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48화
'후우...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상위타선으로 시작하는 마지막 기회, 여기서 역전하지 못하면 오늘 경기는 거의 못이긴다고 봐야한다'
8회초가 끝나고 공수 교대시간, 용식을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을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직도 마운드에 현이 오르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이제 투구수도 100개에 근접했겠다, 이댈 투수를 바꾸는게 정석같지만 왠지 또 올라올것 같은 기분이 든달 말이야...'
그리고 용식의 예상대로 모자를 쓴채로 글러브를 들고 마운드 위로 오르는 김현, 용식은 그 모습을 보고는 미치겠다는듯이 한숨을 내뱉었다.
'아니, 6회에 흔들린 모습도 있고, 이제 슬슬 바꿀 타이밍 아냐?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막상 닥치니깐... 미치겠다'
그러면서 상대쳔 덕아웃을 노려보는 용식,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방법이 있을까, 그는 들어오는 선수들을 보고는 다시 표정을 풀고서 일일이 맞아주면서 응원을 넣어주고 있었다.
'그래도 초반보단 더 나을거야. 이젠 활로도 더 늘어났겠지. 어떻게든 찾아내고 만다. 무조건 찾아내고 만다'
*
[안수혁 선수의 투구수 조절능력이 엿보였던 8회초, 이닝 시작 당시에 100개 정도의 투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 5개로 이닝을 마무리 지으면서 마지막 이닝에도 나올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D.라이더즈 공격이 매우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1번부터 시작하는 공격 찬스, 4번에서 오늘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김산욱 선수가 있기에 더더욱 집중하고 또 집중해서 출루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나가면 김산욱 선수가 공을 쳐낸다, 그런 시나리오군요]
[네, 그렇습니다. 현재 D.라이더즈 공격의 유일한 희망인 김산욱 선수에게 어떻게든 배턴을 넘겨야 합니다. 그게 몇명의 주자가 살아있던간에 무조건 필수적입니다]
잠시뒤, 공수가 바뀌고 다시 재개되는 경기, 중계진도 잠깐의 휴식시간을 마무리하고 다시 중계방송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경기 후반이지만 중계진의 모습은 다른 경기보다 더욱더 쌩쌩한 상태, 사람을 완전히 몰입시키는 경기 내용이 지금 그들을 지치지 않고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마지막 기회다. 제발, 제발 이번엔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어떻게든...'
한편, 타석에 들어와 있는 운선은 배트를 짧게 잡으면서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엇다.
분명 공격을 나올때 그 누구도 이번에도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운선뿐만 아니라 모두들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 이번이 마지막 찬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운선은 평상시보다 현에게 더욱더 집중을 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배트를 쥔 다음에 혹시 작전이 있나 하면서 덕아웃을 바라보는 운선, 혹시 지시할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네 컨텍이면 지금 김현의 공 정도는 충분히 커트해낼수 있어. 일단 맞춰, 그리고 무조건 버텨내라'
'일단 맞추라... 감독님도 나와 동일한 생각을 하시는구나...'
용식의 사인에 살짝 안심이 되면서도 이내 또다시 막막해지는 운선, 진작에 그럴수 있었으면 그랬다. 그렇게 해서 출루를 할수 있었으면 그렇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별다른 방법도 없는법, 운선은 자세를 잡고는 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
현은 그런 운선을 침착하게 쳐다봤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후우... 이젠 나도 체력이 슬슬 떨어지고있어. 그리고 저쪽은 완전히 간절함에 모든걸 불태워서라도 달려들겠지.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젠 나도 방심하다간 한번에 훅 가버릴수가 있다. 집중, 또 집중하자'
비록 투구수 조절을 하면서 수혁보다는 투구수가 적은 현이었지만 그래도 이미 7이닝을 끌어왔던 몸이었다. 장기적으로 긴장을 하고 중간중간 몸이 식지 않도록 불펜투구도 조금씩 하면서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거기에서 상대의 상위타선, 여기서 단 한명이라도 출루시켰다간 무조건 산욱을 만나게 된다. 물론 고의사구를 주고 넘어갈수도 있겠지만, 그 뒤에 있는 타자들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은 상황. 무엇보다 그의 사전에 고의사구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가장 커다란 핵심이었다.
'후우... 일단 무조건 삼자범퇴로 물린다는 생각을 하고서 잡자'
현은 로진백을 주물럭 거리면서 타석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운선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포수에게로 시선을 옮겨서 사인을 확인했다.
포수는 현이 쳐다보자 곧바로 자신이 생각해놨던 사인을 내밀었다. 현은 잠깐동안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손에 쥐고있던 로진백을 내려놓은 다음에 곧바로 사인대로 그립을 쥐었다. 그다음 곧바로 와인드업을 하고는 공을 뿌려냈다.
슈욱-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그대로 쭉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전혀 휠것같지 않은 매우 강직한 느낌의 투구였다.
'온다!'
운선은 타구가 오는걸 파악하고는 작전대로 배트를 내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타격을 하기 위한것이 아닌, 어떻게든 맞추는데에 주력한 타격, 그러면서 배트를 투구에 맞추기 시작했다.
티잉-
"파울!'
그리고 그 결과 배트를 공에 맞추는데는 성공, 하지만 힘에서 완전히 밀린건지 공은 뒷쪽 그물을 때리고는 힘없이 떨어졌다.
[이운선 선수, 일단 잘 맞췄습니다만 뒷그물 맞추는 파울이 됩니다]
[이운선 선수, 일단 140에 컨텍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힘에서 밀리고 있어요. 안타를 만들려면 공이 닿는 순간 어떻게든 밀어내야 합니다. 현 대회의 대트는 나무가 아닌 알루미늄이에요]
그 모습을 보고는 힘에서 밀린다고 확실하게 단정짓는 해설, 그러면서 이대로면 힘들겠다는듯이 살짝 인상을 찌푸린채로 다시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그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운선, 힘에서 밀린다는 사실이 매우 분한듯이 화를 삭이듯이 한숨을 내쉬면서 아까보다 배트를 더욱더 세게 쥐었다.
'하아, 힘에서 밀린다면 어떻게든 버텨, 버텨, 버텨내라고!'
그러면서 속으로 자신에게 기합을 넣는 운선, 그리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녀석... 지금 배트의 특성을 이용해서 일단 맞추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어'
포수는 그런 운선을 쳐다보면서 아까의 스윙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스윙을 계속 떠올리면서 투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지금 어떻게든 맞추려고 한다. 여기서 포크로 한번 낚아줄 필요가 있어. 가능해?'
'흐음... 지금 손아귀 힘이 조금 빠지는거 같다. 포크는 일단 보류해두고 여기선 슬라이더로 가자'
'...힘이 빠졌나보다. 어쩔수 없지. 슬라이더, 대신 몸쪽으로 완전히 파고들게 만들어'
'오케이'
현이 사인을 한번 겁 하고 다시 내밀어서 정해진 사인, 운선은 현의 고개가 끄덕여지는걸 확인하고는 시선을 현에게 고정하고서 공이 언제 나오든 간에 맞출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았다.
'망설이지마. 어차피 망설여봤자 더 흔들리기만 할 뿐이야. 어차피 내 구위는 아직 살아있어'
현은 그런 운선을 슬쩍 쳐다보고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와인드업을 하고는 공을 뿌려냈다. 그리고 그의 손을 떠나서 앞으로 쭉 뻗어나가는 투구, 운선은 이번에도 아까와 똑같이 맞춘다는 생각 하나로 배트를 내밀엇다.
슈욱-
공은 앞으로 나올수록 점차 휘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에 당황하지 않고 공의 궤적을 눈과 감으로 쫓아가면서 배트를 내미는 운선, 그리고 마침내 이번에도 공을 맞춰내는데에 성공했다.
타앙-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뻗어나가는 배트, 그와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 타구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타구는 그라운드에 한번 부딪히고는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면서 3루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타구의 궤적을 파악한 운선은 곧바로 배트를 내려놓고 죽어라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으로 가면 갈수록 점점 빠져나가는 타구, 이에 앞으로 달려오던 3루수의 발걸음이 점차느려지기 시작했다. 운선이 발이 빠른점을 고려, 지금 타구를 잡아봤자 수비하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내려진 결정이었다.
그렇게 아무도 건들지 않게되는 타구, 그 결과 타구는 3루쪽 파울라인을 벗어났다.
"파울!"
[이번에도 파울, 하지만 아까보다는 힘에서 밀리지 않았습니다]
[확실히 아까보다 더욱더 힘을 준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힘이 빠졌어도 그의 구위는 여전합니다. 이운선 선수는 공략하려면 조금더 강한 힘이 필요합니다]
캐스터의 멘트에 해설은 이번에도 아까와 비슷한 내용의 말을 했다. 그리고 조금만 더 하면 될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입을 다물고는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깝다...'
한편, 운선은 타석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아까 그 타격할때의 느낌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분명히 그때 잘못 맞으면서 온몸에 진동이 울려퍼지는 기분이었어. 어거지로 밀어붙일수는 있을거 같았는데 투수가 투수이다 보니까 혹시 이상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힘을 빼버린게 문제였나...'
그러면서 그의 몸은 자동적으로 헬멧을 고쳐쓰고 배트를 다시 주워서 최대한 세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현을 집중해서 쳐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노려보는게 아닌 뭔가 침착하게 집중하는 느낌, 현은 그런 운선을 슬쩍 쳐다보고는 포수의 사인을 확인했다.
'포크... 힘들겠지만... 그래도 한번 가보자'
포수의 사인에 잠깐동안 가만히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현, 그런 다음에 긴 숨을 내쉬고는 와인드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라갔다 내려온 왼발이 앞으로 나와서 지면을 밟는 순간, 이번에도 어김없이 운선의 배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슈욱-
그리고 그와 동시에 현의 손을 떠나간 투구, 그리고 이번에도 빠르게 앞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번엔 반드시!'
이에 운선은 이를 악물면서 배트의 위치를 공의 궤적에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다 맞췄을 즈음,
휘익-
갑자기 공이 힘없이 아래로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포크?'
갑자기 떨어지는 공에 적잖이 당황하는 운선, 아무리 맞추는데에 주력을 하고 있어도 힘에 너무 신경을 썼던지라 예상할법한 변화구도 예상하지 못한 탓이었다.
하지만 그의 머리와는 다르게 몸은 잽싸게 배트를 아래로 내리면서 공에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기에 현의 포크는 각이 크기로 유명한 구질, 운선이 공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이를 악물면서 배트를 최대한 아래로 내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 외로 배트를 조금 내리자 더이상 떨어지지 않는 타구, 그리고 그대로 배트에 맞닿았다.
"크읏!"
그러면서 아까와 똑같이 이번에도 온몸에 진동이 퍼지기 시작하는 운선의 몸, 하지만 운선은 이를 더더욱 세게 악물면서 어거지로 배트를 밀어냈다. 그리고 자신이 최대한 내밀수 있는 곳까지 밀어내자 배트를 앞으로 던져 버리고는 1루를 향해서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타앙-
[쳤습니다! 3-유간 공중 애매한 곳으로 향해 날아갑니다! 유격수... 쫓아가보지만 애매한 곳으로 떨어집니다!]
운선이 전력으로 달리는 사이에 타구는 애매한 높이로 떠서 공중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타구를 쫓아가는 유격수, 하지만 타구는 그런 유격수를 피해서 절묘한 곳에 떨어졌다.
[이운선 선수는 그사이 세이프! 안타! 이운선 선수가 선두타자로 치고 나갑니다!]
"와아아아아!"
운선이 1루에 안착하자 곧바로 터져나오는 캐스터의 목소리, 관중들도 또 한번 나온 선두타자 출루에 미친듯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자아아아!"
"최고다!"
"이운선 나이스샷!"
"최고다아아!"
그리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보호구를 풀지도 않고 힘껏 소리치면서 환호하는 운선,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도 덕아웃에서 함께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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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화-골드 스타즈 VS D.라이더즈(13)201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