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31화 (231/255)

우리 동네 야구팀-229화

"..."

경기가 끝나고 다음날 오전 수혁의 방, 수혁은 멍하니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현재 휴대폰 화면에는 여운의 사진이 있었다. 하지만 수혁의 얼굴은 전혀 웃고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뭔가 어딘가 찝찝한 느낌이 남아있는듯한 조금 오묘하게 이상한 표정이었다.

'왜, 왜 여운이의 얼굴을 보는데 자꾸만 유예영 걔는 왜 걸리는거야... 왜, 도대체 왜 그런거나고?'

현재 머릿속으로는 자신은 여운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태, 하지만 마음은 그게 아닌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만 있었다.

여운의 사진이나 얼굴을 볼때마다 자꾸만 예영과 처음 만났을때, 처음으로 입을 맞췄을때, 그 예영이란걸 눈치챘을때, 그리고 커플로 오해받을때 나에게 해오던 표정과 스킨십까지. 여운이와의 추억보단 항상 예영과의 추억이 자꾸만 떠올랐다.

뭔가가 이상한 상황, 아무리 생각해봐도 뭔가가 잘못된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왜...? 도대체 언제부터가?'

수혁은 속으로 외쳐봤지만 돌아오는건 여전히 계속되는 혼란뿐, 그러면서 이해가 안간다는듯이 애꿎은 뒷머리만 벅벅 긁어댔지만 그런다고 나아질리는 없는법, 결국 미치겠다는듯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뒤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아 진짜 미치겠네..."

*

[D.라이더즈, 접전 끝에 레드 타이거즈 격파]

[안수혁 2이닝 2K 무실점]

[결승은 골드 스타즈 VS D.라이더즈, 과연 결과는 어떨까]

"의외네? 아무리 기세를 탔다고 해도 레드 타이거즈를 이기는건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말야"

"그래도 우리 입장에선 좋은거지. 레드 타이거즈가 더 까다롭잖아"

"그건 그렇긴 하네. 그래봤자 둘다 우리한테 졌던 애들이긴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몇분뒤 강남의 어느 한 피시방, 여느 학생들처럼 평범해 보이는 남학생 몇몇이 자리를 잡고 앉은채 각자의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그들의 열어놓은 화면은 게임이 아닌 스포츠 기사, 제목은 다르지만 온통 이번 황룡기 기사들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골드 스타즈의 선수단, 황룡기를 통해서 거의 스타 취급을 받고있는 그들이었지만 지금만큼은 다들 게임에 집중하느라 아무도 그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안수혁 얘가 우리 타선따윈 그냥 막아버린다는 댓글이 있냐... 본선부터 들어온 사람들 한번 더럽게 많네"

"얼씨구. 현아, 저기 보니까 안수혁이 너랑 대결하면 이긴다는 헛소리도 나오고 있다"

"뭣도 모르는 놈들이 뭔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대냐..."

"그냥 예선때 탈탈 털리던 영상이나 올려버릴까?"

보통 결승 상대가 정해졌다고 하면 어느정도는 살짝 긴장이 되는게 보통의 경우, 하지만 지금 그들은 전혀 긴장하는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D.라이더즈를 깔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괜히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마. 어차피 결승때 털리는건 뻔하잖아. 쪼잔한짓 하지마"

"...뭐 그렇긴 하지"

"아... 아깝네. 만약 올린다면 데미지 제대로 터트리는 건데 말이야"

그러다가 조용히 입을 혀는 어느 한 사람, 모두들 그의 말에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면서 그렇긴 하다면서 동의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잘됐네. 이참에 예영이도 구장으로 불러서 내가 던지는것도 좀 보여주면 어느정도 넘어오겠지'

속으로 혼자서 조용히 생각하는 현, 그러다가 키보드 옆에 놓은 휴대폰을 챙겨들고는 문자를 보낸 다음에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

"여, 이젠 아주 그냥 스타네 스타야"

"너네가 이겼으면 지금쯤 네 얘기로 가득 찼겠지"

"그럴줄 알면 좀 맞아주지 그랬냐"

"얼씨구, 지랄한다"

그리고 며칠뒤 화요일, 서울 어딘가의 한적한 카페, 안쪽 테이블에 수혁과 태강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근데 오늘따라 뭐 이렇게 차려입었냐? 어디 여친이라도 만나러 가냐?"

"인터뷰니까 그렇지. 사진 찍을때 잘 나오려고 그런다 왜?"

"그런거 치고는 귀가 좀 빨갛다?"

"뭐래..."

"어, 어, 맞나보네!"

며칠전에 그렇게 치열한 경기를 하고도 별 어색함없이 잘만 앉아있는 두 사람, 그러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나누고 있었다.

"안수혁 선수, 신태강 선수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어유, 이거 늦어서 죄송합니다. 살짝 일이 꼬여서 조금 늦었네요"

"괜찮습니다. 얘는 온지 얼마 안됐고 저도 그럽니다"

그렇게 몇분 정도 떠들자 구석의 문이 열리면서 정장을 입은 남자와 그 뒤에 조수처럼 보이는 한 여자가 뒤따라 들어왔다.

남자는 어색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사과했다. 이어서 뒤에 서있던 여자고 고개를 살짝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태강은 그런 그들에게 괜찮다고 말하면서 인사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수혁은 별 말없이 묵묵히 인사만 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질문 리스트와 수첩 등을 꺼내면서 일사분란하게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수혁과 태강은 그런 둘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후우, 드디어 끝났네요"

잠시뒤, 드디어 준비가 다끝난건지 남자가 짧은 한숨을 내뱉으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여자에게 눈치를 주자 여자는 앞에 놓인 녹음기 버튼을 눌렀다.

삑-

"안녕하십니까 안수혁 선수, 신태강 선수. 저는 스포츠 세계의 박지호기자, 제 옆에는 박현주 인턴입니다"

"박현주 입니다"

남자는 녹음기의 버튼이 눌렸다는 신호음이 울리자 곧바로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옆에 앉은 여자를 소개하자 여자도 간단히 인사했다.

여자가 인사를 하고나자 남자는 곧바로 질문 리스트가 적힌 종이를 슬쩍 쳐다보고는 수혁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 다음에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안수혁 선수에게 질문입니다. 예선에서 1승 2패로 탈락, 그뒤로 패자부활전부터 승승장구를 하면서 결승까지 올라왔습니다. 그 승리의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하하.. 이거 첫 질문부터 조금 세게 들어가네요"

수혁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살짝 웃으면서 잠시 생각하는 하는듯한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금방 떠오른건지 얼마 가지 않아서 입을 열었다.

"음... 좋은 감독님과 좋은 팀원들을 만나서 끈끈하게 뭉친 덕도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우승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저희를 이렇게 끈끈하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 그런데 그게 살짝 애매하네요. 우승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어느 팀이나 다 똑같지 않을까요?"

기자는 수혁의 대답을 다 듣고는 뭔가 더 캐낼게 있다는건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지 않고 조금 더 깊이 파고들어가서 물어봤다. 수혁은 그 말에 인정하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

"음... 기자님은 이 대회 우승 특혜에 대해서 아시죠?"

"음... 우선 팀에 상금 1억원과 함께 선수들에게는 체육특기생 자격이 주어지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팀에는 바로 그 자격을 매우 간절하게 원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 친구들의 목표를 이뤄주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서 공을 던지고, 경기에 임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 체육특기생... 어떻게보면 상금보다 더 탐날수도 있겠군요"

남자는 그제서야 확실히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펜으로 수첩에다가 간단히 메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본 여자도 옆에서 똑같이 수첩에다가 자기 나름대로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다른 질문이 떠오른 남자, 그는 잠깐 질문 리스트를 살짝 보고는 수혁에게 한번 더 질문했다.

"그런데 안수혁 선수는 체육 특기생으로 갈 생각이 없으신가요? 지금 구속도 120대 중반에 들어섰고, 제구도 좋은데다가 변화구도 다양하게 장착하고 있으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돌아오는 대답은 무덤덤한 대답 회피. 남자는 예상 밖의 대답에 살짝 흠칫하면서도 프로답게 계속 적어나갔다.

잠시뒤, 기자는 다 적었는지 이번에는 태강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 다음에 이번에도 질문 리스트를 슬쩍 보고는 태강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번엔 신태강 선수에게 질문을 하겠습니다. 신태강 선수 하면 매우 안정적인 투수리드, 그리고 좋은 타격능력과 수준급 도루능력을 갖춘 선수죠. 완전 팔방미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 팀을 만들때도 신태강 선수 거의 혼자서 만들고 끌었다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실수 있나요?"

기자의 칭찬에 살짝 어색하면서도 뿌듯한 미소를 짓는 태강, 그리고는 살짝 웃으면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하하, 뭐 별거 아닙니다. 그냥 야구를 좋아하는 애들은 많은데 딱히 야구를 할 곳이 없어서 야구팀을 만든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끼리 청백전도 하고 근처 야구동아리에 요청해서 시합도 하다보니까 옆학교에서도 동네야구팀이 만들어지고... 뭐 그러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아... 그렇군요"

"그리고 그건 제 옆에있는 안수혁 선수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는데요. 야, 얘기좀 해봐"

"나?"

태강은 그렇게 말하면서 팔꿈치로 수혁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살짝 놀라면서 당황하는 수혁, 그리고는 기자를 슬쩍 쳐다보자 어느새 다 적고는 마치 말하라는 눈빛으로 수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 진짜, 별것도 아닌데 뭘 또 그걸 말하라고 하냐"

"아 뭐 어때. 일단 말해봐"

"쩝..."

수혁은 살짝 망설이는 듯하다가 작은 한숨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기자는 수혁이 말하는 내용을 끊임없이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 적은 다음에 꽤나 신기하다는 의미의 감탄사와 함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와... 이거 괜찮은 기사거린데요? 왜 이런걸 숨겨두고 계셨어요?"

"어... 그런가요? 그게 뭐 기사거리가 되려나요?"

"아 그렇고 말고요. 막 자극적이진 않은 스타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단독취재한것도 생각보다 좋은 소재입니다"

"아, 그렇긴 하겠네요. 실제로 그런 기사들을 본적도 있는거같고"

기자의 말에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잠깐 숨을 돌리려고 했으나 기자는 또 물어볼게 있었는지 곧바로 또 질문을 해왔다.

"아, 이건 여담인데 두분이 생각보다 굉장히 친하시네요. 제가 아는바로는 두분이 딱히 만날곳이 많지는 않았는데, 만난지 오래 되셨나요?"

"아뇨, 4강 미디어데이때 처음 만났는데 태강이 얘가 친화력이 너무 좋아서 어쩌다보니 이정도까지 된거 같네요"

"뭐, 수혁이 애도 친화력 하난 만만치 않더라고요"

기자의 말에 살짝 웃으면서 가볍게 대답하는 두 사람, 아무래도 비교적 가벼운 질문이라서 그런지 편하게 대답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그 질문까지 끝나고 나자 기자는 잠깐 옆에앉아있는 여자를 슬쩍 쳐다봤다. 그리고 눈치를 주자 다시 녹음기를 끄는 여자, 녹음기가 꺼지는 소리가 들리자 둘다 손에서 펜을 내려놓았다.

"하아, 힘드네요. 잠깐만 쉬었다가 해도 되죠?"

"네,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저희도 이런 인터뷰는 처음이라서 똑같이 힘드네요"

기자가 잠깐 양해를 구하자 둘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들 수락하자 그는 실례한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아직도 더운건지 손으로 옷깃을 잡고 펄럭거리면서 여자의 메뉴를 묻고는 카운터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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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화-위험상황, 가슴 한켠의 껄끄러움(2)20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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