 헤설들도 마찬가지인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후아아... 그 빚맞은걸 저기까지 날리냐... 진짜 힘 하나는 완전 타고난 녀석이야...'
마운드 위에 있는 수혁도 마찬가지로 담장을 맞추는 타구를 보고는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단지 중계진과는 다르게 대단함의 의미가 아닌, 다행이라는 의미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거는 그거고, 이번 공이 제일 중요하다. 정신 차리자!'
그러나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이번엔 글러브 안에서 커브 그립을 쥐었다. 그런 다음에 종빈이 미트로 바닥을 두어번 툭툭 치자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마지막 공이다. 만약 이게 안먹힌다면 그 뒤는 종빈이에게 맡긴다고 했었고...'
그립을 쥔 다음에 눈을 감고는 이어지는 한숨, 그와 동시에
'하지만... 가능한 한 무조건 이번 공으로 마무리짓자'
속으로 각오를 하고는 감았던 눈을 다시 천천히 떴다.
'허, 뭐 벌써 승부라도 들어오려고? 방금 그 타구를 보고도?'
타자는 수혁의 그런 행동을 보고는 단숨에 의도를 파악한듯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이번엔 배트를 더욱 세게 움켜쥐면서 이번엔 무조건 넘기겠다는듯이 수혁을 노려봤다.
수혁은 그런 타자를 슬쩍 쳐다보고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잠시동안 그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다시 종빈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던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숨을 길게 내쉬었다.
'자, 이제 그 트라우마좀...'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아주 천천히 올라가는 왼쪽 다리, 이어서 무릎이 배꼽을 지나쳐 올라가자 앞으로 내려 놓으면서 지면을 강하게 밟았다.
그러는 와중에 크게 원을 그리듯이 자연스럽게 취해지는 팔동작, 그러다가 왼발이 땅을 디디고 중심이 앞으로 쏠리자 왼팔을 옆구리에 붙이면서 오른팔을 매우 빠르게 휘둘렀다.
마지막으로 공이 손에서 떠나려는 순간 손목과 손가락으로 공에 변화를 주면서 공은 수혁을 손을 떠나갔다.
'떨쳐내버리자!'
"으아악!"
공이 수혁의 손을 떠나는 순간 속으로는 간절한 외침이, 겉으로는 거의 악에 뻗치는 기합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수혁의 손을 떠나간 공은 거침없이 앞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온다, 온다, 온다!'
그와 동시에 마치 사냥을 하는 맹수처럼 매섭데 튀어나오는 타자의 배트, 빠르다는 표현보다는 거의 폭주해서 미쳐 날뛴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매섭고 빠르게 나오기 시작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수혁은 자신의 투구를 지켜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할 정도로 집중했다. 그러다가 타자의 배트가 거의 다 나온 순간
'지금! 지금 떨어져!'
휘익-
공이 각도 50도 정도의 대각선으로 휘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 안돼! 안돼!'
타자는 갑작스레 떨어지는 타구에 어떻게든 대처하려고 이미 거의 다 나온 배트를 더이상 나오지 못하게 허리로 최대한 고정했다. 그와 동시에 배트를 최대한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건지
티잉-
결국 배트 밑부분에 간신히 맞으면서 커다란 바운드를 일으켰다.
"젠장!"
타자는 완전히 빚맜았다는걸 눈치채면서 한편으로 바운드가 크기 때문에 혹시 모른다는 생각으로 1루를 향해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마볼! 마이볼!"
그와 동시에 마스크를 벗고는 벌쩍 일어나는 종빈, 그리고 공중에 뜬 타구를 찾은 다음에 타구가 떨어지자 곧바로 받아냈다. 그리고 그대로 전력으로 1루에 송구, 산욱은 공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받기 위해서 다리를 최대한 찢은채로 미트를 내밀었다.
종빈은 공을 받자마자 곧바로 공을 꺼낸 다음에 수혁이 투구를 하듯이 1루를 향해 전력으로 송구했다. 그리고 산욱이 공을 받는 순간에
다다다- 타악-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타자의 발도 베이스를 밟고 지나갔다.
"..."
"..."
"..."
그러자 잠시동안 경기장에 이어지는 정적. 선수단도, 관중들도, 중계진도 모두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단지 모두들 긴장한채로 1루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
1루심은 판정하기가 살짝 애매한건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1루 베이스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의 이마에 맺혀있던 땀이 주륵 흘러내리는 순간
"아웃! 게임 셋!"
주먹을 쥔 오른팔을 힘껏 들어올렸다가 아래로 내리 꽂아버렸다.
[유석환 선수 아웃! D.라이더즈가 기적의 역전승을 거두면서 결승전에 진출합니다!]
"와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흥분한듯이 소리치는 캐스터, 그리고 D.라이더즈의 관중들도 구장이 떠내려가라 환호하기 시작했다.
"아자아!"
"해냈다아!"
그리고 그건 선수들도 마찬가지, 수혁의 포효를 시작으로 모든 선수들이 다같이 환호하면서 마운드 위로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수혁을 중심으로 단체로 미친듯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겼다아!"
"이겼어!"
"결승이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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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화-위험상황, 가슴 한켠의 껄끄러움(1)201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