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37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황룡기 전국 동네야구대회 결승전을 실시간으로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오늘 경기의 캐스터를 맡은 박형식, 해설에는 이진호 위원님께서 수고해주시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진호입니다]
미디어 데이가 끝나고 며칠뒤, 레드 타이거즈가 3, 4위 결정전에서 블루 파이어즈를 상대로 7대 3 승리를 거두면서 3위를 확정지었다. 그 경기의 MVP는 유석환, 준결승때 약간의 오점을 확실하게 메꾸고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그리고 오늘 8월 15일 6시경의 잠실야구장, 하늘은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서 라이트를 켜도 잘 보일만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라운드 한편에서 마이크를 들고는 서있는 중계진, 둘은 가벼운 인사 이후에 미리 준비해놓은 이야기 거리를 기준으로 방송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장장 수개월동안 달려오던 황룡기도 어느새 마지막 단 한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하아... 그동안 쭉 해왔던 중계들 속에서는 프로 선수들과는 다른 파릇함과 열정이 담겨있었습니다. 아마 이 대회가 전국적인 인기를 얻을수 있었던 이유인듯 합니다]
[거기에 생각보다 허술하지 않은 실력들까지. 예선은 조금 부실한 선수들이 있었다면 본선부터는 다들 꽤나 실력도 있고, 8강즈음부터는 거의 중학권 야구에 맞먹지 않았습니까?]
[야구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어린 친구들이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고, 존에 넣었다 빼는 제구력을 보여줄때면 왜 진작에 이런 대회가 개최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대회의 과정과 현재 자신들의 감상평이나 감정등을 표현하는 걸로 시작하는 방송, 그러다가 캐스터가 옆을 슬쩍 쳐다보고는 슬슬 주제를 바꾸기 시작했다.
[자, 그러면 슬슬 주제로 넘어와서 위원님은 오늘 경기를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음, 물론 결승전까지 올라온 팀들이라서 실력은 동네야구에서도 상위권, 중학야구권에서 쳐도 중상위권은 먹고 들어갈법한 선수들입니다. 심지어 몇몇 선수들은 최상위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그렇습니다.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는 몇몇 선수들이 있었죠]
[그런데, 전력을 상대적으로 비교해본다면 아무래도 저는 골드 스타즈가 조금 더 유리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에 바꾼 주제는 오늘 경기에 대한 예측, 해설은 살짝 주저하는 느낌이 있으면서도 골드 스타즈의 우세를 점쳤다.
솔직히 조금 편파적인 발언이 될수도 있고, D.라이더즈 팬들이라면 충분히 기분이 나쁠수 있는 이야기,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사실이었기에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우선 골드 스타즈는 선수들이 대체로 고루고루 잘하는 편이었다. 뚜렷한 컬러를 가진 선수는 없었지만, 주전 대부분이 홈런을 칠수있는 파워를 가졌고, 도루를 할수있는 주력을 가졌다. 그리고 그 증거로 지금까지 수많은 팀들을 상대로 홈런과 주력을 과시하면서 올라왔었다.
모든 선수들이 그런 능력을 가졌다는건 어느 타순에서나 찬스가 될수있고, 대량득점이 가능하다는 소리, 그리고 백업 선수들도 충분히 그런 능력이 있으니 상대팀에서는 거의 악몽과도 같은 타선이었다.
거기에 140의 직구와 낙차가 큰 포크볼을 던지는 에이스까지. 상대 타선을 완전히 꽁꽁 틀어막는 에이스가 있었고, 그 뒤에는 수많은 투수들의 그를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반면에 D.라이더즈는 선수들의 색깔이 뚜렸했다. 물론 그게 나쁜점은 아니지만, 골드 스타즈에 비해서 찬스의 횟수가 한정된 반면에 중간중간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부족한 몇몇 선수들이 있었다. 김현의 구위 정도라면 쉬어가는 타선이 될수도 있는 구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D.라이더즈의 인원은 딱 아홉명, 만약 한명이라도 다쳐서 부상으로 이탈한다면 엄청난 타격을 입을수가 있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부상따윈 없었다만 결승이니 결승인만큼 긴장하다가, 혹은 사구로 인한 부상이 일어난다면 그만큼 커다란 충격도 없을 것이었다.
그나마 비등비등한 선발투수도 문제점이 있었다. 아직 소수의 사람들만 알고있지만 예선전에서 수혁이 얻은 트라우마, 비록 극복했다고는 하나 골드스타즈에 대한 극복이 아니므로 아직까지는 단절할수가 없었다. 게다가 거긴 트라우마보단 실력차에 의한 집단 공격의 느낌도 있었으니까. 이 점도 확실하다고 할수 없었다.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얘기나 자료들은 저도 많이 봤습니다만, 그래도 야구공은 둥글지 않습니까?]
케스터는 해설의 약간 한쪽으로 치우쳐진 발언에 살짝 놀라면서 잽싸게 수습 멘트를 내밀었다. 해설은 캐스터의 반응을 힐금 보고는 뭔지 알겠다는드시 경청하는 척 하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야구는 끝날때까지 끝나지 않습니다. 9회말 2사에도 충분히 역전할수 있는게 야구입니다. 결과는 끝까지 대봐야 아는 법이죠]
[그게 바로 야구의 매력이죠. 그러면 저희는 잠시뒤에 중계부스에서 뵙겠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발언권을 잡고는 아까의 말을 다시 수습했다. 그러자 캐스터가 일단 방송을 잠시 중단하면서 끊어갔다.
*
"..."
후우, 긴장된다. 그리고 떨린다. 이제 마지막 한경기,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떨린다.
쌍둥이가 야구부에 들어갈수 있게 해줄 경기, 골드스타즈에게 설욕할 기회가 된 경기, 그리고 김현을 눌러버릴수 있는 경기, 이번 경기에 너무 많은게 걸려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꾸만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불안한 생각들이 계속 나를 덮쳐오기 시작한다.
지금 이 앉아있는 벤치의 차가운 감촉이 경기가 끝나면 내 마음을 뒤덮고 전신을 뒤덮어서 절망에 빠트릴것만 같다. 지금 아무도 없는 이곳의 정적속에서 자꾸만 나쁜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때의 그 트라우마가 본능적으로 내 몸을 떨게 만드는것 같다.
"하아..."
그런 수많은 불안이 떠오르자 자동적으로 나오는 한숨, 그리고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오늘만큼은 해야한다가 아닌, 할수있다, 가능있다, 해낼수있다..."
야구를 하고 싶어서 만들었던 이 팀, 그리고 팀이 만들어지고 경기를 하다 보니까 생겨나버린 꿈, 이 모든 시작이 나로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모든걸 걸고 죽은듯이 달려왔다. 이제 와서 쓰러질순 없다. 너무 아깝다.
계속 똑같은 말을 중얼거리다 보니까 여러 기억들이 떠올랐다. 처음 야구팀을 만들때부터 아홉명을 다 채웠을때, 첫 시합을 잡고 이기고는 교장의 지원을 받아서 정식으로 팀이 만들어졌던 순간들이, 그리고 대회에 참여하고 쌍둥이가 계속 야구를 할수 있게 열심히 달려온 기간들까지. 그 기억들이 시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러면서 다시 만나게 된 예영이와 그사이 마음이 생겼었던 여운이까지, 그러면서 김현의 그 잔혹해보이는 표정에 맞섰던 기억까지 모두 다 떠올랐다.
그래, 많은게 걸려있다면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는거다. 최선을 생각해도, 희망을 생각해도 모자랄 판에 왜 굳이 최악을 상황을 생각하는건지.
여러가지의 수를 따지고 최악의 상황에 안가는것과는 다른 것이다. 아직 아무것도 된게 없는데 미리 겁먹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는거다.
그렇게 생각하자 점차 안정되는 마음, 그리고 순간적으로 의욕과 승부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눈을 뜨고는 한번 커다란 기합을 넣었다.
"하아압! 가자아! 이기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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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화-골드 스타즈 VS D.라이더즈(2)2016.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