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47화
"아, 아웃!"
그가 공을 던지는 순간 심판들은 당황한듯이 급하게 아웃콜을 외쳤다. 그리고 양쪽의 엄청난 함성소리와 함께 구장이 거의 아비규환이 된듯했다.
3루측 골드 스타즈에선 귀가 찢어질듯한 함성소리가 들려왔으며, 반면에 1루측 D.라이더즈에선 믿을수 없다는듯이 소리치는 현실 부정자와 수많은 탄식이 귀를 녹아버릴듯이 들려왔다.
그러는 와중에 타구가 잡힌걸 확인하고는 재빨리 각 베이스로 돌아가는 주자들, 그리고 3루에 있던 운선은 태그업을 시도하려고 했으나 이미 재빠른 중계 플레이에 의해서 공은 유격수에게 들어와있었다.
"하아... 으아아아아!"
타구가 잡힌걸 본 산욱은 그와 동시에 헬멧을 바닥에 던지면서 미치겠다는듯이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믿을수 없다는듯이 연신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거친 숨을 내쉬다가 헬멧을 줍고는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그를 정말로 안타깝게 쳐다보는 해설, 그 옆에선 캐스터가 완전히 가마탄한채로 중견수의 수비를 극찬하기 시작했다.
[이야아... 라이언 유 선수의 환상적인 수비! 정말로 말이 안나옵니다. 오늘 1회의 트리플 플레이부터 라이언 유 선수의 믿을수 없는 캐치까지! 완전히 결승전다운 명 경기입니다!]
[어우, 확실히 라이언 유 선수의 수비는 엄청났습니다. 1회에 이운선 선수의 믿을수 없는 캐치부터 시작한 트리플 플레이와 방금 거의 홈런이나 마찬가지인 타구를 잡아내는 라이언 유 선수의 호수비까지. 정말로 결승다운 퀄리티를 자랑하는 두 팀입니다]
[그나저나 김산욱 선수,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한건 하나 싶었는데,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1회에에도 완벽한 중계 플레이에 의해서 2루타가 단타로, 그리고 지금은 잘하면 홈런, 못해도 2루타인 타구가 중견수 뜬공으로. 거기다 빠른 중계플레이로 태그업도 못했죠. 잘 치는데로 너무나도 운이 안따라주는 4번타자, 그래서 D.라이더즈의 답답함이 여기까지 몰려오는것 같습니다. 너무 안쓰러워요]
'허허... 이 친구 너무 흥분했구만, 내가 할법한 말까지 다 해내는걸 보니 완전히 중계에 빠져들었어'
너무나도 수준높은 경기력이 너무 빠져든건지 해설이 할만한 멘트가지 다 뺐어서 모조리 말해버리는 캐스터, 해설은 그런 그를 보면서 흐뭇해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해설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다음 멘트를 진행하지 못하자 자신이 대신 말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지금 이 상황은 D.라이더즈에게 거의 분위기가 넘어온 상황이었는데 아쉽게 완전히 가져오는데는 실패하는군요. 반면에 골드 스타즈는 뺐길뻔한 분위기를 다시 되찾아오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D.라이더즈는 많이 허탈할텐데요, 이런 상태에서 계속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 오늘 경기는 더더욱 힘들어집니다. 어떻게든 기운을 차려야 해요]
초반에 실패하는것과 거의 끝까지 다 와서 실패하는것, 이 둘의 차이는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엄청난 차이를 가지게 만든다.
우선 심리적으로 힘이 쭉 빠지면서 허탈감을 주게 만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허탈감은 다시 일어나기 힘들게 만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만약 다시 도전한다고 해도 자꾸만 그때의 생각이 자신을 괴롭히거나 이번에는 실패하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더욱더 강해지기 때문에 더더욱 힘들어진다.
해설은 지금 그 점을 짚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화면에 클로즈업 되는 성빈을 응시하면서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건 임성빈 선수입니다. 아직 기회는 분명히 남아있어요. 절대로 힘 빠지지 말고 어떻게든 버텨서 출루라도 해야합니다. 이럴때일수록 더더욱 집중해야 해요]
그는 마치 성빈에게 조언을 해주는 코치처럼 다정하면서도 강한 어투로 마지막 한마디를 말했다. 그리고는 앞선 이닝들과는 다르게 그라운드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성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허탈감을 이기는건 프로도 힘든일, 그런데 평범한 중3의 소년이 해내기는 더더욱 힘든법,
결국 성빈은
터업-
"아웃! 이닝 체인지!"
간신히 3구정도를 버티다가 4구째에 힘없이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고 말았다.
*
"후우..."
6회 말이 끝나고 공수교대 시간, 모든 선수들이 각자 수비위치로 나가자마자 용식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지금 그의 머릿속은 아까 산욱의 타구만 자구만 리플레이 되는 상황, 그가 생각한 시나리오에서 한끗정도 빗나갔을 뿐인데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뭐... 애초에 그럴수밖에 없긴 햇지만'
경기 초반부터 철통같은 현을 뚫기 위해서 갖가지 작전을 시도해보던 용식이었다. 선수들은 어떻게든 출루하기 위새서 번트 시도도 해보고, 변화구를 노려도 보고, 직구를 노려도 봤다.
하지만 결과는 매번 아웃, 그것도 절반 가량이 삼진으로 처리되는 아웃이었다.
공략하기에 너무나도 압도적인 구위, 그때문에 5회가지만 해도 작전을 구사할 타이밍은 전혀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겨우 잡은 6회의 찬스, 하지만 상대 중견수의 믿을수 없는 수비로 단 1점을 얻는데 그치고 말았다.
물론 무득점보다야 낫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분위기를 가져오는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점수, 그러면서 지금 이 상황이 용식을 괴롭히고 있엇다.
"하아... 하필 거기서 잡혀버리냐..."
거의 완벽했던 산욱의 타구, 용식은 그 타구가 못내 아쉬운지 계속해서 중얼거리다가 한숨을 한번 더 내쉬었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이럴수는 없는법, 다음번에는 반드시, 기필코 공략해낸다. 무조건 공략해야해"
그러면서 다시금 의욕을 불어넣는 용식, 그리고는 마운드 위에 있는 수혁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혁이 저녀석이 잘 막아주는게 필수, 2회부터 잘 막아 왔으니까... 제발 부탁한다 수혁아'
*
[7회 말이 끝나고 8회초, 마운드에는... 여전히 안수혁 선수가 있습니다?]
[흐음... 어느덧 투구수도 101개, 슬슬 내릴때가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잘 아시다시피 지금 골드 스타즈 타선을 상대할수 있는 투수는 안수혁 선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여기서 투수를 바꾼다면 오늘 경기는 그대로 끝나는거에요]
그뒤로 경기는 흘러서 8회초, 마운드 위에는 여전히 수혁이 올라와 있었다. 이미 100를 넘긴 투구수에도 여전히 마운드 위에 올라오는 수혁, 그래서 조금 지친 기색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어쩔수 없는 팀 사정으로 위해서 여전히 마운드 위에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마운드 위, 그곳에선 종빈이 살짝 걱정하는 표정으로 수혁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야... 괜찮냐? 좀 지친거 같아보이는데..."
"얌마, 걱정마. 나 이래뵈도 체력은 원래 만빵 아니냐. 툭하면 두개의 심장, 네개의 폐를 가졌다는 소리를 듣고 자란 녀석이라고"
그런 종빈에게 천천히 호흡을 하면서 걱정 말라는듯이 웃어보이는 수혁, 그리고는 글러브로 종빈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런 그렇긴 한데..."
"그리고 나 아니면 막을 투수가 없잖아. 야구부 가고 싶다며? 그래서 내가 보내준다고 했잖아. 그런데 약속을 어기면 쓰겠냐. 얼른 돌아가봐"
그렇게 웃으면서 말하고는 종빈을 다시 덕아웃으로 돌려보내는 수혁, 종빈은 살짝 망설이다가 수혁이 얼른 돌아가라고 하자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수혁은 종빈이 내려가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러다가 종빈이 돌아가서 다시 쪼그려 앉자 심호흡을 하고는 오른 주먹으로 글러브 아랫부부늘 팡팡 두들겼다.
"후우, 아자 아자! 가보자! 우승하자 얘들아!"
"가자!"
"그래 가자!"
"우승하자!"
이어서 힘껏 소리치자 그에 호응하는 야수들, 그 소리는 외야수들도 들으면서 같이 호응해줬다.
[힘이 빠질법도한 D.라이더즈. 여기서 안수혁 선수가 기를 한번 불어넣고 갑니다]
[확실히 그럴법도 한게 김산욱 선수의 타구가 잡힌 이후로 D.라이더즈의 기세가 조금 가라앉은 느낌이에요. 지금 안수혁 선수는 그걸 잘 파악하고 야수들이 다시 의지를 붙래우게 만들려는 작전 같습니다]
그런 수혁의 모습을 보고는 만족하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해설, 그리고는 화면에 나오는 수혁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런 선수는 확실히 팀에 선순환을 가져온다. 거기다 실력도 뒷받침이 되니깐... 이런 선수는 어떻게든 분명히 성공할수 있다. 굳이 야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성공할수 있는 유형의 친구야'
'후우, 일단 애들이 다시 의욕을 샘솟게 할수 있는 입구는 열어뒀어. 그럼 지금부터 다시 그 의욕이 넘쳐 흐르게 해야한다'
해설이 그에 대해서 생각하는 도중, 마운드 위에 있는 수혁은 작은 한숨을 내쉬면서 타석에 들어오는 타자를 쳐다봤다.
'일단 7회는 3자법퇴로 무난하게 잘 막았어. 이로서 어느정도는 된거고, 이쯤에서 삼자범퇴는 기본, 가능하다면 최대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그러면서 조심스레 직구 그립을 쥐는 수혁, 그리고 타자가 자세를 잡자마자 종빈의 사인도 확인하지 않고는 셋포지션 자세로 공을 던졌다.
슈욱-
'야, 야? 뭐야?'
사인을 보내려고 하니까 갑자기 날아오는 투구, 종빈은 당황하면서 공이 오는 곳으로 미트를 내밀었다.
파앙-
"스, 스트라이크!"
미트를 내밀지마자 곧바로 들어오는 투구, 그리고 심판도 당황한건지 잠시동안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스트라이크 콜을 외쳤다.
'뭐, 뭐야?'
타자는 살짝 놀라면서도 어이가 없다는듯이 수혁을 쳐다봤다. 그리고 잠시뒤에 지금 어떤 상황인지 이해했는지 수혁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지금 장난하나... 준비하자마자 들어와? 이거 매너에 어긋나는거 아냐?'
그러면서도 혹시나 또 똑같은 방식으로 던질까봐 잽싸게 배트를 쥐고 자세를 잡는 타자, 그리고는 이번엔 똑같은 수에 당하지 않는다는듯이 수혁을 쳐다봤다.
[음... 자세를 잡자마자 투구를 한다라... 이건 좀 매너에서 벗어나지 않는건가요?]
중계부스의 캐스터도 타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건지 이건 아니다 싶은 말투로 해설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그건 맞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해설, 그리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물론 매너에서는 조금 어긋나 보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애초에 타자가 타석에 들어와서 준비를 다 마친 상태고, 플레이볼도 나온 상황이여서 규정상 문제가 될 거리는 없어보입니다]
[음... 그렇군요]
해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캐스터, 그리고는 다시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편, 수혁은 종빈에게 살짝 웃어보이면서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날리고는 타자에게로 시선을 돌려서 그를 쳐다봣다.
'일단 이대로 해서 타이밍에 대한 강박증은 심어줬고, 이제 정석으로 투구하면 알아서 신경 쓰이느라 제대로 된 타격은 안나오겠지'
'후읍, 정신 차리자. 타이밍 싸움은 저 투수의 특기중 하나. 슬슬 체력이 떨어져 가니까 타이밍 싸움으로 밀어붙이려는 생각일수도 있다'
그리고 수혁의 예상대로 타이밍에 신경을 쓰는 타자, 그러면서 처음 타석에 들어올때에 비해서 몸이 한껏 경직되었다.
반면에 여전히 느긋한 모습을 보여주는 수혁, 그리고 종빈이 사인을 보내주자 평상시 자신의 템포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슈욱-
'뭐야? 이번엔 느려?'
그러자 이번에는 느리다고 당황하면서 뒤늦게 나오는 배트, 그 결과 헛스윙이 나와버렸다.
"스트라이크 투!"
"허어어..."
이번에도 빠르게 나올것만 같았던 수혁의 투구, 그러나 결과는 그의 예측을 완벽히 비웃는 평범한 투구, 타자는 완전히 당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수혁을 더더욱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자식... 일부러 타이밍으로 잔상을 남겨서 페이크를 친거였어...'
그러면서 더 이상은 타이밍에 연연하지 않겠다는듯이 수혁을 쳐다보는 타자, 하지만 수혁의 표정은 여전히 느긋했다.
'뭐... 투구에는 타이밍만 있는게 아니지'
그러면서 사인을 두어번 정도 물리친 다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잠깐의 텀을 두었다가 와인드업을 하고 공을 뿌려냈다.
슈욱-
'온다! 이번엔 갖다 맞힌다는 기분으로!'
수혁의 손을 떠난 공은 아까의 공과 별 다를바 없이 평범하게 뻗어나갔다. 그리고 이번엔 이를 악물고는 나오기 시작하는 배트, 그러다가 배트가 거의 다 나왔을 즈음, 공이 갑자기 힘이 떨어지면서 바깥쪽을 향해서 대각선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 어...?'
그러면서 어떻게든 맞추려고 팔을 뻗어봤지만 맞지 않는 배트, 공은 배트를 여유있게 피하고는 종빈의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파앙-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공이 미트에 들어가자마자 심판의 목소리가 시원하게 울려퍼졌다. 그리고 당했다는 생각과 함께 멍하니 서있는 타자와 수혁의 볼배합에 감탄하는 미소를 짓는 용식의 모습이 중계화면에 나왔다.
[이야... 4번 강종후 선수를 빠륵 삼구삼진으로 처리하는 안수혁 선수! 이젠 완전히 골드 스타즈의 타선을 틀어막고 있습니다!]
[이야... 초반에 엄청나게 빠른 템포의 투구로 카운트를 가져가고 잔상을 준다, 그리고 평범한 타이밍으로 한번 던져서 타자에게 혼란을 주고 마무리는 뚝 떨어지는 커브. 역시 안수혁 선수, 엄청난 볼배합 입니다. 머리가 아주 좋습니다 좋아요]
그리고 그런 수혁의 볼배합에 감탄하는 중계진, 그러면서 화면에도 아까 수혁이 삼진을 잡는 장면이 다시 재생되고 있었다. 그렇게 한 두어번 정도 영상이 돌아가고 다시 중계 화면으로 돌아오자
타앙-
이어서 다음 타자의 타격소리가 들려오더니
퍼엉-
"아웃!"
2루수 성빈이 타구를 잡아서 가뿐하게 1루로 송구하면서 또 하나의 아웃카운트가 생성되었다.
그러면서 잠시동안 상황 판단에 들어가는 중계진, 그러다가 먼저 정보를 받은 캐스터가 상황 설명을 하면서 화면에는 또다시 리플레이가 나오기 시작햇다.
[아, 5번 주청준 선수, 과감히 초구를 공략해 봤습니다만 커터에 타구가 빚맞으면서 2루수 땅볼아웃으로 물러납니다]
[아까 강종후 선수를 빠르게 삼진을 잡아서 그런걸까요, 역으로 초구를 노린것이 안수혁 선수에게 그대로 읽혀버린것 같습니다]
이어서 뒤늦게 정보를 받은 해설이 옆에서 한마디를 거들었다. 그리고 또 다시 중계 화면으로 돌아오자
티잉-
어느새 또 공을 던지고 친건지 타자의 배트가 돌아가면서 힘없는 타구가 1루 파울라인 바깥쪽 허공으로 날아갔다.
터업-
"아웃! 이닝 체인지!"
그리고 산욱이 가볍게 캐치하면서 매우빠르게 끝나는 8회초, 너무 빠르게 일어난 일들에 아무런 대처도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이닝을 마치는 중계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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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화-골드 스타즈 VS D.라이더즈(12)2016.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