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피오레를 떠나다2021.05.03.
뜻밖의 위압감에 이사나의 눈빛이 흔들렸으나, 속으로 짙은 미소를 그렸다. 진짜 이럴 때 대공 전하와 부부 같았다. 닮았으니까. 의외로 무서운 면모가. 그녀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었다. 강해져야 할 때는 과감하게 강해졌다. 나서야 할 때를 골라서 강해지는 상대가 더 귀찮고 성가신 법이다. 너무 말이 심했나, 싶었던 아멜리아는 살짝 표정을 풀면서 말했다.
“그래도 그 걱정은 진심이죠? 내 부족한 저격술과 내가 단거리만 쓰는 거 말이에요. 장총은 배울게요. 하지만 이사나 경에게 배우진 않을 거예요. 다른 티어를 붙여줘요.”
이사나는 괜히 눈매를 불쌍하게 내렸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그 표정에 속지 않았다.
“저한테 화나신 겁니까? 그래서 제가 꼴도 보기 싫어서…….”
“이사나 경은 할 일이 많잖아요.”
아멜리아는 동정심으론 어림도 없다는 듯,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도망친 신관도 찾아야 하고, 밀주도 은밀히 알아본다고 했고. 설렁설렁할 거 아니잖아요. 나한테 뱉은 말, 제대로 지킬 거 아닌가요?”
살포시 웃으며 쐐기를 박는 말에 이사나는 당했다고 생각하며 결국, 한발 뒤로 물러났다.
“예. 가주님 말씀대로 제가 몹시 바쁘네요. 제가 실력 좋은 녀석으로 찾아보겠습니다. 그래도 아쉽네요. 가주님을 가까이에서 직접 가르칠 기회를 놓쳐서.”
눈웃음을 그리던 그의 눈매가 조금 길게 그려지며, 아멜리아를 오롯이 바라보았다.
“사실 가르치는 건 살짝 핑계고, 가주님과 가까워지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은연중 묘한 감정을 품고서 아멜리아에게 닿았으나, 그녀는 딱 잡아서 선을 그었다.
“나는 지금 딱 여기까지가 썩 맘에 드는데. 가주와 저격대 단장, 이 정도면 가까운 거 아닐까요?”
어쩐지 이사나와는 크게 친해지지 못할 것 같았다. 적절하게 선을 유지하던가, 아니면 어느 정도의 간극이 필요할 듯했다. 하지만 이사나는 그 간극을 조금씩 좁히면서 속삭였다.
“기회는 계속 있겠죠. 함께 황궁으로 간다거나.”
“황궁…….”
이사나의 말에 아멜리아의 표정이 조금 어둡게 가라앉았다. 드디어 내일, 그녀는 황궁으로 떠난다. 대회의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피오레 가주로서 제대로 사교계에 입성하는 날이다. 이사나는 무심한 듯 무거운 말을 툭 던졌다.
“가주님은 가장 위험한 길로 가실 수밖에 없겠네요. 대공 전하를 황제로 세우려면, 루베르 공작가가 필요할 테니.”
대회의 때문에 긴장했던 아멜리아의 표정이 다른 의미로 굳어졌다. 그녀는 아까와는 달리 더욱 차가운 시선으로 이사나를 노려보았다.
자신이 대공 전하를 황위에 세우려고 하는 걸 대체 이자가 어떻게 아는 거지?
“이사나 경이 그걸 어떻게 알죠?”
애써 떨림을 숨긴 아멜리아의 어조를 이사나는 태연하게 받아쳤다.
“아무리 버림받은 대공 전하라도 황자인데, 황위 욕심이 없겠습니까? 게다가 부인이 무려 다섯 공작가의 가주인데.”
“대공 전하는 그런 이유로 나와 결혼한 게 아니다.”
아멜리아는 다른 건 상관없었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해야 했기에 어조가 달라졌다. 서로 이용하기 위한 결혼이지만, 절대 남에게 들켜선 안 되기에.
“내가 그분을 믿기에. 더는 그분이 상처받으며 살길 바라지 않기에. 그래서 황제로 세우려는 거다. 그분이 앞으로는 더없이 찬란하게 빛나길 바라니까.”
이사나는 그런 아멜리아를 꿰뚫듯, 응시하며 여전히 차분하게 속삭였다.
“알고 있습니다. 저는 피오레 저격대의 단장입니다. 가주님께서 가시는 길을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함께 가야 하는. 그러니 숨기지 마십시오. 그게 아무리 위험한 선택이고, 길이라고 해도.”
“……왜 루베르가 위험한 길이라고 생각하지?”
“루베르가 황제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선택을 못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생각지도 못한 말에 아멜리아는 눈을 크게 떴다. 처음으로 이사나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고, 내뱉는 목소리에 온기가 없었다.
“가주님이 대공 전하를 황제로 세우겠다는 뜻은 따를 것입니다. 하지만 루베르를 취하여 나가는 길은, 다시 한번 생각해주십시오. 그건 아마 독이 든 성배를 삼키는 일이 될 테니.”
“…….”
“북부의 죄인. 솔라에서 배척받는 이방인. 그들이 바로 루베르니까요.”
아멜리아는 소름 돋을 정도로 깊숙이 박히는 이사나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루베르가 북부의 죄인이라니. 선왕께서 화합의 상징으로 인정한 다섯 공작가 중 하나잖아.
‘내가 모르는 게 대체 뭐지?’
혼란스러움에 흔들리는 아멜리아를 보면서, 이사나의 표정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어설프게 시작할 바에 처음부터 포기하는 게 나아. 누구에게든 잔인한 희망 따위 없게.’
*** 솔라리스 궁, 기사 훈련소에서 기사를 대신하여 에드조프와 포르티셰 가문의 가주, 알렉드라 공작이 검을 겨루고 있었다. 솔라의 또 다른 군부이자, 검의 가문의 가주답게 알렉드라가 휘두르는 검은 위협적이었고, 에드조프는 그 검을 따라가기에 급급해 보였다. 하지만 이것도 알렉드라가 많이 봐주는 것이었다. 에드조프가 칼자루를 고쳐 쥐고서 제법 그를 궁지로 몰아세운다, 싶은 순간. 알렉드라가 순식간에 벌어졌던 거리를 좁혀서는 그대로 일격을 가해 에드조프의 자세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챙-!
“하아, 하아…….”
결국, 에드조프는 쥐고 있던 칼자루를 놓치고 말았고, 알렉드라는 여유롭게 검을 내렸다.
“정말이지. 아무리 수를 써도, 역시 공은 이기지 못합니다, 내가.”
“하하! 봐줘서 이기는 건 대공 전하를 더욱 욕보일 것 같아서 단숨에 끝냈습니다. 기분 나쁘신 건 아니시지요, 대공 전하.”
“물론입니다.”
호탕한 웃음만큼이나, 알렉드라의 기세 역시 엄청났다. 중후한 나이에 비해 근육으로 이뤄진 풍채는 그저 마주하기만 해도 그 위압감에 밀리는 듯했다.
“오히려 앞으로도 봐주지 말고, 공이 나를 바른길로 이끌어주세요.”
말에 깃든 속뜻에 알렉드라는 다시 한번 크게 웃었다. 앞으로도 라는 건, 이미 자신이 차기 황제임을 확신하는 것이다. 물론 알렉드라도 천한 클리오 대공보단 바스티얀 대공을 믿었다. 그는 에드조프에게 손을 내밀고서 끌어줬다.
“당연합니다. 항상 제가 대공 전하의 곁에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제 쓴소리도 항상 대공 전하를 위한 것이니.”
마주 잡은 손에 힘이 가해지고, 에드조프는 그저 태연하게 웃었다.
“그래서 내가 든든합니다.”
에드조프는 알렉드라가 움켜쥔 손을 응시했다. 공작이 황자의 손을 함부로 쥐고 흔들었다. 쓴소리. 잊지 말라는 그 모든 말이 경고로 들린다.
‘황제가 되어서도 다섯 공작가의 권능을 잊지 말라는 거겠지. 저들이 더욱 좌지우지하려고. 하지만 순순히 당하지 않겠다.’
황제가 되고 나면, 다섯 공작가의 권능을 반드시 꺾어버릴 테니. 하지만 그전까진 저들의 선택이 필요하기에 잠자코 있어야 했다. 알렉드라와 에드조프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엔 현자의 가문, 카르티아 공작가의 가주인 헤이츨이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은색 안경을 고쳐 쓰며, 에드조프를 향해 말했다.
“이번엔 새로운 피오레의 가주도 보겠군요. 시험뿐만 아니라 작위 수여식도 엄청 화려했다던데. 하긴, 무려 클리오 대공 전하의 부인이니. 어떻게 봐도 평범하진 않아요.”
헤이츨의 말에 에드조프의 입매가 살짝 굳어졌으나, 재빨리 단정한 미소를 그렸다.
“이번 대회의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간만에 참으로 흥미로워요.”
순수하게 기대하는 헤이츨 앞에 알렉드라는 험하게 인상을 쓰며 주먹을 쥐었다.
“쓸데없이 요란할수록, 그 속은 보잘것없이 텅 빈 법이지. 피오레도 정신 차려야 해. 작위 계승이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수준을 두고 가려서 받아야지. 철없는 레이디에게 뭘 믿고 가문을 맡긴 거야. 우연에 가까운 기적으로 무슨!”
전형적인 보수파 귀족인 알렉드라는 이번 피오레 가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천한 피를 가진 클리오 대공을 북부에서 끌어낸 것 자체가 끔찍했다. 헤이츨은 불같은 성정을 감추지 못하는 알렉드라를 보며 그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클리오 대공 전하께서도 오시겠죠? 오랜만에 뵙겠군요. 아닌가. 황궁에선 처음인가?”
에드조프는 부드러운 어조로 헤이츨에게 말했다.
“황궁 무도회에 참석하는 것이 처음이니, 처음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이라 실수하진 않을까. 폐하께 노여움 사진 말아야 할 텐데요.”
“대공 전하께서 무엇을 신경 쓰십니까. 어차피 아무것도 아닌 황자인 것을.”
알렉드라는 기분 잡쳤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와인을 가져오라고 일렀다. 에드조프는 알렉드라와 헤이츨을 바라보았다. 황궁에서 이클리트를 보는 건 더없이 역겨웠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마음에 들었다.
‘너로 인해 아멜리아까지 함께 추락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해. 아멜리아, 그녀 역시 얼마나 무모한 짓을 하고 있는지도.’
아직 늦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든 자신의 곁에서 얌전히 황후가 되면 되니까. *** 사방으로 꽃이 가득한 방에서, 어울리지 않게 담배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루시아는 몇 번이고 담배를 깊이 빨았다가 길게 내뱉으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하! 역시. 대공 전하께서 재배한 담배가 최고지.”
한참 담배에 취해 있던 그녀가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쭉 켜면서 몸을 일으켰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북부에서 얇고 아찔한 검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완벽한 몸매를 자랑했다. 다소 헝클어진 금발 사이로 기분 좋게 늘어진 눈매와 붉은 입꼬리가 퇴폐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카힐로는 험악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주인 없는 집무실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루시아를 보며 말했다.
“솔라리스로 출발하셔야 하는 거 아니십니까? 곧 대회의인데. 오늘이라도 움직여야 제시간에 도착하실 수 있습니다.”
카힐로의 말에 루시아는 질색인 표정을 지었다.
“거긴 재미없어. 황제는 나만 보면 특별한 약을 달라는데, 난 약보단 독 전문이야. 아니면 죽고 싶은 건가? 영생을 원하는 것 같은데. 하긴 영생은 자극적인 죽음으로서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거 아니겠어?”
그녀는 치유의 가문, 헤스틴의 가주이자 마녀라고 불리는 공작, 루시아 헤스틴이었다.
“그래서 난 내 남편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꾸며서 영생으로 이끌었다고. 특별히 내가 사랑했기 때문에.”
“폐하의 목숨을 입에 담는 건 반역입니다. 그런 위험한 발언, 여기서 하지 마십시오.”
루시아는 피식 웃으며 금방이라도 생채기를 낼 듯, 긴 손톱으로 카힐로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댄 험악한 표정 지을 때 참을 수 없이 귀여워. 당장이라도 먹어버리고 싶다니까. 나한테 왜 안 넘어와? 대공 전하의 칼보다는 공작의 애완남이 더 좋지 않나?”
“공작 각하.”
카힐로의 목소리가 더욱 험악하게 낮아졌다. 루시아는 아쉬운 대로 제 손가락으로 키스를 날렸다.
“화낼 땐 더 섹시하더라. 클리오 대공 전하도 그런데. 그나저나 그분은 신혼이 너무 달콤한가? 도통 연락도 없고. 심심한데 피오레 공작령이나 갈까. 아니다. 대회의에 대공 전하가 오시려나? 그럼 나도 당장 갈 텐데.”
“가실리가 있겠습니까, 황궁에.”
“그건 그렇지? 만약 간다면 진짜 신혼이라는 건데. 너무 샘나. 대공 전하를 탐낸 건 내가 먼저였는데. 여기서 내가 고이고이 아꼈단 말이야.”
카힐로는 루시아의 말에 움찔하고는 재빨리 부정했다. 물론 대공 전하는 가실 것 같았다. 가주님 혼자 황궁에 보낼 리 없으니. 하지만 대회의에서 이 분과 만나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차라리 이분은 대회의에 안 가는 게 도와주는 거야.’
그러나 태양신은 카힐로의 편이 아니었다.
“단장님.”
카힐로의 부하가 다가와서는 해맑게 말했다.
“카마리 부단장님에게 전갈이 왔습니다. 대공 전하께서 이번 대회의 때문에 황궁에…….”
“잠깐!”
그가 재빨리 입을 막았으나, 루시아의 목소리가 앙큼하게 꽂혔다.
“어머, 거길 온다고? 대공 전하께서?”
‘망했구나.’
루시아는 붉은 입술을 더욱 매혹적으로 올리며 서늘하게 속삭였다.
“진짜인가 보네. 그분이 감정으로 저렇게까지 움직인단 말이지? 그 결혼이 진심이면 나 진짜 속상할 것 같은데.”
“공작 각하, 잠시…….”
“피오레 가주, 진짜 만나고 싶어졌어. 남의 남편 만나는 거 엄청 스릴 있잖아. 대공 전하와 나 사이에 치정이 섞이다니. 생각만으로 짜릿해. 당장 출발해야지.”
말릴 새도 없이 움직이는 모습에 카힐로는 절로 신음을 내뱉었다.
‘진짜 망했다.’
*** 아멜리아는 황궁으로 떠나기 전, 벨반에게 인사했다. 그녀가 다시 공작가에 돌아오면 그는 없을 것이다. 벨반은 늦기 전에 세상을 여행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꼭 지금 가셔야 해요?”
아멜리아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하자, 벨반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조금이라도 몸이 허락할 때, 아일리가 함께 가자고 했던 곳을 혼자라도 다녀오고 싶구나. 언젠가 그 아이를 만나면 전부 들려주고 싶으니까.”
“공작 각하.”
“이제 그냥 외할아버지라고 부르거라. 나도 그게 좋으니까.”
아멜리아는 벨반의 말에 웃으며 벌써 따스하기만 한 말을 내뱉었다.
“건강히 다녀오세요, 외할아버지. 어머니보다 제게 먼저 들려주시고요.”
“당연히 그래야지. 아가, 난 널 믿는다. 황실이 쉬운 곳은 아니지만, 넌 잘할 거다. 이제껏 잘했으니까.”
“감사해요. 그리고 혼자가 아니니까, 괜찮아요.”
클리오 대공이 황궁으로 간다. 북부에 간 이후, 아마 처음일 것이다. 이는 그로서도 아주 큰 결심을 한 것. 모두 이 아일 위해서다. 처음엔 우려했던 이 결혼도, 벨반은 이젠 다른 의미로 믿음이 갔다.
“케이트도 황실 무도회에 대한 경험이 많으니, 너에게 도움을 줄 거다.”
“물론이죠.”
아멜리아가 케이트를 보자, 그는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과찬이십니다. 미흡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케이트와 아멜리아의 관계는 여전히 묘했다. 특히, 축복의 꽃과 작위 수여식 이후엔 그 미묘함이 더 깊어진 듯했다. *** 황궁으로 갈 호위단이 꾸려졌다. 황실 공식 행사인 만큼, 호위단도 그 규모가 크고 화려했다. 아멜리아가 이클리트의 손을 잡고서 함께 나왔다. 조금은 긴 여정이기에, 두 사람 다 조금은 편한 복장을 갖추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서 준비 중인 말을 바라보았다.
“나도 저 말 타고 가면 좋을 텐데.”
이클리트는 그 말에 웃으며 답했다.
“공작가에 돌아오면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그럼 가까운 곳 정도는 함께 다닐 수 있을 겁니다.”
“기대되네요. 그러니까 일단은 대회의부터 해치워보자고요.”
“해치우는 겁니까?”
“당연하죠. 함께 해치우는 거예요. 엄청 힘든 일을 잘 이겨내고 나면, 곧장 좋은 일을 얻을 수 있으니까. 힘내자고요.”
이클리트는 그녀와 나란히 말을 타고 떠나는 달콤한 상상을 해보았다. 북부로 버려진 이후, 처음 황궁으로 돌아가는 건데. 그녀 덕분에 상처가 아프지도, 긴장되지도 않았다.
“몹시, 기대됩니다.”
쉼 없이 달리면 4일 정도 걸리는 여정.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와 함께 황도인 솔라리스로 조금 먼 길을 떠난다. 그 길이 전혀 무섭지 않은 건 아마 마주 잡고 있는 이 온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