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37화 (237/255)

우리 동네 야구팀-235화

"자, 그러면 지금부터 황룡기 동네야구대회 결승전 미디어데이를 시작합니다!"

문이 열린 이후로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자리를 하나 둘씩 채워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5분여만에 거의 다 채워지는 1000개정도의 좌석, 이어서 사회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왼쪽 구석에 있는 단상으로 올라오더니 이내 웅장한 음악과 함께 진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환호성과 박수로 화답해주는 사람들, 사회자는 잠시동안 지켜보다가 박수소리가 잦아들자 내려놓았던 마이크를 다시 들고는 시작멘트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오늘 여기 계신분들의 인사를 들어봐야겠죠?"

그러면서 우리들을 쳐다보는 사회자, 그리고 능글거리는 미소와 함께 나를 쳐다봤다.

'에? 나 먼저? 더 가까운데부터 하는거 아니었어? 그보다 김현은 먼저 안하고?'

내 예상과는 다르게 나를 보면서 여전히 능글거리고 있는 사회자, 나는 마이크를 들고서 말하려다가 옆에 앉은 감독님을 보면서 슬쩍 생각을 바꾸었다. 그리고는 마이크를 툭툭 치고는 마이크가 잘 나오는지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안수혁 선수, 여기 마이크 질 좋아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틈을타서 밝게 분위기를 띄우려는건지 농담조로 한마디를 건네는 사회자, 그 말에 관중들이 웃자 나는 살짝 머쓱한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아, 그래요? 그럼 저희는 감독님부터 소개 들어갈게요"

그리고는 곧바로 감독님 손을 잡아올려서 할머니가 손자에게 사탕을 쥐어주듯이 마이크를 쥐어줬다.

"에.. 에에? 야, 야?"

이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봉변을 당해버린 감독님, 이게 무슨 일이냐면서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그저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감독님의 반응이 재밌었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웃으면서 처음부터 분위기가 확실히 좋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하하, 안수혁 선수가 은근히 재치가 있군요. 그러면 안수혁 선수가 아닌, 유용식 감독님부터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사회자는 웃으면서 이제는 감독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감독님은 살짝 당황한듯한 눈치를 보이다가 심호흡 한번으로 진정을 하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음... 안녕하세요. 옆에 있는 수혁이 덕분에 이렇게 된 D.라이더즈의 감독, 유용식 입니다"

"와아아아아-"

용식이 딱 한마디만을 하자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환호성, 확실히 아직 20대인 나이와 꽤나 마초 스타일의 외모 덕분인지 확실히 여성들에게 많은 어필이 되고있는듯했다.

'역시 특히나 30대 이상의 여자들이 완전 환장을 하고 나서네'

나는 그런 감독님을 쳐다보면서 실실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고는 지켜봤다. 이윽고 소개를 다 마친 감독님은 다시 마이크를 내려놓고는 나를 슬쩍 째려봤다.

"아, 나중에 그 유서인 님이시던가... 여튼, 사모님이랑 이어드릴게요"

"네가 무슨수로?"

"뭐... 확실하진 않아도 나름 확률을 높여줄 방법은 있죠"

수혁은 거기까지 말한 다음에 어깨를 살짝 으쓱거렸다. 그러자 그제서야 한숨과 함께 시선을 거두는 용식, 그리고는 앞에 놓은 물병을 까고는 한모금 들이켰다.

"자, 그러면 이번에는 진짜로 안수혁 선수가 한번 해 주시죠. 이번에도 팀 동료 팔아먹는건 안되는거 아시죠?"

이어서 사회자가 다시 나를 쳐다보면서 능글거리게 웃고 있었다. 나는 마이크를 집어들고는 털털하게 웃으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허허, 팔아먹다뇨. 그냥 분위기좀 밝게 만드려는 거였고요. 그리고 뭣보다 산욱이 까지 했다간 저 나가서 두명한데 밟혀요"

"하하하, 안수혁 선수의 말발이 이정도였나요? 지난번 미디어데이선 이런줄 몰랐는데요"

"원래 처음은 좀 가만히 있는 타입입니다. 괜히 나서다 욕먹으면 제 손해니까요"

"자, 자, 그럼 농담은 여기까지. 이번엔 제대로 자기소개 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D.라이더즈의 주장을 맡고있는 안수혁입니다"

적당히 농담하고 가볍게 인사하자 이번에도 들려오는 박수와 환호소리. 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고는 마이크를 다시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뒤로 쭉 자기소개가 이어져갔다. 우선 우리팀에서 소개를 안한 산욱이부터 골드 스타즈에서 나온 사람들까지, 모두들 다 소개를 하고나자 사회자는 잠깐 숨을 돌리듯이 텀을 두고는 이번엔 골드 스타즈 쪽을 쳐다봤다.

"자, 그러면 빠질수 없는 순서죠! 각 팀의 선발 투수는 과연 누구인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김상진 감독님?"

사회자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골드 스타즈 감독에게 눈치를 줬다. 그 사람은 눈치를 받고는 앞에 놓인 마이크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저희 선발은 늘 그렇다시피 김현 선수가 나올겁니다"

"역시, 골드 스타즈는 미스터 140의 김현 선수를 내놓는군요!"

감독의 말에 사회자는 역시나 하는 표정을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되풀이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이에 당연하다는듯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수긍하는 방청객들, 사회자는 그 사이에 고개를 돌려서 이번엔 우리쪽을 쳐다봤다.

"자, 그러면 D.라이더즈이 유용식 감독님은 어떠신가요? 혹시 이번에도 다른 투수가 선발로 나오나요?"

"이제 결승이고 뒤도 없습니다. 저희도 맞불로 안수혁 선수를 내놓겠습니다"

"오... D.라이더즈도 이번에는 변칙없이 그대로 갑니다!"

이번에도 감독님의 말씀을 그대로 번복하듯이 말하는 사회자, 그리고 관중석을 보자 이번에도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술렁거리면서 수긍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질의응답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우선 앞에있는 기자분들께 질문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자, 질문하실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잠시뒤, 사회자는 다시 마이크를 들고는 멘트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이크를 내리자 그와 동시에 무섭게 올라오기 시작하는 손들, 사회자는 마이크를 내려놓은채로 기자 한명을 지목하자 안내원이 그 기자에게 마이크를 가져다줬다.

"스포츠 저녁의 박태훈 기자입니다. 저는 유용식 감독님께 묻고 싶은데요, 4강과는 다르게 이번 결승에선 안수혁 선수를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기자는 마이크를 받고는 조심스레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에 고개를 한번 끄덕이는 감독님, 그리고는 차분히 말씀해나가기 시작했다.

"음... 아무래도 안수혁 선수의 체력및 컨션 관리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우리 D.라이더즈는 다른 팀들과는 다르게 휴식기 없이 패자부활전을 치르고 온 팀입니다. 물론 한 경기가 끝나면 못해도 약 일주일간의 휴식기간이 있으니 막 쓰러지거나 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여기 있는 선수들은 전부 학생입니다. 경기가 없는날에는 학업에 집중하느라 쉬는게 제대로 쉬는게 아닙니다. 게다가 수혁이의 경우는 마운드의 80퍼센트 정도를 책임지기 때문에 휴식이 한번쯤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번 쉬게 해준것일 뿐입니다"

깔끔하게 대답하고는 마이크를 내려놓는 감독님, 그리고는 나를 슬쩍 쳐다봤다. 나는 그런 감독님께 좋았다는 의미로 고개를 한번 끄덕여줬다.

'확실히 지금 여기서 트라우마 얘기를 꺼내면 기세싸움서부터 밀린다. 숨기는게 좋은거지'

그러면서 상대편 눈치를 보니까 아직까진 잘 모르는듯한 분위기, 감독은 그저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었고, 김현은 입을 꾹 다문채로 끓어넘치는 짜증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저쪽 감독은 프로 2군까지 경험했던 선수, 고로 트라우마에 힘에 대해서 모를리는 없어. 방심하면 안된다'

나는 속으로 말하면서 저쪽 감독을 쳐다봤다. 소문에 의하면 선수들에게 믿고 맡긴다는 방임주의 즉, 믿음야구를 한다는 쪽 같았다. 물론 내가 보기에는 진짜 실세는 김현이고, 감독은 그저 허수아비에 가까운 기분이 들지만.

강남 도련님이 돈지랄해서 만든 팀인데 감독이 팀을 이끌어갈만한 분위기가 나올리 없지. 아마 뭘 하더라도 김현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보인다.

"저는 안수혁 선수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혼자 생각을 하던도중, 갑자기 들리는 내 이름에 정신을 차리고는 앞을 돌아봤다. 그러자 나를 쳐다본채로 마이크를 잡고있는 한 여기자, 그 사람은 나를 또렷하게 쳐다본채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제 다음주 결승만 치르면 우승자가 가려집니다. 특히 D.라이더즈는 패자부활전을 치르고 올라와서 다른팀이랑 감회가 남다를텐데요, 혹시 그래서 평상시랑 다른 각오라던가 그런거는 없으신가요?"

하아, 뻔하디 뻔하지만 이런 질문이 나올줄은 알았다. 그리고 이 말에 대해서는 확실히 대답할 거리가 있다. 지금 내가 이렇게 필사적인 각오를 보인 이유, 그 이유가 있었기에 대답할 거리거 있었다.

"이 대회에 참가할 시점부터 제 목표는 오로지 단 하나였습니다. 성빈이와 종빈이 두 녀석이 계속 야구를 할수 있게 하는것, 그리고 더 나아가서 고등학교 야구부에 들어가서 프로의 문을 두드릴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는것이 이번대회 제 목표입니다"

내 대답과 동시에 빠르게 손을 놀리면서 타자를 치는 기자들, 지금까지 한번도 하지 않은 말이라서 그런지 관중들도 자기들끼리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 대회의 제일가는 스타급 선수의 목표가 팀 동료를 위한 헌신이었다니, 확실히 그럴만도 했다. 보통 그정도 실력이면 자신의 꿈이나 이익을 생각하기 마련일텐데, 그런 생각은 아예 추호도 없었다는것이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 그러면 혹시 개인의 목표같은건 없나요?"

"제 목표는 오직 하나, 골드 스타즈를 격파하는것 뿐입니다"

이어지는 기자의 질문에도 나는 단호한 말투로 아까의 대답을 반복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돌려보자 나를 은근히 노려보는 김현, 내가 생각해도 파격적인 단어를 선택해서 그런지 더욱 강하게 노려보는것 같아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나도 물러서기는 애매하고 싫기도 한 상황,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김현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예선에서의 농락과 예영이 일까지, 결승전에서 지금까지 쌓였던것들 모두 다 갚아줄테니까 기다려라. 반드시 이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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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화-간절한 부탁20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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