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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처음, 그 모든 순간을 (28/199)

28화. 처음, 그 모든 순간을2021.04.09.

16553705853995.jpg“미, 밀회라니?”

16553705854001.jpg“가고 싶은 거 아니었습니까? 눈빛이 자꾸 밟혔는데.”

16553705853995.jpg“진짜! 절 너무 쉽게 파악하지 마세요!”

아멜리아는 괜히 양 볼을 붙잡으며 밉지 않게 그를 바라보았다.

16553705854001.jpg“제 표정이 훤히 보이는 것처럼, 부인의 머릿속도 훤히 보입니다.”

16553705853995.jpg“제가 막 그렇게 다 보이진 않을 텐데…….”

16553705854001.jpg“그럼 더 좋네요. 나처럼 나한테만 보여주는 거니까.”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말에 뭔가 부끄러움이 밀려와 헛기침하며 말을 돌렸다.

16553705853995.jpg“그런 거 때문이면, 전 괜찮아요. 대공 전하의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야시장은 다음에 가면 되죠. 정 안 되면 마미랑 가도 되고.”

하지만 이클리트가 살짝 고집스럽게 그녀를 붙들었다.

16553705854001.jpg“부인의 처음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16553705853995.jpg“네?”

16553705854001.jpg“거래하는 걸 확인하기만 하면, 이후엔 카마리가 해결할 겁니다.”

사실 이클리트는 이 밀주 사건 자체를 조용히 처리해야 했다. 북부와 남부는 사이가 좋지 않기에. 북부에서 시작된 밀주로 사고가 일어나면, 괜히 시끄러워졌다. 게다가 이젠 아멜리아의 남편이니. 괜히 소란을 일으켜 눈에 띌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후 모든 일 처리는 카마리가 은밀히 하게 될 거다. 물론 필요에 따라 이사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16553705854001.jpg“티어에게 말해뒀습니다. 야시장이 끝날 때쯤, 부인을 데리러 올 것입니다.”

16553705853995.jpg“그렇게까지…….”

16553705854001.jpg“내 욕심입니다. 부인의 욕심이 아니라.”

그는 아멜리아를 조금 깊이 바라보았다.

16553705854001.jpg“그냥 한 번쯤, 같이 나가고 싶었습니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에 진심을 담았다. 이런 사소한 것이라도 그녀의 처음을 자신과 함께 채워보고 싶었다. 에드조프가 아닌, 자신으로.

16553705854001.jpg“물론, 그래도 부인께서 계속 신경 쓰신다면…….”

갑자기 목소리가 기어갈 듯 작아지다가 이내 다시금 목소리에 힘을 줬다.

16553705854001.jpg“그래도 같이 갔으면 좋겠고…….”

아멜리아는 그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정말 진심으로 같이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마음 하나가, 싫지 않았다.

16553705853995.jpg“아주 잠깐이라면. 저도 사실은 엄청나게 가고 싶거든요. 이런 거 처음이라서 기대되고 설레요. 감사해요, 대공 전하.”

아멜리아의 대답에 이클리트는 금방 표정이 환해지면서 아멜리아에게 준 옷을 더욱 꼭 쥐여주었다.

16553705854001.jpg“하지만 변복은 해야 합니다.”

16553705853995.jpg“남자 옷이네요?”

아멜리아는 그가 준 옷을 살폈다. 그가 입은 것과 비슷한데, 크기만 달랐다.

16553705854001.jpg“얼굴을 들키면 곤란하니까요.”

16553705853995.jpg“아무리 가주에 올랐어도, 내 얼굴 아는 사람이 많이 없을 텐데…….”

16553705854001.jpg“남장을 해야 제 마음이 편합니다. 누구든, 보는 게 싫으니까.”

아멜리아는 어쩐지 무서울 정도로 진지한 이클리트의 표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16553705853995.jpg‘그래. 우리가 놀러 가는 건 아니니까. 괜히 신분이 노출돼서 좋은 건 없지.’

아멜리아는 드레스 룸으로 자리를 옮겨, 옷을 갈아입었다. 드레스를 입을 땐 마미의 도움이 꼭 필요했지만, 그가 준 옷은 가볍고 입기도 편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긴 머리카락을 꼼꼼하게 말아 올려서는 베레모를 깊이 눌러썼다.

16553705853995.jpg“음. 너무 이상하게 보이진 않나?”

아멜리아는 어쩐지 낯선 모습에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 옷을 입은 건 처음이었으니까.

16553705853995.jpg“아니지. 어색해하지 말자. 날 생각해서 데려가 주시는 거잖아. 방해되면 안 돼.”

혹시 모르기에, 그녀는 품 안에 은빛 소총을 챙겨 넣었다. 아멜리아가 밖으로 나오자, 이클리트는 그런 그녀를 아주 빤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오히려 그녀가 또 부끄러워져서는 허전한 목덜미를 더듬거리며 말했다.

16553705853995.jpg“이상하죠?”

그녀를 빤히 보던 이클리트는 어쩐지 표정이 안 좋아지더니, 이내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에 아멜리아는 심장이 쿵 했다.

16553705853995.jpg‘뭐, 뭐야. 그렇게 이상한가?’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에게 다가와서는 로브를 더욱 꼼꼼하게 입혀주었다. 그 손길에 아멜리아는 어쩐지 맘 상해서는 살짝 투덜거렸다.

16553705853995.jpg“아니. 그렇게 이상해요? 보기 싫을 정도로 막?”

16553705854001.jpg“……이상합니다.”

16553705853995.jpg“와. 보통은 빈말이라도 예쁘다고 해주지 않아요? 대공 전하 진짜 너무 솔직하시네요.”

16553705854001.jpg“이상합니다. 왜 이렇게 가려도 예쁜 건지.”

16553705853995.jpg“……네?”

16553705854001.jpg“곤란한데…….”

이클리트가 몹시 심각한 표정으로 읊조리자, 아멜리아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16553705853995.jpg“자, 장난하지 말고요!”

16553705854001.jpg“장난 아닙니다.”

16553705853995.jpg“그럼 빈말해주시는 거예요?”

16553705854001.jpg“아니.”

그는 살포시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마주친 시선 끝에 나직이 속삭였다.

16553705854001.jpg“전부, 진짜.”

부드러운 시선이 오롯이 그녀에게 박혀 들면서 아멜리아는 순간 알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

16553705853995.jpg“고,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주셔서…….”

아멜리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서 이클리트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16553705854001.jpg“그리고 이것도.”

그녀는 그가 꺼낸 것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16553705853995.jpg“이건. 목걸이예요?”

이클리트가 그녀에게 건넨 것은 바로 목걸이였다. 그것도 그냥 목걸이가 아니라 마치 얼음 결정을 그대로 박은 듯, 신비하게 빛나는 목걸이였다.

16553705853995.jpg“와! 진짜 너무 예뻐요. 이게 뭐예요? 무슨 보석이에요?”

16553705854001.jpg“보석은 아니고. 북부의 얼음입니다. 절대 녹지 않을 겁니다.”

당연했다. 그의 힘이 깃들어 있으니, 그의 힘이 약해지지 않는 이상. 이 얼음은 영원히 녹지 않을 것이다.

16553705853995.jpg“진짜요? 너무 신기하다!”

아멜리아는 목걸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어떤 보석보다 더 예뻐 보였다.

16553705853995.jpg“그런데 갑자기 이건 왜?”

아멜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를 가만히 응시하자, 이클리트는 살짝 열이 오른 목소리로 읊조렸다.

16553705854001.jpg“결혼, 선물입니다.”

16553705853995.jpg“겨, 결혼 선물이요?”

16553705854001.jpg“그래도 아내로 맞이한 거니까. 보이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이클리트는 어쩐지 너무 더워진 공기에 말끝이 자꾸만 흐려졌다. 아멜리아 역시 그 열기가 전이되어 떨리는 숨을 삼켰다. 괜스레 이 얼음이 정말 녹지 않는 걸까, 하는 걱정이 들 만큼.

16553705853995.jpg“고마워요.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그럼. 잘 보이도록 지금 바로 걸어야겠죠?”

16553705854001.jpg“내가 걸어줄게요.”

이클리트는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그저 목에 걸어주기만 하면 되는 건데. 이상하게 긴장돼서 고리가 몇 번이고 헛바퀴를 돌다가 제대로 끼워졌다. 아멜리아는 목걸이를 다시 한번 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16553705853995.jpg“진짜 너무 예뻐요. 고마워요. 근데 난 뭐, 준비한 게 없는데…….”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의 모습을 눈에서 떼지 못한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705854001.jpg“이미 전부 줬습니다.”

16553705853995.jpg“네? 제가 뭘 줬어요?”

16553705854001.jpg“충분히 넘칠 만큼.”

이클리트는 그녀로 인해 모든 것이 낯설었다. 매번 멈춰달라고 빌었던 심장이 이토록 빨리 뛰는 것에 행복했고, 누군가의 웃는 모습 하나가 세상의 전부가 되었다. 그러다 불쑥, 감정 하나가 욕심처럼 커진다. 이 웃는 모습을 영원히.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평생, 소중히 하고 싶다고.

16553705854001.jpg“그럼 이제 가볼까요?”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와 함께 공작가를 빠져나왔다. 그는 야시장까지 함께 할 말을 가져왔는데, 말을 본 아멜리아가 눈을 반짝였다. 지금껏 마차를 타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말을 타본 적은 없었다. 물론 귀족가 영애들은 기본적으로 승마를 배우지만, 아멜리아는 보통의 영애가 아니었으니까. 이클리트는 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멜리아를 보며 말했다.

16553705854001.jpg“마차를 준비할 수는 없었습니다. 미안합니다.”

16553705853995.jpg“아니에요. 당연히 마차를 탈 수는 없죠. 그리고 말이 더 좋아요. 꼭 한번 타보고 싶었어요. 자, 그럼 이렇게 올라가면 돼요?”

아멜리아는 호기롭게 말의 안장을 붙잡고 어떻게든 올라가 보려고 용을 썼다.

16553705853995.jpg“아윽! 이렇게 올라가는 게 맞아요? 막, 말이 아프면 어떡하지?”

끙끙거리는 아멜리아를 지켜보던 이클리트는 피식 웃으며 순식간에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려주었다. 갑자기 몸이 붕 떠버린 아멜리아는 놀랐지만, 재빨리 안장에 올라타고서 어색하게 웃었다.

16553705853995.jpg“하핫, 고, 고마워요.”

이클리트는 곧장 아멜리아의 뒤로 올라탔다. 뒤에서 느껴지는 그의 온기에 아멜리아는 살짝 긴장했지만, 든든하게 지켜주는 느낌에 조금 움찔했던 두려움이 사라지고 편안함과 즐거움만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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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의 손을 잡고서 함께 고삐를 잡았다.

16553705854001.jpg“잘 잡아야 합니다.”

16553705853995.jpg“떨어지지 않게요?”

16553705854001.jpg“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떨어져도 같이 떨어질 테니까.”

16553705853995.jpg“……그냥 제가 꽉 잡을게요.”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말을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그가 저렇게 말하면, 진짜 같이 떨어져서 같이 다칠 것 같았으니까. 아니. 그가 더 많이 다칠 테니까! 이클리트는 아주 바짝 준비한 아멜리아의 모습에 다시금 미소를 훔치며 말했다.

16553705854001.jpg“그럼 가겠습니다.”

16553705853995.jpg“네!”

이클리트는 가볍게 말의 옆구리를 쳐서 움직였다. 아멜리아는 말이 움직이자 잠시 멈칫했지만, 곧장 고개를 똑바로 들고서 난생처음 느껴보는 기분을 만끽했다.

16553705853995.jpg“와!”

마차를 타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특히 시야가 높아서 마치 하늘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양 볼을 스치는 바람의 느낌도 좋았다. 아멜리아는 조금 더 세게 고삐를 잡고서 들뜬 어조로 이클리트에게 말했다.

16553705853995.jpg“대공 전하, 조금 더 빨리 달리면 안 돼요?”

이클리트는 잔뜩 신이 난 아멜리아의 모습에 그 역시 기분이 들뜨면서 조금 더 빠르게 말을 몰았다. 말이 제대로 달리자, 풍경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풍경이 그녀에게로 와락 쏟아지는 느낌이 짜릿했다. 어둠이 내리고, 달은 환하며 별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 오묘한 세상 속으로 마냥 빨려드는 기분이 최고였다.

16553705853995.jpg‘너무 재미있어!’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아팠던 아멜리아는 이렇게 빠르게 달려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자유롭게 세상을 구경해본 적도 없었고. 마치 아기가 처음 눈을 뜨고 세상을 보는 것처럼. 아멜리아는 이제야 제대로 아름다운 것들을 보는 것 같았다.

16553705854001.jpg“춥지 않으십니까?”

이클리트가 살짝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아멜리아는 오히려 신나게 목소리를 높였다.

16553705853995.jpg“괜찮아요! 진짜 너무 좋아요!”

춥기는커녕, 오히려 몸은 계속 뜨겁기만 했다. 그와 닿은 손. 그에게 안긴 온기. 종종 귓가를 두드리는 부드러운 목소리까지. 그 모든 것들이 쉼 없이 열기를 일으키니까. 멀리서 야시장의 불빛이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아멜리아는 아쉬운 마음에 속삭였다.

16553705853995.jpg“나중에 말도 한번 배워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선생님?”

이클리트는 그녀의 귀여운 부탁에 엷은 미소를 그렸다.

16553705854001.jpg“뭐든, 기꺼이.”

  *** 보름달이 환하게 머무는 곳에 사람들이 잠을 잠시 잊고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다들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생기가 넘쳤다. 아멜리아는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물론 작위 수여식과 시험 때도 많긴 했지만, 지금이 더 많아 보였다. 그땐 긴장해서 제대로 분위기를 느낄 새도 없었고.

16553705853995.jpg“저거 보여요? 신기하게 생겼어요. 어머, 맛있겠다!”

아멜리아는 처음 하는 시장 구경에 완전히 홀려버리고 말았고, 이클리트는 그런 그녀의 뒤를 바짝 붙어서는 주위를 감시했다.

16553705854001.jpg“사람이 많으니, 걸음을 조심하세요, 부인.”

아멜리아는 한껏 경계하는 이클리트의 손을 잡고 옆으로 끌었다. 이클리트는 그런 아멜리아의 행동에 살짝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16553705853995.jpg“대공 전하가 제 뒤에 있으니까 너무 수상해 보이잖아요. 지금은 자연스럽게 옆에 있어야죠. 우리 지금 친구인 거 아니에요?”

16553705854001.jpg“……친구?”

16553705853995.jpg“밀회잖아요. 피오레 가주도 아니고. 클리오 대공도 아니고. 그럼 남은 건 친구. 친구로서 놀러 나온 거죠.”

16553705854001.jpg“그 친구…….”

이클리트는 친구라는 말을 되뇌다가 다시 슬쩍 뒤로 물러섰다.

16553705854001.jpg“친구는 싫습니다. 다음에 다른 이름으로 옆에 서겠습니다.”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말에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클리트는 단호했다. 친구는 싫었다. 그가 되고 싶은 건, 연인이었으니까. 게다가 지금은 옆이 아니라 뒤를 살펴야 했다. 혹시라도 누군가 그녀를 건드리면 곤란하니까.

16553705853995.jpg“흠. 알겠어요. 다음에 그 다른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다른 이름으로 꼭 옆에 서 주세요.”

아멜리아는 이클리트가 마냥 놀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상기시키며 다시 구경에 나섰다.

16553705853995.jpg‘대공 전하를 귀찮게 하지 말자. 나 혼자 재미있게 구경하면 돼.’

아멜리아의 생각처럼 이클리트는 바짝 경계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생각하는 그 밀거래에 관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때, 눈치 없는 소매치기가 아멜리아의 곁으로 슬쩍 다가가서는 그녀의 로브 속을 뒤지려는 순간. 아멜리아가 눈치챌 새도 없이 소매치기가 그녀의 곁에서 사라졌다. 이클리트는 차가운 시선으로 소매치기의 손을 그대로 확 꺾어버렸다.

1655370608625.jpg“악! 죄,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이클리트는 말없이 소매치기를 치워내고서 다시 그녀의 곁으로 돌아갔다.

16553705853995.jpg“사람이 많긴 한데, 엄청 위험하진 않은 것 같네요.”

16553705854001.jpg“그럴 겁니다.”

아멜리아는 그렇게 이클리트 덕분에 편안하게 시장 구경을 즐길 수 있었다. 얼마쯤 시장을 돌아다녔을까. 이제 슬슬 돌아갈 시간이었다. 너무 즐겁기는 했지만, 대공 전하의 일을 방해할 수는 없었으니까.

16553705853995.jpg‘티어가 오기 전에 대공 전하를 먼저 보내는 게…….’

그때, 아멜리아의 시선에 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서로 수줍게 걸어가고, 아닌 척 눈을 마주친다. 그러다 환하게 웃고는 서로의 손을 조심스럽게 붙잡는다. 남자는 여인을 몹시 사랑하고, 여인도 마찬가지였다. 아멜리아는 평범한 연인들의 모습에 심장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16553705853995.jpg‘나는 정말, 그의 연인이 아니었구나.’

일순 그녀의 머릿속으로 에드조프가 떠올랐다. 그는 항상 백작가에 자신을 두고 만나러 오기만 했었다. 그저 귀여워하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예뻐하기만 했다. 그건 전부 자신을 길들이고 복종시키기 위함이었다.

16553705853995.jpg‘그걸 사랑이라고 믿었지.’

사랑한다면 상대를 묶어두는 게 아닌데. 자신을 보기 좋게 두기만 했다. 마치 인형처럼. 훗날 이용하기 쉽게. 아니면 일이 생겨도 그는 귀찮아지지 않으려고. 그걸 사랑이라 믿고, 행복해했다. 그가 쉽게 던지는 마음에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이용이라 바로 알아차리지도 못할 만큼.

16553705853995.jpg‘나는 사랑을 모르는구나.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어서.’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의 사랑조차 느껴본 적 없었으니까. 멍하니 흔들리던 아멜리아의 손을 이클리트가 붙잡았다.

16553705854001.jpg“부인?”

아멜리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16553705854001.jpg“무슨 일 있습니까? 피곤해요?”

16553705853995.jpg“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녀는 금방 웃었지만, 이클리트는 그녀의 슬픈 눈을 단번에 알았다. 그러자 그의 심장 또한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녀가 순간 누굴 떠올렸는지 알 것 같았으니까.

16553705854001.jpg‘에드조프.’

불쑥 파고드는 그 이름에 그녀는 여전히 상처받는 건가. 순식간에 미소를 앗아갈 만큼, 그녀를 뒤흔들 수 있는 건가.  

16553706116758.jpg‘그녀와 나는 절대로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못해. 내가 그녀를 그렇게 길들였어.’

  애써 외면하던 그 말이 날카롭게 박힌다. 시간을 이기지 못하지만. 현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어두운 욕심이 일렁인다. 그녀의 첫, 그 모든 순간을 가지고 싶다고. 에드조프, 그의 모든 걸 지우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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