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앞으로 딱 1년2021.01.08.
에드조프가 메사리나에게 깊이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이번 연회에서 아멜리아는 내 청혼을 받아들일 거다. 어찌나 시간을 끌던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초조했어. 죽더라도 나와 결혼하고 죽어야 하니까.”
에드조프는 서늘한 눈빛으로 아멜리아를 떠올렸다.
“체자렛 백작은 자기 딸을 그토록 미워하면서, 그 많은 백작가의 재산을 그 여자한테 상속하다니······ 어지간히 그대가 인정받지 못하나 봐. 아무리 미워도 핏줄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잖아.”
그의 말에 메사리나의 표정이 어둡게 굳어졌다.
“아멜리아는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니까. 내게 전 재산을 주고 죽는 게 불행하진 않을 거야.”
메사리나는 더욱 과감하게 그를 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언니는 내가 피오레 공작가의 가주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도와줄 거예요. 내가 가주가 되면, 대공 전하께서 황위에 오르시는 데 도움이 되겠죠?”
에드조프는 메사리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정말 아낌없이 주고 죽겠다는 거군.”
“우리가 행복해지면, 언니도 기뻐할 거예요. 항상 우리의 행복을 바랐으니까.”
이어 격한 숨소리가 다시금 이어졌다. 문 밖에서 차마 끝까지 지켜보지 못한 채, 아멜리아는 끔찍한 마음으로 눈물을 삼켰다. 자신이 사랑했던 이들 모두가 자신을 배신한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모든 것이 다 거짓이고, 허상이었다. 정말로 자신을 사랑한 게 아니라.
‘백작가의 재산 그리고 공작가의 작위. 그게 필요했던 거야?’
메사리나가 항상 그녀에게 속삭여주었던 말.
‘나는 언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내가 없는 곳에서 네가 그 사람과 행복해질 생각이었니?’
그가 자신에게 보내준 구혼서에 적혀 있었던 말.
‘아멜리아, 부디 나와 결혼해줘요. 그대가 가진 모든 걸 나에게 줘요.’
‘그 청혼의 의미는, 사랑이 아니었어?’
귓가로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소리가 끊임없이 그녀를 삼켰다.
‘에드조프, 당신을 정말로 사랑했는데. 정말로 당신이 행복하길 바랐는데······.’
처음 받아본 사랑도 거짓.
‘메사리나, 나는 정말로 널 가족으로 생각했는데!’
가족의 사랑도 전부 이용당한 것뿐. 그녀의 손에 쥔 은빛 총이 비참하게 반짝거렸다.
‘그것도 모르고 난 내가 가진 전부를 주려고 했어. 그들을 위해서. 아낌없이, 그들이 행복하길 바라면서!’
“윽!!!”
심장에 엄청난 통증과 함께 아멜리아가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하아······ 안 돼. 싫어······.”
가슴을 짚은 그녀의 손이 마구 떨렸다. 항상 아팠던 심장인데, 지금은 통증의 깊이가 달랐다. 하필이면 지금, 심장이 멈추는 건가? 모두가 자신이 죽기를 바라고 있는 이 순간에?
“아니야. 그래도, 이건, 아니야······.”
아멜리아는 어떻게든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점점 꺼져가는 심박수가 귀에서 웅웅거리는 듯했다. 그러면서 귓가에 끊임없이 메사리나와 에드조프의 목소리가 비참하게 그녀를 짓눌렀다. 그녀의 눈가에서 핏방울처럼 눈물이 뚝 떨어져 내렸다.
‘억울해. 싫어······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 제발······.’
아멜리아는 부질없는 손짓으로 차가운 바닥을 손톱이 부서져라 긁으며 속삭였다.
“시, 싫어,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 나한테, 왜 이렇게 잔인한 건데. 대체 왜!”
마지막 악을 모아 외쳤으나, 끝내 아멜리아는 점점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의식이 흐릿해졌다. 정말 이대로 죽는 건가? 끝까지 이렇게 버려지는 건가?
‘역시 내게 제비꽃 같은 기적 따윈, 없었구나.’
비참한 허무 속에 숨이 사라지려는 그때, 누군가의 손길이 다급하게 그녀를 안아 올렸다.
‘······누구지?’
조심스럽게 파고드는 익숙한 온기. 코끝으로 맴도는 안온한 제비꽃 향기까지. 누군지 알 수 없었으나, 아멜리아는 뭔가 구원 같은 존재를 본능적으로 붙잡았다.
“······도와주세요······ 제발, 곁에, 있어주세요······ 살려줘······.”
마지막 의식 속에서 낯익은 속삭임이 그녀의 가슴 속으로 내려앉았다.
“곁에 있을 겁니다. 소중한 나의 제비꽃이여.”
*** 의식을 잃고, 어둠 속을 헤매는 그녀의 귓가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어미 잡아먹고 나온 계집주제에.’
다른 누구도 아닌 아버지가 그녀에게 던졌던 말. 그녀를 낳고 몸이 약해진 백작 부인인 아일리가 아멜리아가 5살이 되던 해, 끝내 숨을 거두자 체자렛 백작은 그 모든 책임을 어린 아멜리아에게 떠넘기며 경멸했다.
‘그렇게 송장 같은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기분 나쁘니까. 이 집에서 두 번 다시 내 눈에 띄지 말고.’
아멜리아는 백작에게 버려져, 그 큰 백작가에서 오직 유모를 의지한 채 살았다. 유모가 어머니였고, 아버지였으며, 친구였고 유일한 가족이었다. 아멜리아는 어떻게든 백작을 이해하고자 했다. 어머니를 너무 사랑해서 자신이 미울 수밖에 없다고. 그래도 착한 딸이 되면 달라질 거라 생각했지만, 백작은 단 한 번도 아멜리아를 따뜻한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이후 백작은 아멜리아가 8살이 되던 해, 새로 혼인을 했다. 계모가 데려온 딸이 바로 메사리나였다. 아멜리아는 순수하게 기뻐했다. 제게도 새어머니와 여동생이 생겼다고 말이다. 하지만 계모에게 아멜리아는 딸이 아니었다.
‘어차피 죽을 거면 빨리 좀 죽어버려!’
캄캄한 어둠 속에서 계모가 어린 그녀를 향해 외쳤던 말. 계모가 그녀를 싫어한 이유는 메사리나 때문이었다. 아멜리아를 미워한 백작이지만, 그래도 뼛속까지 혈통주의 귀족이었던 그는 백작가의 모든 재산을 아멜리아에게 상속했다. 메사리나는 자식 취급도 하지 않았던 것. 그러니 계모에게 아멜리아는 눈엣가시였다. 그래도 유모가 있었고, 메사리나가 여동생이 되어주었기에. 두 분이 자신을 미워해도 이해하며, 새어머니가 바라는 걸 전부 들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 아무도 자신이 살길 바라지 않았다. 이제야 제 삶이 얼마나 가여웠는지 알겠다. 얼마나 헛되고 비참했었는지.
‘어차피 끝이 정해진 시한부 인생, 조금만 사랑 받고 싶었던 게 그렇게 욕심이야? 그렇게 죄냐고. 대체.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모든 목소리가 사라지고, 처음으로 그녀에게 분노와 욕망이 꿈틀거렸다. 살고 싶다. 그래, 살고 싶어. 제 인생이 너무 가여워서, 억울하고 견딜 수가 없었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날 위해. 나라도 날 사랑해줄 거야. 그래, 그럴 거야. 이제라도 남김없이 내가 다 가져야겠다고!’
그때, 죽은 듯 멈춰 있던 그녀의 심장이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뜨거운 울림으로. 그리고 이내 들리는 목소리.
[너의 심장을 딱 1년만 꽃피게 해주지.]
‘1년?’
[앞으로 딱, 1년이야.]
순간,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하면서 온몸에 힘이 빠졌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저 자장가처럼 들리는 자신의 심박수를 들으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다시 일어나면, 모든 것이 달라질 거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새로 피어나는 제비꽃처럼. ***
“언니, 언니!”
아멜리아는 자신을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에 겨우 정신이 들었다. 메사리나는 그런 그녀의 손을 꼭 붙잡으며 이제야 안도했다.
“언니, 정신이 들어요? 쓰러졌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멜리아는 떨리는 숨을 삼키며, 자신을 붙잡고 있는 메사리나를 바라보았다. 결 좋게 찰랑거리는 붉은 머리카락이 눈에 박혀왔다. 꿈이 아니었다고 일깨우는 끔찍한 잔상. 그토록 믿고 아꼈던 자신의 여동생. 어제까지만 해도, 그랬었다.
“언니, 왜 말이 없어요? 괜찮은 거예요? 치료사를 부를까요?”
아멜리아는 그제야 겨우 입을 열었다.
“괜찮아. 소란스럽게 하지 마.”
“하지만 안색이 너무 안 좋아요.”
“어제 여정이 너무 고단해서 심장이 무리했나 봐.”
아멜리아는 이어 떠보듯 말을 뱉었다.
“아니면 이 약한 심장이 더는 버티지 못 하는 건가.”
하지만 메사리나는 눈치채지 못한 채, 다른 말에 펄쩍 뛰며 외쳤다.
“그런 말 말아요, 언니! 아직 언니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데요!”
‘해야 할 일이라. 백작가의 재산을 에드조프에게 주고, 널 피오레 가주로 만들고. 그래. 그걸 위해서, 내 전부를 너희가 갖기 위해선 아직은 죽으면 안 되는 거지.’
아멜리아의 심장이 다른 의미로 쿵, 쿵. 차갑게 울렸다.
“어제 무슨 일 있었니?”
“네?”
“공작가로 먼저 출발했잖아.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할 말도 있었고.”
아멜리아의 말에 메사리나는 끝까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중요한 일이 있었어요.”
“늦게까지 해야 할 일이었나 보네. 나도 늦게 도착했거든. 널 바로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어.”
메사리나가 잠시 멈칫하다 이내 눈물을 글썽였다.
“미안해요, 언니.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언니가 우선인데. 언니 몸 약한 거 다 알면서. 내가 더 많이 신경 썼어야 했는데……. 흐흡! 나 때문인 것 같아요. 아니에요. 나 때문이에요!”
그녀는 정작 중요한 일은 전부 감춘 채 거짓된 후회로 무마하고 있었다.
예전 같았다면 자신이 나서서 다독이며 스스로를 탓했을 거다. 네 잘못 없다고. 내가 괜히 말했다고. 내가 심장이 약해서 괜히 널 신경 쓰게 만든다고.
‘나는 항상 이 아이에게 미안해했어. 심장이 약한 게 내 잘못도 아닌데. 나도, 너무 너무 괴로운데…….’
메사리나의 가증스러운 울음을 아멜리아는 차가운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그러자 평소와 뭔가 다르다는 걸 이제야 느낀 듯, 메사리나는 곁눈질로 아멜리아를 살피며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할 말이 뭐였어요, 언니?”
“……바스티얀 대공 전하께서 내게 청혼하셨어.”
메사리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눈물을 멈췄다.
“이번 연회도 그 청혼 때문에 온 거야.”
그리고 곧장 환하게 웃었다.
“세상에! 너무 잘됐어요, 언니! 축하해요! 언니가 대공 전하와 결혼하면 이제 우리 모두 가족이네요. 대공 전하와 친해져야겠어요!”
“…….”
“언니는 나랑 마미도 친해지길 바라잖아요. 그러니까 대공 전하와도 친해지길 바라죠? 그렇죠?”
“그래. 가족같이, 지내길 바라지.”
너무나도 미련하고 멍청하게도, 친해지길 바랐겠지. 가까워진다는 의미가 그런 건 줄도 모르고.
“언니도 알다시피 제가 워낙 낯가림이 심해서 사람 사귀는 게 힘들긴 하지만, 언니를 위해서 노력할게요.”
“…….”
“언니가 청혼을 받아들이면 결혼이 빨리 진행되겠어요. 언니가 백작가를 떠난다니. 너무 서운해요! 나중에 바스티얀 대공가에 가서도 저 자주 초대해주셔야 해요. 아셨죠?”
점점 참고 있는 게 버거워지며, 신물이 올라왔다. 두 사람이 편하게 밀회를 즐길 장소를 내 손으로 만들라는 건가?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은 웃고, 떠들며 두 사람이 행복하길 항상 빌고. 이들은 자신을 기만하고, 배신한 채 제 침대에서 몸을 섞으며 자신의 죽음을 바라고 기다리겠지! 똑똑-. 그때, 노크와 함께 하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가씨, 바스티얀 대공 전하께서 찾아오셨어요.”
다시 한번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어머! 대공 전하께서 오셨나봐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아직은 같이 만나는 거보다, 오붓하게 둘만 만나는 게 좋잖아요.”
잠시 후, 아멜리아의 시야로 에드조프의 모습이 보였다. 한때 자신의 심장을 가졌던 남자. 하지만 그 심장에 철저히 칼을 꽂은 남자. 메사리나가 에드조프에게 다가갔다.
“대공 전하를 뵙습니다.”
“오랜만입니다, 레이디 메사리나.”
“어서 언니를 만나보세요. 언니가 대공 전하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소식 들었습니다. 내가 없는 동안 언니를 돌봐줘서 고마워요.”
“당연한 일인걸요.”
에드조프는 능숙하게 메사리나의 손목을 잡고서 가볍게 입을 맞췄다. 메사리나의 눈빛이 웃음 끝에 떨렸고, 에드조프의 손가락이 은밀히 그녀의 손등을 문지르며 떨어졌다. 메사리나는 떠나기 전, 나직이 한마디를 던졌다.
“언니가 아직은 피곤할 테니, 너무 무리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대공 전하.”
“물론입니다. 아주 잠시, 머물다 갈 겁니다.”
이윽고 메사리나가 떠났다. 하지만 그녀가 완전히 떠나는 발걸음 소리가 아멜리아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기다리는 건가, 이 남자를. 나와 만나는 그 잠깐도 참을 수 없어서?’
“아멜리,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요. 곧장 달려왔어야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깨어나 줘서 고마워요.”
아멜리아는 두 사람의 가증스러운 연극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이왕 거기 있는 거, 이번엔 내 연극도 즐겨 봐.’
“대공 전하.”
아멜리아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에드조프를 응시했다.
“그래요, 아멜리. 나예요. 대체 어디가 얼마나 아픈······.”
“당신이 어젯밤 메사리나와 함께 있는 모습을 봤어요.”
에드조프는 그녀의 말에 멈칫했다. 아멜리아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금 너무 혼란스럽고 무서워서, 메사리나에게 물을 수가 없었어요.”
그녀는 손을 뻗어 에드조프의 손목을 죄듯 꽉 움켜쥐었다.
“대공 전하의 마음이 변한 건가요? 그렇다면 왜 저한테 청혼하신 거예요? 대체 왜 저랑 결혼하려고 하시는 거죠? 대공 전하께서는 저를, 저를. 흐흐흡!”
아멜리아는 온몸을 떨면서 커다란 눈동자 가득 눈물을 쏟아냈다. 에드조프는 그 모습에 한숨을 삼키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아멜리, 그 모습을 다 봤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용서 받을 수 없겠죠. 내가 아멜리의 마음에 상처를 줬으니까. 하지만 나도, 나도 당한 겁니다.”
“대공, 전하?”
“한 번만 내 말을 들어줘요. 그때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아마도 메사리나에게 당한 것 같아요. 아멜리, 메사리나를 믿지 말아요. 순진한 척 하면서 당신에게서 날 빼앗고 싶어 하는 여자니까. 당신과 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이런 계략을 꾸민 겁니다.”
“메, 메사리나가 그런 짓을요?”
“그래요. 아멜리, 내 말을 믿어요. 사실 메사리나의 태생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내가 어떻게 사랑하는 당신을 두고 메사리나를 택할 수 있겠어요?”
“어떻게 메사리나가 나한테······ 믿을 수가 없어요.”
에드조프는 아멜리아의 반응을 살피며 그녀를 가만히 끌어안아주었다. 아멜리아는 그런 에드조프에게 안긴 채 여전히 울음을 내뱉으며, 그제야 귓가에 쿵쿵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메사리나, 넌 아직 가진 게 없어. 그 몸 밖에.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에드조프는 언제나 그랬듯, 제 품에 안겨 있는 아멜리아를 보며 안도했다.
‘설마하니 들킬 줄이야. 그래도 조금만 달래주면 바로 이렇게 안길 여자지. 이 여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나만 사랑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나만 사랑하다가 제때 죽어주면······.’
“나한테서 빼앗고 싶은 게 고작 당신이라니.”
에드조프는 아멜리아의 차가운 속삭임에 멈칫했다.
“아멜리아?”
아멜리아는 어느새 물기 마른 시선으로 에드조프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읊조렸다.
“그럼 그냥 당신을 메사리나에게 줄게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내 눈앞에서 꺼져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