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화. 같이 자야죠. 부부니까 (19/199)

19화. 같이 자야죠. 부부니까2021.03.08.

아멜리아는 떨리면서도 수줍게 이클리트의 입술을 살포시 머금었다. 처음 그에게 입맞춤했을 때는 심장이 너무 뜨겁게 뛰고, 그게 무서워서 멈추려고 했는데. 지금은 달콤한 제비꽃 향기가 더 유혹적으로 그녀를 당겼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이 향기에 취하고 싶다고……. 이클리트는 입가에 번지는 열기와 아찔하게 와 닿는 떨림에 자꾸만 숨이 타들어 갔지만, 그때와 달리 이성을 꽉 붙들고서 먼저 고개를 들었다. 아멜리아는 멀어지는 그의 움직임에 어쩐지 허전하고 아쉬웠지만,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애써 부끄러움을 뒤로하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16553702227114.jpg“맹세의 키스까지 했으니까. 대공 전하께서 바라는 걸, 꼭 이뤄줄게요.”

이클리트는 헝클어진 감정을 고르고 또 고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1655370222712.jpg‘제가 바라는 건, 이미 이뤄졌습니다.’

그때, 아멜리아의 곁으로 마미와 하녀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16553702227131.jpg“가주님.”

아멜리아는 어쩐지 비장한 그녀들의 표정에 의아한 시선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16553702227114.jpg“무슨 일이야?”

설마 또 뭔 일이 생긴 건가? 마미를 중심으로 하녀들이 고개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

16553702227131.jpg“대공 전하, 가주님을 잠시 데려가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16553702227114.jpg“응? 날 데려간다고? 어디로?”

하지만 그녀들은 말이 없었고, 이클리트는 뭔가 눈치챈 듯 웃음을 참으며 아멜리아에게 속삭였다.

1655370222712.jpg“좀 있다 찾아가겠습니다.”

16553702227114.jpg“아, 네. 그럼 잠시 실례할게요.”

아멜리아는 하녀들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이클리트는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다가, 이제야 하늘 위로 점점 잦아드는 불꽃을 응시했다. 조금 더 제대로 음미하며 벌써 아쉽고, 보고 싶은 그녀를 떠올리고 싶었는데.

16553702227166.jpg“이클리트.”

조금도 여운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이클리트는 극도로 냉랭해진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 끝에 에드조프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

1655370222712.jpg“형님.”

16553702227166.jpg“끝까지 형님이라는 소리는 잘도 하는구나.”

16553702256357.jpg

  *** 아멜리아는 말도 없이 자신을 데려가는 마미에게 계속 물었다.

16553702227114.jpg“마미, 대체 무슨 일이야? 어디 가는 건데?”

마미는 다른 하녀들의 표정을 슬쩍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16553702227131.jpg“가주님, 결혼식은 완전히 끝난 게 아닙니다.”

16553702227114.jpg“끝났잖아. 뭐가 또 있는 거야?”

16553702227131.jpg“중요한 게 있지요. 원래 결혼식은 끝난 이후가 더 중요한 법입니다.”

16553702227114.jpg“응?”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16553702227131.jpg“그래도 오늘 너무 잘하셨어요. 멋있으셨고. 그렇게 예쁜 축복의 꽃은 처음이었어요.”

마미의 칭찬 끝으로 다른 하녀들도 용기를 내어 말했다.

16553702256396.jpg“네, 가주님. 바깥에 있던 영지민들도 얼마나 좋아했다고요.”

16553702256396.jpg“사실 저희 어머니도 보고 기뻐하셨어요. 생애 처음 본 축복의 꽃이 가주님의 꽃이라서 더 특별하고 행복하셨다고 했어요.”

16553702227114.jpg“아……. 고마워. 그렇게 생각해줘서.”

아멜리아는 뜻밖의 말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자신이 한 일이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행복한 영향을 줄 거라 생각도 못 했었으니까.

16553702227114.jpg‘누군가에게 가장 특별한 처음을, 내가 선물한 건가.’

마미는 아멜리아를 이해하며 속삭였다.

16553702227131.jpg“가주님은 가주님이 얼마나 강하고 멋지신지 몰라요. 예전부터 그랬어요.”

16553702227114.jpg“마미 넌 편하게 날 불러도 되는데…….”

하지만 마미는 완강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702227131.jpg“안 돼요. 가주님은 이제 더 앞으로 나아가셔야 하잖아요.”

16553702227114.jpg“…….”

16553702227131.jpg“꼭 해내실 거예요, 반드시.”

길게 말하지 않아도, 마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클리트의 말처럼. 자신을 이렇게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으니.

16553702227114.jpg‘세상에 태어나서, 난 불행하지 않았어. 아니. 마지막까지 더 행복해질 거야.’

16553702227114.jpg“너무 고마워, 마미. 끝까지 내 곁에 있어 줘야 해.”

16553702227131.jpg“당연하죠!”

16553702227114.jpg“그런데 진짜 우리 어디 가는 거야?”

그때, 아멜리아의 앞으로 익숙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멜리아는 갑자기 나타난 카힐로의 모습에 눈을 크게 떴다.

16553702227114.jpg‘대공 전하께서 북부로 돌아갔다고 했는데. 결혼식 때문에 돌아온 건가?’

카힐로는 곧장 무릎을 꿇고서 예를 갖췄다.

16553702315592.jpg“피오레의 가주님을 뵙습니다.”

16553702227114.jpg“카힐로라고 했었죠?”

16553702315592.jpg“카힐로 경이라고 불러주십시오.”

16553702227114.jpg“그래요, 카힐로 경. 무슨 일 있나요?”

16553702315592.jpg“잠시 가주님을 독대할 수 있겠습니까?”

카힐로의 진지한 시선이 아멜리아에게 무겁게 다가왔다. 양옆으로 숨을 죽이고 있는 하녀들 사이로 마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16553702227131.jpg“따로 응접실이 필요하신지요?”

카힐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702315592.jpg“아닙니다. 그저 자리만 물러주십시오.”

아멜리아는 하녀들에게 말했다.

16553702227114.jpg“다들 잠시 물러서라.”

16553702344218.jpg“예, 가주님.”

하녀들이 전부 복도에서 사라지고, 아멜리아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16553702227114.jpg“무슨 일인가요?”

카힐로는 고개를 들고서 아멜리아를 응시하며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16553702315592.jpg“너무 무모한 일은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뜻밖의 말에 아멜리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16553702315592.jpg“주변으로 적을 너무 많이 만들지 마십시오. 다치지 마세요. 아프지 말고. 위험해지지 마세요.”

얼핏 듣기엔 자신을 염려하는 것 같았지만, 그가 자신을 이렇게 염려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감정 없이 차가운 눈동자와 무미건조하다 못해 날 선 목소리까지. 이건 그가 자신에게 하는 경고였다.

16553702227114.jpg“날 위해서 이런 건방진 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

16553702315592.jpg“가주님이 다치시면, 대공 전하께서 위험해집니다.”

16553702227114.jpg“…….”

16553702315592.jpg“대공 전하께서 위험해지시면, 세상이 위험해질 겁니다.”

심상치 않은 말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16553702227114.jpg“그게 대체 무슨 말이지?”

하지만 정작 중요한 말을 카힐로는 꾹 삼켰다.

16553702315592.jpg“저도 이런 말을 가주님께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사실은 애초에 이런 식으로 만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놓고 드러내는 그의 불편함보다 아멜리아는 계속 맴돌기만 했던 사실을 알고 싶었다. 오늘 웨딩드레스에 기적처럼 피어난 꽃이라던가. 다 죽어버린 폐허에 피어난 제비꽃이라던가. 그밖에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이상하고 신비했던 모든 일들. 이클리트에게 직접 묻지 못했던 모든 것.

16553702227114.jpg“오늘 일도 그렇고. 가끔 그분 주변으로 벌어지는 모든 이상한 일들. 우연이 아닌 건가? 대체 대공 전하는 누구시지?”

16553702315592.jpg“평범하지 않다는 걸 아셨다면, 깊이 알려고 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는 숨겨야 하기 때문이라는 걸 모르시겠습니까?”

카힐로의 목소리가 더더욱 차갑게 벼리었다.

16553702315592.jpg“서로 이용하는 관계라면, 이용할 것만 이용하라는 말입니다. 혹시라도 가주님 때문에 그분이 위험해지신다면, 용서 못 합니다.”

감히 피오레의 가주를 협박하고 있었으나, 카힐로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목에 칼이 드리워진다고 해도, 이 말만큼은 해야 했다.

16553702315592.jpg“저는 가주님이 아닌 제 주인을 지켜야 하니까요.”

그분을 말릴 수 없다면, 그분의 욕심을 막을 수밖에. *** 에드조프는 느긋한 시선으로 쏟아지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16553702227166.jpg“그녀가 저런 불꽃을 만들 줄 몰랐는데. 보면 볼수록 예쁘고 탐나서 제대로 꺾어서 내 손에 쥐고 싶지 뭐야?”

이클리트는 순간 피가 식었지만, 꾹 참고서 에드조프를 응시했다. 그는 그런 이클리트 앞에 더없이 우아한 미소를 그렸다.

16553702227166.jpg“너도 잘 알겠지? 그녀와 나는 절대로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못해. 내가 그녀를 그렇게 길들였어. 날 사랑하게 만들고, 안달하게 했지. 마냥 죽어가던 심장이 조금이라도 뛰었던 건, 전부 날 위해서였어.”

에드조프는 목소리 가득 짙은 소유욕을 드러내며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었다.

16553702227166.jpg“지금도 미움과 증오로 날 욕망하는 거야. 배신당했다고 여겨서 여기까지 왔다면, 내가 다시 그녀를 원하게 되면 흔들릴 수 밖에 없어. 시간이라는 게 그래서 무서운 거지.”

1655370222712.jpg“하지만 지금은 제가 그분의 곁에 있습니다.”

싸늘하게 퍼지는 이클리트의 한마디에 에드조프는 멈칫했다.

1655370222712.jpg“마지막 순간에도 그분이 원하는 그 자리에서, 그분의 곁에 있을 겁니다.”

멈칫했던 에드조프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16553702227166.jpg“하! 지금 그 말은 네가 황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이클리트. 아무것도 모르는 아멜리아는 그렇다고 쳐도 넌 정신 차려야지. 괴물 주제에 무슨. 아니다. 괴물이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에드조프는 이클리트에게로 성큼 다가와서는 역겹다는 듯 읊조렸다.

16553702227166.jpg“짐승 새끼인가?”

이클리트는 한껏 경직된 숨을 삼켰다.

16553702227166.jpg“넌 황제 폐하의 버려진 새끼다. 그나마도 도구로 이용당하려다 폐기처분 된 거야. 주제를 알아.”

그의 목소리가 점점 더 잔인하게 파고들었다.

16553702227166.jpg“네가 무슨 존재인지 알면, 과연 그녀가 널 무서워하지 않을까? 그걸 알기에 너도 이리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이클리트는 모든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며 억눌렀다. 아직, 그녀의 의식이 다 끝나지 않았으니까. 오늘 이 자리에서만큼은 절대로.

1655370222712.jpg‘소란이 벌어져선 안 돼.’

그녀의 불꽃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1655370222712.jpg“……이미 각오했습니다.”

무서울 정도로 덤덤한 목소리가 에드조프의 신경을 건드렸다.

1655370222712.jpg“그러니 저도 이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16553702227166.jpg“뭐?”

1655370222712.jpg“전 이제 진심으로 아니 간절하게 황위를 원합니다. 이 비밀을 끝까지 숨길 방법은 황제가 되는 것뿐이니까요.”

이클리트는 에드조프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1655370222712.jpg“살고 싶습니다. 아니 살아야겠습니다. 제대로. 평범하게. 그걸 위해 권력을 쥐어야 한다면 기꺼이.”

에드조프는 생각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자 여유로웠던 눈빛이 점점 섬뜩해졌다. 이클리트의 진심 따위를 듣고자 여기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시건방진 기대에 주제를 깨달으라고.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갈기갈기 찢어주기 위해서일 뿐.

16553702227166.jpg“짐승이 감히 사람 흉내를 내려고? 폐하께서 당장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다.”

1655370222712.jpg“아니요. 가만히 두실 겁니다.”

뜻밖의 말에 에드조프의 눈빛이 낮게 흔들렸다.

1655370222712.jpg“그리고 제 비밀을 형님께서도 함부로 말할 수 없으시죠. 황실이 덮어두고 있는 거니까.”

사실은, 이클리트의 말이 옳았다. 자신이 지금 당장 이클리트의 비밀을 폭로하여 매장해버릴 수 없는 이유는. 자신도 이 녀석의 비밀을 함부로 내뱉을 수 없으므로. 내뱉는 순간.

1655370222712.jpg“폐하께서 지금 함부로 움직일 수 없으신 건, 우린 서로에게 약점이기 때문입니다. 제 태생이 폐하께 칼이 되어 그 심장에 박힐 테니까.”

황실이 흔들릴 수 있었다. 이클리트의 비밀을 황실에서 은폐하고 있는 것이기에.

16553702227166.jpg“감히 그걸로 협박할 생각이냐? 그렇게 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폐하께서 널 죽일 거다.”

1655370222712.jpg“협박이 아닙니다. 협박할 생각이 없으니. 그저 절 건드리지 마세요. 서로 건들지 않으면, 영원히 침묵 될 겁니다.”

16553702227166.jpg“…….”

1655370222712.jpg“존재하되, 드러나지 않을 거니까.”

에드조프는 이클리트의 말에 차게 웃었다.

16553702227166.jpg“이미 넌 드러났어. 널 그렇게 끄집어낸 건 아멜리아겠지. 폐하께서 널 건드리지 못하면, 그녀를 건드릴 거다.”

가장 원하지 않는 말이 나오자, 그토록 꾹 참고 있던 이클리트의 감정이 설핏, 새어 나왔다.

1655370222712.jpg“그래서 지킬 겁니다.”

뒤틀린 광기가 심연처럼 깊이 흔들렸다. 에드조프는 그 섬뜩한 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흠칫했다.

1655370222712.jpg“반드시. 내 모든 것을 걸고.”

일순 공기마저 앗아갈, 그런 광기였다. *** 카힐로와 멀어진 아멜리아는 자꾸만 그의 말이 걸리고, 신경 쓰였다.

16553702227114.jpg‘평범하지 않으니 감추고 있는 거다. 그걸 들추어낼 생각 말라니…….’

대체 뭘까. 정말 그냥 모르는 게 나은 건가? 모르고 있어야 대공 전하를 지킬 수 있는 건가? 하지만 그때처럼, 그분이 흔들릴 때.

16553702227114.jpg‘나라도 제대로 다독여주고 싶은데. 대공 전하께서 날 위로해준 것처럼, 나도…….’

16553702227131.jpg“자. 자. 가주님 손을 번쩍 들어주세요. 꽃물이 들어갑니다!”

16553702227114.jpg“잠깐. 잠깐!”

마미와 하녀들은 아멜리아의 머리 위로 꽃향기가 나는 물을 쏟아부었다. 지금 그녀는 하녀들에 의해 욕실에 갇힌 상태였다. 그것도 꽃향기가 나는 물에, 와인을 적신 천으로 아주 빈틈없이 몸을 씻기고 있었다.

16553702227114.jpg“나 오늘 많이 피곤하니까, 대충 씻겨줘도 되는데…….”

16553702256396.jpg“그건 안 되죠, 가주님!”

하녀들은 있을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16553702227114.jpg“이것도 뭐 중요한 의식인 거야?”

결혼식 끝나면 이렇게 꼼꼼하게 씻어야 하는 건가?

16553702256396.jpg“중요한 의식이죠!”

아멜리아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마미를 보자, 마미는 속으로 크게 한숨을 삼켰다.

16553702227131.jpg‘우리 아가씨. 지금 아무것도 모르시는구나!’

목욕을 마친 아멜리아에게 레이스가 하늘거리는 슈미즈가 입혀졌다. 그런데 평소 입던 슈미즈와 달랐다.

16553702227114.jpg‘뭐지. 이거 너무 얇은데? 거기다 손으로 툭 하면 풀어지겠어.’

16553702227114.jpg“저기, 이거 너무 불편한데? 금방이라도 옷이 벗겨지겠어.”

16553702256396.jpg“당연히 그러라고 입는 거죠.”

16553702227114.jpg“뭐?”

16553702256396.jpg“가주님도 참! 저희끼리 그렇게 쑥스러워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하녀들은 의미심장하게 웃었고, 아멜리아는 도통 저들의 생각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결국 아멜리아는 끝까지 영문도 모른 채, 비올렛궁 가장 꼭대기 방에 당도했다.

16553702227114.jpg“대체 여기로 왜 온 거야? 내 침실이 아니잖아?”

마미는 하녀들이 한눈판 사이에 그녀에게 속삭였다.

16553702227131.jpg“가주님. 진짜 모르시겠어요?”

16553702227114.jpg“뭘?”

16553702227131.jpg“아니. 그래도 바스티얀 대공 전하께서 청혼까지 하셨었는데. 아무도 가주님께 가르쳐주지 않았던 거예요?”

16553702227114.jpg“그러니까 뭘?”

16553702227131.jpg“결혼하셨잖아요.”

16553702227114.jpg“그래. 했지.”

16553702227131.jpg“그럼 이후엔 뭐겠어요?”

아멜리아는 정말로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갸웃거렸다.

16553702227114.jpg“이후엔? 자야지. 진짜 너무 피곤해…….”

16553702227131.jpg“그래요! 자야죠! 근데 그 잠을 대공 전하와…….”

그때, 다정한 온기가 아멜리아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16553702227131.jpg“클리오 대공 전하.”

마미가 곧장 고개를 숙였다. 아멜리아는 이클리트를 보는 순간 카힐로가 떠올랐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미소를 지었다.

16553702227114.jpg“오늘 많이 피곤하시죠? 고생하셨어요. 그런데 왜 여기로 오신 거예요? 저한테 하실 말씀 있으세요?”

마미는 한숨을 삼켰고, 이클리트는 가볍게 웃으며 마미에게 말했다.

1655370222712.jpg“이후엔 내가 말씀드리겠다.”

마미는 차라리 이게 낫겠다, 싶었다.

16553702227131.jpg“예. 대공 전하께서 하셔야지요.”

아멜리아는 여전히 순진무구하게 눈을 뜨고선 그를 바라보았다. 이클리트는 이런 표정의 아멜리아를 본 적 있었다. 자신을 몹시 힘들게 했던 모습이다.

1655370222712.jpg‘이번에도 각오해야겠지.’

16553702227114.jpg“대공 전하는 아시는 건가요? 대체 다들 저한테…… 앗!”

그때, 이클리트가 아멜리아를 번쩍 안아 올렸다. 그러자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하녀들이 얼굴을 붉히면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아멜리아는 몹시 당황해서는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16553702227114.jpg“지, 지금 뭐 하시는!”

16553702541555.jpg

  이클리트는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나직이 읊조렸다.

1655370222712.jpg“말했는데.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16553702227114.jpg“네? 네?”

1655370222712.jpg“같이 자야죠. 무려 첫날밤인데. 부부잖습니까?”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말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16553702227114.jpg‘처, 첫날밤?’

뇌리에 뜨겁게 박히는 단어.

16553702227114.jpg‘그래.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이제 우리 부부인데!’

너무 수여식에만 정신 팔려서, 이후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1655370222712.jpg“첫날밤부터 따로 자면 의심할 겁니다.”

그의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와선 입 맞추듯, 속삭였다.

1655370222712.jpg“아직, 밤은 너무 길고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