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괴물 부부의 작전2021.04.23.
아멜리아와 이클리트는 함께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클리트는 시야를 방해하더라도, 최대한 그녀를 숨겨야 했기에 구름을 움직여 달을 완전히 차단했다. 덕분에 밤은 깊어졌고, 비가 내렸던 터라 안개 역시 짙게 깔렸다. 아멜리아는 갑자기 변해버린 날씨에 고개를 갸웃했다.
‘보름달 때는 보통 달이 엄청 환하고 하늘도 깨끗한데.’
갑자기 폭우처럼 쏟아졌던 그 소나기도 그렇고. 날씨가 묘하게 변화무쌍해 보였다. 아멜리아는 앞서 걸어가는 이클리트를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저택 안으로 들어오자, 을씨년스러웠던 바깥 외관만큼이나 안쪽도 음침했다. 캐 묵은 먼지가 가득했고, 온갖 잡동사니가 세월을 좀 먹고 나뒹굴고 있었다. 아무래도 잊힌 지 오래되어, 밀수꾼들의 아지트로 이용되고 있는 듯했다. 이클리트는 바짝 경계하며 계속 앞서 걸었다. 만약 단순 밀주 거래가 아니라면. 이사나의 생각대로 인신매매라면, 위험할 수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설령 증거들이 다 없어지더라도 모두 죽이고 그녀를 빠져나가게 해야 한다.’
그때, 멀리서 불빛이 희미하게 아른거렸다. 아멜리아는 걸음을 주춤하며 소총을 더욱 꼭 움켜쥐었다. 그때, 이번엔 제법 선명한 비명이 들렸다.
“살려줘!”
아멜리아와 이클리트는 망설이지 않고 비명이 들린 방으로 그대로 들이닥쳤다. 그러자 눈앞에 대량의 궤짝이 늘어져 있었고, 당황해하는 밀수꾼들 사이로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행방불명 됐다고 알려진 일꾼, 슈란이었다.
“너희들은 뭐야!”
밀수꾼은 갑자기 들이닥친 침입자의 모습에 거칠게 소리치며 검을 빼 들었다. 이클리트는 곧장 아멜리아의 앞으로 나서려고 했으나, 그보다 먼저 아멜리아가 밀수꾼을 향해 바람의 마탄을 연발로 쐈다. 탕- 타당-! 방 안으로 칼바람이 휘몰아치며 밀수꾼들의 발을 묶었다. 갑자기 몰아친 총성에 밀수꾼들은 굳어졌고, 아멜리아는 붙잡은 소총에 더욱 힘을 주며 외쳤다.
“거기서 더 움직이면 이번엔 발목이 아니라 심장이 멈출 거다. 그래도 괜찮겠지? 난 미리 경고했으니까.”
밀수꾼들 사이에 잡혀 있던 슈란은 겁에 질린 상태로 눈만 끔뻑였다. 이게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조차 할 수 없었다. 그때, 아멜리아가 슈란과 눈을 맞추며 외쳤다.
“과수원에서 일했었지?”
“네? 아, 네…….”
아멜리아는 그제야 입꼬리에 살짝 힘을 풀었다.
“기다려. 구하러 왔으니까.”
주춤했던 밀수꾼들은 기막힌 표정을 지으며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뭔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저것들, 고작 둘이야. 저격수가 숨지도 않고 대놓고 총질이라니. 어차피 마탄도 이미 끝이라고. 딱 보니까 우리 물건을 노리는 모양인데, 그렇게는 안 되지!”
어느새 그들 전원이 검을 빼 들었다. 얼추 봐도 스무 명은 넘어 보이는 인원. 대체 뭘 얼마나 거래하기에 저토록 많은 밀수꾼들이 있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얻을 정보도 많다는 뜻일 터.
“진짜 말 안 듣네.”
이클리트는 제대로 칼자루를 움켜쥐고서 아멜리아에게 짧게 속삭였다.
“당장 죽일 수는 없으니, 부인은 저들의 발만 붙들어 주세요.”
“하지만 대공 전하 혼자 상대하시기는…….”
“전 괜찮습니다.”
아멜리아는 불안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세요.”
아멜리아는 곧장 그들의 발목을 향해 바람의 마탄을 쏴서 움직임을 붙잡았다. 이클리트는 그 틈에 검을 휘두르며 녀석들을 상대했다. 쉼 없이 공기를 찢는 총성이 이어졌고, 녀석들이 조금이라도 그녀에게 다가갈 새도 없이 이클리트의 검이 피를 난무하며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했다. 고작 두 명에게 스무 명이 꼼짝도 없이 발이 묶여버린 것. 오히려 이클리트와 아멜리아의 주변으로 피로 새겨진 선이 그어지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넘으면 바로 피를 부르는 그런 사선이. 점점 밀리기 시작한 밀수꾼들은 경악했다. 특히, 마탄을 쉼 없이 쏘고 있는 아멜리아를 보면서.
“대체 저 저격수는 뭐야. 무슨 마탄을 저렇게 막 쓰는 거야!”
“저격수의 기본은 엄폐술 아니야? 게다가 저 남자…….”
이클리트의 칼날에 피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그는 사나운 공기 하나도 아멜리아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철저히 막아내고 있었다. 밀수꾼들은 더는 막무가내로 움직이지 못한 채 빈틈을 노렸다. 이클리트는 흘러가는 시간을 짐작하며 겁에 질려 있는 슈란을 응시한 채 아멜리아에게 말했다.
“제가 녀석을 구할 겁니다.”
“예?”
“소리치면 망설이지 말고 달리세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꼭 그렇게 해야 합니다. 여기서 시간 끌면 체력이 못 버틸 겁니다. 일단 우리가 수적으로 불리하긴 하니까요.”
하긴, 그건 그랬다. 차라리 전부 죽이면 쉬울 테지만, 죽이지 않고 살리면서 싸우는 게 더 힘들었다. 사실 이클리트는 끝까지 버틸 것 같았지만, 아멜리아가 계속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아무리 훈련했어도 내가 대공 전하만큼 체력이 넘치는 건 아니니까.’
괜히 그의 발목을 잡을 수는 없었다. 이클리트는 짧게 숨을 삼키고서 그대로 달렸다. 아멜리아는 그의 움직임을 따라 길을 열어주고 싶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듯했다. 이클리트는 몹시 빠르고 간결하게 검을 휘둘러, 밀수꾼들의 다리를 끊어놓았다. 오히려 눈으로 좇아가는 게 버거울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슈란 앞까지 와서는 그대로 어깨에 둘러업었다.
“윽!”
“정신 차려. 네놈이 죽든 살든 알 바 아니지만, 그녀가 다치면 내 손에 죽을 테니.”
슈란은 이클리트의 섬뜩한 말에 숨을 꾹 참았다. 이클리트는 다시 달리기 시작하면서 아멜리아를 향해 외쳤다.
“지금!”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걸음을 뒤로 돌렸다. 밀수꾼들은 그 모습에 오히려 자신감이 생겨서는 맹렬히 뒤쫓기 시작했다.
“잡아! 놈들을 놓치지 마!”
분명 달리기는 아멜리아가 먼저 달리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이클리트가 그녀의 옆에 있었다.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클리트가 아멜리아를 걱정하며 외쳤다. 아멜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잠시 복도 주위를 둘러보았다. 군데군데, 무너지기 딱 좋은 거대한 석상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아까 얼핏 보니 방 안 구조가 이쪽 복도를 통과하지 못하면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럼 잠깐 여길 막으면…….’
숨만 붙어 있으면 조사는 할 수 있는 거니까. 아멜리아는 심호흡을 삼키고서, 진지한 시선으로 달리던 걸음을 멈췄다. 이클리트는 그 모습에 눈빛이 흔들렸다.
“부인?”
“너무 놀라지 마세요, 대공 전하.”
그녀는 소총에 마나를 최대한 집중했다. 그리고 밀수꾼들이 막 복도를 빠져나오려는 순간, 아멜리아는 곧장 석상을 향해 장전된 바람의 마탄을 마구 쏘았다. 그러자 석상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도망쳐! 안으로 피해!”
결국, 엄청난 폭음과 함께 입구가 완전히 막혀버렸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자욱하게 번지는 먼지에 아멜리아는 연신 기침을 했고, 이클리트가 그런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걸을 수는 있는데?”
“너무 요란하게 하셔서 바닥이 험합니다.”
이클리트의 말대로 바닥에도 석상의 잔재가 굴러다녔다. 아멜리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저택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미 밖으로 대피했던 슈란은 여전히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 듯 사색이 된 표정으로 빠져나온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클리트는 그를 무시한 채, 아멜리아를 조심스럽게 내려주고서는 여기저기를 살피며 먼지를 털어주었다.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대공 전하는요?”
“괜찮습니다.”
아멜리아는 그제야 슈란을 보며 가까이 다가갔다.
“그쪽은 괜찮아?”
“아…….”
하지만 그는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엄청난 일을 했으면서. 눈앞에 그녀는 그저 싱긋 웃으며 상큼하게 말을 이었다.
“그쪽을 구하러 왔어. 어디 다치진 않았지? 놀라게 한 건 미안해. 따로 설명할 시간이 없었네.”
“아, 아니 그보단…….”
그때, 이클리트가 아멜리아의 앞으로 나서면서 슈란을 차가운 시선으로 응시했다.
“거기. 숨기고 있는 게 뭐지?”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말에 그제야 슈란의 웃옷이 조금 볼록 튀어나온 걸 볼 수 있었다. 슈란은 머뭇거리며 둘러댔다.
“아무것도 아닌데…….”
이클리트는 혹시 위험한 것일 수도 있기에 강제로라도 빼앗으려는 순간, 볼록한 품에서 하얀색 솜뭉치가 툭 튀어나왔다. 아멜리아는 그걸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꺄아!”
“부인!”
이클리트가 순간 경계했지만, 아멜리아는 눈동자를 반짝이며 외쳤다.
“뭐야? 여우? 그쪽 반려동물? 근데 여우도 키우나? 아니 근데 너무 예뻐!”
그녀의 호들갑 끝에 여우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것도 털이 몹시 하얗고, 보송보송한 미호였다.
이클리트는 살짝 당황했고, 아멜리아는 만지고 싶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웅크린 여우의 상태와 더불어 입가에 묻어 있는 피에 멈칫했다.
“근데 여우 상태가…….”
슈란은 곧장 여우를 품에 안으며 숨기고자 했지만, 이클리트는 서늘한 어조로 말했다.
“그 여우인가? 과수원을 습격한.”
“이 아인 죄가 없어요. 아무 짓도 안 했다고요!”
슈란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여우를 보호하고서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얘기했다.
“과수원에서 일했지만, 주 업무는 양을 돌보는 거였어요. 그러다 녀석이 다리를 다친 채 발견됐고요. 전 치료해줬고, 이후에 종종 놀러 오곤 했어요.”
“그래도 양을 키우는 곳에 여우가 들락날락하는 게 좋게 보이진 않았을 텐데.”
이클리트의 말에 슈란은 고개를 거세게 가로저었다.
“착한 녀석입니다! 가끔 쥐를 잡아주기도 하면서. 그게 자기 딴엔 은혜 갚는 것 같았고. 애교도 많고 좋은 녀석인데. 그런데 그날. 평소처럼 먹을 것도 주고, 물도 줬는데. 갑자기 난폭해졌어요.”
물이라는 말에 이클리트가 멈칫했다. 아멜리아 역시 그 밀주 때문이구나, 싶어서 말을 아꼈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광폭해지면서 양들을 죽였어요. 그러다가 나까지 공격하고. 하지만 원래 이런 녀석이 아니니까.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했는데. 갑자기 몹시 괴로워하더니 과수원을 뛰쳐나가 버렸습니다.”
“그럼 넌 끌려간 게 아니라.”
아멜리아의 말에 슈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쫓아간 겁니다. 저대로 내버려 뒀다가 마을 사람들에게 잡히면 죽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저들이 쓰러진 여우를 데려가는 걸 봤고, 수소문해서 여길 찾은 겁니다.”
이클리트는 계속해서 슈란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여우에게 먹였다는 물. 혹, 거기 있던 우물물인가?”
“예. 맞습니다.”
“그 우물 안에 술병이 있었다는데. 그것도 아는가?”
“술병이요? 아니요. 전혀. 설마 그 술 때문에 이렇게 된 겁니까? 그 술이라면. 저놈들이 밀거래하는 술이 있습니다. 역시 저놈들 짓이군요!”
슈란은 분개하며 외쳤다.
“여우 가죽은 비싸니까. 그래서 이런 짓을 한 게 분명합니다. 이 아인 죄가 없어요!”
아멜리아는 슈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클리트에게 살며시 속삭였다.
“밀수꾼들과 한패 같지는 않아요. 분명 저들과 대치하고 있었으니까. 그럼 저 밀수꾼이 배후라는 건데.”
“제대로 조사를 해야겠습니다.”
이클리트는 슈란이 안고 있는 여우를 계속 바라보았다. 뭔가 앞뒤가 딱딱 맞기는 했지만, 꺼림칙한 게 있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저격대와 이사나. 그리고 카마리가 도착했다. 이사나는 아멜리아의 무사한 모습에 안도하며 고개 숙였다. 티어들 역시 잔뜩 굳어진 표정으로 아멜리아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가주님! 가주님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저희의 불찰입니다! 용서하십시오!”
아멜리아는 그들의 반응에 더더욱 미안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상황을 설명했다. 슈란을 발견한 것과 밀수꾼을 잡은 것. 납치는 절대로 아니라는 걸 강조했다.
“아니에요. 오히려 내가 너무 무모하게 행동한 건데. 걱정 끼쳐서 미안해요. 이사나 경한테도 피해를 줬네요.”
이사나는 아멜리아를 눈으로 살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가주님이 무사하시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가주님은 잘못하신 게 없으십니다. 가주님의 의도를 빨리 파악하지 못하고, 움직임이 느렸던 저희 잘못입니다.”
“그런 게 아니라니까. 일부러 나 더 미안하라고 그렇게 말하는 거죠?”
“아닙니다. 설마요.”
화사하게 웃는 이사나의 모습에 아멜리아는 한숨을 삼켰다. 이사나가 이런 식으로 주의를 줘도 할 말이 없었다. 이렇게 가주라는 자리를 또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결코 혼자만의 자리가 아니라는 걸. 자신의 움직임 하나에 많은 이들이 걸려있다는 걸. 카마리는 이클리트와 있는 슈란을 보며 말했다.
“이 사람이 그 행방불명됐었다는 일꾼입니까?”
“그래.”
“그럼 밀수꾼은 어떻게 됐습니까?”
이클리트는 저택을 보며 말했다.
“이제부터 파악해봐야지. 일단 가둬놨으니.”
“가뒀단 말입니까?”
카마리와 이사나는 동시에 저택을 바라보았다. 대체 저 큰 저택에 그들을 무슨 수로 가둬뒀다는 거지? 이사나와 카마리는 이클리트와 아멜리아를 따라서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붕괴한 입구를 보며 경악했다.
“여긴 대체 왜…….”
이클리트는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
“이 안에 녀석들이 있다.”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 이 안에 있다는 겁니까?”
아멜리아는 살짝 부끄러운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그게. 아까는 너무 급해서. 이 방법밖에 안 떠올라서…….”
카마리는 아멜리아의 말에 경악했다.
“가주님이 하셨다고요? 이렇게 개박살을 내셨습니까?”
“개박살은 아니고. 살짝 안 예쁘게 막은 거죠.”
이사나는 이 상황이 너무 재미있어서 자꾸만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역시. 우리 가주님 엄청 강하시네요. 제가 다 자랑스럽습니다.”
이클리트는 이사나를 힘주어 노려보았다. 카마리는 난감한 표정으로 무너진 석상 조각을 더듬었다.
“그럼 이제 이걸 어떻게 열어야 합니까?”
“사람을 더 불러야겠죠? 아무래도 우리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고.”
이사나의 말에 아멜리아는 다시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그게, 여는 것도 내가 열 수 있을 것 같아서…….”
“이걸 연다고요?”
아멜리아는 카마리에게 수줍게 웃고는 다시 소총에 마탄을 장전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총을 쏴야 할 지점을 확인한 뒤, 외쳤다.
“거기! 혹시라도 가까이 있으면 멀리 떨어져! 죽고 싶지 않으면!”
아멜리아는 입구를 막고 있는 석상을 향해 마탄을 수 없이 쏟아냈다. 석상 조각을 완전히 가루로 만들어낼 만큼. 마침내 석상을 전부 부숴버린 아멜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 다행이다. 안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러면 충분하죠?”
카마리는 보고도 믿기지 않는 기가 막힌 방법에 헛웃음을 지었다.
“예. 이번엔 아주 예쁘게 뚫으셨네요.”
이클리트는 그저 아멜리아를 걱정하며 말했다.
“오늘 너무 무리하는 것 같은데. 어디 아픈 건 아니죠?”
“괜찮아요. 근데 남의 저택을 너무 엉망으로 만든 건 아닌지…… 아무리 버려졌다지만.”
“아닙니다. 아주 잘하셨습니다.”
이사나는 이 폐허 속에 애정을 뽐내는 아멜리아와 이클리트를 보며 감탄했다.
“진짜 잘 어울리는 괴물 부부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