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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가만있어요. 내가 상을 줄 테니까 (12/199)

12화. 가만있어요. 내가 상을 줄 테니까202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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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3699956538.jpg“예전부터 절, 알고 계셨나요?”

그는 너무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그런데도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에게서 자꾸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긴가민가했었는데. 방금, 그가 안았을 때 확실하게 떠오르는 것. 제비꽃 향기. 안온한 온기. 죽어가던 자신이 절박하게 붙잡았고, 그렇게 누군가에게 닿았던 그 순간.

16553699956538.jpg‘산에서 날 도와준 게, 그날이 다가 아닌 것 같아. 그때.’

16553699956538.jpg‘······도와주세요······ 제발, 곁에, 있어 주세요······ 살려줘······.’

  결국 누군지 알아내지 못했던 그 사람. 혹시 그 사람이······. 하지만 이클리트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699956549.jpg“아니요. 우리 첫 만남은 그 산에서, 그곳이 처음이지 않습니까.”

그토록 격했던 그의 눈동자도 차분해졌다. 아멜리아는 뭔가 믿을 수가 없었다. 한번 뻗은 의심이 자꾸만 확신을 달라고 보채고 있었으니까.

16553699956538.jpg“혹시 산에서 절 도와주고 이후에 절 보신 적 없으세요? 공작가에서?”

16553699956549.jpg“반대로 레이디 아멜리아는 절 보신 적 있습니까? 절 아십니까?”

오히려 되묻는 말에 아멜리아는 멈칫했다.

16553699956538.jpg“네? 아, 아니요······.”

16553699956549.jpg“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레이디 아멜리아가 보낸 구혼서가 아니었다면, 다시 만날 일은 없었겠죠. 애초에 제 얼굴도 모르지 않았습니까?”

아멜리아는 말문이 막혔다. 그의 말이 사실이니까. 그런데 왜 자꾸 그가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을까. 사실, 아무 접점이 없긴 한데. 산에서 만나기 이전부터 자신을 알고 있을 리 없었다.

16553699956538.jpg‘난 백작가에 갇혀 있었고, 이분은 북부령으로 쫓겨난 이후 남부령으로 온 적이 없다고 했으니까.’

자신이 공작가에서 쓰러졌을 때, 그래 이분이 구해줬을 리가 없다.

16553699956538.jpg‘내가 거기 있을 거라고 어떻게 알고? 몰래 공작가로 들어오기라도 했다는 거야?’

모든 게 말이 안 맞다. 우리가 지금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건. 이렇게 함께 하는 건 오직 하나.

16553699956538.jpg‘나는 복수, 이 사람은 황위. 단지 그뿐이야.’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하게 하고 싶은 게 있었다. 묘하게 찜찜하게 남아 있는 하나.

16553699956538.jpg“저는 분명 북부령으로 구혼서를 보냈는데, 왜 편지가 정확히 대공 전하께 전해진 거죠? 왜 남부령에 계속 계셨던 거예요? 아니, 애초에 왜 남부령에 오신 거죠?”

16553699956549.jpg“제가 항상 기다리던 편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게 오는 모든 편지를 이쪽으로 보내도록 했고, 남부령에 온 이유는 비밀이지만, 잠시 머물렀던 이유는.”

이클리트는 잠시 숨을 삼키며 짧게 답했다.

16553699956549.jpg“핑계.”

뜻밖의 대답에 아멜리아가 멈칫했다가 뒤이은 말에 심장이 묘하게 느리게 뛰었다.

16553699956549.jpg“한 번쯤은 보고 싶어서. 그 사람 걱정을, 항상 했었으니까.”

그의 목소리가 어쩐지 조금 높은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차가워진 숨을 따갑게 삼켰다.

16553699956538.jpg‘좋아하는 여인이 있었구나.’

그가 남부에 남았던 이유가, 사랑하는 연인을 보기 위해서였나.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천하의 괴물 대공이 이토록 순애보를 품고 있었다니 말이다. 아멜리아는 묘하게 기분이 나빠져서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16553699956549.jpg“대답이 됐습니까?”

16553699956538.jpg“네. 제가 뭔가 착각한 모양이네요. 제가 좀 찾았던 사람이랑 비슷해서 그랬나 봐요.”

16553699956549.jpg“오해가 풀려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가주가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해요.”

아멜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기대했던 것을 완전히 털어냈다.

16553699956538.jpg‘자꾸 잊지 말자. 내가 이 사람이랑 함께 있는 이유를.’

16553699956538.jpg“대공 전하 덕분이에요. 훈련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아, 그때 말씀하신 상을 줘야 하는데. 뭐 갖고 싶은 거 있으세요?”

16553699956549.jpg“갖고 싶은 거라······.”

16553699956538.jpg“없다고 하지 말아요. 빚지는 건 싫으니까. 우리 관계는 원래 그런 관계니까. 서로 받을 건 받고 그러자고요.”

뭔가 딱딱한 아멜리아의 말에도 이클리트는 슬쩍 입꼬리를 내렸다.

16553699956549.jpg“당연히 받을 겁니다. 그러려고 말했던 거니까.”

16553699956538.jpg“그래서 뭘 줄까요?”

순간, 이클리트는 아멜리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16553699956549.jpg“뭐든 줄 겁니까?”

16553699956538.jpg“줄 수 있다면?”

16553699956549.jpg“위험한 것도?”

16553699956538.jpg“위험한 거요?”

뭐지. 대체 뭘 바라는 거지? 설마 당장 황위를 바라는 건가?

16553699956549.jpg“내가 바라는 건······.”

그때, 그의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곧장 아멜리아의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에드조프가 아멜리아의 손을 잡아당겼다.

16553700051624.jpg“아멜리아!”

이클리트가 에드조프 사이로 끼어들려고 했지만, 에드조프가 더 세게 아멜리아를 붙잡으며 외쳤다.

16553700051624.jpg“대체 뭐야. 뭘 숨기고 있는 거야!”

16553699956549.jpg“형님!”

16553700051624.jpg“네놈은 끼어들지 마!”

하지만 이클리트가 더욱 세게 에드조프의 손목을 움켜쥐며 가까스로 감정을 삼켰다.

16553699956549.jpg“분명 그때 말했습니다. 형님의 말을 들어주는 것도 여기까지라고.”

이클리트 역시 쉽게 물러나지 않던 찰나, 아멜리아가 이클리트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그의 시선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16553699956549.jpg‘또, 그때처럼 나를 보내는 건가.’

에드조프는 당연하다는 듯 아멜리아의 손을 당겼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오히려 이클리트의 손을 잡고, 에드조프의 손을 떼어냈다.

16553699956538.jpg“분명 그때 멋대로 제 손을 잡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대공 전하.”

그녀가 손을 잡은 사람은 이클리트였다. 이클리트는 일순 떨리는 감정에 잠시 숨을 멈추었고, 에드조프는 주먹을 움켜쥐며 아멜리아를 노려봤다. 하지만 지금은 이클리트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16553700051624.jpg“좋아. 그럼 여기서 똑바로 대답이나 해. 그대가 어떻게 마법을 쓰지? 그리고 그건 대체······.”

에드조프는 제 눈으로 보고도 그 괴물 같았던 시험과 결과를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멜리아가. 그 다 죽어가는 심장으로 대체 어떻게!

16553699956538.jpg“말했잖아요. 내가 방아쇠를 당기는 날엔 가주가 되는 날일 거라고. 혹시 이것도 기억하시려나? 대공 전하께서 제게 주신 친필서. 여전히 유효한가요?”

16553700051624.jpg“뭐?”

아멜리아는 홀스터에서 순식간에 리볼버를 꺼내 에드조프의 머리에 겨눴다. 지켜보던 이클리트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아멜리아를 말리지 않은 채, 그저 곁에서 지켜봤다. 머리에 서슬 퍼런 총구가 겨눠지자, 에드조프는 저번처럼 여유 있게 웃지 못한 채, 멈칫하고 말았다. 그 모습에 아멜리아가 가볍게 웃었다.

16553699956538.jpg“대공 전하께서 그러셨죠. 여기서 벌어지는 모든 사고는 전부 자살이라고. 친히 인장도 찍으셨고. 저, 그거 아직 가지고 있거든요. 이렇게 써먹고 싶어서.”

에드조프는 턱 끝이 뒤틀릴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그녀가 기고만장했던 이유가 다 있었구나. 일부러 아무것도 아닌 척, 모르는 척. 그렇게 방심하게 만들고는. 이런 식으로 사람 뒤통수를 치면서 즐기려고 한 건가? 하지만 어떻게 총을 쓰는 거지? 그것도 그렇게 엄청난 마법을 쓰면서······.

16553700051624.jpg“그래서 사람을 이렇게 속이고 기만해서 재미있는 건가?”

16553699956538.jpg“그건 대공 전하께서 더 잘 알지 않나? 날 기만하고 속였을 때 어땠는데요?”

아멜리아는 천천히 총을 내렸다.

16553699956538.jpg“하지만 이렇게 쉽게 끝내진 않을 거예요. 그랬다면 굳이 내가 피오레 가주까지 되지 않았겠지. 대공 전하가 평생 바라던 걸 빼앗을 거니까. 그래서 끝없이 추락하고 절망하길 바라니까. 이젠 내가 하는 모든 말을 무시할 수 없겠죠.”

그녀의 말처럼 에드조프는 예전처럼 여유로운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정말로 그녀는 다섯 공작가의 가주 중 하나가 되었고, 황제를 선택할 자리에 올랐으니까.

16553699956538.jpg“다섯 공작가는 황제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그런 권능을 쥐고 있어요. 황자인 당신도 내게 함부로 하지 못하죠. 황제를 바라는 이상, 당신은 이제 선택당해야 하니까. 난 그 선택하는 사람이고.”

정말로 그녀의 말대로 되어버린 상황을 인정해야 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알고 있던, 고작 사랑이란 감정에 흔들리는 그 여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건 있었다.

16553700051624.jpg“내게 후회를 바라나?”

뜬금없는 말에 아멜리아가 순간 헛웃음을 띠었다.

16553699956538.jpg“후회? 설마요. 내게 후회도 하지 마요. 이제 와 그딴 이기적인 거, 하지 마. 당신 혼자 맘 편하자고 하는 그런 거. 난 필요 없어요. 그냥 내 눈앞에서 추락해줘요. 난 딱 그거 하나만 바라요.”

달라지지 않은 건, 여전히 그녀는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못한다. 그게 사랑이 아니더라도. 온갖 분노와 증오일지라도. 에드조프는 여전히 이클리트의 손을 잡고 있는 아멜리아를 응시했다.

16553699956538.jpg“이제 더는 유일한 황위 계승자가 아니니, 시선 관리 잘해야 할 거예요. 정말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더는 내게 명령하지 마요.”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는 아멜리아의 모습에 에드조프는 순간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16553700051624.jpg‘그래 예전엔 사랑으로, 지금은 증오로. 그 어떤 순간에도 그대의 머릿속을 내가 차지하고 있다는 거지.’

그 사실 하나가 묘하게 심장을 떨리게 했다. 예전엔 단 한 번도 이 여자에게 관심은커녕 흥미조차 없었는데. 그래서 이 여자와 정반대인 메사리나에게 끌렸던 건데. 처음으로 시선을 끌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사랑한다는 말보다, 그녀 스스로 느끼고 있는 추락해달라는 말이 훨씬 더 강렬해서. 에드조프는 점점 더 입꼬리를 짙게 당겼다. 그 미소에 이클리트는 피가 차갑게 식으면서 아멜리아의 손을 더욱 꽉 붙들었다.

16553700051624.jpg“나쁘지 않네. 예전엔 다 죽어가는 여자라서 재미없었는데.”

돌아서려는 아멜리아의 발목을 그가 다시 붙잡았다. 그는 어느 순간 분노가 사그라지고, 다른 감정이 뜨겁게 타올랐다.

16553700051624.jpg“아멜리아, 넌 날 미워하고 증오한다고 하지만 그만큼, 오히려 예전보다 더 날 생각하고 있다는 거네. 그 머릿속에 온통 내 생각뿐이라는 거잖아.”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아멜리아보다 이클리트의 눈동자가 더 어둡게 뒤엉켰다.

16553700051624.jpg“역시 당신에겐 나뿐인 거지. 진심으로 날 원하고 있는 거야. 그렇지?”

16553699956538.jpg“진심이 아니에요, 당신에게.”

아멜리아는 더없이 덤덤하고 차갑게 읊조렸다.

16553699956538.jpg“사람이 뭔가를 바라면 욕심이 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난 당신을 욕심낸 적이 없었어요. 나 자신을 한없이 낮추며 물러서기만 했었지. 단 한 순간도 당신 앞에 나는 없었어.”

그 어떤 순간에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외면하고, 새어머니가 미워해도 한 번도 자신의 삶을 가엽다고 여기지 않았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비록 시한부라고 해도 무너지지 않았는데. 이 남자 앞에서는 항상 무너졌고, 약해졌다.

16553699956538.jpg“그러니까 나는 이제 진심으로 당신을 무너뜨리기만을 욕심낼 거예요. 내 손으로 황제를 세우는 것, 그것만 생각해요.”

에드조프는 아멜리아의 대답에 만족했다. 이제 그 어떤 말도 화나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바라던 대답이었다.

16553700051624.jpg‘저 여자는 단 한 번도 내 것이 아닌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야.’

그렇기에 에드조프는 지금 여기서 가장 거슬리는 게 이클리트였다. 앞으로 아멜리아와 자신과 싸움에 자꾸 이물질처럼 끼어들 저 자식이.

16553700051624.jpg“나는 내걸 누구에게도 빼앗겨본 적 없어. 특히 이클리트, 저 도둑 자식에겐.”

에드조프가 뭔가를 아는 듯 입을 열자, 이클리트의 표정이 파리하게 떨려왔다. 그리고 그 떨림을 아멜리아는 느낄 수 있었다.

16553699956538.jpg‘대공 전하?’

뭐지? 에드조프의 그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으셨는데?

16553700051624.jpg“저 자식은 괴물이야. 황자도 뭣도 아닌,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말았어야 할 괴물. 도둑년의 핏줄답긴 하지. 천한 어미 때문에 고귀해야 할 누군가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계시는데. 그걸 알고도 뻔뻔스럽게 돌아와서는.”

지난번과 뭔가 다른 독설이 가시처럼 이클리트에게 박혀 들었다. 에드조프는 그런 이클리트의 반응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켜봤다.

16553700051624.jpg‘저 자식이 지금 겁을 먹고 있는 건가? 고작 이런 말에? 뭐가 두려운 거지? 지금껏 뻔뻔했으면서. 설마······.’

에드조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멜리아의 손을 놓지 못하는 이클리트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

16553700051624.jpg‘저 괴물이 진심인가? 진심으로 내 것을 탐내는 건가? 하, 그렇게는 안 되지.’

에드조프는 이클리트를 더욱 똑바로 응시했다. 이클리트는 그런 에드조프의 시선을 처음으로 피하고 싶었다.

16553700051624.jpg“아멜리아, 지금까지 너에겐 나 하나밖에 없었어. 내가 널 그렇게 길들였으니까. 그러니 배신감에 네가 이렇게까지 복수하려고 하는 거지.”

그녀는 또다시 시작된 그의 말에 이를 악물었다.

16553699956538.jpg‘대체 왜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거지? 대체 뭘 확인하고자?’

16553700051624.jpg“사랑해서 하는 결혼? 아무리 그대가 아니라고 해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만 사랑했어.”

그녀에게 향하던 말이 어느 순간 방향을 바꾸었다.

16553700051624.jpg“이클리트, 아무도 네놈에겐 진심이지 않아. 너 같은 괴물은 그때도 지금도 그저 이용당할 뿐이다.”

에드조프의 목소리가 칼날처럼 이클리트에게 박혔고, 이클리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괴로운 표정으로 숨을 멈췄다. 에드조프는 그 모습에 잔인한 미소를 그렸다.

16553700051624.jpg‘두려운 거구나. 너의 그 끔찍한 것을 아멜리아에게 들킬까 봐. 그래, 그래서 네놈은 안 되는 거야. 넌 괴물이니까. 괴물일 뿐이니까!’

아멜리아는 그제야 깨달았다. 에드조프가 흔들고 있는 건 자신이 아닌 이클리트였다. 그리고 어쩐 일인지 그가 몹시 반응하고 있었다. 처음, 도둑이라는 그 말 한마디부터. 아멜리아는 일부러 하얗게 질린 이클리트의 손을 꽉 붙잡았다.

16553699956538.jpg‘흔들리지 마요. 이번엔 내가 곁에 있어 줄게요.’

끝까지 자신을 자기 소유물 취급하는 그에게 화가 났다. 더는 저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러는 거다.

16553699956538.jpg“정말 같은 말 여러 번 하게 만드네요. 그때도 말했죠? 당신 때문에 죽어버린 내 심장이 다시 뛴다면, 그건 오직 클리오 대공 전하 덕분이에요. 내가 정말로. 첫눈에 반했으니까.”

아멜리아가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당기자, 이클리트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대체 무엇이 이분을 이렇게 흔드는지 모르겠지만.

16553699956538.jpg‘이제 이 사람은 내 남편이야. 내 옆에서 찬란히 빛나야 할 황제고. 더는 누구도 이분에게 상처 주는 게 싫어.’

그래서, 이러는 거다.

16553699956538.jpg“우린 서로 미치게 사랑해야 한다니까요.”

16553699956549.jpg“아멜리아?”

억눌린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이름을 붙잡았다.

16553699956538.jpg“내게 복종한다고 했죠? 그러니 명령이에요. 가만있어요. 내가 상을 줄 테니까.”

아멜리아는 그대로 이클리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 순간, 귓가에 이명이 일어날 만큼 심장이 뛰었다. 너무 뜨겁게 뛰어서, 그녀가 움찔하며 그에게서 멀어지려고 했지만, 멀어질 틈 없이 그가 파고들었다. 아멜리아는 멈칫했다. 자신을 보는 그의 눈동자가 평소와 달랐다. 이클리트는 아까부터 가까스로 억눌렀던 뭔가가 조금 어긋나며, 눈빛이 짙게 일렁였다. 이윽고, 눅진하게 들러붙는 목소리.

16553699956549.jpg“더, 받을래.”

보다 흉포한 숨이 그대로 아멜리아에게로 빨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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