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249화
까앙-
[안타! 이호진 선수의 만루를 만드는 안타! 그리고 이제 타석에는 4번 김산욱 선수가 들어옵니다!]
운선이 출루하고 약 10분뒤, 호진의 깔끔한 좌전안타와 함께 무사에 만루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 김현, 그러면서 거칠어지는 숨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어떻게든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이운선 선수가 나간뒤로 오선민 선수가 장장 10구를 끌면서 간신히 얻어낸 볼넷, 그리고 이호진 선수의 이어지는 안타까지! 이게 지금 경기 초중반 내내 잠잠했던, 6회에 허무하게 끝나버렸던 D.라이더즈의 타선이 맞나요?! 난공불략처럼 보이던 김현 선수를 완전히 끝가지 몰아붙였습니다!]
캐스터는 이번 이닝의 과정을 부가설명처럼 간단하게 설명하면서 D.라이더즈 타선에 대한 감탄을 입밖으로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그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해설, 그러면서 닭살이라도돋는건지 양손으로 양팔을 슥슥 문지르고 있었다.
[6회가 허무하게 끝날때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줄 그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D.라이더즈가 그걸 해냅니다! 미치도록 끈질기고, 끈끈한 팀이에요! 완전 거머리 같아요! 뚜러뻥 같아요! 절대로 안떨어집니다!]
[솔직히 이건 팀원 모두들 미쳐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보통 경기에서는 한두명이 미치면서 경기를 끌어가는데 이건 뭐 그냥 모두 다같이 미쳤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모든걸 다 쏟아붓고 있는 느낌이에요!]
이번에는 진짜라고 생각하는지 쉽사리 가시지 않는 흥분들, 특히 이번에는 해설도 느낌이 제대로 오는건지 이제는 그도 호들갑을 떨면서 흥분한듯이 외치고 있었다.
오디오 팀에서 소리가 너무 큰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미 그런 의견은 무시된지 오래, 그러면서 중계부스안은 거의 관중석과 맞먹는 정도의 열기로 가득차게 되었다.
이와중에 의외인 것은 마운드 위에 있는 현이 생각보다 침착하다는것, 현은 심호흡을 하면서 흔들릴것만 같은 멘탈을 잡는데 집중할뿐, 딱히 멘탈이 흔들리거나 하는 일은 보이지 않았다.
'후우... 아직 내 공은 살아있다. 그리고 좋은 타구가 연속으로 잡히면 그 실망감은 엄청나게 크지,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저런 전형적인 거포 녀석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어디 맘껏 휘둘러봐. 네 배트는 허공만 가를테니까'
그러면서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 현, 그리고 D.라이더즈의 덕아웃에선 수혁이 선채로 그런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떨고있어. 괜히 아직까지 여유로운척, 자신만만한 척을 하는거겠지. 너같은 놈들은 폼으로 먹고사는 놈들이니깐, 그게 실력이 뒷받침이 된다면 문제가 없다만, 문제는 지금같은 상황에서 그러면 그냥 완전 허세라는거지'
현을 보면서 어이가 없다는듯이 코웃음을 한번 날리고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는 수혁, 그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옆에 놓인 생수를 집어서 가볍게 한모금을 들이켰다.
'설마 산욱이가 여기서 긴장하고 있다고 생각한건 아니겠지? 이래뵈도 만루 상황에서...'
[김산욱 선수... 16강부터 매 경기마다 한번 이상씩은 만루상황에서 타석이 오는 경우가 있었군요?]
[거기다 엄청나게 높은 확률로 만루홈런을 쏘아올렸습니다. 지금까지는 다른 것들에 묻혀있었지만 본선부터 매 경기마다, 특히 16강부턴 만루홈런을 쏘아올리고 있습니다. 김현선수, 최대 위기에요. 앞선 타석들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위기입니다]
수혁이 그러고 있을 무렵, 중계진에서는 잠깐 산욱에 대한 데이터를 확인하다가 만루시의 기록을 보고는 놀라고 있었다. 그러면서 산욱에게 집중되는 화면, 그러면서 산욱의 얼굴이 크게 나왔다.
산욱은 많이 긴장한건지 얼굴 표정이 굳어있는채로 타석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배트를 꽉 쥐고는 마운드에 서있는 투수를 쳐다봤다.
하지만 잔뜩 긴장한 표정과는 다르게 속은 매우 불타오르고 있는 상황, 앞선 두 타구의 불운을 이번엔 무조건 이겨내겠다는 생각 하나로 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앞선 두 타석에서 공은 충분히 익혔다. 그리고 투수의 힘이 빠져서 이제는 공은 충분히 쫓아갈수 있어. 이번엔 무조건 한방 쳐낸다'
의지에 불타오르면서도 침착한 표정, 화를 내서가 너무 흥분해서는 이미 손해만 된다는걸 알고는 최대한 침착하게 현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어쭈, 침착해졌어? 아무리 평정심을 찾아도 넌 내공은 절대로 못쳐. 아무리 익숙해져도 절대로 못친다고'
현은 그런 산욱을 약간 비웃듯이 쳐다보면서 근거없는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과연 아직 진짜로 산욱을 잡을정도로 힘이 남은건지, 다른 묘책이라도 있는건지, 아니면 자신의 멘탈이 깨지지 않기 위한 마지막 발악인건지 모르는 말들을 계속 내뱉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포수의 사인은 잘만 확인하는 김현, 사인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로진백을 살살 주물러서 손에 송진가루를 살짝 묻혀놨다.
'일단 초구는 과감하게 휘두른다'
산욱은 생각보다 당당한 모습의 현을 보고는 속으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현이 왼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리자 자신도 배트를 살짝 들어서 타이밍을 맞추기 시작했다.
현은 들었던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는 지면을 콱 밟아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중간하게 펴졌던 양팔중 왼팔은 최대한 몸에 붙이고, 오른팔은 매우 빠르게 휘둘렀다.
그러면서 공이 점차 손을 빠져나가다가 마지막에 손가락 끝에 걸리면서 완벽하게 볼끝을 채내려는 순간
'뭐지?'
집중해서 지켜보던 산욱의 귓가에 점차 소리가 사라지고 현 이외의 모든 모습은 초점이 흐려진듯이 보이기 시작했다.
'...왔다! 그 느낌이 왔다!'
그러면서 그와 동시에 흠칫하는 산욱의 눈가, 그리고 이번엔 이미 겪어본 기분이라 잠깐의 멈춤이나 망설임없이 배트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현의 손을 완벽하게 떠난 투구,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가장 빠르게 보일정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산욱의 배트는 그런 공을 마지 먹잇감처럼 보는건지 공의 궤적을 향해서 날렵하게 돌아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지지 않는다는듯이 빠르게, 그리고 묵직하게 뻗어나오는 직구, 그리고 그 둘이 가까워지자
까앙-
하고서 매우 커다랗고도 맑은 소리가 구장 전체에 울려퍼졌다.
[쭉쭉 뻗어나가는 타구, 큽니다 커요!]
공은 맞는순간 담장 한 가운데를 향한채 거의 직선에 가까운 궤적을 그리면서 빠르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야를 순식간에 지나쳐가고 외야마더조 순식간에 가로지는 타구, 그러면서 모든 관중들의 시선이 타구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지금 이대로라면 담장까지 가는건 거의 확실한 상황, 단지 홈런이 되기에는 각도가 조금낮은것 뿐이었다.
"달려! 달려!"
"뛰어어어!"
그러면서 이젠 거의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면선 난리가 나는 덕아웃, 산욱도 그걸 알기에 배트를 거의 던지듯이 내려놓고는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산욱은 자신의 양 다리에 온 힘을 집중시키면서 죽기살기로 뛰기 시작했다. 만약 홈런이 아니라면 여전히 뒤처지는 상황, 어떻게든 한 베이스를 가겠다는 생각만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도 쭉쭉 뻗어나가는 타구, 그리고 거의 담장에 다다랐을 즈음, 공과 담장 사이에는 1미터 정도의 거리가 남아있었다.
그렇다는건 타구가 담장을 충분히 넘어갈수 있다는 의미, 결국 타구는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그와 동시에 심판의 검지손가락이 돌아가면서 홈런 콜이 나오기 시작했다.
[홈런! 결정적 순간에서 나오는 4번 타자의 만루홈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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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화-골드 스타즈 VS D.라이더즈(14)2016.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