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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얽혀가는 사건 (27/199)

27화. 얽혀가는 사건2021.04.05.

16553705492077.jpg“그건 즉, 첫눈에 나한테 반했다는 말?”

16553705492082.jpg“예?”

16553705492077.jpg“잘 알았습니다.”

순간, 칼렌은 너무 당황하여 굳어졌다. 이사나조차 살짝 흔들렸지만 결국 재미있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16553705492082.jpg“그럼 정식으로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칼렌과 이사나는 진짜 뒤로 물러났다. 칼렌은 뒤를 힐끔거리며 이사나에게 바짝 붙었다.

16553705492096.jpg“단장님, 진짜 뭘 믿고 단장님 이름까지 걸고 신원 확보를 해주신 겁니까? 저러다 진짜 도둑이면요? 게다가 첫눈에 반했냐니. 이상합니다. 진짜 이상한 여자예요! 저런 여자가 대공 전하의 손님이라니! 말도 안 돼요!”

16553705492082.jpg“이상해서 더 맞는 것 같은데. 대공 전하도 평범하진 않잖아.”

뭔가 차가운 대꾸에 칼렌은 고개를 갸웃했다. 항상 사람 좋게 방실거리시는 단장님인데. 부하들의 기강을 잡을 때도 웃음만큼은 잃지 않아서, 저격용 미소라고도 불리는데.

16553705492096.jpg“단장님, 대공 전하 싫어하세요?”

16553705492082.jpg“좋아하진 않지.”

16553705492096.jpg“예?”

16553705492082.jpg“아무튼. 넌 도둑이 저렇게 대놓고 대낮에 오겠니? 그것도 공작가에 당당하게 들어와서, 대공 전하 이름을 판다고?”

16553705492096.jpg“그건 그런데…….”

16553705492082.jpg“게다가 우리 경비병들 우습게 만들 수는 없잖아. 그것과 별개로 훈련은 더 빡세게 시켜야겠네. 그리고 정말로 도둑이면, 자기 입으로 말했으니까 지키겠지.”

16553705492096.jpg“죽겠다는 거요?”

16553705492082.jpg“그래. 저런 단검으로 단숨에 죽는 건 쉬워. 그 조그만 머리통에 바람구멍 몇 개는 만들어서 보내줘야지.”

해사한 얼굴로 섬뜩한 말을 잘도 하는 이사나의 모습에 칼렌은 마른 숨을 꿀꺽 삼켰다.

16553705492096.jpg‘역시 사람을 저격하는 미소.’

  *** 그녀는 이사나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박힌 듯 서 있었다. 그때, 그녀의 곁으로 낯익은 바람이 불었다. 그녀가 재빨리 고개를 돌리자, 그 시선 끝에 이클리트가 있었다.

16553705520422.jpg“카마리.”

카마리라 불린 그녀는 이클리트 앞에 곧장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었다.

16553705492077.jpg“카마리, 카힐로 단장님의 명으로 앞으로 클리오 대공 전하를 모시겠습니다.”

16553705520422.jpg“생각보다 빨리 왔군.”

16553705492077.jpg“그럴 일이 있습니다."

이클리트는 카마리의 눈빛을 읽고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 이상한 표정에 흠칫했다. 어딘가 모르게 상기되어 있는 시선. 남들은 몰라도 카마리를 아는 그는 눈치챌 수 있었다.

16553705520422.jpg“표정이 왜 그러지? 설마…….”

그토록 무표정하던 카마리가 입꼬리를 수줍게 올리며 말했다.

16553705492077.jpg“방금 저격대 단장을 만났습니다.”

16553705520422.jpg“저격대 단장? 이사나 경?”

16553705492077.jpg“이름이 이사나입니까? 아무튼, 처음 봤는데 절 아무 의심 없이 믿어줬습니다.”

16553705520422.jpg“…….”

16553705492077.jpg“게다가 사람이 그렇게 잘생길 수 있는지. 자꾸 절 보고 생글생글 웃어주는데…… 그쪽만 광명이 비추듯, 개안하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너무 완벽하게 생겼습니다!”

방금까지 사나운 흑표범 같았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말도 안 되게 어딘가 꿈꾸는 듯한 소녀가 있을 뿐. 이클리트는 점점 과해지는 카마리의 말에 표정이 험악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카마리는 슬쩍 다리를 콩콩 구르며 말했다.

16553705492077.jpg“아무래도 저한테 첫눈에 반한 모양입니다. 저의 모든 게 좋아서 믿어준다니 말입니다. 다시 만나자고 하는 것도 그렇고. 뭐, 아닌 척했지만 그건 부끄러워서 그런 거겠죠.”

16553705520422.jpg“하아…….”

16553705492077.jpg“저도 막 심장이 두근거리고, 지금도 막 생각나고 그러는데. 저도 사랑에 빠진 것 같습니다!”

이클리트는 눈을 질끈 감고서 악다문 어조로 읊조렸다.

16553705520422.jpg“또 시작인가, 카마리 경.”

16553705492077.jpg“아닙니다. 이번엔 진짜입니다. 그쪽이 분명 먼저 첫눈에 느낌이 좋다고 했습니다!”

카마리. 그녀는 북부에서 카힐로 다음으로 실력 있는 기사였다. 워낙 신체구조와 검술 쪽 능력이 탁월해서 누구보다 쉽고, 빠르게 검을 익혔다. 주특기는 암살이었다. 그런데 남들이 전혀 모르는 비밀 하나. 누구보다 쉽고 빠르게 사랑에도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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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553705492077.jpg“카마리입니다. 고아라서 성은 없습니다.”

카마리는 아멜리아 앞에 칼 같은 각을 잡고서 냉한 표정과 무심한 어조로 짧게 인사를 했다. 그 한 치의 빈틈없이 딱딱한 모습에 아멜리아는 움찔했지만, 애써 환하게 웃으며 친근하게 손을 내밀었다.

16553705578164.jpg“앞으로 잘 부탁해요, 카마리 경.”

하지만 그녀가 내민 손을 잡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이며 더욱 예를 다했다.

16553705492077.jpg“감히 가주님의 손을 마주 잡을만한 신분이 아닙니다.”

16553705578164.jpg“하하. 편하게 대해도 되는데…….”

16553705492077.jpg“그럴 수는 없습니다.”

16553705578164.jpg“그, 그래요.”

아멜리아는 슬쩍 손을 내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북부에서 손님이 온다고 해서 내심 궁금했는데,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 몰랐다. 게다가 이렇게 멋있는 여인일 줄도 몰랐고. 하지만 멋진 만큼, 엄청 차가웠다. 북부 사람들은 다 이런 걸까? 그러고 보니 북부 사람들은 카힐로부터 시작해서 자신에게 다 차가웠던 것 같았다. 대공 전하도 처음엔 좀 쌀쌀맞았고. 물론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지만.

16553705578164.jpg‘이쯤 되면 북부 사람들에게 내가 첫인사를 잘못하는 게 아닐까?’

이클리트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멜리아와 그저 묵묵히 서 있는 카마리를 보며 한숨과 함께 제대로 소개했다.

16553705520422.jpg“카힐로의 제자인 카마리입니다. 카힐로 다음 가는 실력자고, 앞으로 남부에 머물면서 부인과 저를 호위할 겁니다.”

아멜리아는 가까이 다가온 이클리트에게 슬쩍 속삭였다.

16553705578164.jpg“근데 제가 마음에 안 드는 걸까요? 아니면 혹시 북부만의 예법이 따로 있어요?”

16553705520422.jpg“아니요. 성격입니다. 하지만 곧 또 다른 성격도 보시게 될 겁니다. 그때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16553705578164.jpg“네?”

16553705520422.jpg“지금과 전혀 다를 겁니다. 몹시 귀찮게도, 금방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아멜리아는 놀랐다. 그답지 않게 긴 한숨과 더불어 무척이나 싫은 기색이 역력했으니까. 대체 뭘 보게 된다는 거지? 그게 뭐기에 저렇게 싫어하시는 거야? 아멜리아는 다시 카마리를 살며시 응시했다. 카마리는 아멜리아와 눈을 마주쳤지만, 웃음기 없이 정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아멜리아만 또다시 어색하게 웃었다.

16553705578164.jpg‘별로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은데. 아니야. 편견 갖지 말자. 카힐로 경도 나중엔 좀 친해졌잖아…… 친해진 거겠지?’

카마리는 대충 인사는 한 것 같아서 이클리트를 보며 본론을 말했다.

16553705492077.jpg“제가 일찍 도착한 이유는 대공 전하께서도 대충 아시겠지요.”

16553705520422.jpg“그래. 밀주 때문이지.”

16553705578164.jpg“밀주요?”

아멜리아가 뜻밖의 말에 놀라서 묻자, 카마리가 주춤하는 시선으로 이클리트를 보았다. 사실 이분이 계신데 밀주에 대해서 말해도 되나, 싶었다. 이건 북부의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클리트는 괜찮다는 듯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함께 들으려고 아멜리아와 함께 있는 거였으니까. 그는 그녀를 보며 직접 입을 열었다.

16553705520422.jpg“사실 숨기려고 했는데. 되도록 부인께 뭐든 숨기지 않으려고 말하는 겁니다.”

16553705520422.jpg‘너무 많은 걸 감추고 있으니. 감출 필요가 없는 거라면 말해주고 싶어.’

이클리트의 말에 아멜리아는 뭔가 심각한 일인 것 같아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16553705578164.jpg“말씀하세요.”

16553705520422.jpg“사실 북부령에서도 산짐승들의 기이한 행동이 포착되었습니다.”

16553705578164.jpg“북부에도요?”

16553705520422.jpg“물론 북부 짐승들이 사납기는 하지만, 먼저 건드리지 않는 한 민가를 덮치지 않는데. 그래서 그 원인을 찾던 중, 밀주가 발견됐고요.”

16553705578164.jpg“밀주라니…….”

16553705520422.jpg“북부는 워낙 추워서 독주를 마시면서 체온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체 모를 술이 사람들 사이로 퍼지다가, 그 술을 어떻게 짐승이 마시면서 상태가 이상해진 겁니다.”

이클리트의 말에 카마리가 슬쩍 보탰다.

16553705492077.jpg“짐승들에게 흥분 작용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16553705578164.jpg“흥분이라…….”

되뇌는 아멜리아를 보며 이클리트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16553705520422.jpg“보기엔 평범한 독주에 오직 짐승에게만 광기와 같은 흥분 작용을 일으키니 파악이 늦었습니다. 짐승에게 반응하는 결과도 사냥꾼들이 마시다 남은 술이 짐승에게 흘러든 것 같고요.”

16553705578164.jpg“그렇군요.”

16553705520422.jpg“우리는 허락 되지 않은 밀주로 간주하고, 그 경로를 파악하다가 남부령까지 왔던 겁니다. 물론 첫 조사 때는 아무 증거도 찾을 수 없었지만.”

아멜리아는 처음, 이클리트가 남부령에 왔던 이유를 감췄던 걸 깨달았다.

16553705578164.jpg‘애초에 그래서 남부령에 왔던 거구나.’

카마리는 잠시 창가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16553705492077.jpg“제가 더 빨리 움직인 이유는 야시장 때문입니다.”

보름달이 뜨는 날, 솔라 곳곳에서 야시장이 열렸다.

16553705492077.jpg“야시장에서 밀거래가 진행될 거라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아직 장소까진 파악되지 않아서, 야시장을 이 잡듯 뒤져야 하겠지만.”

카마리의 말에 이클리트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16553705520422.jpg“결국 이쪽도 퍼진 건가.”

아멜리아는 이 모든 얘기를 듣다 보니 익숙한 상황이 떠올랐다.

16553705578164.jpg“아니, 그럼. 지금 서쪽 마을에서 피해가 발생한 거 말이에요. 북부에서 일어난 일과 연관성 있을 수도 있는 건가요?”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의 말에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16553705520422.jpg“어쩌면.”

16553705578164.jpg“그래서 아까 표정이 안 좋으셨군요.”

16553705520422.jpg“같은 상황일까, 싶었습니다. 물론 확실하지 않아서 나서지 못했지만. 그런데 카마리의 말을 들어보니, 가능성이 커졌군요.”

16553705492077.jpg“이쪽 마을에서 피해가 발생했으니, 이쪽 야시장을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남부까지 이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면, 어떻게든 오늘 그 밀수꾼을 잡아서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카마리의 말에 이클리트는 동의했다.

16553705520422.jpg“그렇지. 아주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그게 짐승만 흥분 작용을 일으킨다는 보장도 없으니. 오늘 밤, 함께 움직이겠다.”

16553705492077.jpg“예.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카마리는 이클리트와 아멜리아에게 짧게 인사하고는 순식간에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아멜리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클리트를 바라보았다.

16553705578164.jpg“북부에서도 사람이 죽고 그랬나요?”

이클리트는 그녀의 눈빛에 서린 걱정을 읽고서 차분하게 다독였다.

16553705520422.jpg“다행히 북부에선 그런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6553705578164.jpg“하지만 서쪽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 그 밀주 때문이라면. 그래서 정말로 사람이 죽었다면. 어떻게든 확실하게 막아야겠네요.”

16553705520422.jpg“이 정보를 이사나 경에게도 알려야 합니다.”

16553705578164.jpg“그러네요. 바로 움직일게요. 그런데 대공 전하.”

아멜리아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16553705578164.jpg“예전부터 묻고 싶었는데. 북부령에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클리트는 아멜리아가 무슨 말 하는지 알았다. 그는 표면상 북부를 다스리는 대공이었다.

16553705578164.jpg“가만 보니, 거기서 하시는 일도 있으신 것 같고…….”

16553705520422.jpg“북부령은 남부령과 다릅니다.”

16553705578164.jpg“네?”

16553705520422.jpg“거긴 누가 지배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혹독한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곳일 뿐. 그저 황자인 저를 보낼 명분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그냥. 저를 가둔 감옥이죠.”

감옥이라는 말이 어쩐지 섬뜩하면서도 마음 아프게 닿았다. 하지만 정작 이클리트는 덤덤하기만 했다.

16553705520422.jpg“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카힐로가 충분히 잘할 테니. 그래도 더는 밀주 때문에 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끝을 내야겠지요.”

16553705578164.jpg“당연히 그렇죠.”

16553705520422.jpg“그래서 오늘 밤은, 곁을 비울 것 같습니다.”

이클리트는 그게 영 마음 쓰이는지 머뭇거리는 시선으로 말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오히려 손사래를 치며 그의 등을 떠밀었다.

16553705578164.jpg“괜찮아요! 전 신경 쓰지 마세요. 오히려 남들이 대공 전하의 빈자리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제가 잘할게요.”

이클리트는 너무 괜찮다고 하는 모습에 조금 서운했다.

16553705520422.jpg“……너무 괜찮아하는 것도 그런데.”

16553705578164.jpg“네?”

16553705520422.jpg“아무것도 아닙니다.”

16553705578164.jpg“그나저나 야시장이라…….”

아멜리아는 다소 생소한 단어를 혼잣말로 되뇌어봤다. 그녀로서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으니까.

16553705578164.jpg‘달이 가장 환히 비추는 날에 열리는 시장이라니. 낭만적이네.’

몹시 가고 싶긴 하지만, 중요한 일인데 조를 수는 없지. 게다가 난 가주니까, 함부로 움직여도 안 되고. 아멜리아는 살짝 들떴던 마음을 얼른 숨기고서 그에게 하고픈 말을 전했다.

16553705578164.jpg“몸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다치시면 안 돼요. 절대!”

16553705520422.jpg“위험한 일은 없을 겁니다.”

16553705578164.jpg“그래도요!”

이클리트는 아멜리아가 흘려 말한 것도 놓치지 않은 채, 잠시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 날이 저물었다. 야시장이 열리는 날인만큼,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밤하늘에 커다란 보름달이 태양 못지않게 밤을 비추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오늘은 꼭대기 침실이 아닌 원래 그녀의 침실에 머무르며 창가를 서성였다. 오늘은 너무 걱정되고, 긴장돼서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

16553705578164.jpg“달은 진짜 예쁘고 환하네.”

이 밤에는 저 달이 태양과도 같겠지. 아멜리아는 두 손을 모으고 아주 간절히 속삭였다.

16553705578164.jpg“달은 태양신의 힘을 나눠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기도할게요. 위험한 일은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정말로 그런 일 없게 하시고.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제가 자주 기도 안 들인다고, 제 목소리 몰라서 안 들어주시면 안 돼요. 앞으로는 깊은 신앙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

간절히 염원하니, 뭔가 진짜 부부라도 된 것 같아서 아멜리아는 묘하게 심장이 간질거렸다. 마치 전쟁터에 나간 남편의 무사함을 기원하는 그런 아내 말이다.

16553705578164.jpg‘그건 좀 그런가. 뭐가 되었든 진심이 중요하지.’

아멜리아는 창가에 놓여 있는 제비꽃을 바라보았다. 유모가 준 것과 이클리트가 매번 주는 제비꽃이 예쁘게 놓여 있었다.

16553705578164.jpg‘제발 진짜 다치지 않고 무사하길…….’

그때, 뒤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아직 마미한테 이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16553705578164.jpg“마미, 오늘은 나 여기 있을 거야. 대공 전하께서도 몰래 나가셨으니까, 네가 적당히 상황을…….”

16553705520422.jpg“부인.”

계속 기도하던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번쩍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 검은 로브를 입고 서 있는 이클리트가 있었다. 마치, 처음 그가 자신의 방에 몰래 들어왔던 그 모습 그대로 말이다.

16553705578164.jpg“대공 전하?”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에게 한걸음에 다가갔다.

16553705578164.jpg“뭐예요? 아직 안 가셨어요? 뭐 빠진 거라도?”

16553705520422.jpg“빠진 게 있죠.”

16553705578164.jpg“네?”

16553705520422.jpg“부인 말입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16553705520422.jpg“저는 지금 이 밤에 부인을 슬쩍 훔치러 온 겁니다.”

이클리트는 가지고 온 옷을 아멜리아에게 주면서 은밀히 읊조렸다.

16553705520422.jpg“나랑 밀회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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