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42화 (242/255)

우리 동네 야구팀-240화

"헉... 허억..."

갑자기 정신이 몽롱해진다. 아무리 집중을 해보려고 해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내 손을 부들부들 떨리면서 멍하니 종빈이만을 쳐다본다.

'안돼, 안돼... 벌써부터 이러면 안된다고...'

어떻게든 이를 악물면서 버텨보려고 하지만 이미 벌어진 점수차 때문인지 그럴수록 더더욱 절망감만 들고 있다. 이제부터 하면 된다고 속으로 중얼거려도 막상 김현 그녀석이 떠오르면서 자꾸만 나를 절망하게 만든다.

이대로 더이상 버티지 못할거 같다. 너무나도 힘들다. 하지만 내가 계속해서 던져야 한다. 내가 아니면 다른 녀석들이 더욱 맞아나갈거다. 어떻게든 내가 책임을 져야만 한다.

"제발... 제발... 이제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그러면서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오른손에 공을 꽉 쥐고는 타석에 들어오는 타자를 쳐다봤다.

주로 타격이 가장 약한 타자를 배치해놓는 8번이라지만 지금 나에겐 그조차조 너무나도 큰 산과도 같은 상황, 지금까지 단 한타자도 아웃을 당하지 않으면서 승부할 자신감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다.

승부할 자신이 없다. 어떻게든 승부를 봐야 하는데 여기서도 얻어맞을까봐 승부를 걸지 못하겠다. 그러면서 자꾸만 종빈이의 사인에 의식없는 도리질만 계속 하게된다.

결국 종빈이가 답답한건지 마운드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쯤 되면 올라오지 않는게 이상했던거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제 올라오는것도 늦은 것이다.

나는 올라오는 종빈이를 보면서 살짝 숙였던 허리를 다시 쭉 펴고는 모자를 벗은 다음에 이마 위로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그리고 다시 모자를 쓰자 종빈이가 딱 맞춰서 내 앞에 나타났다.

*

"...너 괜찮냐?"

"허, 허허, 허허허..."

잠시 타임을 외치고 마운드 위로 올라온 종빈, 그리고 올라오자마자 걱정되는 표정으로 수혁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고는건 수혁의 실성한듯한 실소뿐, 종빈은 그런 수혁을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지금 그가 보기에 수혁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은상황, 지금 완전히 두렵다 못해 미친것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마운드에서 전혀 보여주지 않았던 반응, 그 어떤 상황에서도, 심지어 멘탈이 깨졌어도 마운드 위에서는 이정도로 정신줄을 놓은 경우는 없었던 수혁이었다.

"얌마, 정신차려! 아직 1회야!"

"하하... 미치겠다... 나 지금 너무 무섭다..."

어떻게든 수혁이 다시 제정신을 차리게 만들고 싶었지만 효과따위는 하나도 나타나지 않는 상황, 종빈은 막막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오른 주먹을 서서히 말아쥐기 시작했다.

'...수혁아, 미안하다'

그런 다음에 수혁을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로 두걸음 정도 빠졌다. 그 다음에 왼발에 무게중심을 이동하면서 오른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퍼억-

그러면서 수혁의 얼굴이 돌아가더니 이내 뒤로 힘없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지만 종빈은 거기서 그치치 않았다. 그런 수혁에게 화가 난듯이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야 이새끼야! 계속 이러고 있을거야? 너가 나랑 형 야구부에 갈수 있게 해준다면서! 계속 야구할수 있게 해준다면서! 그 책임감 따윈 어디로 간거야?"

"..."

"너가! 너가! 너가 시작해서 만든 야구팀이고 그 정신적 지주가 바로 너잖아! 그런데 그런 너가 이렇게 흔들리고, 두려워하고, 피하려고 하면... 그런다면... 난 어떡하라고! 누굴 믿고 뛰고, 누굴 믿고 배트를 휘두르고 누굴 믿고 공을 받아야 하는건데!"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막 내뱉어내는 종빈의 울분이 섞인 분노들, 연기가 아닌, 수혁의 정신을 차리려는 목적만이 담긴게 아닌, 실제로 현재 종빈의 감정과 불안감이 담긴 수혁에게 보내는 간절함의 메세지였다.

"..."

그리고 엉덩방아를 찧었던 그 자세로 멍하니 종빈을 쳐다보던 수혁, 그의 얼굴은 뭔가 충격을 받은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동안 멍하니 종빈만 바라보던 수혁, 그러다가 다시 천천히 일어나고는 손과 엉덩이에 묻은 흙틀 툭툭 털어냈다. 그리고는 떨림이 담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지금 이렇게 또 맞는다고 겁먹으면 안돼지... 그래, 안돼는거야..."

그리고는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수혁, 종빈은 거의 울것같은 눈을 한채로 입가에 함박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래, 우린 해야될거 있잖아. 그때의 복수도 해야되고, 우리 약속도 지켜야되고!"

종빈은 그런 수혁이 다시 의지를 되찾을수 있게 조금 과한 반응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엔 효과가 있었는지 조금 전만해도 완전히 초점을 잃은 눈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거기다가... 예영이..."

"...뭐?"

"아, 아냐. 덕분에 정신 차렸다. 이제부터라도 잘 막으면 되는거야. 가자!"

그러면서 종빈의 가슴높이로 글러브를 내미는 수혁, 종빈은 이제 확실히 나아졌다고 판단하고는 자신의 미트를 가져다 살짝 갖다댔다.

툭-

"그럼, 지금부터 사인은 내 위주로 갈게. 일단은 머리 비우고 투구에만 집중해"

"오케이"

종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수혁, 종빈도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심판을 힐끔 쳐다보면서 다시 홈으로 돌아갔다.

"플레이볼"

종빈이 다시 돌아오자 재개되는 경기, 수혁은 숨을 길게 내쉬고는 종빈의 사인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곧바로 셋포지션 자세를 잡은 다음에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슈욱-

수혁의 손을 떠난 공은 빠르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살짝 당황한건지 조금 늦게 나오는 배트, 그리고는 힘껏 허공을 갈라버렸다.

파앙-

"스트라이크!"

"좋아! 좋아! 오늘 구위, 제구 모두다 역대급이다!"

공이 미트에 들어간 순간, 심판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곧이어 들려오는 또다른 목소리, 수혁의 기를 불어넣기 위한 목소리였다.

수혁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던져준 공을 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셋포지션 자세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잽싸게 사인을 내는 종빈, 수혁은 확인을 한 다음에 잠깐의 틈도 없이 곧바로 두번째 공을 던졌다.

슈욱-

'이번엔 예측했다! 간다!'

하지만 방금 전과는 다르게 이미 적절한 타이밍에 튀어나오는 배트, 그러면서 지금 수혁의 공 정도는 자신도 충분히 장타로 만들수 있다는듯이 풀스윙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까앙-

엄청나게 커다랗고 맑은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타구는 순식간에 좌중간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뛰어! 뛰어!"

"달려어어어!"

그러면서 다시 힘껏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구장, 타자도 이건 장타가 확실하다는듯이 배트를 바닥에 던지듯이 내려놓고는 3루까지 노리는듯한 전력질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주자들도 마찬가지, 그 누가 봐도 장타가 될만한 코스였기 때문에 모두들 뒤는 생각하지도 않고 미친듯이 앞만 보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이번 득점으로 오늘의 승부를 완전히 기울이고, 그와 동시에 수혁을 완전히 무너트리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힘껏 달려서 각자 다음 루를 돌고 반 이상 더 갔을때

"으아아아아!"

중견수 위치에 있던 운선의 괴성에 가까운 외침과 함께 온몸을 타구가 향하는 좌중간으로 날려버렸다.

촤아아아악-

그러면서 전신이 잔디에 쓸리기 시작하는 운선, 하지만 그의 시선은 오로지 자신의 미트를 향해서 날아오는 타구에만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터업-

타구가 운선의 글러브 안으로 떨어지면서 첫번째 아웃카운트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운선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타구를 꽉 잡은채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먼저 가까운 2루를 향해서 전력으로 송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송구는 2루에 베이스 커버를 들어와있던 성빈이 캐치, 가볍게 두번째 아웃카운트가 생성되었다.

이어서 성빈은 글러브에서 재빨리 공을 빼낸 다음에 옆으로 빠져서 1루로 송구, 산욱이 그 송구를 받는 순간

"아웃! 쓰리아웃 체인지!"

라는 심판의 콜이 들려오고 곧바로 돌아오는 주자의 발이 베이스를 밟았다.

[8-4-3으로 이어지는 믿을수 없는 트리플 플레이! 안수혁 선수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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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화-골드 스타즈 VS D.라이더즈(5)201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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