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36화 (236/255)

우리 동네 야구팀-234화

그 일이 있은뒤 며칠뒤인 금요일, 서울의 L여대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건물 정면에 크게 걸려있는 현수막, 그 현수막에는 커다란 [황룡기 결승 미디어데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쓰여있고, 그 밑에는 [장소-3층 대 강당] 이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현수막을 말없이 바라보는 수혁, 그리고 그의 옆에는 이번에도 산욱이 같이 있었다.

경기가 끝난 이후부터 주장을 제외한 선수들중 단 한명을 투표로 추첨한 결과, 이번에도 산욱이 당첨되어서 같이 나오게 되었다. 매 경기마다 중요한 홈런을 쏘아올리다 보니 수혁의 뒤를 바로 잇는 인기를 만들어낸게 한몫 한 결과였다.

"야, 그런데 감독님은?"

산욱은 오지 않는 용식을 찾으면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용식은 도대체 언제 올건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잠깐 어디 갔다온다고 하셨잖아. 곧 오겠지 뭐"

"근데 그런것치곤 좀 길어지는거 같아서 말야. 벌써 15분짼데?"

산욱은 조금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입구쪽을 계속 쳐다봤다. 비록 저녁이라지만 이제 완전한 한여름이다. 안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유니폼을 입고 바깥에 나와있는것 자체부터가 고문이었다.

사실상 유니폼의 성능은 좋았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닌 날씨가 매우 덥다는것. 결국 산욱은 못참겠다는듯이 벤치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그냥 들어가자"

"근데 우리 어디로 가야되는지도 모르잖아?"

"들어가면 대충 알려주겠지"

산욱은 그렇게 말하고는 더이상 못참겠다는듯이 벌떡 일어나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수혁도 시원한 곳에 있으면 더 좋겠지라는 마인드로 산욱을 따라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둘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즈음, 건물 뒤편에서는 용식이 어느 한 남자를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서 어쩔줄 모른다는듯이 쩔쩔매는 한 중년남성, 그러면서 용식의 눈치를 힐끔힐끔 살피고 있었다.

"내가 미쳤습니까? 다시 거기로 돌아가게?"

"그 점에 대해서는 학교 측에서도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네. 다시 한번 돌아와줄순 없겠나...? 아직도 자네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도 있지않은가"

남자의 말에 더욱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자를 째려보는 용식, 애들을 미끼처럼 사용하지 말라는 분노의 눈빛이었다.

"아, 알았네. 안그러겠네..."

그 눈빛에 남자는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휴... 우리가 너무 잘못하긴 했지. 그래도 한번쯤은 생각해줘요. 우리가 진심으로 잘못하고 있고, 대우도 예전보다 더욱 좋을겁니다"

남자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에게 반 강제로 종이 하나를 건네주고는 뒤로 돌아서서 자기 갈길을 가버렸다. 용식은 그런 남자를 노려보면서 대수롭지도 않다는듯이 궁시렁 거렸다.

"진심으로 잘못하기는 개뿔, 진심이면 지금쯤 교장이 오거나, 무릎을 꿇거나 하겠지. 씨X"

그러면서 별 고민없이 휙 돌아가는 몸, 그리고 받았던 종이는 보지도 않고 꾸긴채로 던져버린후에 애들이 있던 곳으로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그런곳에 다시는 가나봐라. 차라리 돈은 조금 적게 벌더라도 지금처럼 실컷 즐기면서 돈버는게 훨씬 나아'

*

"이제야 오셨네"

"어디 있다가 온거에요?"

"쩝... 그런 일이 있었다 이녀석들아"

잠시뒤, 정문쪽으로 간 용식은 애들을 없는걸 확인하고는 곧바로 대기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D.라이더즈 대기실 문을 열자 그의 예상대로 수혁과 산욱이 시원한 에이컨 바람을 맞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용식은 모자를 벗고는 소파 한쪽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앞에 놓인 작은 탁자에 모자를 내려놓고는 등받이에 편하게 등을 기대고는 눈을 감으면서 에어컨 바람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근데 여기는 어떻게 찾아온거냐"

그렇게 에어컨 바람에 더운게 조금 가시자 용식이 살짝 궁금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둘은 지금 생각해도 신기했는지 실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냥 입장하니까 알아서 잘 데려다 주던데요?"

"헐? 직접 찾아가는거 아니었냐?"

"들어가니까 안내요원들이 알아보고서 안내해 주더라고요"

"이야... 이젠 아주 그냥 스타네 스타야"

둘의 말에 감탄하면서 웃음을 짓는 용식, 그러다가 이내 살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문쪽을 째려봤다.

"아니, 그런데 나는 왜 안내 안해준거야?"

"그게 감독님과 저희의 차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용식의 반응에 살짝 깐죽거리듯이 웃으면서 앞에 놓인 비스킷을 하나 집어먹는 수혁, 용식은 근처에 빈 물병을 집어다가 수혁에게 가볍게 던졌다. 수혁은 그 물병을 가볍게 받아내고는 앞에다 내려놨다.

"에라, 이녀석아"

"농담이고요, 한 10분 전에 여기 있던 안내원도 나갔어요. 다들 어디 집합했나봐요. 오는데 안내원 아무도 못봤죠?"

"아, 왠지 좀전에 보이던 유니폼이 안보이긴 했네"

용식은 고개를 살짝씩 끄덕이면서 위쪽 벽면에 걸린 시계를 쳐다봤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하니까 4시 50분, 슬슬 나갈 타이밍이 된듯한 시간이었다.

수혁과 산욱도 시간을 확인했는지 문쪽으로 시선이 살짝 돌아가 있었다. 그러면서 언제 나가나 반 준비 상태로 기다리기 시작했다.

"아... 조금 전까지 김현선수가 오지 않아서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얼른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딱 타이밍에 맞춰서 도착한 안내요원, 세 사람을 모두들 일어나고는 안내요원을 따라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서 쭉 복도를 지나가서 중간에 옆으로 꺾어서 가자 금방 보이는 무대 뒷편의 문. 안내요원은 그 문을 열고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세 사람도 그를 따라서 무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보자 4강때와는 다르게 조금 더 꾸며진듯한 모습의 무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지난번에는 그저 원형 유리탁자만 있었다면, 이번에는 뭔가 장식품도 올려져있고, 탁자 위에는 식탁보 같은게 깔려있었다. 거기에 지난번엔 글씨체도 살짝 딱딱한 느낌의 현수막이었다면 이번에는 글씨 폰트도 조금 더 친근하게 바꾸고 색깔도 조금 더 다체롭게 바꾼 느낌이 들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나오는 선수들과 감독들의 사진을 편집해서 판넬로 만들었다는게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이야... 확실히 결승이라고 공을 들이긴 한 모양이네"

"그때는 뭔사 살짝 급조한 느낌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으니까 이번엔 신경좀 쓴 모양인거 같다"

"이번엔 위에 물병에다 빵도 좀 있는데요?"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많이 좋아졌다면서 감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나머지 두 사람도 마찬가지, 다들 지난번보다 충분히 나아진 모습에 만족을 하고 있었다.

"야, 야, 조금 있으면 팬들도 몰려온다고. 얼른 표정 풀어인마"

"말 안해도 다 알고있다"

그렇게 잠시동안 감탄하고 있을 즈음, 아까 그들이 들어왔던 문이 끼익 소리와 함께 열리면서 익숙한 얼굴의 세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수혁은 뭔가 하면서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혁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눈에 들어오는건 다름아닌 똥씹은 표정을 하고있는 김현의 얼굴, 그는 화를 참는건지 자꾸만 궁시렁 거리면서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그를 어떻게든 진정 시키려는 선수 한명과 그 선수에게 고개를 살짝 가로저으면서 냅두라는 표시를 하는 감독, D.라이더즈와는 반대로 뭔가 팀웍이 잘 안맞고 있는거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뭐 지금 팀내 불화라도 있나...'

수혁은 그런 김현을 살짝 한심한듯이 쳐다봤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쳤는지 그가 수혁에게 다가오더니

"씨X, 뭘 꼬라봐 새끼야"

수혁에게 욕을 하면서 시비를 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에 전혀 기죽지 않는 수혁, 그리고는 어이가 없다는듯이 헛웃음을 지으면서 어깨를 살짝 으쓱거리면서 조롱하기 시작했다.

"뭐... 그쪽 미모에 반해서 쳐다봤다고 하면 되는건가?"

마치 느끼한 남자가 여자를 꼬실때 쓸법한 멘트, 현은 그게 자신을 조롱하는걸 알아챈건지 수혁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이 새끼가..."

"아, 왜? 난 실제로 그런건데. 라이벌이어도 외모에 반하고, 팬이 될수는 있는 거잖아? 난 당장 저기 라이언씨만해도 타격이 하도 좋아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말야"

하지만 수혁은 태연한 표정으로 저 멀리 있는 라이언이라는 선수를 가리키면서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야, 야, 뭐하는거야?"

"죄송합니다. 얘가 오늘 기분이 좀 안좋아서 그런거니까 안수혁 선수가 이해좀 해주세요"

"네, 뭐... 기분이 안좋으면 확실히 많이 예민해질수 있죠. 저도 그쪽 파라서 좀 압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건지 급하게 우리 둘쪽으로 달려오는 두 사람, 그리고 사과와 함께 김현을 자리에 거의 끌고가다시피 하면서 앉혀버렸다.

그리고 나도 주변을 둘러보니까 뭔일이냐는 식으로 살짝 당황하는 감독님과 그에 못지않게 당황한 표정을 지은 산욱이가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그 일을 아는 사람은 그때 거기 있었던 사람들과 여운이 뿐이었으니까 그럴만도 했다.

"아유,살짝 쌓인일이 있어서 그래요. 별거 아녜요"

나는 그런 둘에게 능글거리면서 괜찮다고 말하고는 자리에 착석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대 강당의 문이 열리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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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화-결승 미디어데이(2)201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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