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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두 남자의 욕심 (13/199)

13화. 두 남자의 욕심2021.02.15.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에게 매달리듯 안긴 채, 깊이 입을 맞추며 에드조프를 차갑게 응시했다. 에드조프는 그 모습에 심장이 어둡게 꿈틀거렸다. 이클리트의 눈에 서린 시커먼 감정. 그래, 처음으로 이클리트에게서 감정이 느껴졌다. 황궁에서 쫓겨났을 때도. 북부에 버려졌을 때도. 무서울 정도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심지어 ‘그 사건’ 때도 감정 없는 도구처럼 굴었으면서. 그런 괴물이었던 주제에.

1655370024257.jpg‘저 여자 앞에선 저렇게 흐트러진다고? 내 말 한마디에 적의를 드러낼 정도로? 그 사건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하면서?’

오직 아멜리아에게만 온갖 감정이 다 나타나는 건가. 그렇게, 살아 있겠다고? 순간, 에드조프의 숨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1655370024257.jpg‘네가 그러면 안 되지. 넌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 있으면 안 돼. 넌 끝까지 이 나라에, 폐하께, 괴물이어야 해.’

그녀의 숨까지 앗아갈 만큼, 절박했던 움직임이 겨우 멎으면서 이클리트가 고개를 들었다. 버거울 만큼 밀려들었던 뜨거운 숨결이 사라지고, 차가운 공기가 닿자 아멜리아는 새빨갛게 변한 낯빛으로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물론 에드조프의 의심을 없애려고 자신이 먼저 키스하긴 했지만.

16553700242578.jpg‘하지만 이렇게 진하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심지어 에드조프와도 이렇게 진한 키스를 해본 적이 없었다.

16553700242578.jpg‘아니야. 정신 차려. 여기서 동요하면 안 돼.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잖아. 미치도록 사랑하는 사이엔, 가능한 거야!’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밀고 나가야 했다. 아멜리아는 겨우 표정을 바로 잡고서 에드조프를 응시했다.

16553700242578.jpg“우리가 이렇게 사랑해요. 그러니 헛소리하면서 흔들지 말아요.”

에드조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그녀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오직 닿고 있는 것은 이클리트. 이클리트 역시 에드조프를 똑바로 바라보며, 아멜리아와 닿아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에드조프는 그 모습이 거슬렸다. 아닌 척, 태연하게 표정을 바로 잡아도 아멜리아의 목 부분이 붉어져 있었다. 금방까진 저 머릿속에 온통 자신이 가득했었는데. 이클리트로 오염되고 말았다. 그 사실이, 맘에 들지 않았다.

1655370024257.jpg‘그래. 넌 살아 있으면 안 되지. 북부령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젠 안 돼.’

저놈을 가장 잔인하게 없애기 위해서라도, 이제 아멜리아가 필요해졌다.

1655370024257.jpg‘다시 내가 가지면 돼.’

닫혀 있던 에드조프가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1655370024257.jpg“그래, 아멜리아. 이젠 그대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겠어. 그렇다면 좋아. 어디 날 끝까지 쫓아와서 추락시켜 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에드조프는 아멜리아에게 말하는 척, 이클리트를 보았다.

1655370024257.jpg“난 반드시 황제가 될 거야. 그러니 온 힘을 다해서 날 증오하고, 미워하며 쫓아와. 절대로 한눈팔지 말고.”

에드조프의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이클리트의 감정이 자꾸만 불안하게 튀었다. 그렇게 변해가는 이클리트를 보면서 에드조프는 입꼬리를 올렸다.

1655370024257.jpg“누가 그대의 곁에서 황제가 되는지, 보자고.”

마지막 말을 아주 깊숙이 박아 넣고서 그는 등을 돌렸다. 누군가에겐 단순히 도발로 들릴 말이지만. 누군가에겐 뜨거운 고백으로 들릴 말을.

1655370024257.jpg‘이클리트. 네놈이 가장 원하는 것을 내가 빼앗아주마. 그러니 넌 절망하면서 죽어. 반드시. 넌 세상에 태어나지도 말았어야 했으니까.’

비록 아멜리아는 자신에게 진심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건 거짓이다. 그때 그 여자의 눈엔 온통 자신을 향한 사랑뿐이었으니까. 재미없을 만큼, 멍청할 만큼 그랬으니까. 자신은 그녀에게 특별하다. 비록 처음은 백작가의 재산 때문이었지만.

1655370024257.jpg‘이젠 피오레 공작이니. 어떻게든 다시 가져야지. 내가 원하는 건 놓치지 않아.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가지고 말 것이다.’

  멀어지는 에드조프의 모습을 보면서 아멜리아는 겨우 제대로 숨을 쉬었다.

16553700242578.jpg‘이제야 제대로 이해하는 건가.’

하지만 가만히 당하고 있을 사람은 아니다.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르고.

16553700242578.jpg“바스티얀 대공 전하를 조심해야겠어요. 항상 경계하면서.”

아멜리아가 멀어지는 에드조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자, 이클리트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슬쩍 제 쪽으로 당겼다.

16553700242578.jpg“대공 전하?”

그녀가 그를 보았으나, 이클리트는 손에 힘을 풀지 못했다. 저 시선에 오롯이 닿아 있는 건 자신이 아니기에.

16553700271179.jpg‘어떤 형태로든, 에드조프와 강하게 얽혀 있으니까.’

처음으로 머리가 깨질 만큼 화가 났지만, 그만큼 두려웠다.

16553700242578.jpg“대공 전하, 괜찮으세요?”

아멜리아는 어쩐지 말이 없어진 그를 걱정했다. 이클리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제 안의 불안을 모두 누르며 설핏, 미소를 그렸다.

16553700271179.jpg“괜찮습니다.”

그 감춰진 표정을 아멜리아는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그저 보이는 대로 보면서 안도할 수밖에.

16553700242578.jpg“그, 사, 상은. 멋대로 굴어서 죄송해요. 하지만 바스티얀 대공이 설령 의심한다고 해도 그 의심에 증거를 줄 순 없으니까. 그래서…….”

16553700271179.jpg“압니다.”

어쩐지 몹시 덤덤한 목소리가 박히자, 아멜리아는 묘하게 심장이 서걱거렸다. 그 입맞춤에 자신만 크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16553700242578.jpg‘그래.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었으니까.’

16553700242578.jpg“갖고 싶은 걸 드려야 하는데. 그래서 혹시 다른 상을 받고 싶으시면…….”

16553700271179.jpg“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

16553700242578.jpg“네?”

순간, 서걱대던 심장 위로 미열이 감돌았다.

16553700271179.jpg“지금은 이걸로 충분합니다.”

그의 애매한 대답과 함께 그녀의 심장에도 애매한 감정이 맴돌았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깊이 묻지 않았다. 물어선, 안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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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험 결과가 워낙 충격적이었기에, 호네스 궁으로 돌아온 아멜리아에게 모든 관심이 쏠려 있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지금은 그 모든 반응이 귀찮았다.

16553700302009.jpg“아가씨, 아가씨!”

방에 당도하자 기다리고 있던 마미가 들이닥쳤다. 마미의 표정은 흥분 그 자체였다.

16553700302009.jpg“아가씨,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얘기를 들어도 도저히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몰라서! 다른 건 과장됐어도 총을 쓰신 거죠? 아가씨가 가주에 오르신 거죠!”

아멜리아는 진심으로 기뻐하는 마미와 함께 축하하고 싶었으나, 도저히 반응할 기운이 없었다.

16553700242578.jpg“마미, 진짜 미안해. 지금 너무 피곤해서. 내일 얘기해줄게.”

16553700302009.jpg“어머, 내 정신 좀 봐! 죄송해요, 아가씨. 걱정 마세요. 이 근처로 다른 사람들이 얼씬도 못 하게 할게요. 감히 차기 가주님을 건드릴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조만간 호위 기사단도 꾸려질 테고, 작위 수여식이랑 결혼식이랑…….”

마미가 부산스럽게 사라지고, 아멜리아는 침실로 들어가 그대로 침대에 몸을 쏟아냈다.

16553700242578.jpg“하아…….”

애써 참고 있던 피로가 몰리면서 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그런 와중,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이름 하나.

16553700242578.jpg“이클리트 라이엇 클리오…….”

그 사람에 대해서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감정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떠도는 흉악한 소문과는 달리 무척 조용하다는 거였다. 그런 그가 오늘 처음으로 격해진 순간의 끝에 에드조프가 있었다. 에드조프 역시 이클리트로 인해 평판도 신경 쓰지 못할 만큼 무너졌었고.

16553700242578.jpg‘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에드조프는 끊임없이 이클리트를 미워하고 증오하는데, 그 증오를 이클리트는 묵묵히 받아내는 것 같았다. 마치,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16553700242578.jpg‘괴물, 괴물이라…….’

단순히 태생과 성격을 뜻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16553700242578.jpg“태생…….”

에드조프의 친어머니이자 솔라 제국의 황후인 클로에 에린 라이엇. 당연하게도 이클리트와 어머니가 달랐다. 그의 어머니에 대해서 알려진 건 없었다. 그저 나라 간을 떠돌던 무희라는 소문 외에는. 물론 이상한 건, 아무리 출신이 비천해도 황실의 아이를 낳으면 황비가 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사라진 것이다.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16553700242578.jpg‘그래서 더더욱 클리오 대공 전하께는 이상한 소문이 붙어 다니는 거고.’

머릿속으로 의아함은 계속 맴돌았으나, 아멜리아는 직접 묻지는 못했다. 어딘가 모르게 얼어 있던 이클리트의 표정 때문에. 처음으로 흔들렸던 그 모습에 그저 속만 아릿해졌다.

16553700242578.jpg‘그분도 내게 묻지 않으니, 나도 물으면 안 되지.’

하지만 그분은 나에 대해서 전부 다 아는데. 나는 알면 안 되나.

16553700242578.jpg‘아니, 알 필요가 없나.’

자신들이 만난 이유는 서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과거가 어떻든, 그런 건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관없었다. 머리로는 그렇게 계속 이해하는데.

16553700242578.jpg‘난 왜 자꾸 그분이 궁금할까.’

내버려 둬야 하는데, 내버려 두질 못한다. 아멜리아는 저도 모르게 제 입술을 매만졌다. 부드러운 감촉 위로 낯설고 뜨거운 감각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분과 입을 맞췄던 순간, 때때로 느꼈던 제비꽃 향기는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짙은 그의 체향이 밀려와 자신을 삼켜버렸다. 그와 동시에 심장이 타들어 갈 듯 뜨거웠다. 정말로, 너무 뜨거웠다. 아멜리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입고 있던 옷을 전부 벗었다. 티 없이 하얀 나신이 눈부셨다. 그런데 그녀의 왼쪽 가슴에 제비꽃이 마치 칼로 새긴 것처럼 새겨져 있었다. 죽었다가 다시 깨어난 순간, 이 심장에 새겨진 것이었다. 이건 단순한 문양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진짜 제비꽃이었으니까.

16553700242578.jpg‘이건 아마도.’

그때, 하나가 시들면서 타들어 갔다.

16553700242578.jpg“윽!”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으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칼로 도려내듯 느껴지는 통증. 이 제비꽃은 아마도 제 심장에 뿌리를 박고 피어난 것 같았다. 아마 이 제비꽃이 다 지면.

16553700242578.jpg‘난 죽을 거야. 1년의 생이라는 게 이런 의미겠지.’

아멜리아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16553700242578.jpg“결국 나는 또 시한부구나.”

건강한 심장을 얻은 것도. 그로 인해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은 것도. 자신의 남은 생명을 담보로 한, 이생에 마지막 선물인 것이다. 그러니 시간을 지체해선 안 된다. 그녀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제 생이 조금씩 타들어 가는 순간, 뜨겁게 아팠고. 그가 키스했던 순간도.

16553700242578.jpg“아프고, 뜨거웠어.”

경고인 걸까. 위험하니까 더는 다가가지 말라고?

16553700242578.jpg“맞아. 그저 서로 미치게 사랑하는 걸 보여주기 위한, 행동일 뿐이었어.”

아무 의미 없다. 아무, 의미 없는 건데. 입술에 달라붙은 아프고 뜨거운 게, 잘 없어지지 않는다. *** 밤이 깊었으나, 이클리트는 깨어 있었다. 그에게 박힌 목소리가 떨쳐지지 않았기에.  

1655370024257.jpg‘끝까지 쫓아와서 추락시켜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1655370024257.jpg‘절대로 한눈팔지 말고.’

  얼핏 보면 단순한 도발로 들리지만, 이클리트에겐 달리 들렸다. 여전히 그녀는 내 것이라고. 네가 끼어들 틈은 없다고. 말 같지도 않은 우월감을 드러내면서 이제 와 욕심내는 끔찍한 고백으로 들렸다. 거기에 넘어가면 안 되는데, 한순간 무너지고 말았다. 이클리트는 머뭇거리며 입술에 손을 댔다.

16553700271179.jpg‘그렇게 몰아붙이면 안 됐어.’

그녀의 의도를 알고, 그저 끌려가려고 했는데. 닿은 순간, 걷잡을 수가 없었다. 그녀와 있으면 제어가 되지 않는다. 손에 닿아도 부족하니까. 그대로 그녀에게 깊숙이 박혀 스며들고 싶을 만큼. 처음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래. 예상했어야 했던 일이다. 아멜리아 체자렛, 그녀의 존재 자체가 자신에겐 독과 같았으니. 더 나아가면, 무너진다.  

1655370024257.jpg‘저 자식은 괴물이야. 황자도 뭣도 아닌,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말았어야 할 괴물.’

  괴물이라는 말에 숨은 진실이 깨지는 게 두렵지 않았었다. 자신은 별로 상관없었으니까. 그 진실로 인해 죽는다고 해도 괜찮았다. 그런데 처음으로 무서웠다. 그녀에게 사실을 들킬까 봐. 그로 인해 그녀가 제게서 멀어지는 건. 그녀 역시 자신을 괴물로 보는 건. 세상에서 제일 두렵고.

16553700271179.jpg‘싫어.’

16553700391866.jpg‘넌 괴물이다. 그러니까, 어서 보여 봐. 어서. 넌 괴물이니까!’

16553700271179.jpg“윽!”

누군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유리 파편처럼 박혔다. 이명이 되어 윙윙거리는 소리.

16553700271179.jpg“하아, 하아…….”

이클리트는 붉게 충혈된 시선으로 어깨를 한껏 움켜쥐었다. 그래도 결국 참지 못한 채, 윗옷을 뜯어내고서 가쁜 숨을 내쉬었다. 등에 온갖 흉터가 마치 금방 난 것처럼 화끈거리며 통증을 불러일으켰다. 딱 봐도 채찍으로 아무렇게나 맞은 흉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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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클리트는 겨우 숨을 삼키며 자신이 입었던 로브에서 뭔가를 꺼냈다. 아주 작은 원형 모양의 통. 그는 거기서 어떤 편지를 꺼내선 소중히 품었다.

16553700271179.jpg“하아…….”

그걸 보자마자 숨소리가 평온해지고, 아프고 뜨거운 고통도 사라졌다. 이클리트는 휘어진 입술 너머 자조적인 어조로 속삭였다.

16553700271179.jpg“예전엔 이걸로 충분했었는데. 더 많은 걸 바라게 되는구나.”

생애 처음 가져본 욕심이라는 게, 이토록 무서운 건지 몰랐다. 제어가 안 되지만, 제어해야 한다. 그녀가 원하는 형태로 있어 줘야 하니까. 게다가 가장 불안했던 게 사라졌으니.

16553700271179.jpg‘이제 그녀가 죽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곁에 있어 줄 거고, 지켜줄 거야.’

이번 입맞춤은 자신에겐 온 세상이 바뀔 듯한 충격이었지만, 그녀에겐 그저 이용이었을 뿐이다. 어떤 의미로 기억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단지.

16553700271179.jpg“그 순간만큼은 나만 당신의 머릿속에 가득했기를.”

분노든, 증오든, 에드조프가 아닌 온전히 내가 당신에게 조금 더 오래 머물렀기를. 통증이 잦아든 이클리트는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편지를 다시 소중히 넣어두고서 방을 나섰다. 조금만 더 하면 완성이었다. 그녀에게 줄 선물이.

16553700271179.jpg‘환하게 웃으며 행복해지길. 지금 내가 가장 바라고 욕심내고 갖고 싶은 건.’

그게 전부였다. *** 이른 아침, 마미가 아멜리아의 치장을 도와주며 입을 열었다.

16553700302009.jpg“공작 각하께서는 황궁에 급히 가셨습니다.”

16553700242578.jpg“요즘 자주 그러시네.”

이제야 그때 황궁에서 다섯 공작가가 모여 대회의를 한다는 게 신경 쓰였다. 그땐 그저 흘러들었는데.

16553700242578.jpg‘뭔가 관계가 있는 건가.’

16553700302009.jpg“공작 각하께서 결과를 들으시고 아가씨를 몹시 보고 싶어 하셨는데. 엄청 기뻐하셨어요!”

마미는 아멜리아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그녀를 빤히 보며 웃었다.

16553700302009.jpg“이제 건강해지신 거죠? 다 나으신 거죠? 그런 거죠! 그런데 감쪽같이 숨기시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마미의 모습에 아멜리아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물론 모든 걸 다 말해줄 수는 없었지만.

16553700242578.jpg“제비꽃의 기적이 내게도 주어졌나 봐.”

단 1년의 기적이라는 얘기는 할 수 없었다. 어차피 말해도 믿지 못할 테고. 슬퍼하지 않았으면 하니까. 1년의 마지막 순간, 모든 걸 이루고 떠나는 나를 행복하게 보내줬으면 했다. 좋은 모습으로만 기억하길 바랐다.

16553700242578.jpg‘내가 죽으면, 당신은 날 어떻게 기억할까.’

순간 이클리트가 떠올랐으나 이내 생각을 접었다.

16553700302009.jpg“공작 각하께서 돌아오시면 바로 결혼식도 하셔야 하고 작위 수여식도 하셔야 해요.”

16553700242578.jpg“그전에 해결할 게 있지.”

16553700302009.jpg“그러니까요. 대체 어디 가시는 거예요?”

아멜리아는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그것도 평소 입는 무난하고 단정한 색상의 드레스가 아닌 붉은빛의 고급 실크가 물결처럼 펼쳐져 우아하면서도 화려했다.

16553700242578.jpg“체자렛 백작가.”

16553700302009.jpg“백작가요?”

16553700242578.jpg“수습하라 하셨으니, 수습했고. 이후 돌아오라 하셨으니 돌아가서 마무리 지어야지. 만나서 제대로 경고해줄 사람도 있으니까.”

16553700302009.jpg“경고라니요?”

아멜리아는 꽃으로 장식된 보닛을 쓰면서 입꼬리를 매혹적으로 올렸다.

16553700242578.jpg“산에서 있었던 일, 그냥 넘어갈 순 없잖아. 이제 난 한 가문의 가주인데. 내 목숨 가지고 더는 선 넘지 말라고, 말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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