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41화 (241/255)

우리 동네 야구팀-239화

'으앗!'

그와 동시에 수혁의 고개가 돌아가면서 눈으로는 재빨리 타구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타구의 위치를 찾아냈을 즈음에 중견수 운선이 한번 바운드된 타구를 아래서 잡아냈다.

그와 동시에 1루 베이스를 느긋하게 밟고 지나가는 타자, 첫 타자부터 안타를 내주면서 불리한 스타트를 끊는 수혁이었다.

"와아아아아!"

"진건호! 진건호!"

그와 동시에 환호하면서 응원 열기를 뜨겁게 달구는 골드 스타즈의 응원석, 그리고 1루에 있던 타자는 3루측을 향해서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수혁은 그런 타자를 말없이 쳐다봤다. 그러면서 공을 받고는 바닥에 두었던 로진백을 주워들고는 살짝 문질거리다 바닥에 내려놨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괜찮아, 이건 그저 운이 없었던거야.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나올줄은 몰랐을 뿐이야. 절대로 쫄지 말고, 다음 타자부터 천천히 잡아나가면 되는거야"

그러면서 천천히 심호흡을 하는 수혁, 그때의 트라우마가 다시 떠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최대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다음 타자부터 천천히 잡아나가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1루주자는 실컷 반응해준 다음에 수혁을 힐끔 쳐다봤다. 그래도 아직까진 괜찮은지 별 반응없이 평온한 수혁의 모습, 그는 살짝 아리까리한 느낌의 미소를 짓고는 베이스에서 조금씩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때보다 많이 발전하긴 했지. 하지만 우리도 그게 전력은 아니었단 말야? 이젠 이 발도 있고 말이야'

그러면서 오른발로 바닥을 비비는 그, 그러면서 흙이 조금 파인 상태가 되었다. 그러자 그 소리와 모습이 신경쓰이는지 1루수 산욱의 시선이 그에게로 돌아갔다.

'...뭐야? 도루라도 시도하려는건가?'

지금 산욱이 보기에도 1루에서 꽤나 멀리있는 상황, 이대로 견제구가 들어온다면 충분히 아웃을 만들수 있을것 같아보이는 거리였다.

수비가 좋은 선수가 아닌 산욱이 이정도의 생각을 할 정도로 지금 주자가 나간 거리는 생각보다 많이 먼 상태였다.

'...도루는 무시한다. 1점을 내주더라도 최소한의 피해만 안고 들어가는거야'

수혁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속으로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인을 확인하고는 아무런 망설임없이 공을 뿌려냈다.

슈욱-

하지만 그 결과는

까앙-

타자가 타구를 정확히 맞춰내고

다다다다-

그 사이에 미리 스타트를 끊은 주자가 점점 속력을 올려가면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촤아악-

"세이프!"

심판의 세이프 코로가 함께 타자는 2루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유진승 선수의 선취점을 가져오는 적시타! 골드 스타즈가 1회부터 한발 앞서나갑니다!]

캐스터는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호쾌한 목소리로 상황을 중계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살짝 인상을 쓴채로 수혁을 쳐다보는 해설, 그의 눈에는 뭔가 꺼림칙함과 아쉬움이 얽혀있었다.

[...]

[위원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갑자기 표정이 영 좋지를 않아보이는데요]

그런 해설의 상태를 눈치챈건지 살짝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캐스터, 해설은 별거 아니라는 말과 함께 헛기침으로 관심을 다른곳으로 돌려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시 나오기 시작하는 아까의 장면, 얼핏 보기에는 치고 달리는 히트 앤드런 작전으로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 뭔가에 집중하는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해설을 유심히 바라보는 캐스터, 그러면서 뭔가 말을 걸려다가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한건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지금 뭔가 짚이는게 있으신가보다. 예언자라는 별명이 괜히 있는게 아니지'

*

"후우우... 후우우..."

뭔가, 뭔가가 이상하다. 분명히 그때처럼 겁을 먹지도 않았다. 컨디션도 좋다, 공도 내가 원하는대로 잘만 들어간다. 그런데도 자꾸만 맞아나간다.

그래, 그래도 살짝 빚맞거나 갖다대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절묘한 곳으로 흐르는 코스, 그러면서 겨우 진정시켰던 불안감이 자꾸만 너를 덮쳐오기 시작한다.

만약 오늘 내가 운이 안따라줘서 공이 자꾸만 절묘한 코스로만 간다면? 그래서 만약 주자들이 계속 나간다면? 그래서 실점을 한다면?

이러한 생각들이 자꾸만 내 머릿속을 멤돌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더이상 집중이 되지 않는다. 집중해야 되는데, 해야만 되는데, 집중이 되지 않는다.

'제발... 제발...'

속으로 빌고 또 빌면서 집중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오히려 머릿속이 더욱 산만해지면서 익혀뒀던 데이터들도 다 까먹어버릴 판이 되가는것 같다. 그나마 종빈이의 사인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는것 밖에 할수가 없다.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

그러면서 구레나룻으로 향하는 오른손, 그리고는 구레나룻을 잡은채로 끝까지 끌어올렸다. 그러자 머리 전체로 퍼져나가는 고통, 그러면서 다행히 복잡했던 머릿속이 잠시나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전에 어떻게든 생각해야한다'

머릿속이 잠시 비워진 사이,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타석으로 들어오는 타자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봐뒀던 데이터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이번타자는 라이언 유, 아버지가 미국인인 혼혈아이며 중1까지 미국에서 학교생활을 하다가 왔다고 했었지. 미국에서 야구를 한 만큼 좋은 체격과 호쾌한 스윙을 보이는 빅볼 성향을 띄고 있어서 클린업에 제격이다. 거기다 좌타라서 나에겐 더 불리하고'

휴우, 다행이다. 일단 데이터를 꺼내는데까지는 성공했다. 그 다음에 내 손은 쉴틈도 없이 왼쪽 어깨에 올려놓고는 사인을 보내기 시작했다.

'일단 초구는 바깥쪽 투심, 직구 계열이 먹혀야 변화구도 들어간다'

'오케이'

종빈이는 내 생각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깥쪽으로 미트를 내밀었다. 나는 미트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한번 심호흡을 해준 다음에 곧바로 셋포지션 자세를 잡았다.

'불길한 생각따위는 떠오르지 않게!'

그리고는 미트만 쳐다본채로 왼다리를 빠르게 뻗으면서 속으로 크게 외쳤다.

'겁먹는 순간부터 진짜로 망하는거야!'

슈욱-

공은 와인드업을 하고 던질때와는 다르게 훨씬 더 빠른 타이밍에서 내 손을 떠나갔다. 그리고 사인대로 바깥쪽 코스를 타고 빠르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오케이, 일단 됐다'

나는 뻗어나가는 공을 보면서 일단 들어갔다는 긍정적인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들렸던 오른발이 지면에 닿았을 즈음

까앙-

커다랗고 맑은 소리가 내 귓전을 강타하고는 알루미늄 배트가 유유히 허공에 던져졌다.

'...설마'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는 설마 하면서 벌떡 일어서는 종빈이만 멍하니 쳐다봤다.

'설마, 설마, 말도 안돼... 완벽했는데, 볼도 각오하고 많이 뺀 타구였는데... 그걸, 그걸 친다고...?'

그러면서 천천히 뒤로 돌아가는 고개, 그리고 내가 그 타구를 봤을때엔

"와아아아아!"

"라이언 유우우우!!"

"꺄아아아아악!"

담장을 넘어간 타구와 환호하는 골드 스타즈 팬들이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말도 안...돼"

그러면서 허공에 울려퍼지는 한마디, 지금 이 모습이 믿기지가 않는다. 내가 보기엔. 아니 누가 봐도 헛스윙이 나오거나 골라낼법한 타구. 적어도 동네 야구에선 확실히 그렇다고 장담할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 투구가 커다란 소리와 함께 담장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이러면 난 무슨 공으로 상대하라는 걸까. 프로에서나, 특히 메이저 리그에서나 볼법한 스윙이었다, 타구였다.

'아직도... 그냥 탈탈 털리는 수준의 배팅볼인거야?'

그러면서 지금까지 쌓고 버텨왔던 희망과 자신감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거의 절망적인 표정으로 관중석을 바라만 보게된다.

그러면서 이젠 맞서 싸우려고 했던 겁들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겁은 점차 빠르게 나를 집어삼키더니 이내

까앙-

몇개의 안타들과 홈런 한방이 더 나오면서

터엉-

"홈런!"

"와아아아아!"

스코어는 5대 0, 무사에 주자 1, 2루 상태의 초 위기가 만들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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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화-골드 스타즈 VS D.라이더즈(4)201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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