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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슬프고도 위험한 존재 (22/199)

22화. 슬프고도 위험한 존재2021.03.19.

점점 후원의 제비꽃이 시들어가고 있었다. 이클리트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맘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속삭였다.

16553703181284.jpg“아직 시들면 안 되지. 조금 더 피어 있어야 그분이 좋아하니까.”

그는 몸을 숙이곤, 시든 제비꽃을 한 송이 잡고서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16553703181284.jpg“소중하고 또 소중한 나의 제비꽃이여.”

그의 목소리가 하나의 주문이 되어, 그의 손에 닿아 있던 제비꽃이 다시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클리트는 그 모습에 만족하며 다시 다른 제비꽃을 붙잡으려는 순간.

16553703181302.jpg“대공 전하!”

그를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에 이클리트는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들었다. 그 자리에 카힐로가 한껏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클리트는 무심히 입을 열었다.

16553703181284.jpg“북부에서 언제 온 거냐?”

16553703181302.jpg“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설마 이곳, 대공 전하께서 살리신 겁니까?”

카힐로는 뭔가 이질적으로 펼쳐져 있는 후원을 보면서 설마, 했다. 이클리트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16553703181284.jpg“그분이 좋아하는 곳이야. 선물로 주면 웃어줄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웃으셨어. 역시. 상상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는 게…….”

16553703181302.jpg“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카힐로는 더는 참지 못한 채, 이클리트에게 다가오며 외쳤다.

16553703181302.jpg“그 힘이 얼마나 위험한지, 대공 전하께서 모르시는 것도 아니시면서! 결혼식장에서도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십니까?”

카힐로의 애타는 울분이 번졌다.

16553703181302.jpg“제발 그 능력을 숨기십시오. 밝혀지면 안 됩니다. 그게 밝혀지면, 대공 전하께서 이 자리에서 절 죽이신다고 해도 전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대공 전하께서 다시 황실에 갇히게 둘 수는 없단 말입니다! 그러니 제가 그분께 그런 말을!”

순간, 이클리트가 멈칫하더니 카힐로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16553703181284.jpg“혹, 네가 그분께 이상한 말을 한 것이냐?”

갑자기 그의 푸른 눈동자에 붉은 광채가 도는 듯했다. 그러다 이클리트의 주변으로 칼바람이 휘몰아치면서, 주변의 공기가 카힐로의 숨을 죄었다. 마치 온몸이 칼로 찢기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카힐로는 이를 악물고서 신음 하나 내지 않고 이클리트를 바라보았다. 괴괴한 기운이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그의 모습. 마치, 짐승의 눈을 보는 것 같았다. ***

16553703209663.jpg“괴물이라 불리는 짐승, 수인뿐이야.”

메사리나는 자신이 내뱉고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16553703209663.jpg“미쳤지. 여기서 갑자기 수인이 왜 나와? 그럼 아멜리아가 수인이라는 거야? 아무리 이상해도 그건 아니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짐승의 힘을 가진 수인. 그들은 자연 속에서 정령과 가장 자유롭게 소통하며, 인간보다 거대한 마나를 다뤘다. 그 때문에 인간들은 수인을 두려워했고, 경멸하면서도 부러워했으며 그 부러움은 뒤틀린 이기심을 일으켰다. 수인을 진짜 짐승 취급하며 끊임없이 사냥하고, 노예로 만들어 이용한 것. 수인은 결코 무의미한 살생을 하지 않기에. 인간들은 잔인할 정도로 그 약점을 파고들어 이용한 것이다. 핍박당하던 수인은 정령들이 시간의 숲을 봉인할 무렵, 거의 없어지고 말았다. 현자들에 의하면 시간의 숲을 푸는 열쇠가 선택 받은 수인에게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수인이 대부분 사라져버렸으니 그 또한 진실은 알 수 없었다.

16553703209663.jpg“그래. 수인은 말이 안 돼. 하지만 아멜리아에게 뭔가 비밀이 있다는 건 확실해.”

오늘 웨딩드레스에서 꽃이 피어난 것도 이상했지만, 심장이 갑자기 나은 것도. 그토록 엄청난 마법을 쓰는 것도 이상했다.

16553703209663.jpg“비밀이 있어서 좋았던 경우는 거의 없지.”

메사리나의 눈빛이 싸늘하게 번뜩였다.

16553703209663.jpg“그게 뭐든 반드시 밝히고 말 거야. 밝히지 못한다면, 만들어서라도 추락시킬 거야.”

때론 거짓이 진실보다 큰 힘을 가지기도 했다.

16553703209663.jpg“아직 충분히 더럽힐 수 있어.”

  *** 카힐로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서 힘겨운 숨을 내뱉었다. 그 모습에 이클리트는 무거운 숨을 삼키며 짧게 읊조렸다.

16553703181284.jpg“더는 나서지 마라. 아무리 너라도 선을 넘으면 용서할 수 없으니.”

그제야 바람이 잦아들었다. 하지만 카힐로는 물러서지 않고 간곡하게 말했다.

16553703181302.jpg“잊으신 건 아니시지요? 대공 전하께서 황실에서 어떤 일을 당하셨는지. 얼마나 끔찍한 일을 겪으셔야 했는지!”

카힐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트리거가 되어 이클리트의 등에 있는 흉터를 욱신거리게 했다. 결코 잊을 수 없다. 온몸에 흉터로만 새겨진 게 아니라, 기억까지도 잔인하게 헤집어진 과거였으니. 그에게 그때의 일은 금기와도 같았다. 황제가 철저하게 숨기고 있는 비밀. 이클리트 자신도 무서워서, 아멜리아에게까지 말하지 못한 채 감추는 것. 그저 이방인 무희에게서 태어났다고 여기는 이클리트는 사실, 반인반수. 수인의 피가 섞인 짐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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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에게 칭송받으며 태양 아래 찬란하게 황위에 오른 아스란 황제는 엄청난 야심가였다. 자신의 이름이 솔라에 유일무이 하게 새겨질 수 있다면, 모든 걸 이용할 수 있는 그런 야심가. 그가 바라는 가장 큰 염원은 솔라가 진정한 대륙의 태양이 되는 것. 그걸 위해선 프리메 제국을 삼키고, 하나의 제국으로 만들어 태양왕에 올라야 했다. 하지만 프리메와 힘의 크기는 비등비등했다. 무의미한 전쟁은 아까운 피만 흘릴 뿐이었다. 아스란은 결코 성군이라는 이름도 포기할 수 없었으니까. 큰 희생 없이 대륙을 통일하기 위해선 봉인된 시간의 숲을 풀고 정령의 힘을 손에 넣어야 했다. 현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열쇠, 선택 받은 수인이 필요했던 것. 하지만 수인은 이 땅에 괴물이자 가장 비천한 존재였다. 특히 수인에 대한 차별이 가장 극심했던 솔라에서 황제가 수인을 이용했다는 게 알려지면, 그 시끄러운 다섯 공작가가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16553703209703.jpg“당장은 시끄럽겠지. 하지만 시간의 숲만 손에 넣으면 이후엔 알아서 조용해질 일이야.”

결국, 아스란은 백성들과 다섯 공작가까지 모두 숨긴 채, 대륙을 이 잡듯 뒤져서 여자 수인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짐승을 무희라고 속여서는 이클리트를 잉태하게 했다. 오직 열쇠를 갖기 위해, 이클리트를 만들어낸 것이다. 짝-!

16553703181284.jpg“윽!”

이클리트는 습관처럼 쌓여가는 고통에 언제나 그렇듯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통증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버텨내려고 해도, 악다문 잇새 사이로 피가 주르르 새어 나왔다. 그래도 절대 비명을 지르지도,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었으니까.

16553703181284.jpg‘오히려 힘만 빠져…….’

이 자리에서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한다. 눈앞에 이 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살려내고 마니까. 이클리트는 파들거리는 시선으로 겨우 고개를 들었다. 그 시선 끝에 아스란이 무심한 표정으로 채찍을 쥐고 있었다. 끔찍할 정도로 냉랭한 눈길. 이클리트는 저 채찍으로 맞는 것보다 그의 시선이 더 소름 끼쳤다.

16553703209703.jpg“넌 괴물이다.”

16553703181284.jpg“…….”

16553703209703.jpg“그러니까 어서 보여 봐. 어서. 넌 괴물이니까!”

다시금 채찍이 이클리트의 몸을 인정사정없이 휘갈겼다. 열쇠가 되기를 바라는 탐욕스러운 욕망이 섬뜩할 정도로 번뜩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방으로 피비린내가 진동하고서야 아스란이 손을 멈췄다.

16553703209703.jpg“정말 실패작인가.”

아스란은 바닥에 쓰러진 이클리트를 보며 혀를 찼다.

16553703209703.jpg“반인반수라도 이 몸의 고귀한 피가 섞이면 열쇠가 될 거라 생각했더니. 어미가 쓰레기라서 정말이지 쓸모없는 걸 낳았군. 그냥 이도저도 아닌 괴물이잖아.”

선택 받은 수인이 필요했는데. 태어난 이클리트에겐 수인의 힘조차 없었다. 이클리트는 겨우 깜빡이던 눈을 깊게 감았다. 이대로 죽기를 바랐다. 어차피 태어나기를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면. 사용하지 못하니까. 정말로 실패작이니까.

16553703181284.jpg‘심장아. 그냥 멈춰 줘. 제발…….’

결국, 아스란은 이클리트가 열쇠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서는 이클리트가 반인반수라는 사실을 철저히 감춘 채, 북부로 버렸다. 이클리트에겐 그것이 해방이었고, 자유였다. 아스란은 이후 이클리트를 두 번 다시 찾지 않았다. 사람들에게도 이클리트는 그저 비천한 태생의 무희 어미를 둔 괴물 대공일 뿐이었고. 하지만 이후, 이클리트에게 수인의 힘이 깨어났다. 비록 열쇠는 아니더라도 가장 순수한 수인의 마력이. *** 카힐로는 이클리트를 빤히 바라보았다. 북부에 버려져서 죽어가던 그를 살린 건 카힐로였다. 누군가의 부탁도 있었지만, 이클리트를 보는 순간 카힐로는 묘하게 그를 따르며 맹세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수인의 힘이 뒤늦게 깨어났어도 끝까지 감추며, 죽는 그 순간까지 숨어 지내더라도 그저 살기를 바랐는데…….

16553703181302.jpg‘생각지도 못한 그 여자 때문에.’

아멜리아, 그 예상치 못한 여자가 이분을 여기까지 끄집어내고 말았다.

16553703181302.jpg‘하지만 더는 안 돼.’

16553703181302.jpg“대공 전하께서 이렇게 눈에 띄게 움직이시면, 가주님도 위험해집니다.”

16553703181284.jpg“이미 폐하께서 그분에게 경고하셨더군.”

그의 목소리가 음산해졌다. 자신 때문에 그녀가 피를 본 것에, 겨우 자제했던 감정이 다시 차갑게 들끓었다.

16553703181284.jpg“자꾸 이러면 나도 폐하께 제대로 말씀드려야지.”

16553703181302.jpg“대공 전하!”

16553703181284.jpg“그분을 건드리면, 나를 건드리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해질 거라고.”

16553703181302.jpg“폐하께서 대공 전하의 힘을 알게 되면, 대공 전하는 다시 위험해지실 겁니다. 폐하께서는 절대 열쇠를 포기하지 않으실 테니까요!”

아스란은 절대 시간의 숲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병환이 깊어지고 있는 지금, 더더욱 집착하고 있을 것이다. 이클리트는 분명 반인반수인데, 힘은 묘하게 순수 수인에 가까웠다. 한번 깨어난 힘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생명을 다루고 정령에 가까운 모든 속성 마법을 사용했기에. 날씨를 움직이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워낙 엄청난 힘이기에, 이클리트가 전장에서 승리할 때 그 힘을 써도 남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감히 생각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힘이니까. 그저 그의 검술이 뛰어나고 조금 운이 좋다고 생각할 뿐. 그러니 이 힘을 아스란이 그냥 둘 리 없었다. 설령 열쇠가 아니라고 해도, 어떻게든 이용할 테니까. 카힐로의 절박한 걱정에도 이클리트는 이미 모든 걸 각오한 상태였다.

16553703181284.jpg“난 이미 엉망이 될 생각이다. 그 정도 각오 없이 곁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의 눈빛이 너무나도 완고하고 단단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시선이 카힐로는 너무 두려웠다. 그가 우려한 결과니까. 난생처음 가진 그 욕심에 전부를 걸 테니. 정말 무엇이든 하고 말 테니.

16553703181284.jpg“내가 지킬 거다, 반드시. 그분이 원하는 걸 이룰 때까지. 곁에 있어야 하니까.”

카힐로는 이클리트가 왜 이렇게까지 아멜리아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가 없었다.

16553703181302.jpg“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혹시 가주님을 예전부터 알고 계셨던 겁니까? 아니면 그 산에서 말도 안 되게 첫눈에 반하신 겁니까?”

하지만 사실 그 산에서 그 여자를 구한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우연으로 보였으나, 결코 우연이 아니었으니까. 이분이 무서운 표정으로 달려간 거였으니까. 설령 전부터 알았다면 대체 언제 어디서 만난 거지? 한 번도 북부를 벗어나지 않으셨는데.

16553703181302.jpg‘대체 그 여자가 누구기에!’

순간, 카힐로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클리트의 표정이 순식간에 누그러지더니, 이내 부드러워졌다. 그에게 저런 표정을 짓게 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16553703181284.jpg“첫눈에 반했지. 거기가 시작은 아니었지만.”

저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게 하는 사람 역시도.

16553703181284.jpg“내가 그 고통에서 버텼던 건, 그분 덕분이었다.”

16553703181302.jpg“대공, 전하…….”

16553703181284.jpg“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난 것도. 제대로 살아보겠다고 전쟁터를 누빈 것도. 조금씩 마음이라는 걸 배워서 부하들을 챙길 수 있었던 것도.”

16553703181302.jpg“…….”

16553703181284.jpg“나조차 몰랐던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따뜻하게 다가와 준 그분 덕분이야. 그분에게 배웠어.”

제발 그만 죽어달라고 심장에 빌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 순간에, 그녀를 만났다.  

16553703181284.jpg‘하루를 선물처럼 채워줘서 고마워. 내일도 덕분에 마찬가지로 행복할 거야.’

16553703181284.jpg“날 자꾸만 예쁘고,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그게 너무 향기롭고, 아름다워서 견딜 수가 없어. 그래서 평범하게 살고 싶어졌다. 그분이 바라는 걸 이뤄주면서.”

이클리트는 후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기저기 시들어 있는 꽃이 많이 보였다. 이클리트는 처음으로 자신이 가진 이 힘에도 감사하게 됐다.

16553703181284.jpg“걱정 마라. 비밀이 밝혀지는 짓은 안 해. 이용만 당할 거다. 진짜가 되진 않아. 처음부터, 가짜였으니까.”

16553703181302.jpg“그게 무슨?”

이클리트는 후원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다시금 그를 주변으로 공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자신은 그녀에게 위로받고, 구원받았지만 그녀는 아마 끝까지 알지 못할 거다. 왜냐면 처음부터 그 시작이 실수였고, 거짓이며, 가짜니까.

16553703181284.jpg‘그걸 밝힐 생각은 없어. 혹시라도 내 비밀에 그녀를 다치게 할 수는 없으니까.’

수인은 이 땅에서 괴물이다. 정말로 만에 하나 그녀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도 무서워하지 않고 곁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되면 그녀가 다친다. 이클리트는 카힐로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진심을 삼켰다.

16553703181284.jpg‘더 욕심나면, 그냥 내가 죽을 거다.’

16553703181284.jpg“내 욕심은 딱 여기까지다.”

그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러자 잠깐 감돌았던 그의 안광에 붉은 기운이 완전히 그를 지배하면서, 시뻘건 눈동자 아래 죽어 있던 제비꽃들이 전부 되살아났다. 마치 그의 피를 머금고 다시 태어난 것처럼. 신비하면서도 어찌 보면 너무나도 두려운 힘. 그는 그 힘 끝에서 쓸쓸하면서도 아름답게 서 있었다.

16553703181284.jpg“그녀의 눈길 닿는 곳 전부가 아름답기만을 원하니까. 그렇게 지켜줄 거야. 그것만 원해.”

그녀는 세상을 위한 꽃을 피울 테고, 그는 오롯이 그녀를 위한 꽃을 피울 것이다. 마지막 그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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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간 미소를 띠는 이클리트를 보면서 카힐로는 제 주인이 저토록 행복해한다는 것에 놀랐고, 울컥했지만 그만큼 소름이 돋았다. 그녀의 존재가 그에게 너무나도 독했으니까.

16553703181302.jpg‘비록 대공 전하께서 그 여자 때문에 지금 살고 있지만, 그 여자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거 아닙니까.’

본디 수인의 애정은 깰 수 없는 각인과 같았다. 그렇기에 서로에게 위험하다. 사랑하는 만큼, 맹목적인 집착이 함께했으니까. 사랑하는 이를 위해 죽던가. 아니면, 갖지 못해 죽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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