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248화 (248/255)

우리 동네 야구팀-246화

[이제 경기는 6회말, 어느덧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응원의 열기도 점차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잠시뒤, 이닝교대가 끝난 6회말. 타석에는 수혁이 배트를 휘둘러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수혁을 가만히 노려보는 투수, 아직도 바뀌지 않고 완벽투를 펼치고 있는 김현이었다.

'내가 오늘 어떻게든 너는 잡고 들어간다. 무조건!'

현은 수혁을 강하게 쨰려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평상시와는 다르게 자신이 직접 포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초구는 한가운데 직구로, 아까 했던 방식대로 무너트릴거야'

'...알겠어'

막상 보면 납득하기 힘든 사인, 포수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포기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평상시 포수의 사인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바꾸던 그였다. 잘만 던지다가도 사인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게속 고집을 피워서 바꿔버리는 독불장군 스타일, 포수는 어차피 바뀌지 않을걸 알기에 굳이 말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역시 태강이가 괜히 나간게 아니었어. 나도 솔직히 황룡기만 아니면 나도 진작에 나가서 태강이한테 가는건데 말야'

포수는 질린듯이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미트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눈만 살짝 돌려서 수혁을 쳐다봤다.

수혁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채로 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집중한 모습, 포수는 다시 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늘 이 타자가 올때마다 계속 현이가 사인을 직접 내고 밀어붙인다... 그것도 이기기보단 승부를 하는듯한 모습으로 말이지. 미디어데이때도 그렇고 도대체 둘이 무슨 관계인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포수로서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 그래도 그 머리 좋은 수혁도 현과 비슷한 자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안심을 하고는 그냥 공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번에도 힘으로 누르고 들어간다. 내 공이면 저녀석 정도는 쉽게 누를수 있어'

그사이 현은 로진백을 툭툭 건드리고는 바닥에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수혁을 노려봤다.

'아마 네 성격상 이번에도 힘으로 누르러 들어오겠지. 그땐 네 의도를 확실히 몰랐지만 이젠 다 보인다 보여'

수혁은 그에 지지 않게 현을 노려보면서 배트를 더욱더 꽉 쥐었다. 현은 그런 수혁을 여전히 노려본채로 투구판을 밟은 다음에 곧바로 와인드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에 같이 이를 악물고는 앞발을 살짝 드는 수혁, 그러다 현의 팔이 휘둘러지는 순간 자신도 들었던 발을 디디면서 허리를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티잉-

"파울!"

'몸쪽으로 강렬하게 들어올줄 알았더니, 그냥 막 한가운데로 찔러넣어? 이거 완전히 무시하는거 아냐, 저 썩을...'

결과는 배트 끝에 맞으면서 3루 라인을 넘어간 파울, 수혁은 예상밖의 무시에 인상을 배트를 다시 고쳐쥐었다. 그리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아마 너라면 이번에 변화구는 던지지 않을거야. 맞지? 또 직구 찌르면서 더럽게 무시하겠지. 고로, 난 무조건 직구로 간다. 상대가 길을 알려주는데 버릴 필요가 있겠어?'

'뭐야? 네가 지금 칠수 있다고 보는거야?'

그러면서 확신에 찬 표정으로 현을 쳐다봤다. 현은 그런 수혁을 노려보면서 한번더 포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두구판 위에 발을 올려놓고는 곧바로 와인드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 넌 그냥...'

천천히 올라가는 왼다리, 그리고 앞으로 쭉 뻗어나오다가 지면을 디디고는 오른팔이 힘차게 휘둘러졌다.

'내 구위에 눌리면서 헛스윙이나 하면 그만이야!'

슈욱-

그리고는 현의 손을 떠나간 공, 그리고 묵직하면서도 빠르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직구다!'

이에 살짝 들었던 앞발을 내려놓고는 빠르게 허리와 배트를 돌리기 시작하는 수혁, 그러면서 시선은 공에서 떼지 않은채로 배트를 갖대대면서 간결하게 휘둘렀다.

까앙-

수혁의 배트가 거의 끝까지 나왔을 무렵 들려오는 타구소리, 그와 동시에 공은 3-유간으로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달려!"

"뛰어! 뛰어!"

그러자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D.라이더즈의 덕아웃, 수혁은 배트를 급하게 던지듯이 낼려놓고는 1루를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사이 타구는 내야 그라운드에 낮게 바운드 되면서 처음 방향 그대로 빠르게 굴러갔다. 하지만 유격수와 3루수 둘다 잡기에 애매한 코스, 유격수가 몸을 날려서 잡아보려고 했지만 타구는 그 사이를 절묘하게 빠져나가버렷다.

타악-

"세이프!"

그 사이 열심히 달려서 1루 베이스를 밟은 수혁, 그러자 심판의 세이프 콜이 들려왔다. 수혁은 그제서야 뛰던 발걸음을 늦추고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포효했다.

"아자아!"

"나이스!"

"안타 죽인다!"

"이제 이대로 가자!'

왼주먹을 위로 퍼올리면서 크게 외치는 세리머니, 그러면서 현에게 비웃는듯한 미소를 날려줬다.

'상대를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니까 이딴 꼴이 나는거지'

'지금 나 비웃는거냐? 저 버러지같은놈이...'

현은 그런 수혁을 보면서 이를 갈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할수도 없는일, 달려나가서 싸워봤자 이득이 되는건 하나도 없었고, 공으로 맞춰버린다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결국 지금 그가 할수 있는거라고는 수혁을 죽일듯이 노려보는것뿐, 그 이외에는 어떤 일도 할수 없었다.

"안수혁! 안수혁!"

"안타다아!"

"와아아아아!"

현의 표정과는 정 반대로 현재 D.라이더즈의 응원측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그동안 현의 투구에 완전히 틀어막혀서 제대로 도니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지라 지금 수혁의 안타가 매우 반갑고 거의 꺼져가던 희망을 살려놓은 불씨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더더욱 목청터져라 외치는 관중들, 그리고 경기 초중반 내내 조금은 잠잠했던 응원이 다시금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다음 이운선 선수가 안타를 칠수 있게 다같이 큰 목소리로 '이운선 안타!'를외치는 겁니다!"

주최 측에서 고용한 응원단장이 다시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그 옆에 잇던 치어리더들이 응원을 유도하면서 다시금 응원 열기를 돋구기 시작했다.

"이운선 안타! 이운선 안타!"

이에 그들의 모습에 부응하면서 크게 외치기 시작하는 관중들, 그 소리에 다른곳을 보고있던 중계진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들었다.

[오... 안수혁 선수가 치고 나가서 일까요, 1회초를 제외하면 잠잠한 편이었던 양쪽이었는데 갑자기 D.라이더즈의 관중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합니다]

[확실히 투수전이이어지다가 선두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가면 그럴법 하죠. 이건 김현 선수의 미스라고 봅니다. 유독 안수혁 선수 타석에서는 직구만 고집하던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우위에 있을때 더더욱 확실하게 누르는것이 더욱더 중요한데 그걸 잊고 있어요]

관중들의 활발해진 응원에 감탄사를 내뱉는 캐스터, 해설도 그에 감탄을 하면서 현의 문제점에대해서 지적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중계화면에 홀로 비추어지는 현의 모습, 그는 그 모습을 보면서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상대를 무시하는 자세라... 저건 투수든 뭐든 간에 좋지 않은 자세인데...'

*

촤아악-

"세이프!"

[이호진 선수의 희생타, 안수혁 선수가 태그업을 잘 소화해내면서 5대 1, 한점을 쫓아가는 D.라이더즈 입니다]

[이거... 이렇게 되면 안수혁 선수에게 무리해서 승부한게 너무 크게 작용이 되는데요, 다음 타자는 D.라이더즈에서 유일하게 김현선수를 공략하는 김산욱 선수에요. 김현선수, 무리해서 직구만 던진게 지금 너무 커다란 피해로 왔어요]

수혁이 출루하고 약 몇분뒤, 그뒤로 1번 운선이 버티고 버텨낸 결과 11구만에 힘겹게 볼넷으로 출루, 그리고 이번 선민의 희생번트가 운좋게 라인 옆에서 멈추는 바람에 만루가 채워졌다.

그리고 방금 막 호진의 큼지막한 희생타로 2, 3루 주자는 태그업, 그러면서 D.라이더즈의 첫 득점이 탄생했다.

"X발..."

현은 카메라에 들키지 않게 고개를 푹 숙인채로 욕을 지껄였다. 그러면서 화를 꾹 누르기 위해서 한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는 포수가 던져주는 공을 받았다.

"별거 아닌것들이 운좀 따른다고 더럽게 X랄하네. 운만 안따라주면 나한테 다 밟히는 녀석들이 더럽게 설쳐대고 난리야"

그리고는 모자를 벗었다 다시 고쳐쓰는 현, 그런 다음에 타석으로 들어오는 타자를 응시했다.

'인정하기는 싫어도 하필 유일하게 맞추는 녀석이 지금...'

현은 미치겠는지 혀를 한번 쯧 차면서 약간 신경질적으로 한숨을 또 내쉬었다.

지금 만약 여기서 산욱이 적시타를 쳐낸다면 분위기는 거의 D.라이더즈에게 넘어가는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아무리 타자가 만만해도 분위기를 탔다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 확실한건 더욱더 끈질기게 잡아서 물어질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평가하기로는 엄청나게 끈끈한 소수정예, 안수혁와 유용식의 영향으로 승부처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팀이라고 하지, 위험해... 거기다 더 큰 문제는 김현 저녀석이 자기 성질대로 밀어붙일지 모른다는 점이고...'

한편, 포수는 타석에 들어온 산욱을 긴장한채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조금 망설이다가 머뭇거리면서 사인을 보냈다.

'어차피 하나 빼려고 해도 넌 고개를 가로저을테고, 그냥 몸쪽으로 한번 찔러서 보여주자'

이에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현, 포수는 현이 사인을 확인하자 다시 한번더 산욱에게 시선을 돌렸다.

'맞으면 큰일이다. 아직까지 공에 힘이 있어서 넘어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위험한건 사실이야.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첫 타석에 이은 오늘의 두번째 찬스다. 이번엔 기필코 분위기를 가져온다. 무조건!'

한편, 산욱은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배트를 최대한 세게 쥐었다. 그리고는 무조건 친다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면서 현을 쳐다봤다.

포수는 그런 산욱의 기에 살짝 눌렸는지 긴장한채로 자신이 요구한 위치에다가 미트를 내밀었다. 현은 미트가 나온걸 확인하고는 투구판위에 발을 올려놨다.

'무조건 친다는듯한 분위기가 여기까지 흘러온다. 이녀석만큼은 절대로 방심 금물, 나도 전력으로 던져서 제압한다'

이에 현도 살짝 긴장이 되는건지 앞선 타자들을 상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번 해준 다음에 왼다리를 천천히 올리기 시작했다.

부웅-

그런 현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산욱의 시선, 그리고 현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산욱의 배트는 매섭게 돌아갔다.

슈욱-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뻗어나오는 현의 투구, 매섭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트가 거의 다 오고 공도 거의 다 온 순간

까앙-

맑은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엇던 타구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흐억!"

그와 동시에 헉 소리가 나오면서 벌떡 일어나는 포수, 그리고 하늘로 시선을 옮기자 우중간 저 멀리 공중에 떠서 날아가는 타구가 보였다.

그리고 비슷한 타이밍에 타구의 위치를 파악한 중계카메라, 그러자 캐스터가 은근히 기대하는 말투로 중얼거리면서 멘트를 내뱉었다.

[아... 가나요... 넘어... 가나요?]

그리고 표정을 은근 숨기는 캐스터와는 다르게 완전히 기대하고서 넘어가기를 간절히 원하는 D.라이더즈의 관중석과 덕아웃, 모두들 아무런 말도 없이 쭉쭉 뻗어나가는 타구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산욱도 마찬가지, 그는 타구에 시선을 집중한채로 배트를 자연스럽게 떨어트렸다. 그리고 타구가 거의 담장 근처까지 날아가자 조금씩 조금씩 1루를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나요...? 가나요...?!]

그리고 그럴수록 점점 커져가는 캐스터의 목소리, 단지 '가나요' 그 한마디 뿐이지만 그의 그런 목소리는 중계를 보는 사람들에겐 긴장감을 더더욱 고조시키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러면서 거의 홈런이 확정되는듯한 분위기, 하지만 갑자기 담장 근처에서 훅 떨어지는 타구, 그러면서 관중들의 표정은 더욱더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제발 넘어가라는 간절함, 다른 한쪽에서는 제발 떨어지라는 간절함, 서로 상반된 긴장감이 구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람의 영향인지, 무엇 때문인지 타구는 더더욱 빠르게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차 얼굴에 아쉬움이 드러나는 D.라이더즈의 관중석, 하지만 현재 외야수들은 전부 전진수비상태, 잘만 한다면 홈런은 아니더라도 2루타는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알기에 다들 절반정도 나간 즈음에서 주춤하는 주자들, 그리고 뒤늦게 타구를 잡으러 달려가는 중견수를 쳐다봤다.

"으아아아아!"

홈런인줄 알고 멍하니 있었다가 뒤늦은 스타트, 그 때문인지 지금 그는 거의 악을 쓰면서 타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 타구를 잡지 못하면 마치 이 게임에서 지는것처럼 미친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간신히 가까워진 타구, 하지만 타구는 이미 거의 다 내려온 상태였다. 거기다 거의 담장에 부딪힐것만 같은 타구의 궤적, 타자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이를 악물고는 담장을 향해서 그대로 몸을 던졌다.

"으그으으윽!"

촤아악-

엄청난 거리의 점핑캐치, 담장에 몸을 부딪히면서 글러브를 공에 들이댔다. 그리고 그대로 담장에 부딪히고는 엎어지는 그, 하지만 잠시의 정적도 없이 곧바로 벌떡 일어나더니 글러브 안에서 공을 빼내고는 내야를 향해서 전력으로 던졌다.

"아,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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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화-골드 스타즈 VS D.라이더즈(11)201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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