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43화
'그때 그 홈런... 이번엔 닥치고 삼진으로 잡아준다'
한편, 마운드 위에 서있는 현은 타석에 들어온 산욱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타석에 들어온 산욱을 힐끔 쳐다보고는 곧바로 파악한 상태, 그러면서 살짝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그 모습은 사라지고 강렬한 눈빛만이 산욱을 쳐다보고 있었다.
본선 시작후부터 거포 본능이 드러나면서 위험군으로 분류된 산욱이었지만 그에게서 살사 꼬드긴다거나 긴장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수 없었다. 오히려 구위로 눌러버리겠다는듯이 산욱을 노려볼 뿐이었다.
산욱도 그에 지지 않고 현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처럼 반드시 치겠다는 의미가 아닌, 일단 작전대로 잘 버텨보자는 각오가 담긴 눈빛이었다.
보통은 타자가 공격, 투수가 수비의 입장이며 그 느낌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지금 두 사람은 오히려 서로 상반된 모습을 비춰주고 있었다. 서로의 다른 생각이 우연히 맞물리면서 만들어진 뭔가 이상한 조합이었다.
'일단 초구는 바깥쪽 직구...는 아닌거같지? 몸쪽으로 찌르자'
'오케이, 이제야 내 스타일에 적응을 했네'
사인을 내밀다가 슬쩍 눈치를 보고는 다시 바꾸는 포수, 현은 그런 포수를 보면서 만족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거침없이 다리를 들어 올렸다가 앞으로 쭉 내딛었다.
'이번엔 절대로 안봐준다!'
그리고 팔이 휘둘러지면서 현의 손을 떠나가는 투구, 그와 동시에 산욱의 배트도 빠르게 나오기 시작했다.
타앙-
"파울!"
결과는 배트에 빚맞은 파울, 산욱은 한숨을 크게 내쉬면서 손으로 헬멧을 살짝 건드리고는 배트를 다시 쥐었다. 그리고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후우, 그동안 훈련한 보람이 있는건가. 아예 안보이는 수준은 아니야. 맞추는건 가능할거 같아. 여기서 지난번 홈런칠때의 기분이 또 느껴지면 좋을텐데...'
산욱은 잠시동안 그때의 느낌을 떠올려 보려고 집중한채로 투수를 쳐다봤다. 하지만 전혀 오지 않는 느낌, 결국 속으로 아쉽다는듯이 혀를 쯧 차면서 평상시 하던대로 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현은 산욱을 매우 차갑게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산욱이 속으로 혀를 찬 바로 뒤에 와인드업을 하고는 공을 꽂아넣었다.
파앙-
"스트라이크!"
바깥쪽에 아슬하게 걸쳐서 들어간 투구, 산욱은 볼인줄 알았는지 멍하니 바라보다가 표정을 살짝 일그러트리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스읍... 운이 좋은건지, 아니면 의도한건지 모르겠네...'
계속 이런 공이 들어온다면 작전대로 하기가 힘들어지는 상황, 칠만한 공이면 모를까, 지금 공을 겨우겨우 따라가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에 애매하다고 무작정 휘두르기도 애매했다.
'흐음... 저런 공이 올수도 있다는거네? 그럼 우린 무작정 휘둘러야지. 다른 녀석들도 아닌 산욱이니까'
용식은 투구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쉽지 않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산욱이 자신을 잠시 쳐다보는 순간에 망설임없이 곧바로 작전을 바꿔서 지시했다.
'일단 존 근처로 오는건 다 커트하고 봐. 어떻게 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어'
'넵'
산욱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서 투수를 쳐다봤다. 그리고 투수가 와인드업을 하고 공을 던지는 순간
빠르게 배트를 휘둘렀다.
까앙-
[김산욱 선수, 쳤습니다!]
아까와 비슷한 궤적으로 들어온 투구, 산욱은 아까 그 스윙을 그대로 기억하면서 가볍게 휘둘러서 잘 맞혀냈다. 그리고 유격수 위를 지나쳐서 외야 그라운드에 떨어지는 타구, 그리고 중견수와 좌익수 사이를 굴러가기 시작했다.
"오케이!"
"좋다 좋아!"
"달려!"
5대 0, 분위기상 완전히 밀린 상태에서 나온 장타코스, 산욱은 지금이 다시 분위기를 가져올 찬스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1루를 막 밟고 돌았을 무렵,
퍼엉-
그사이 깔끔한 중게 플레이가 진행되면서 결국 1루로 다시 돌아오는 산욱, 그러면서 조금 뜰법도 했던 덕아웃의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골드 스타즈의 빠르면서도 깔끔한 중계플레이, 장타 코스의 타구를 단타로 막아내는데 그칩니다]
[이런게 바로 강팀의 필수 조건입니다. 비록 데이터로는 잘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지만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필요한 조건입니다]
그런 골드스타즈의 수비를 보면서 칭찬을 하는 해설, 그러면서 화면에는 조금 전의 중게플레이가 리플레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장면이 끝나자 산욱이 진행요원에게 보호구를 풀러서 건네주는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까의 타구가 아쉬웠던건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나저나 D.라이더즈, 추격할 기회가 생긴듯 했습니다만 단타로 끊기면서 달아오르려던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은 느낌입니다. 맥이 탁 풀려버린 느낌이에요. 반면에 골드 스타즈는 깔끔한 수비로 자칫하면 난타전이 될수도 있는 분위기를 다시 자기쪽으로 끌어들인것 같습니다]
해설은 그런 산욱의 표정을 보면서 자신도 살짝 아쉽다는듯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김현선수는 거의 난공불략에 가까운 투수이지 않나요? 아무리 흔들리거나 분위기가 넘어온다고 해도 쉽사리 점수를 내줄 투수는 아니죠]
[그건 그렇긴 그렇죠. 분위기 넘어갔다고 와르르 무너지면 지금의 김현선수는 있을수 없을겁니다]
이에 그럴것 같지 않다는 말투로 받아치는 캐스터, 그리고 해설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의 예상대로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이닝 체인지!"
5, 6, 7번 타자 모두들 힘없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달아오르려던 2회초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
[이제 경기는 4회초, 마운드에는 여전히 안수혁 선수가 올라와 있습니다. 1회초에 5실점을 한 이후로는 잘 막아내고 있습니다]
[지금 안수혁 선수가 이렇게까지 안정된건 임종빈 선수의 강력한 펀치 한방과 서클 체인지업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그 덕분에...]
그뒤로 경기는 흘러서 4회초, 마운드 위에는 여전히 수혁이 올라와 있었다.
1회때와는 다르게 많이 평온해진 표정, 이젠 타자들이 나와도 전혀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공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수혁을 계속 다독이면서 끌고 가는 종빈, 반면의 수혁은 머릿속을 비우고 그저 종빈이 요구하는 곳으로 공을 던지는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평상시랑은 완전히 바뀐듯한 포지션, 하지만 이 현상은 수혁이 의도한 현상이었다.
'후우,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난 지금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태야. 괜히 생각하고 사인내다간 폭삭 망해버린다. 차라리 트라우마가 없는 종빈이가 리드하는게 훨씬 더 좋은거야'
그러면서 자리에 앉는 종빈을 살펴보는 수혁, 그리고 타자가 타석에 들어오자 반사적으로 발판위에 발을 올리고는 종빈을 쳐다봤다.
'자, 사인만 오면 무조건 간다'
현재 수혁의 머릿속은 저 한마디만 하고는 완전히 백지처럼 깔끔해진 상황, 하지만 당황해서 머릿속이 깨끗해지는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느낌의 깨끗함이었다.
'음... 그럼 이번공은 몸쪽에 떨구는 서클로'
종빈은 수혁이 준비된걸 확인하고는 자신도 망설임없이 사인을 보냈다. 2회에 약점으로 발견된 서클을 위주로 조합하는 볼배합, 이제 막 한바퀴가 지난 상황이었지만 여전히 같은 배합을 사용하고 있었다.
'혹시나 맞는 느낌이 든다면 그때부터 바꿔도 무방하다. 일단은 이대로 밀고 나가는거야'
만약 맞는다고 쳐도 바꾸면 그만이라는 각으로 별 느낌없이 사인을 내는 종빈, 수혁은 사인을 확인하고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와인드업을 하고 공을 던졌다.
부웅-
"스트라이크!"
그러면서 이번에도 거침없이 나오는 타자의 배트, 수혁은 그런 모습을 보고는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았다. 단지 아직 방심하면 안되다고 속으로 한번 중얼거리고는 종빈이 던져주는 공을 받았다.
그다음 사인의 들어오자 또 곧바로 와인드업을 하고 꽂아넣는 투구, 타자는 이번엔 지켜볼 생각이었는지 배트는 나오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아..."
타자는 미트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아쉬워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반면에 종빈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갔다.
[흐음, 안수혁 선수 상대로는 수싸움을 걸면 괜시리 손해이지 않나요? 지금 뭔가 노리는 공이 있다가 한가운데 어설픈 공을 놓치네요]
캐스터는 방금 그 모습을 보면서 잘못된 선택이라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에 고개를 가로젓는 해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지금 사인은 완전히 임종빈 선수가 내고 있습니다. 평상시라면 종종 사인을 내밀면서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배터리인데 오늘만큼은 임종빈 선수 혼자서만 사인을 내고 안수혁 선수는 그저 공만 던지고 있죠. 따라서 당한건 맞습니다만, 이건 임종빈 선수에게 당한거라고 볼수 있겠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캐스터는 해설의 말에 뭔가를 깨달은듯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그라운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 안가서
파앙-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심판의 삼진콜이 나오면서 타자가 힘없이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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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화-골드 스타즈 VS D.라이더즈(8)201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