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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사랑은 성가시다 (48/199)

48화. 사랑은 성가시다2021.06.18.

아멜리아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를 사랑하지만,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어야 했다.

16553712630405.jpg‘내 처지를 잊지 마. 그런 걸 할 시간도, 해서도 안 돼.’

그분의 욕심. 그리고 자신의 욕심만을 생각해야 한다. 그 욕심 사이에 사랑은, 무의미하다. 아멜리아는 겨우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서 침실이 있는 별궁으로 돌아왔다. 그 앞에서 이클리트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클리트는 어쩐지 긴장한 표정으로 아멜리아에게 다가왔다. 아멜리아는 그가 의식되었지만, 애써 태연하게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16553712630405.jpg“대공…….”

16553712630415.jpg“대공 전하!”

그녀가 그를 부를 새도 없이, 낯선 여인의 목소리가 아멜리아를 대신했다. 아멜리아는 떨리는 눈을 크게 떴다. 이클리트에게로 걸어오는 한 여인. 척 봐도 굉장히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허리 라인이 드러나는 신비로운 검은 드레스. 커다란 챙 아래, 우아하게 쏟아지는 금발. 새하얀 얼굴과 눈웃음 지을 때마다 아찔하게 접히는 눈매. 연신 살랑거리는 붉은 입꼬리가 여인의 분위기를 보다 관능적으로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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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는 순간 생각이 정지됐다.

16553712630405.jpg‘누구지? 저런 여인을 대공 전하께서 아실 리가…….’

1655371263043.jpg“루시아.”

하지만 이클리트의 입에서 나온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이름에 아멜리아의 생각이 무참히 깨져버렸다.

16553712630405.jpg‘알고 계셔?’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차갑게 박히는 존재.

16553712630405.jpg‘설마. 대공 전하께서 좋아하는 그 여인?’

황궁에 가면 반가운 이를 만난다고 했었지. 루시아는 제 이름을 단번에 불러주는 이클리트를 보며 더욱 환하게 웃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어쩐지 알싸한 향이 느껴지면서 더욱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듯했다.

16553712630415.jpg“제 이름 잊었을 줄 알았는데. 너무 오랜만이잖아요?”

여인치곤 다소 낮은 목소리가 섹시하게 울렸다. 루시아는 그제야 아멜리아를 발견한 듯, 더더욱 입꼬리를 올리며 매력적으로 속삭였다.

16553712630415.jpg“집무실의 담배가 다 죽어가는 이유를 알겠네요. 이런 사랑스러운 부인이 생겨서 돌아오지 않으시는 건가요? 몹시 서운하고 질투 나네요.”

아멜리아는 겨우 눌렀던 그 시커먼 감정을 다시 느끼고 말았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다. 그녀가 정말로 대공 전하께서 마음에 담은 그 여인이 확실한 듯했으니까. 이분 곁에 저렇게 태연하게 서 있는 여인은 처음이었다.

16553712630405.jpg‘게다가 내가 모르는 얘기까지.’

막연히 상상하다가,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니 감정의 수렁이 더 격해지고 만다. 심장이 따끔거리고, 눈앞이 차가워질 정도로. 루시아는 뒤늦게 아멜리아를 아는 척 했다.

16553712630415.jpg“피오레 새 가주님. 아니 대공 전하의 사랑스러운 부인님이신가.”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의 곁에 서서 다소 엄한 어조로 태도를 분명하게 했다.

1655371263043.jpg“제대로 예를 갖춰 인사하시죠, 헤스틴 공. 피오레 공작이기 이전에 나의 아내, 대공비입니다.”

아멜리아는 순간 당황했다.

16553712630405.jpg‘헤스틴? 헤스틴이라면 다섯 공작가 중 하나인. 설마.’

이클리트의 엄한 목소리에 루시아의 눈빛이 어쩐지 포근해지면서 제대로 몸을 숙여 예를 갖췄다.

16553712630415.jpg“대공비께 인사드립니다, 루시아 헤스틴입니다.”

아멜리아는 밝혀진 루시아의 신분에 겨우 표정을 바로 했다.

16553712630405.jpg“헤스틴 공작가 가주가 여인이라는 얘기는 들었었는데, 대공 전하와 아시는 사이인 줄 몰랐습니다. 하긴, 헤스틴이 북부에 있으니…….”

16553712630415.jpg“가깝기는 해도, 사이까지 가까운 경우는 별로 없죠. 루베르만 해도 대공 전하께선 전혀 모르실걸요?”

루시아의 말에 겨우 바로 잡았던 아멜리아의 미소가 굳어졌다. 루시아는 그런 아멜리아를 무시하며, 다시금 이클리트에게 시선을 쏟았다.

16553712630415.jpg“최근엔 꽤 오랜만에 얼굴 보는 건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네요, 대공 전하.”

일상적으로 말하는 루시아의 목소리에서 아멜리아는 자꾸만 뭔가 어긋남을 느꼈다. 그래, 지독히도 너무 일상적이라서 거슬렸다. 아내가 아닌 낯선 여인이 자꾸만 이분과의 일상을 늘어놓았으니까.

16553712630415.jpg“솔직히 제가 머리 올리면 근사할 거라고 했죠? 제 말은 안 들으시더니, 대공비 전하의 말씀은 잘 들으시나 봐요. 역시 사랑하는 아내라는 건가?”

천진하게 접히는 눈웃음이 싸늘하게 아멜리아에게 닿았다. 그녀는 점점 속이 불편하다 못해 쓰렸다. 자신이 모르는 둘만의 얘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자꾸 상상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16553712630405.jpg‘언제부터 서로 알았을까. 어디까지 아는 사이지? 저런 개인적인 대화까지 하는 사이라면…….’

하지만 아멜리아는 뭔가 오기가 생겼다.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손을 잡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16553712630405.jpg“아, 그러고 보니 대공 전하. 아까 훈련장에서 기사분이 이걸 저한테 주셨어요.”

아멜리아는 루시아가 보는 앞에서 이클리트의 손가락에 반지를 채웠다. 마치, 소유를 주장하듯. 이클리트는 아멜리아가 찾아준 반지에 움찔하며 눈꼬리를 내렸다.

1655371263043.jpg“미안합니다. 곧장 찾았어야 했는데…….”

데릭을 처리하느라, 조금 늦어지고 말았다. 아멜리아는 그런 이클리트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712630405.jpg“아니에요. 제가 대공 전하께 드린 것이니, 그 중요한 결투 이후 제가 다시 끼워드리는 것도 의미 있죠.”

루시아는 어쩐지 뼈 있게 와 닿는 그녀의 말과 행동이 재미있으면서도 참, 우스웠다.

16553712630415.jpg“집무실 담배가 완전히 시들었어요. 카힐로한테 한 소리했더니, 어찌나 뭐라고 하던지. 대공비 전하께선 아시나요? 대공 전하께서 재배하시는 담배가 얼마나 달콤하고 좋은지 몰라요. 아, 대공비 전하께선 담배를 모르시려나? 하긴 이렇게 예쁘고 얌전하신 레이디인데.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했네요.”

16553712630405.jpg“…….”

16553712630415.jpg“그래도 너무 그리운 맛인데.”

이클리트를 붙잡고 있던 아멜리아의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 가장 은밀한 공간인 집무실까지 오가는 사이. 꽃을 좋아하시는 건 알았지만, 재배도 하시는 줄 몰랐다. 낯선 모습이 자꾸만 쌓이니, 이방인이 되는 기분이다. 일부러 자신을 도발하는 말인 걸 알면서도, 사실이기도 하니까.

16553712630405.jpg‘난 그냥, 가짜 대공비니까.’

대공 전하의 마음을 가진 여인. 지금도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그런…….

16553712630405.jpg‘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진짜 앞에서 내가 지금 유치하게 뭐 하고 있는 거야.’

결국, 그녀의 손끝이 그대로 그에게서 떨어지려는 순간.

1655371263043.jpg“집무실에 갔습니까?”

이클리트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흘렀다.

16553712630415.jpg“새삼스럽게 무슨. 종종 가잖아요.”

루시아가 웃으며 말했지만, 이클리트의 목소리가 차갑게 그녀의 미소를 앗아갔다.

1655371263043.jpg“이제 발걸음 하지 마시죠.”

16553712630415.jpg“네?”

1655371263043.jpg“아니, 대공가를 오가는 것도 자제하세요.”

이클리트는 위태롭게 걸려 있는 아멜리아의 손을 더욱 꼭 잡고서, 그녀의 어깨를 당겼다.

1655371263043.jpg“이제 대공가의 손님 관리는 전부 나의 아내인 대공비의 권한입니다. 아무리 공작이고, 친구지만 허락도 없이 빈 대공가를 드나드는 것은 보기 좋지 않습니다. 헤스틴 공에게도 뒷말이 오갈 수 있고.”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16553712630405.jpg‘친구라고? 그럼 연인이 아니야?’

루시아는 너무 단칼에 선을 그어버리는 이클리트의 말에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16553712630415.jpg“결혼하시더니, 이렇게 바로 냉정해지시고. 서운해라. 하긴, 언제는 제게 다정하셨나요? 그래서 부럽네요. 이 세상에 없는 제 남편은 이렇게까지 성격을 바꾸면서 절 사랑해주진 않았는데. 제가 훨씬 사랑했거든요.”

아멜리아는 루시아의 말에 움찔했다.

16553712630405.jpg“아, 남편분이…….”

16553712630415.jpg“어려워 말아요. 미망인이 된 지 오래라서 더는 상처받지 않아요. 가끔 그립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예쁘게 잘 보내줬거든요.”

루시아는 살짝 지루한 표정을 띠며 말을 이었다.

16553712630415.jpg“인사하러 왔지만, 살짝 늦은 시간이긴 했네요. 그럼 대회의에서 정식으로 뵙죠. 대공 전하도 무도회에서 봬요. 영 피곤해 보이시는데, 좀 쉬시고요. 아무리 신혼이라지만. 후훗.”

그녀는 끝까지 묘한 도발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아멜리아 역시 기묘한 기분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16553712630405.jpg“헤스틴 가주님과 친구셨군요. 그때 황궁에서 만날 반가운 이라는 건, 저분을 말했던 거죠?”

1655371263043.jpg“친구라고 해야 할지. 종종 찾아와서 담배를 얻어갔습니다. 그래서 몇 마디를 나눴고. 헤스틴 가주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공작가를 혼자 이어가는 게 버거워 보여 조금 도와주곤 했죠. 지금은 누구보다 잘하지만.”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의 표정을 살피며 속삭였다.

1655371263043.jpg“갑자기 예의 없이 나타나긴 했지만, 겉으로 보이는 성격과는 달리 좋은 가주입니다. 부인에게도 도움이 될 테고.”

16553712630405.jpg“그렇죠. 대공 전하와 아는 사이라면. 우리에겐 더 유리하겠네요.”

정말 친구라면 그렇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으면, 다른 그 어떤 가주를 설득하는 것보다 힘들어질 것 같았다. 대공 전하는 친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얘기했지만, 아멜리아가 보기엔 친구처럼 특별한 건 확실했다.

16553712630405.jpg‘한 번도 대공 전하께서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길게 말해주신 적은 없었어.’

카힐로 경도 그렇고 카마리 경도 그랬다. 그저 그들이 누군지만 말했을 뿐. 혹시 대공 전하의 곁에 있어 줬다는 그 사람.

16553712630405.jpg‘카힐로 경이 아니라면 저 여인이 맞는 걸까?’

얘기를 들어보니 서로 제법 오래 교류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아멜리아는 거기까지 묻고 대답을 들을 용기도, 마음도 넓지 못했다. 대공 전하는 친구라고 말했으나, 저 여인에게까지 대공 전하가 친구인지는 확신하지 못했으니까.

16553712630405.jpg‘만약에. 대공 전하마저도 아직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모르시는 거라면.’

흔들리는 그녀의 눈빛 아래, 아멜리아는 살포시 입술을 물었다.

16553712630405.jpg‘내가 굳이 알려줄 필요 없잖아. 그 정도 심술은, 부려도 되는 거잖아.’

착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분은 나와 계약을 한, 내 남편이니까. 지금 제 모습이 얼마나 못나 보일지 알지만, 차라리 조금 못난 게 나았다. 사랑이 이토록 성가신 감정인지 처음 알았다. 신경 쓰이고, 자꾸만 의식하고, 가장 유치하고 치졸한 감정까지 느끼게 된다. 난생처음 느껴본 질투는, 그녀에게 그랬다. 아멜리아는 심장이 쓰리면서도 이클리트의 손가락에 반짝이는 반지를 보았다. 문득, 저 손으로 자신을 꼭 잡아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여인 앞에서 단호하게 부인이라 말하며 자신을 지켜주던 모습이. 그 순간, 아릿했던 심장이 금세 말랑말랑하게 풀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헛웃음을 삼켰다.

16553712630405.jpg‘내가 정말 사랑을 하고 있구나.’

성가시지만, 그러면서도 아주 작은 것 하나에 모든 걸 잊고 다시 행복해지고 만다. 그렇게 더욱 좋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강력한 감정. 그래서.

16553712630405.jpg‘나는 점점 더 힘들어지겠구나. 악착같이 이 마음을 숨기고, 감춰야 할 테니까.’

혹시라도 방심해서 새어 나오지 않도록. 터져버리지 않도록.

16553712630405.jpg“그런데 대공 전하, 재배를 하시나 봐요?”

아멜리아의 말에 이클리트는 수줍은 표정을 감추며 속삭였다.

1655371263043.jpg“꽃을, 많이 좋아하거든요.”

이런 모습 하나까지 너무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지 않도록.

1655371263043.jpg“그나저나 부인, 어서 쉬셔야죠. 내일은 대회의인데.”

16553712630405.jpg“그렇죠. 대회의…….”

1655371263043.jpg“혹시 편하게 쉬고 싶으시면, 제가 다른 침실로 가겠습니다. 아마 따로 지낸다고 수상한 소문이 퍼지진 않을 겁니다.”

이클리트는 순간 묵직해진 숨을 태연하게 삼켰다.

1655371263043.jpg“……의외로 기사들은 그런 소문을 잘 내니까요.”

하지만 아멜리아가 오히려 그를 붙잡았다.

16553712630405.jpg“괜찮아요. 같이 지내요.”

1655371263043.jpg“네?”

16553712630405.jpg“침실, 같이 써요.”

아멜리아는 이클리트 보내고 싶지 않았다. 사랑은 이렇게 그녀를 조금 더, 용감하게도 만들었다. ***

16553712771757.jpg“결투는 클리오 대공 전하께서 승리하셨습니다.”

16553712771762.jpg“이겼다라. 그것도 목검으로.”

16553712771757.jpg“예.”

현재 아스란은 에리얼에게 이클리트를 주시하라고 명을 내린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 이런 일이 생긴 거다.

16553712771762.jpg“이상한 점은 없던가?”

16553712771757.jpg“그 자체가 이상한 것이 아닙니까.”

16553712771762.jpg“하긴.”

아스란은 에리얼의 말에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렸다.

16553712771762.jpg“평범한 목검이 세이버를 이길 수 있을 리 없지. 결국, 평범한 목검이 아니었던 거야.”

분명 지하실에서 확인했을 때, 그 녀석에겐 아무 힘도 없었다. 반인반수. 보통은 그냥 괴물이거나, 수인의 힘을 갖거나 둘 중 하나. 녀석은 쓸모없는 그냥 괴물이었다. 그래서 북부로 버린 것인데.

16553712771762.jpg‘설마 힘이 생긴 건가. 그 힘으로 열쇠가 되어줄 것인가.’

아직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아스란은 창가를 응시했다. 달이 거의 소멸할 듯, 무척이나 위태롭게 하늘에 걸려 있었다.

16553712771762.jpg“곧 달 없는 밤인가. 그럼 조만간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태양도 달도 사라지는 그 비밀스러운 순간. 새카만 어둠 속에, 모두의 눈을 멀게 했다고 여겨지는 그 순간, 수인의 은밀한 비밀이 드러난다. 에리얼은 아스란을 보며 짧게 말했다.

16553712771757.jpg“준비해둘까요?”

16553712771762.jpg“혹시 모르니, 준비해둬. 내 아들이 오랜만에 진짜 황궁으로 돌아오게 해줘야지.”

내일은 대회의. 드디어 피오레의 가주를 보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괴물의 아내.

16553712771762.jpg“녀석의 약점이 될지, 그래서 내게 좋은 수가 될지.”

아스란의 낯빛으로 오랜만에 희열이 감돌았다. *** 막상 기분에 취해 이클리트를 침실로 데려오긴 했지만, 아멜리아는 살짝 곤란해졌다. 생각해보니 이분이 편하게 쉬려면 침실을 따로 써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었던 것!

16553712630405.jpg‘괜히 쓸데없는 욕심 때문에…… 너무 충동적이었어.’

아멜리아는 이클리트를 힐끔거렸다. 아까 헤스틴 가주도 그랬지. 피곤해 보인다고.

16553712630405.jpg‘그럴 수밖에. 아무리 압도적으로 이겼다고 하지만, 그래도 결투를 하신 거잖아.’

게다가 좋아하지도 않은 무도회에서 그렇게 진을 빼셨으니.

16553712630405.jpg‘질투에 눈이 멀어서 대공 전하를 내가 곤란하게 만들었어!’

아멜리아는 우울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비장하게 눈을 빛냈다. 오늘은 꼭 대공 전하를 침대에 재우리라.

16553712630405.jpg‘내가 침실에서 너무 부끄러워하고 내색하니까, 그래서 편하게 지내지 못하시는 거야.’

이클리트는 침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뭔가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안 그래도 그 키스 때문에 한 공간에 있는 게 숨을 삼키는 것만으로도 자극적인데. 그래서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점점 모른 척하기 힘들 만큼 강렬해서, 결국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1655371263043.jpg“부인?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

16553712630405.jpg“대공 전하, 오늘은…….”

그때, 때마침 마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1655371283195.jpg“대공 전하, 가주님, 저 들어가겠습니다!”

이클리트는 속으로 조금 안도했다. 그녀의 옷시중을 드는 사이, 잠시 밖에 나가서 머리를 식히면 될 듯했으니까. 하지만.

1655371263043.jpg“그럼 전 잠시 나가겠…….”

16553712630405.jpg“아니요!”

아멜리아가 이클리트의 옷소매를 살며시 잡으며 말했다.

16553712630405.jpg“괜찮아요, 대공 전하. 여기 편하게 계세요, 편하게.”

1655371263043.jpg“……네?”

순간, 그녀의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몹시도 익숙하고 불길하게 그를 흔들었다.

16553712630405.jpg“오늘 밤은 대공 전하께서 편히 쉬실 수 있게, 제가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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