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44화
종빈의 허를 찌르는 볼배합과 원래 모습을 되찾은 수혁의 역투로 점점 끌어져가는 경기, 그러면서 처음엔 골드 스타즈에게 있던 분위기는 서서히 넘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골드 스타즈의 우위를 점치고 1회의 대량실점을 보면서 오늘 경기는 끝났다고 생각했던 중계진도 이닝이 점차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점차 두 팀이 동등하다는듯한 말투로 말하게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6회초, 여전히 마운드 위에는 수혁이 올라와 있었다. 현재 투구수는 약 70여개. 1회에 수많은 타자들을 내보내고 다시 불러들였지만 그때 타자들이 빠르게 공략하기도 하고, 그 뒤로 빠르게 빠르게 타자들을 제압해나간 덕분에 아직 체력에는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수혁은 오른손으로 로진백을 주물럭 거리면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다음 로진백을 바닥에 떨어트리고는 타석에 들어오는 타자를 쳐다봤다.
"후우우... 이젠 확실하다. 충분히 안정됐다"
초반에 공이 얻어맞으면서 간신히 가라앉혔던 트라우마가 다시 재발했던 1회초, 하지만 그때 얻어맞은게 일종의 치료가 된건지 종빈의 리드를 따라서 생각없이 던지다 보니까 타자들에 대한 공포는 어느새 상처가 아물듯이 사라져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때의 일이 떠올라도 그저 덤덤할것만 같은 기분, 그러면서 어느새 수혁에게 평정심이 다시 돌아와있었다.
'추가점이 나야했던 시점들... 모두들 맥없이 물러났다. 이젠 경기 후반, 여기서도 추가점이 안나오면 그땐 진짜 큰일날수도 있어. 현이를 믿지 못하는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안될것 같은걸 이뤄온 팀이다. 충분히 잠재력이나 저력이 있다는 평가도 있었고'
반면에 타자는 점점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걸 눈치챈건지 전 타석보다 훨씬 굳어있는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배트를 최대한 세게 쥐고는 수혁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제 저쪽에서도 슬슬 불안해질때가 되긴 되었지. 추가점이 간절해질때가 됐을거야. 슬슬 볼배합을 바꿔볼 필요가 있어보이네'
그러면서 종빈에게 사인을 보내볼까 생각하다가 그냥 고개를 가로젓는 수혁, 그리고는 종빈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고 생각하면서 사인을 확인했다.
'이제 경기 후반, 중계를 봤을때면 보통은 이쯤에 슬슬 간파가 되는경우가 종종 있었어. 골드 스타즈가 아무리 낯가림이 심하다고 해도 이쯤이면 걷어내는 정도는 할수 있을거같고...'
종빈은 멀리 서있는 수혁을 쳐다보면서 슬슬 볼배합을 바꿔야되나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들어오는 타자, 5회까지의 타자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얘네도 뭔가 슬슬 불안해하는게 보이는거 같단 말이야...'
종빈은 타자에게로 시선을 옮겨서 약간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잠시뒤, 결정을 한건지 수혁에게 시선을 고정하고는 사인을 보내기 시작했다.
'일단 서클 한번 더 떨구는걸로, 일단 이번 타자까지는 지켜보자'
'...종빈이 정도면 그동안 쌓인게 있을텐데, 일단 지켜보자는건가?'
사인을 확인한 수혁은 잠시동안 가만히 응시하다가 믿고 가자는 의미로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런 다음에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망설임없이 와인드업을 하고 공을 뿌렸다.
그리고 그 결과
파앙-
"볼, 볼넷"
타자의 배트가 한번도 움직이지 않으면서 그대로 볼넷이 나와버렸다.
[주청준 선수, 잘 참아내면서 볼넷으로 출루합니다]
타자는 겨우 참았다는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배트를 내려놓고 보호구도 풀어서 내려놓은 다음에 1루로 천천히 걸어갔다.
수혁은 그런 타자를 보면서 약간 굳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종빈을 쳐다보자 잠시 타임을 외치고는 올라오는 종빈이 보였다.
"후우... 내가 눈치챌 정도면 이미 알고 있겠지?"
"일단 지켜보자는 느낌이 있어서 가만히 있었지"
종빈은 마운드 위로 올라오자마자 앞에 아무런 말도 없이 곧바로 수혁에게 물어봤다. 이에 수혁은 잘 알고있다는듯이 1루에 도착한 주자는 힐끔 보고는 대답했다.
"그럼 슬슬 바꿔야 될 때가 온거 같은데 말야... 문제는 저쪽 타자들이 너무 만만치가 않다는거지"
"그건 그렇긴 한데..."
수혁은 말끝을 살짝 흐리면서 뭔가 생각이 있긴 한건지 타석 옆에서 배트를 휘두르는 타자를 슬쩍 쳐다봤다. 그러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미 서클의 잔상도 있겠다, 아마 지금쯤 내가 다른 구질은 던지지 못할거라고 생각할거 같은데"
"허를 찌르자고? 뭘로 찌르게?"
"그냥 이제 서클은 결정구 타이밍에 보여주는걸로 허를 찌를 준비를 해놓고, 마무리는...커터로 가는거야. 직구는 너무 위험할테니까"
"흠... 결정구 타이밍에 보여주기를 간다고? 위험한거 아냐?"
종빈은 살짝 불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수혁을 쳐다봤다. 수혁도 살짝 망설여지기는 하는건지 그와 비슷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아니, 일단 부딪혀보자. 이대로 가면 힘들어 진다는건 우리 둘다 동의하잖아"
"그건 그렇지. 그렇다고 딱히 떠오르는 방법도 없고... 일단 네 말대로 가보자. 괜히 수싸움 잘한다는 수식어가 붙은건 아니니깐"
"그려, 한번 붙어보고 안되면 그때 다시 바꾸자고"
종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을 건네주고는 수혁과 글러브를 살짝 마주친 다음에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한편, 타자는 타석 옆에서 마운드 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이야기 하는것을 보면서 어떤 얘기를 하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서클을 참고 나간 볼넷,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분명히 볼배합을 바꾸는 확률이 높아. 청준이도 나도 이제 서클이 구별은 안가도 참을 정도는 적응이 되었으니깐'
그렇게 생각하면서 종빈이 다시 돌아오자 곧바로 자세를 잡는 타자, 그리고는 수혁이 공을 던지기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타자가 자세를 잡자 수혁은 종빈이 사인을 보내길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인이 오자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바깥쪽에 걸치는 커브... 오케이'
그리고는 천천히 왼다리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종빈이 미트를 내민 곳을 향해서 공을 뿌려냈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공은 쭉 뻗어가다가 거의 마지막에 뚝 떨어지면서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들려오는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 종빈은 타자를 힐끔 쳐다보고는 수혁에게 다시 공을 던져줬다.
'일단 지켜보는건지, 아니면 노림수가 있는건지 배트를 가만히 두고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뭔가 노리고 있을거 같은데...'
이번 이닝부터 타자들이 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느낌, 종빈은 지금 그 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심상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이닝부터는 확실히 달라졌어, 뭔가 달라. 더욱더 집중력이 올라가고 슬슬 불안해 한다. 확실해'
그리고 이제는 확실하게 결정을 내리는 종빈, 그리고는 이제부터 더욱 정신차려야 한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흔히들 말하는 포수의 감, 지금 종빈은 그 포수의 감으로 단 두타자만에 타자들의 변한것을 확정지었다. 투수도, 덕아웃도 눈치채지 못하는 포수들만이 느낄수 있는 감. 타자를 가장 가까이서 볼수 있는 포수만의 감이었다.
그냥 가끔씩 경기를 하는 동네야구나 타자의 데이터가 없다면 모를까, 이젠 거의 고교야구 왕중왕전 가깝게 올라와버린 수준, 그 때문에 어느덧 포수의 감을 익히게 된 종빈이었다.
'과연 이 볼배합이 잘 먹힐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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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화-골드 스타즈 VS D.라이더즈(9)201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