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44화 (244/255)

우리 동네 야구팀-242화

'뭐, 뭐야?'

방금 그 떨어지는 타구를 확인하고는 살짝 당황하는 현, 그리고는 포수 미트의 위치를 확인해봤다.

현재 포수 미트의 위치는 낮게 바깥쪽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 거리가 얼마나 멀었으면 좌타인 그가 팔을 쭉 뻗어서 내밀었어도 맞추기 힘들법한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뭐, 뭐야...? 분명히 초반까지는 거의 가운데로 오는 실투였는데...?'

현은 미트의 위치를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는듯이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일단은 다시 배트를 고쳐쥐고는 수혁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는 내가 잘못 본걸수도 있어. 어차피 저녀석은 우리 타선보다 한수 아래야. 충분해, 충분히 칠수있다'

'후우, 나도 1회에 너무 맞고 정신줄을 놓는 바람에 깜빡할 뻔했어. 오늘 종빈이한테 신세 많이지네'

한편, 마운드 위에 있는 수혁은 종빈을 쳐다보면서 약간 허탈하게 웃었다. 이어서 시선을 현에게 돌리고는 아까의 웃음기 따위는 완전히 거둬버리고는 차분하게 노려봤다.

'방금 꽤나 놀랐을거야. 그리고 너같이 맨날 힘으로 밀어붙이던 놈들은 대체로 잘 못하는게 있지. 데이터에서도 그렇게 말해줬었고. 그럼, 두번째 공 간다'

그리고는 천천히 올라가는 왼다리, 그리고 들었던 발을 앞으로 쭉 뻗으면서 오른팔을 빠르게 휘둘렀다.

슈욱-

그러면서 수혁의 손을 떠나가는 투구, 현은 아까의 공을 잊기라도 한건지 이번에도 과감하게 배트를 내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배트가 거의 다 나왔을때

휘익-

'뭐, 뭐야 또?'

이번에도 아까와 같은 궤적으로 떨어지는 투구, 현은 놀라면서 이젠 어떻게든 오기로 맞춰보려고 팔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그 결과

티잉-

배트 끝에 아주 살짝 맞으면서 희미한 소리와 함께 종빈의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그러면서 하나 더 올라오는 노란색 불빛, 현은 뭔가 하면서 곧바로 수혁에게 시선을 돌렸다.

'뭐야 저새끼, 이런 궤적이면 싱커나 서클 체인지업... 다른 변화구가 있었던 거였어?'

한번은 우연일지 몰라도 두번부터는 우연으로 가장하기엔 조금 위화감이 들기 시작하는 횟수, 현은 완전 당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수혁을 노려봤다.

반면에 수혁은 아직도 남은 수가 있기라도 한건지 차분한 표정으로 입꼬리만 살짝 올라간채로 현을 쳐다봤다.

'이쯤되면 분명히 빠질거다. 특히 너같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녀석일수록 말이야'

그리고는 이번엔 자신이 직접 사인을 내밀었다. 종빈은 갑작스런 사인에 뭔가 하고서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자신의 생각도 같은건지 평상시보다 약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트를 내밀었다.

수혁은 내밀어진 미트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한번 끄덕여줬다. 그리고 와인드업을 하고는 힘차게 공을 뿌렸다.

'걸려라!'

슈욱-

그렇게 수혁의 손을 떠나간 투구, 공은 빠른 속도로 공기를 가로지르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번엔 안당한다, 제대로 맞춰준다!'

이에 맞서듯이 돌아가는 현의 배트, 하지만 아까 그 변화구를 의식한건지 앞에 두번과는 조금 느린 타이밍에 배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이 점점 가까워짐에도 불구하고 구속의 감소나 변화각따위는 거의 보이지 않는 투구, 그리고 그 결과

파앙-

"..."

"스트라이크 아웃!"

호쾌한 스윙과 함께 2회초의 첫 아웃카운트가 만들어졌다.

"미친..."

심판의 콜이 나오자 작게 중얼거리는 현, 그리고는 마운드 위에 서있는 수혁을 노려보다가 화를 삭이면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반면에 현을 보는 수혁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종빈이 다시 던져주는 공을 받으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약올라 죽겠지? 그래 그렇게 더더욱 약올라라. 그래야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라도 좀 생기지"

1회때와는 완전히 뒤바뀐듯한 마인드, 확실히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건지 평상시에 보여주던 모습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터업-

"아웃!"

1번타자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고

슈욱- 퍼엉-

"아웃! 체인지!"

그 다음 타자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2회초를 가뿐하게 마무리 지었다.

*

"방금 뭐야? 서클 맞지?"

"싱커라고 하기엔 아닌거 같고... 맞는거 같은데?"

"저정도 각이면... 어우, 끔찍하다"

수혁이 삼진을 막 잡았을 무렵, 골드 스타즈의 덕아웃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중 대부분의 반응은 수혁의 서클 체인지업에 대한 놀라움, 그들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과 함께 오늘 저 공을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막막함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현, 그는 화를 삭히는듯한 한숨과 함께 헬멧을 툭 내려놓고는 아무말없이 글러브와 모자를 챙긴 다음에 마운드 위로 걸어나갔다.

그런 현의 눈치를 보는 다른 선수들, 그러다가 그가 나가자 자기들도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는 그라운드로 걸어나갔다.

한편, D.라이더즈의 선수들이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조금 전만해도 웅철과 용식 둘만 있던 덕아웃은 꽤나 복작한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골드 스타즈의 덕아웃을 바라보는 용식, 그러면서 약간 희망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후우, 다행이다. 다행히 차선의 상황에서 막은게 다행이야. 이제부터 천천히 따라잡으면 되는거다'

그가 생각한 최선책은 당연히 수혁이 처음부터 잘 막아주는것. 하지만 그건 그도 힘들다고 생각했던지라 그리 기다하는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더 기대를 건 방법은 차선책이었다.

'갑자기 털린다고 해서 곧바로 서클을 꺼냈다간 오히려 더 얻어맞기 쉽상이겠지. 흔들리기 시작한 이상, 트라우마 때문에 공이 급격하게 무뎌졌을 테니까'

그래서 일단 믿고 기다려봤다. 내가 생각한 한계치는 5점, 그 이상으로는 아무리 내가 백방으로 노력해도 힘들다. 일단 그 140의 공을 적응하기가 쉬운것도 아니고 말이다. 애들이 아무리 성장했어도 그 공을 치는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다행히 딱 5실점에서 기적적으로 막아준 수혁이, 그러면서 일단 내가 생각한 베이스는 간신히 갖춰졌다.

'자, 그렇다면 이제부턴 내가 나설 차례다. 침착하게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고 그가 가장 싫어하는 짓을 하는거다'

용식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타석으로 걸어나가는 산욱을 쳐다봤다. 그리고 산욱이 타석에 들어서서 자신을 쳐다보자 곧바로 사인을 내기 시작했다.

'일단 무조건 버텨라. 그러면서 천천히 현재의 정보를 습득해간다'

산욱은 사인을 확인하고는 알았다는듯이 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용식은 산욱이 알아본걸 확인하고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리고는 마운드로 시선을 돌려서 현을 쳐다봤다.

'현재 팀의 실권은 감독이 아닌 김현이 쥐고있다. 거기에 자신이 충분히 막을수 있다는 자만에 빠져있는상태, 작전이 나온다고 쳐도 수용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계속 버티면서 그럴 낌새를 찾아 나가야겠지. 물론 그러다가 내려가준다면 더 땡큐고'

현재 용식의 생각대로라면 오늘 상대의 움직임을 거의 없을 예정, 일단 상대의 움직임은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그렇다면 오늘 경기에서 중요해지는건 D.라이더즈의 움직임. 그리고 지금 그 움직임은 용식 혼자서 다 책임져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평상시라면 수혁도 그 짐을 어느정도 나눠질수 있었겠지만 현재는 그의 상태가 여유롭지 않은 상황, 용식이 혼자서 잘 끌어나가야 하는 구조였다.

'뭐... 지원이 빵빵했던 몇몇 팀들을 제외하면 내가 도움을 좀 많이 받기는 한거 같았지. 플레잉 코치 한명을 데리고서 플레이하는 기분이었기도 하고'

용식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잠깐동안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시선은 현에게서 절대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 일단 오늘의 볼배합부터 한번 알아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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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화-골드 스타즈 VS D.라이더즈(7)201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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