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32화 (232/255)

우리 동네 야구팀-230화

"여기 괜찮지?"

"음... 좋네"

같은 시각 근처의 한 레스토랑, 그곳에선 현과 예영이 만나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예영의 입장에선 거의 꿈도 꾸지못할 정도로 보이는 이곳, 그래서 그런지 시큰둥한 겉모습과 다르게 속으로는 엄청나게 놀라고 있었다.

'아무리 강남 도련님이어도 그렇지, 아무런 부담없이 이런데서 점심을 먹을수가 있냐...'

예영은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조심스럽게 잘라서 입 안으로 집어넣으면서 현을 슬쩍 쳐다봤다. 그러자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여자들 꼬시는데는 이런게 최고라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확실히 넘어오긴 넘어오네. 다른 여자들이랑 비슷해서 조금은 실망스러운데'

현은 어느정도 넘어온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약간의 실망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조금 다른 반응을 보이면은 아쉬우면서도 더욱더 흥미로운 느낌이 생길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조금 식상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그래도 그동안 튕긴걸 생각하면 다른 애들보단 확실히 나은거 같긴 하다만... 거기다가 왠지 모르게 끌리는 매력도 가지고 있고... 이런 여자도 한번쯤은 만나봐야 하지 않겠어? 남자를 울리는 여자를 내것으로 만드는것도 충분히 재밌는 일이지'

처음 만난 날 그 이후로 현은 소개해준 사람을 통해서 예영의 번호를 알아내고 간단한 정보들을 알아냈다. 처음에는 싫어하면 어떡하나 하면서 걱정하는듯 했지만, 조금 값이 있는 선물을 주자 망설이면서도 알겠다는 의미와 함께 곧바로 술술 새어나왔다.

그런 다음에 예영의 번호로 만나자고 문자도 보내보고 같이 어디 가보자는 데이트 신청도 해봤지만 모두 무산, 고급 승용차에 앞에 기사를 태우고 가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해보라는듯이 도발하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렇게 계속 도발을 하고 철벽을 치던 예영이 오늘은 이렇게 나온 것이었다. 태강으로서는 드디어 성과가 좀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만한 모습이었다.

'흠... 이제 슬슬 꺼내볼까?'

현은 예영의 눈치를 살짝 보다가 잠시 웨이터를 불러서 귓속말로 뭔가를 지시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라지는 웨이터, 그러더니 얼마 안가서 작은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

예영이 뭔가 하면서 의아한 표정을 짓자 현의 지시에 따라 상자를 여는 웨이터, 그 안에는 화려하면서도 비싸보이는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너한테 어울릴거 같아서 하나 사봤어"

현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그리면서 선물이라고 말했다. 예영은 이젠 놀랍지도 않다는듯이 그를 쳐다봤다.

"...됐어. 난 이런거 필요없어"

"이것도?"

설마 이건 거절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한건지 현은 살짝 놀라면서 예영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직접 걸어주면 먹힐까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완강한 태도의 예영, 결국 웨이터를 물리고는 예영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예영은 그의 시선이 자기에게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저 묵묵히 입안에 들은 음식을 천천히 씹을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현은 그런 예영을 보면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이거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거야?'

그 어떤 선물도 받지 않는 예영이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가 않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고 있었다.

'설마 이것까진 거절하지 않겠지? 일단 이런곳에 순순히 온걸 보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을거 같기는 한데..."

결국 속으로 한숨을 내쉬는 현, 그리고는 이건 절대로 안넘어갈수 없을거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한번 더 입을 열었다.

"다 먹고 같이 쇼핑이나 하러가자. 원하는거 있으면 하나 사줄게"

"..."

그러자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듯한 반응을 보이는 예영, 그러다가 옆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서 뭔가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이씨, 가면 안되는데 저건 확실히 끌리네. 안그래도 사고싶은 옷이 있기는 한데 월급은 적금에 갇혀있고...'

확실히 효과가 있기는 한건지 예영은 아랫입술을 살며시 깨문채 생각없이 휴대폰 화면만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들어가지는 갤러리, 그리고 각종 기사에서 스크랩해온 수혁의 사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케이, 확실히 지금과는 반응이 다르네'

현은 그런 예영을 보면서 속으로 씨익 미소를 그렸다. 그러면서 예영이 뭘 하는지 한번 보려고 상체를 앞으로 뻗었다.

'어, 어, 잠깐!'

뭔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듯한 기분이 들자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 예영, 그리고는 곧바로 전원 버튼을 누르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급한 마음에 제대로 눌리지 않았다.

꾹-

예영은 다시 침착하게 화면을 돌리고는 고개를 들어서 현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 사이에 전원 버튼을 누르고는 화면을 꺼버렸다.

현은 예영쪽으로 고개를 내민채로 싱긋 웃으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당황한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다시금 침착해졌다.

'오케이, 이제 슬슬 넘어오는구나. 그래. 이런거에 넘어오지 않을 여자는 없지. 결국 철벽을 치든, 비싼척을 하던간데 나처럼 잘생기고 돈많은 녀석한테는 안넘어올수가 없어요'

현은 그런 예영이 자신에게 점차 흔들리는줄 알고 속으로는 겉과 다른 유형의 미소를 지었다. 마치 자신이 판 함정에 멧돼지가 달려드는 모습을 보는 사냥꾼과도 같은 표정이었다.

"자, 잠깐만 화장실좀 갔다올게"

예영은 얼굴을 붉히면서 급하게 일어나더니 화장실이 있는 곳으로 잽싸게 가버렸다. 그제서야 내밀었던 상체를 다시 뒤로 당기는 현. 그리고 피식 하는 웃음과 함께 들어가는 예영을 쳐다보던 도중에

부우웅- 부우웅-

어디선가 진동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현은 혹시 예영이 휴대폰을 두고갔나 하면서 자리에서 살짝 일어난 다음에 예영의 옆 자리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그녀는 휴대폰을 두고 나갔는지 전화왔다는 표시와 함께 휴대폰이 울리고 있었다.

'일단 주변에 피해가 될수는 있으니까...'

태강은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예영의 자리로 가서 그녀의 휴대폰을 집었다. 그리고 그냥 끊으려는 순간 뭔가 심상치 않은 문구가 그의 눈에 띄였다.

[연주언니(정보수급실)]

"정보... 수급실?"

그러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현, 그러면서 자동적으로 화면에 손가락이 가더니 이내 전화를 받아버렸다.

[아, 예영아. 방금 막 골드스타즈 연습경기랑 예선전 추가정보가 들어왔는데, 지금 메일로 보냈거든? 한번 확인해봐. 근데 이거 예선전에서 한거 보니까 그 네 친구, 수혁이라는 애가 거의 감당하기 힘들어 보이는데? 연구 잘해야겠어]

"...?"

그가 전화를 받자마자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서 현이 충격을 받을만한 내용의 말들도 들리기 시작했다.

"...네?"

[어? 누구세요? 누구에요?]

현은 놀란 나머지 입 밖으로 작게 작은 한마디가 새어나왔다. 그러자 놀라면서 갑자기 당황하는 말투로 변하는 여자. 현은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추가정보? 안수혁? 연구?"

[누, 누구신데 갑자기 얘 전화를 받고 그러세요?]

태강의 물음에 더더욱 당황하면서 이젠 말까지 더듬기 시작하는 여자. 태강은 화를 참는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유예영 얘는 지금 D.라이더즈의 전력분석을 담당하고있다는건데... 그럼 나한테 접근한건..."

[서, 설마... 김현선수?]

현의 말에 여자는 눈치를 챈건지 설마 하면서 말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현의 분노가 막 터질려는 찰나

타악-

"왜, 왜 남의 전화를 함부로 받고 그래!?"

급하게 달려나온 예영이 휴대폰을 낚아채고는 현에게 소리쳤다.

[예, 예영아?]

"언니,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요. 일단 지금은 끊어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다시 말문이 트인듯한 여자, 예영은 나중에 전화한다는 말만 하고는 통화를 그대로 종료해버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는 태강을 쳐다봤다.

현은 충격과 분노가 섞인 표정으로 예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떨리는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아씨, 이거 완전히 망했다...'

예영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뒤로 조금씩 물러섰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잡히는 손목, 그리고는 지나가는 웨이터에게 일단 기다리라고 하면서 지갑을 준 다음에 예영을 밖으로 끌고나갔다.

예영은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봤지만 둘의 힘차이가 너무나도 큰 나머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끌려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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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화-위험상황, 가슴 한켠의 껄끄러움(3)201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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