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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이제와, 감히 (45/199)

45화. 이제와, 감히2021.06.07.

처음엔 일방적으로 데릭이 이길 거로 생각하고, 귀족들도 가볍게 결투를 지켜봤다. 그런데 점점 귀족들의 표정이 사색이 되면서, 어느새 시선을 돌리거나 아예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끝까지 지켜보던 이들의 눈동자에도 하나의 감정만이 박혔다. 그것은 공포였다. 목검은 세이버를 너무 쉽게 제압하며, 순식간에 빈틈으로 파고들어 사정없이 과격하거나, 찔러 들기 일쑤였다. 이클리트가 쥐고 있는 게 진검이었다면, 벌써 데릭은 죽은 목숨일 터. 목검이기에 이런 무자비한 공격이 가능했다. 이클리트의 목검이 데릭의 복부를 강타했고, 일순 호흡이 멈출 듯한 데미지에 데릭이 피를 토하며 무릎을 굽혔다. 또다시 그의 손에서 세이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벌써 몇 번이고 세이버를 놓쳤다. 하지만 이클리트는 그런 데릭을 끊임없이 봐주며 짧게 읊조렸다.

16553711793139.jpg“다시 들어.”

데릭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결국 실핏줄이 터져, 붉어진 시선으로 이클리트를 노려보았다. 몇 번이고 졌을 상황인데. 이클리트는 데릭의 기사도를 꺾어버리고, 자존감까지 사정없이 나락으로 추락시키고 있었다. 아주 비참하게 굴욕을 주고 있는 것. 그렇다고 백기를 들며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데릭은 계속 이 결투를 이어가야만 했다. 이미 결론이 난 승패. 알렉드라는 수치스러운 표정으로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

16553711793145.jpg‘쓸모없는 것.’

결투를 지켜보는 에드조프는 뭔가 걸리는 시선으로 이클리트가 쥐고 있는 목검을 응시했다. 데릭은 겨우 세이버를 다시 들었지만, 일어서질 못했다. 통증이 극에 달하니, 눈앞이 자꾸 흐릿해졌다. 손목은 이미 부서졌고, 갈비뼈도 나간 것 같았다.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건 다리가 전부였다. 일부러, 다리만 남겨놓은 거다.

16553711793148.jpg‘괴물이야. 정말로 이자는, 괴물이야.’

위험하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파고들면서, 데릭은 하얗게 질려버린 입술을 겨우 열었다.

16553711793148.jpg“이, 이렇게까지…….”

그가 고개를 들자, 올곧게 박히는 그의 푸른 눈동자가 이토록 섬뜩할 수가 없었다. 데릭은 압도당하는 공포에 저도 모르게 약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16553711793148.jpg“이렇게까지. 비참하게 하여야겠습니까?”

이클리트는 데릭의 말에 냉소를 그렸다.

16553711793139.jpg“피의 결투를 원한 건 그대인데. 기사가 그 의미를 그토록 가볍게 뱉은 건가? 그대는 지금 그대에게 가장 중요한 심장을 걸고 검을 들었다.”

16553711793148.jpg“그럼 차라리. 단숨에 끝내서 죽이던가!”

끊임없이 밀려드는 통증이 자꾸만 데릭의 정신을 갈아먹으며, 나약하고 비굴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제발 살려달라고. 그만해달라고. 이 고통을 끝내 달라고. 기사로서 가지지 말아야 할 그런 비참한 생각을. 마치, 고문처럼. 하지만 이클리트는 그런 데릭을 보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16553711793139.jpg“쉽게 죽이면 소용없지. 말하지 않았나? 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걸 꺾겠다고.”

이클리트의 목소리가 잔인하게 그에게 박혔다.

16553711793139.jpg“기사도. 명예. 그리고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주인의 명예까지.”

데릭은 그의 말에 흠칫하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지켜보는 귀족들 속에 알렉드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16553711793148.jpg‘고, 공작 각하. 설마, 설마. 저를…….’

이클리트는 정신까지 완전히 무너져 내린 데릭을 향해 상체를 숙여서는 나직이 속삭였다. 오직 서로 간의 간극, 그 적막 속에 그의 목소리가 데릭을 철저히 망가뜨렸다.

16553711793139.jpg“시시할 정도로 약해서, 결국 버려졌군. 넌 이제 주인 잃은 개새끼일 뿐이다.”

16553711793148.jpg“아, 아니야. 나는…….”

이클리트는 마지막 일격으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데릭의 옆에 목검을 강하게 박았다. 심판자로 지켜보던 기사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서 굳어졌다. 이클리트는 그 기사에게 시선을 돌려 짧게 말했다.

16553711793139.jpg“결투는 끝난 것 같은데.”

기사는 그의 말에 애써 정신을 차리며, 외쳤다.

16553711793148.jpg“크, 클리오 대공 전하의 승리입니다!”

훈련장에는 승자를 향한 환호성도, 박수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결과 자체가 믿을 수 없었고, 뭐라 축하하지 못할 만큼 공기가 살벌했으니까. 데릭은 모든 걸 잃은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모욕적인 패배감 끝에 밀려드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치기였다. 이대로 인정하면, 정말 끝일 것 같았으니까.

16553711793148.jpg‘저런 괴물 대공에게. 아니야. 이대로라면 공작 각하께 버려진다. 그럴 수 없어. 내가 고작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어!’

데릭은 증오 섞인 시선으로 이클리트를 노려보았다. 그는 지금 목검조차 없다.

16553711793148.jpg‘어떻게든 망가뜨리라고 하셨으니까.’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서 세이버를 들었다.

16553711793148.jpg“이대로. 이대로 끝낼 수 없어!”

데릭은 정말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절규하며 이클리트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총성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울렸다. 쾅-! 단 한 발의 총성으로 사방이 흙먼지로 뒤덮였다. 귀족들은 굳어졌고, 데릭은 거칠게 숨을 토해내며 겨우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그의 이마에 섬뜩한 총구가 느껴졌다. 아멜리아가 이클리트의 앞을 막고서, 장총으로 데릭을 겨냥하고 있었던 것. 데릭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흔들리는 눈빛으로 아멜리아를 응시했다. 아멜리아는 방아쇠에 여전히 힘을 준 채,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1655371182157.jpg“결투는 끝났다. 그런데 다시 검을 든 것은 감히 대공 전하를. 제국의 황자를 시해하려는 것인가?”

16553711793148.jpg“그, 그게…….”

1655371182157.jpg“똑바로 답하라. 시해하려고 한 것인가.”

데릭은 아멜리아의 기운에 눌려 고개를 숙였다.

16553711793148.jpg“……아닙니다.”

1655371182157.jpg“그렇다면 감히 무례하게 행동한 점, 사죄하라.”

16553711793148.jpg“…….”

1655371182157.jpg“듣지 못했나? 사죄하라고 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네놈을 용서하지 않을 테니.”

아멜리아는 이번 일을 가볍게 넘어갈 수 없었다. 귀족들도 그런 아멜리아의 단호한 모습에 움찔했다. 겉으로 보기엔, 이제 막 공작 작위를 이어받은 풋내기 레이디라고 생각했는데. 장총을 들고 있는 그녀에게서 나오는 위압감이 제법 서늘했다. 데릭은 결국 무릎을 꿇고서 한껏 주먹을 움켜쥔 채 읊조렸다.

16553711793148.jpg“대공 전하께 큰 무례를 범하였습니다. 송구합니다.”

아멜리아는 그제야 총구를 내렸다. 이로써 모든 결투가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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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릭은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귀족들이 보는 앞에서, 아멜리아에게 그렇게 굴욕을 당했으니.

16553711793148.jpg“그런 풋내기 가주 따위에게…….”

포르티셰 공작 각하께 어떻게든 용서를 구하고, 다시 기회를 얻어야 했다.

16553711793148.jpg“이대로 버려질 수는 없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반드시…….”

그때, 비틀거리는 걸음 앞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가 고개를 드니, 이클리트가 서 있었다.

16553711793148.jpg“무, 무슨 일입니까?”

이클리트는 당연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16553711793139.jpg“피의 결투에서 졌으니, 원하는 걸 받아야지.”

16553711793148.jpg“그게 무슨?”

16553711793139.jpg“자꾸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라.”

이클리트는 순식간에 데릭의 검을 빼 들었다. 데릭은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면서 목소리를 더듬거렸다.

16553711793148.jpg“지금 뭐, 뭘 하시려고…….”

16553711793139.jpg“함부로 복수 따위 하지 못하게.”

그는 망설임 없이 데릭의 손바닥에 검을 꽂아버렸다.

16553711793148.jpg“악!!!”

끔찍한 비명과 함께 퍼지는 비릿한 피 냄새. 데릭은 절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치미는 고통에 겨우 숨을 몰아쉬었다. 이클리트는 여전히 칼자루에 힘을 주며 말했다.

16553711793139.jpg“앞으로 이렇게 예를 갖춰라.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16553711793148.jpg“흐으으윽!”

16553711793139.jpg“그분이 내 명예와 이름을 지키고자 하시니, 나도 더는 나를 함부로 놔둘 수가 없어. 그러니 내게도, 그분께도. 조금이라도 허튼 생각을 품는다면, 다음엔 손목이 아니라 그 숨이 끊어질 거다.”

이클리트는 마지막 한 마디까지 힘주어 내뱉었다.

16553711793139.jpg“기억해라. 그분은 피오레 공작가의 가주고, 곧 황후가 되실 분이다.”

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걸음을 돌렸다. 깔끔하게 처리하려고 했는데, 손에 피가 묻어 있었다. 이클리트는 묻은 피를 쓱쓱 닦아내며 표정을 바로 했다. 그분이 피를 보지 않았으면 했다. 물론 너무나도 위험한 길을 선택하여 걸어가실 테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이런 잔인하고 무서운 건 보지 않을 수 있게. 태어난 순간부터 자신은 피투성이인 운명을 타고났으니.

16553711793139.jpg‘어차피 감당해야 할 거라면, 내가 대신하고 그분은 예쁜 꽃만 피우기를.’

그녀와는 다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사실 모르겠다. 그분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테니까.

16553711793139.jpg‘강해져야 해, 내가. 그분을 지키려면. 내가 더. 더욱더 강해져야 해.’

조금도 약해질 수는 없다. 스스로에게 되뇌는 목소리에 그의 안광에 붉은빛이 짙게 일렁였다. *** 이클리트가 잠시 사라지고, 에드조프가 그 빈자리로 걸어갔다. 그는 묘한 시선으로 땅에 박힌 목검을 빼 들었다. 분명 보기엔 평범한 목검이었다. 하지만 이클리트가 휘둘렀을 때, 절대로 평범한 목검이라 할 수 없었다. 마나의 검인 세이버와 맞섰는데, 균열이 가긴커녕 흠집 하나 없이 멀쩡했다.

16553711908232.jpg‘이건 말도 안 돼. 설마 녀석이 마법을?’

에드조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711908232.jpg‘아니. 그놈에겐 그럴 힘이 없어.’

그런 힘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놈에게 정말 이런 힘이 있었다면.

16553711908232.jpg‘내가 이토록 그놈을 증오하진 않았겠지.’

그때, 에드조프의 시선으로 아멜리아가 보였다. 그의 눈빛이 조금 전과 다른 의미로 나직이 흔들렸다. *** 폭풍처럼 휩쓸고 간 훈련장. 귀족들은 몸을 사렸다. 아멜리아를 보는 그들의 시선도 사뭇 달라진 듯했다. 그녀는 그 미묘한 거리감을 느끼며 복잡한 숨을 삼켰다.

1655371182157.jpg‘이걸 좋아해야 하나. 뭐, 적어도 더는 대공 전하를 우습게 여기진 않겠지. 그건 다행이긴 한데.’

아멜리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조금 전까진 그가 있었는데, 잠깐 한눈판 사이에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결투가 끝나자마자 제 곁으로 와줄 거로 생각했는데. 괜찮으냐고 물어보면, 그저 괜찮다고 말해주면서. 그런데 이렇게 보이질 않으니.

1655371182157.jpg‘어디 가신 걸까? 설마 다치셨나. 다치셔서 그걸 숨기려고 그러시나.’

결투가 무사히 끝나도, 혹여 그가 다쳤을까 봐 아멜리아는 불안했다. 그때, 심판을 봤던 기사가 아멜리아에게 다가와 예를 갖추며 말했다.

16553711793148.jpg“공작 각하, 이걸 대공 전하께 전해주십시오.”

1655371182157.jpg“아…….”

16553711793148.jpg“대공 전하께서 결투로 걸었던 반지입니다.”

1655371182157.jpg“고마워요.”

아멜리아는 기사에게 엷은 미소를 띠며 반지를 쥐었다. 이건 그녀가 그에게 선물로 줬던 제비꽃이 새겨진 반지였다. 그냥 선물로서 간직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이번 결투에서 그는 망설임 없이 이걸 걸었다. 자신의 심장을 상징하는 소중한 물건으로 말이다.

1655371182157.jpg‘이게 이분에게 그토록 소중한 것이 된 건가. 그 정도로 무거운 의미가 된 거야?’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면서도, 아릿해져서. 지금 당장 그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녀가 곧장 반지를 움켜쥐고서, 이 손에 반지만이 아니라 그를 붙잡기 위해 돌아서려는 순간. 에드조프가 그녀의 손목을 비틀며, 반지를 빼앗았다. 그녀는 새어 나오려던 비명을 삼키며 에드조프를 노려보았다.

1655371182157.jpg“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바스티얀 대공 전하.”

16553711908232.jpg“이 반지는 뭐지?”

1655371182157.jpg“돌려주시고, 놓아주시죠.”

16553711908232.jpg“설마 그 새끼 생일 선물인가?”

자꾸만 대답이 어긋나는 에드조프를 보면서 아멜리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1655371182157.jpg“그 새끼라니요. 예의를 지켜주시죠. 같은 대공 전하시고, 황자 전하시며, 제 남편입니다.”

에드조프는 움켜쥔 손에 힘을 풀지 않은 채 위압적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

16553711908232.jpg“그 새끼 때문에 표정 바뀌지 마. 오늘은 내 생일이야.”

1655371182157.jpg“내겐 그분 생일일 뿐이죠.”

16553711908232.jpg“내 생일이라고. 네가 신경 써야 할 사람은 나라고!”

에드조프는 내내 그녀를 바라보고, 신경 쓰고, 거슬렸던 그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토해내고 말았다. 아멜리아는 그런 에드조프가 뭔가 이상했다. 지난번에 화를 내던 느낌과는 달랐으니까. 뭔가, 조금 더 조급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었다.

1655371182157.jpg‘뭐지?’

16553711908232.jpg“무도회에 초대한 이유. 이클리트가 아닌 그대 때문이다.”

1655371182157.jpg“무슨…….”

무도회에서 이클리트에게 주제를 깨닫게 하는 것보다, 아멜리아가 오는 게 중요했다. 자신도 깨닫지 못했는데, 그녀가 걸어온 순간. 시선 끝에 닿은 순간부터, 계속 끊임없이 보게 된 이유. 이 자리에서 바라던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기다렸던 거다, 그녀를. 에드조프는 조금 부드러워진 어조로 속삭였다.

16553711908232.jpg“이제 그 케이크는 주지 않는 건가?”

아멜리아는 대체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케이크라니?

16553711908232.jpg“그대가 내 생일마다 줬던 케이크, 그게 갑자기 생각났어.”

에드조프의 말을 따라서, 아멜리아는 뭔가가 문득 떠올랐다. 지난날, 자신이 했던 어리석고 바보 같았던 짓이.

1655371182157.jpg‘그의 생일마다, 케이크를 만들었지.’

아마 먹지도 않았을 거다. 자신을 복종시키기 위해 속삭였던 거짓 사랑인데. 그 또한 쓰레기 취급하며, 처박았겠지. 하지만 항상 듣기 좋은 말로 속삭였다.  

16553711908232.jpg‘아멜, 정말 고마워요. 항상 이렇게 날 위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매번 이 맛이 그리워서 생일을 기다려요.’

   그 말을 진심이라 여기고, 설레하며 좋아했다.

1655371182157.jpg‘그 더러운 기분을 대체 왜 떠올리게 하는 거야.’

1655371182157.jpg“이제 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차라리 추악한 그의 민낯을 보는 게 나았다. 있지도 않은, 그 거짓된 추억을 상기시키며. 마치 애틋한 사랑을 한 것처럼. 그 사랑을 그리워하는 척……. 아멜리아는 순간 뒤통수가 섬뜩해졌다.

1655371182157.jpg‘그리워한다고?’

설마……. 에드조프는 아멜리아의 목에 걸린 목걸이가 얼핏 보였다. 화려한 드레스와는 어울리지 않는, 어딘가 투박한 형태의 목걸이가. 그는 순간 치미는 감정을 씹어 내뱉었다.

16553711908232.jpg“그 새끼 냄새가 묻었어, 그대에게.”

1655371182157.jpg“…….”

16553711908232.jpg“한눈팔지 말라고 했지. 날 증오하고, 미워하며, 오직 그 머릿속에 나만 채워. 그 새끼가 아니라 나를.”

말도 안 되는 감정이 그의 눈동자에 눅진하게 점철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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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3711908232.jpg“오직 나를 봐, 아멜리아. 그 새끼로 인해 흔들리지 마. 그 새끼 냄새를 더는, 묻히지 마.”

소름 끼치는 시선 앞에, 아멜리아는 망연해진 어조로 읊조렸다.

1655371182157.jpg“설마, 지금 내가.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건가요?”

아무 말 하지 마라. 감히. 이제 와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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