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35화 (235/255)

우리 동네 야구팀-233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전혀 모르겠다. 애매한 상황에서 애매한 사이인 애랑 같이 걷고, 사과를 받는 이 상황에서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아..."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한숨,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서 예영을 쳐다봤다. 예영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발걸음을 뻗으려는 순간

"아앗...!"

발목을 삐인건지 살짝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너 어디 다쳤어?"

괜찮은줄 알았는데 갑자기 몸의 중심이 살짝 오른쪽으로 치우쳐졌다. 하지만 예영은 신경쓰지 않으면서 천천히 걸어나갔다. 안그래도 현재 몸에 힘까지 없는지라 넘어질것만 그냥 계속해서 걸어나갔다.

"잠깐 멈춰봐"

나는 그런 예영의 팔을 잡고는 왼쪽 발목을 쳐다봤다. 그러자 잘 티는 나지 않지만 조금 부어있는 발목, 하지만 예영은 신경쓰지 않으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예영의 팔을 더욱 새게 잡아서 더이상 걷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 가서 쪼그려 앉은 다음에 등을 내밀었다.

"업혀. 그런 상태로 어떻게 걷는다는거야"

"괜찮아. 이제 너도 갈길 가봐"

하지만 돌아오는건 괜찮다는 거절, 그리고는 내 옆을 지나서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절뚝거리는다리, 나는 다시 예영의 팔을 붙잡았다.

"이젠... 더이상 갈곳도 없어. 그러니까 그냥 업혀"

"...뭐?"

내 말에 예영의 목소리가 살짝 움찔거리듯이 들려왔다. 그리고는 아까보다 더욱 고개를 숙이면서 더욱 걸으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럴 생각따위 없었다. 그러면서 더욱더 힘을 주면서 못가게 막기 시작했다.

내가 힘을 주자 잠잠해지는 예영, 그리고는 고개를 반대로 돌린채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미안"

"...뭐가"

"나같은 년 때문에 헤어지게 해서. 괜히 일 벌려서 뒷수습까지 하게 해서, 괜히 만나고 싶지 않은 애들 만나게 해서, 싫다는데도 멀리까지 끌고가서, 괜히 앵겨붙어서, 너를 다시 만나서, 이 모든게 다 미안"

우리가 다시 만났던 날부터 오늘까지의 일을 줄줄히 다 말하는 예영,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머릿속이 점차 멍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에서 뭔가 떨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잘 느껴지지는 않지만 매우 미세한 떨림, 아마 울고있는것 같았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빠지는 팔,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뭐, 뭐지...?'

나는 힘없이 걸어가는 예영을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면서 머릿속과 몸 모두 굳어버린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느껴지는 뭔가 이상한 감정, 울고 있다는 것을 느껴서일까, 애가 그만큼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게 찝찝한건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점점 멀어져가는 예영,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한마디가 귓가에 멤돌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사람이었다는 증거야...]

'뭐, 뭐지? 왜 갑자기 이 말이 떠오르는거야? 그것도 쟤 목소리로... 언제 들은적이 있다고?'

두근- 두근-

그러면서 갑자기 두근거리는 심장, 그리고 그 순간 예영이를 떠올리면서 심장이 뛰던 순간들, 그리고 예영이에게 화를 내면서 내치고 갈때, 그 이후로 뭔가가 자꾸 걸리는듯한 느낌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면서 가슴 한켠에 불편했던 감정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아..."

그러자 왜 지금까지 가슴 한켠이 불편했는지 알수 있을것만 같았다.

'유예영... 걔, 걔 때문이었어...?'

그러면서 갑자기 빠르게 박동하기 시작하는 심장, 그러면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몸이 예영이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달려가는 도중에도 도저히 멈추지 않는 심장소리, 그러면서 숨이 차올랐지만 발은 전혀 느려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예영이의 앞에 다다르자 그제서야 발을 멈췄다.

"..."

예영이는 나를 보더니 고개를 숙여버리고는 옆으로 비켜섰다. 그리고는 다시 계속해서 걸어갔다. 나는 그런 예영이의 손을 꽉 잡고는 내쪽으로 끌어당겼다.

"너, 원래 그런애 아니잖아. 헤어졌으면 얼씨구나 하면서 계속 달라붙는게 원래 너다운 모습이었잖아"

내 말에 살짝 화가난건지 눈으로 고개를 천천히 드는 예영, 그리고 역시나 울었는지 붉어진 눈가로 나를 째려봤다.

"그래서, 뭐 지금 또 매달려 달라고? 그래봤자 결과는 똑같잖아. 넌 또 찰거고, 나는 겨우겨우 마음먹고 만든 철판도 다 부서져 버리겠지. 그런데, 그런데 또 매달릴거 같아?"

"..."

예영이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점차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멍하니 예영이의 얼굴을 쳐다봤다.

예영이는 이젠 지쳤다는 표정으로 화를 내면서 한편으로는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점점 언성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젠 지긋지긋해. 차라리 너를 잊는게 더 나을거 같다고. 그러니까 가. 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려!"

예영이는 제대로 화가 났는지 소리를 지르고는 다시 몸을 돌려세웠다. 그리고 팔을 뿌리치려는 찰나, 내가 다시 힘을 줘서 또 한번 더 돌려세웠다. 그러고는 살짝 떨리는 한숨을 쉰 다음에 내 마음속에 있는 심정을 그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왜 걔를 두고 여기까지 온거 같은데? 너 바보야?"

"..."

"여운이 걔랑 같이 있어도 자꾸만 너가 걸려서, 너가 자꾸만 생각나고 마음이 걸렸었다고"

"...뭐?"

"너가 그때 너인걸 안 이후로부터 여운이가 떠오를때마다 계속 너가 떠올랐고, 너랑 얘기할때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되고, 그러면서 겉으로는, 머릿속으로는 참으려고 하지만 내 마음은 자꾸만 너가 떠오르고... 그런다고"

내 말에 아까 그 표정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놀란듯한 표정을 짓고있는 예영이, 그리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 내가 이렇게 감정표현을 말로 하는 타입은 아닌데, 특히나 이런 감정을 말로 하는건 더더욱이나 못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막상 말하고 나니까 갑자기 민망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씨, 정작 말하고 나니까 더럽게 쪽팔리네...'

나는 갑자기 몰려오는 민망함게 팔을 잡은 손을 풀고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버렸다. 그리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이 감정을 정리할 때까지만, 그때까지만 기다려줘. 감정이 다 정리 되고나면 그때 말할게. 그러니까 지금은 일단 업혀"

나는 거기까지 말한 다음에 앞으로 가서 등을 내밀었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내 등에 약간의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움직임이 멈추자 나는 예영이의 다리를 팔로 감싸고는 자세를 잡은 다음에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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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화-결승 미디어데이(1)201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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