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41화
[8-4-3으로 이어지는 믿을수 없는 트리플 플레이! 안수혁 선수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납니다!]
세개의 아웃카운트가 동시에 잡히는 순간, 캐스터의 입에서는 흥분된 목소리와 함꼐 약간의 침이 튀어나왔다. 그러면서 해설의 눈치를 봤지만 그도 지금 이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놀라있는 상황, 자신과 별반 다를바가 없어보였다.
그러면서 한동안 아무런 말도 없는 두 사람, 전혀 볼수도 없는 상황이 나온지라 그 어떤 말도 쉽사리 나오지 않고 있었다.
[어... 그게, 그러니까... 아, 오늘 골드 스타즈의 타순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번에 진건호 선수, 2번에 유진승 선수...]
그러다가 둘중 먼저 다시 말문이 열린선 캐스터, 그것도 라인업을 소개하기 위한 고정 멘트였다.
[오늘... 타선에서의 키 플레이어는 김현 선수입니다. 투구와 함께 하는 타격이기에 체력 안배가 중요하며...]
그렇게 라인업을 다 소개하고 나자 이번에는 해설이 오늘의 키 플레이어로 지목된 선수의 역할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라인업 소개가 어찌어찌 다 끝나자마자 아까의 그 트리플 플레이 화면이 중계화면에 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봐도 믿기가 힘들정도의 수비, 물론 주자들이 뒤를 생각하지 않은점도 있었다만, 내-외야수가 섞인 트리플 플레이는 일생에 단 한번 보기에도 거의 드문 경우였다. 그것도 외야 앞부분이 아닌 거의 중간 거리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더욱더 그럴만도 했다.
[와... 이건 다시봐도 절대로 믿기지가 않는데요...]
[골드 스타즈가 너무 앞만보고 주루한 것도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예상 밖으로 이운선 선수의 수비범위가 아주 괴물급으로 넓었습니다]
해설의 말에 화면에 타구를 잡는 운선의 모습이 자세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감탄사를 내뱉는 캐스터, 해설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멘트를 이어나갔다.
[원래 수비범위가 이렇게 넓은 선수는 아닌걸로 알고 있는데... 알고보니 의외의 엄청난 수비실력을 감추고 있었던 이운선 선수였습니다]
[원래는 그저 그런 중견수에 나쁘지 않은 리드오프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거 엄청난 반전이었군요]
[아마 이번 대회의 반전중 세손가락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펙트가 엄청나요]
방금 그 운선의 수비에 대해서 계속 반전이라면서 놀라는 두 사람, 그러다가 타석에 1번 운선이 들어오자 다시 중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아... 좋은 수비를 보여줬던 이운선 선수, 나름 버티다가 6구째에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좋은 수비를 보여주면서 기대되었던 운선의 삼진 아웃을 시작으로
파앙-
"삼진 아웃!"
2번 선민은 별것도 하지 못하고 삼진아웃이 되고
파앙-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체인지!"
그나마 잘 치는 3번 호진마저도 삼진으로 돌아서면서 D.라이더즈의 1회초 공격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
잠시뒤, 약 2분여의 공수교대가 끝나고 시작되는 2회초, 중계부스에서느 중계진이 방송 재개 신호를 받고 방송을 막 시작한 상태였다.
[잠깐의 광고 타임을 거치고 돌아온 2회초, D.라이더즈의 마운드 위에는 다시 안수혁 선수가 올라와 있습니다. 우선 1회때 엄청난 트리플 플레이로 완전히 무너지는건 겨우 막은 상태였죠?]
캐스터는 1회의 상황을 간단히 얘기하고는 해설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대답을 기다렸다. 해설은 그런 캐스터의 말을 이어 받아서 멘트를 내뱉기 시작했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로 중요합니다. 비록 1회를 기적적으로 넘기면서 떨어졌던 사기는 조금이나마 나아졌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문제는 안수혁 선수도 골드 스타즈의 타선을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해설의 말에 그게 무슨 뜻인지 조금 더 자세히 파고 들어가려는 캐스터, 그러면서 속으로는 아까 그 심각해 보였던 표정의 이유가 밝혀지는건가 하는 약간의 기대심도 담겨있었다.
[골드 스타즈의 타선은 지금까지 상대 투수진을 실력으로 압도하면서 승리를 이끌어 왔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안수혁 선수 정도면 잘 막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 그렇죠]
[그런데 지금 골드 스타즈의 타자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안수혁 선수의 공을 부담없이 때려내는 중입니다. 물론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안수혁 선수라도 막을수 있을 확률은 절반정도라고 예측을 하긴 했습니다만...]
[그렇습니다만?]
해설은 이야기를 하다가 잠깐 뭔가 망설여 지기라도 하는건지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아까보다 더욱 궁금해 하는 말투로 해설에게 물어보는 캐스터, 그는 잠깐동안 말이 없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D.라이더즈 팬분들껜 죄송하지만, 전 지금 안수혁 선수의 실력으로도 골드 스타즈의 타선에게 밀린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이미 실력에서 너무 차이가 납니다.
운이 따라주는 타구는 하나도 없고, 다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자신의 스윙을 해서 못해야 단타, 혹은 장타를 만들어 냅니다. 거기다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구, 커터, 투심, 그리고 그 명품 커브까지, 모든걸 다 예측한다는듯이 생각하고서 제대로 받아쳐냅니다.
이건 볼배합 싸움으로도, 구위 싸움에서도 힘들어 보입니다. 골드 스타즈 타선의 유일한 약점이 낯가림이 심하다는걸 생각하면 새로운 변화구가 없는 이상 거의 지는 싸움이라고 봐도 마찬가지인 싸움일것 같...]
그렇게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마무리를 지으려는 해설, 하지만 그 마지막 한마디를 다 끝내기 직전에
부웅- 파앙-
"스트라이크!"
지금까지 수혁에게서 볼수 없었던 궤적의 구질이 나왔다.
[어, 방금 무슨 구질이죠? 안수혁 선수에게서 나오지 않았던 궤적이었는데요?]
그 모습을 보고는 놀라는 캐스터, 그러면서 해설은 혹시 알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를 쳐다봤다.
[이, 이 궤적은...]
해설은 그 모습을 보면서 믿을수 없다는듯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서클 체인지업...! 이정도의 서클 체인지업이면 골드 스타즈 타자들의 낯가림을 충분히 이용할수 있어 보입니다!]
[커브랑 서클 체인지업의 조합으로 상대를 혼란시키는 볼배합 같은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냥 서클 체인지업만 잘 들어가도 충분할겁니다. 골드 스타즈가 유일하게 5점 이하로 낸 경기에서 보면 선발투수가 커브를 숨겨뒀기 때문이었죠. 골드 스타즈가 상대 투수에 대해서 아는것만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나머지는 다 갖다 버리는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해설은 거기까지 얘기하고는 다시 생각해도 반전에 반전인건지 감탄사와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
'후우, 일단 제구는 괜찮게 되는구나. 혹시나 안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이정도면 충분히 써볼만 하겠어'
시합중에 수혁이에게 요구한 서클 체인지업, 패자부활전을 치르기 시작한 이후로 훈련을 할때마다 30개, 많으면 50개씩 연습하면서 서클 체인지업에 대한 감을 천천히 끌어올렸었다.
하지만 다른 변화구에 비해 장착하는 속도가 느렸던지라 지금까지는 경기에서 거의 사용하지 못했던 변화구, 8강때쯤에 겨우 완성이 되었지만 혹시나 모를 상황을 위해서 숨겨두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던져는 서클 체인지업, 우승을 위해서 숨겨놓은 비장의 무기, 지금이 바로 개봉할 때라고 생각하고서 요구했었다.
다행히 수혁이는 그동안 감을 잘 익혀왔던걸 까먹지 않고 나쁘지 않게 던져줬다. 날아오는 궤적과 떨어지는 궤적까지, 조금의 차이는 있어도 커브와 거의 데칼코마니 수준으로 떨어지는 공이었다.
'1회에 너무 얻어맞느라 까먹고 있었어. 저쪽 타선은 낯가림이 심하다는걸, 그걸 이용하려면 지금까지 숨겨왔던 이게 제격이지'
그러자 이제서야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짓게 되는 미소였다.
'그럼 지금부터 서클 체인지업을 중심으로 볼배합을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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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화-골드 스타즈 VS D.라이더즈(6)2016.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