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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같이 잘까요? (49/199)

49화. 같이 잘까요?2021.06.21.

16553712928852.jpg“제가 노력할게요!”

아멜리아는 이클리트를 믿었다. 대공 전하는 좋아하는 여인이 있으니까. 에드조프처럼 야만적인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고. 슬프지만, 마음속의 여인을 배신할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굳건한 믿음이 주는 천진난만함이 이클리트는 몹시 익숙하여 불길했다.

1655371292886.jpg‘대체 또 무슨 행동으로 이 긴긴밤, 날 곤란하게 하시려고…….’

결국, 이클리트는 방에 남겨졌고 아멜리아는 마미와 함께 옷을 갈아입기 위해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 마미는 아멜리아의 옷을 벗겨주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16553712928867.jpg“괜찮으세요?”

16553712928852.jpg“뭐가?”

16553712928867.jpg“아니. 결투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고…….”

16553712928852.jpg“결투는 잘 끝났어. 하지만 대공 전하께서 많이 피곤하실 거야. 편하게 쉬셔야 하니까, 내가 너무 의식하지 않으려고. 오늘 밤, 꼭 대공 전하를 편안하게 해드릴 거야.”

마미는 너무 비장한 아멜리아의 말이 어째 불안했다. 자신이 느끼기론 두 분 사이가 완전 계약 관계는 아닌 것 같던데.

16553712928852.jpg“둥이는 잘 있지? 너무 정신없어서 신경을 못 썼네.”

16553712928867.jpg“잘 있어요. 데려올까요?”

16553712928852.jpg“아니야. 오늘 대공 전하께선 편히 쉬셔야 해. 둥이가 있으면 살짝 불편하실 거야.”

16553712928867.jpg“침대에서 쉬시게 하시면, 가주님은요? 제가 따로 잠자리를 마련할까요?”

16553712928852.jpg“난 그냥 카나페에서 쉬어도 괜찮아.”

16553712928867.jpg“대공 전하께서 가주님을 그냥 그렇게 두실까요?”

16553712928852.jpg“설득해봐야지.”

16553712928867.jpg‘역시나 불안한데…….’

  ***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에게 붙잡힌 채, 침실을 나가지도 못하고 아주 꼼짝없이 서 있었다. 아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침실에 임시로 만들어진 드레스룸의 벽이 얇았기에, 아주 사소한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그녀가 이따금 까르르 웃는 소리는 괜찮았다. 문제는 숨 막히는 침묵 속에 울리는 옷 갈아입는 소리였다. 리본은 푸는 소리와 코르셋이 바닥에 쿵 떨어지는 소리. 뒤이어 사각사각하며 비단이 스치는 소리까지. 이클리트는 야릇한 열기를 품은 소리에 바짝 긴장되어서는 절로 턱이 뻣뻣해졌다. 정말로 나가 있는 게 훨씬 편할 것 같았다.

1655371292886.jpg‘갑자기 왜 이러시는 걸까.’

괜히 자신의 옷깃을 만지작거리던 이클리트는 하필이면 참고 참았던 감각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몇 시간 전, 그 풀숲에서 한순간 이성을 잃은 채 헝클어졌던 그 입맞춤이.

1655371292886.jpg‘당신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혼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이클리트는 찬물이 끼얹어지듯,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다른 때는 몰라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편히 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니. 그 일은 완전히 까맣게 잊은 것처럼. 그 모습이 조금은 씁쓸했다.

1655371292886.jpg‘역시 나와 같은 마음은, 아니신 건가.’

1655371292886.jpg“단 한 순간도 내가 당신에게 남자로 보이진 않는 건가.”

  *** 아멜리아가 평범한 슈미즈 차림으로 마미와 드레스 룸을 빠져나왔다. 마미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아멜리아와 이클리트를 보면서 고개를 숙였다.

16553712928867.jpg“그럼, 대공 전하. 가주님.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내일 일찍 시녀들과 찾아오겠습니다. 가주님은 내일 아주 중요한 투알레트가 있는 거 아시죠?”

16553712928852.jpg“알고 있어.”

내일은 드디어 대회의날이었으니까.

16553712928867.jpg“그럼 편히 쉬세요.”

16553712928852.jpg“잠깐만, 마미.”

16553712928867.jpg“네?”

아멜리아는 돌아가려는 마미를 붙잡고선 이클리트를 바라보았다.

16553712928852.jpg“대공 전하 옷 갈아입는 것도 도와주겠니?”

이클리트는 그녀의 말에 당황해선 저도 모르게 제 옷 춤을 붙들었다.

1655371292886.jpg“전 괜찮습니다.”

16553712928852.jpg“하지만 불편하시잖아요.”

1655371292886.jpg“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16553712928852.jpg“그래도 벗고 계시는 게 습관이라고 하셨으면서…….”

이클리트는 역시나 너무 아무렇지 않아 하는 아멜리아를 보며 눈빛이 짧게 흔들렸다. 그러곤, 어쩔 줄 몰라 하는 마미에게 서늘하게 말했다.

1655371292886.jpg“그만 나가봐라.”

16553712928867.jpg“예, 대공 전하.”

마미가 눈치껏 빠져나가고, 아멜리아는 태연하게 그에게 다가왔다.

16553712928852.jpg“정말 괜찮으세요? 그냥 좀 편하게 가운 같은 거 입고 계시면 될 것 같은데.”

1655371292886.jpg“가운을 입고 있어도, 완벽하게 몸을 가려주진 못합니다.”

16553712928852.jpg“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꽉 채워서 입는 옷보단 편하지 않을까요?”

1655371292886.jpg“그럼 부인은 괜찮으십니까?”

16553712928852.jpg“네?”

1655371292886.jpg“내가 벗고 있어도. 부인은 전혀 아무렇지 않습니까?”

뜻밖의 질문에 아멜리아는 멈칫했다. 물론 긴장된다. 아니. 엄청나게 의식할 거다.

16553712928852.jpg‘어쩌다 실수로 대공 전하의 몸을 봤을 때도 나도 모르게 이상한 생각을 했었는데!’

다른 때도 그랬지만, 오늘은 그런 키스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멜리아는 의연한 표정을 지었다.

16553712928852.jpg“대공 전하는 괜찮아요.”

1655371292886.jpg“어째서?”

16553712928852.jpg“대공 전하시니까요.”

아멜리아는 그렇게 답하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 대답에 이클리트의 눈빛이 더욱 어둡게 일렁였다.

1655371292886.jpg“난 당신의 남편이고, 남편이기 이전에 남자인데.”

16553712928852.jpg“그래도 대공 전하시잖아요. 괜찮아요. 전 대공 전하가 편하니까. 대공 전하도 절 편하게 생각하고 쉬셔도 돼요.”

분명 자신을 배려하는 말이라는 건 알겠다. 그런데, 이클리트는 오늘따라 이상하게 그녀의 말이 전혀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뭔가, 감정이 어둡게 튀어 오르고 만다.

1655371292886.jpg“나라서 괜찮다…… 믿는 건 좋지만,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지만.”

16553712928852.jpg“대공 전하?”

1655371292886.jpg“나도 내가 이렇게 제멋대로인 줄 몰랐네.”

순간, 그의 목소리가 한껏 낮아지면서 아멜리아는 심장이 서늘해졌다.

1655371292886.jpg“조금. 아니 생각보다 많이, 서운하네요.”

그녀가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이클리트가 그 자리에서 곧장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아멜리아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지만, 그는 오롯이 그녀에게 시선을 박고서 한 손으로 순식간에 단추를 풀어냈다.

16553712928852.jpg“가, 가운 가져다드릴게요.”

1655371292886.jpg“그냥 벗고 자는 게 더 편합니다.”

16553712928852.jpg“예? 아무것도 안 입고요?”

1655371292886.jpg“제가 벗고 있어도, 부인은 아무렇지 않잖아요? 내가 별로 신경 안 쓰이니까.”

16553712928852.jpg“그, 그렇죠. 괜찮아요.”

마침내 윗옷을 전부 벗어버린 이클리트가 그녀와의 거리를 좁혀왔다.

1655371292886.jpg“침대에서 자도 됩니까?”

아멜리아는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림자를 느꼈다. 여전히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못한 채, 굳은 미소를 지었다.

16553712928852.jpg“당연하죠. 그럼 전 오늘은 카나페에서…….”

좁혀드는 거리를 아멜리아가 다시 밀어내려고 할 때, 순식간에 그의 손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었다.

1655371292886.jpg“당연히 같이 자야죠.”

16553712928852.jpg“……네?”

아멜리아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서 그를 똑바로 보았다. 일순, 그녀는 숨을 삼키지 못했다. 눈앞에 너무나도 완벽한 그의 몸이 관능적으로 그녀의 시선을 앗아갔다. 군살 없이 탄탄한 근육질. 여섯 개로 갈라진 복근과 탄력적인 체구 자잘한 상처는 아무것도 아닐 만큼,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아멜리아는 절로 넋 놓게 되는 정신을 얼른 가다듬고서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눈빛이 더 위험했다.

16553712928852.jpg“그래도 같은 침대에서 자는 건 좀…….”

1655371292886.jpg“부부잖아요.”

16553712928852.jpg“그렇긴 하지만.”

1655371292886.jpg“내가 편하다면서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잖아요. 그럼 같이 자도 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내가 부인이 카나페에서 자는 걸 그냥 지켜볼 것 같아요? 부인은 내일 아주 중요한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건가?

16553712928852.jpg‘내가 침대에서 같이 못 잔다고 하면. 분명 대공 전하께서 카나페로 갈 거야. 그럼 안 돼. 모든 게 헛수고가 되잖아!’

그녀는 마음을 굳게 먹고서 잠깐 침대를 곁눈질로 살폈다. 엄청 넓었다. 여러 명이 자도 될 정도로. 그럼 바짝 끝에서 자면,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 있어. 그 정도면 같이 자는 것도 아니라고. 아멜리아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16553712928852.jpg“그렇죠. 그래요. 그럼 침대를 같이 써요. 같이 자도록 해요.”

그녀의 대답에 이클리트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사실, 이 정도까지 말하면 물러설 줄 알았는데.

1655371292886.jpg“……정말, 아무렇지 않으십니까? 내가 이렇게 해도?”

그는 순식간에 그녀를 밀어뜨렸다. 쿵- 침대로 쓰러진 아멜리아는 몸을 일으킬 새도 없이, 이클리트에게 붙들렸다. 그는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잡고서 자신의 몸을 반쯤 그녀에게 맡긴 채, 올라타 있었다. 아멜리아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흩어지는 숨을 삼켰다. 낯선 압박감이 그녀를 짓눌렀다. 이클리트는 위험스럽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그녀를 훑으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1655371292886.jpg“매번 부인이 이 높이에서 날 봤었는데.”

16553712928852.jpg“…….”

1655371292886.jpg“정말 이렇게 해도 아무렇지 않나요?”

손목을 붙잡고 있던 그의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그 조그만 움직임에 아멜리아는 몸을 움찔했다.

1655371292886.jpg“선을 넘으면, 자제할 수 없다고 했는데. 자꾸 뭐라도 해버릴 것 같다고. 그런데 내가 뭐라도 해버려도 부인은, 아무렇지 않은 거죠?”

또 다른 손이 그녀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묵직하게 눌리는 체향. 손길이 스치는 곳마다 열꽃이 일면서 몸이 이상해졌다. 자꾸만 숨이 삼키는 게 아니라 헐떡이는 것 같아서. 아멜리아는 겨우 손끝을 움켜쥐었다. 어쩐지 그녀는 기분이 들뜨면서도 점점 부아가 치미기 시작했다. 아무렇지 않을 리가. 아무렇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데.

16553712928852.jpg‘내가 당신을 이렇게 침대에 이끈 것도. 엄청나게 노력하면서. 그냥 당신이 편하게 쉬었으면 해서…….’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미치자, 결국 그녀의 눈가가 젖은 채 흔들렸다. 그 모습에 이클리트의 머릿속으로 번개가 치면서 재빨리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어느새 그의 표정엔 당혹스러움과 죄스러움이 가득했다.

1655371292886.jpg“미, 미안합니다. 겁먹게 하려고 한 건 아니고. 부인이 너무 무방비인 것 같아서…….”

아멜리아는 안절부절못하는 이클리트를 보면서 코를 훌쩍였다.

16553712928852.jpg“전. 정말로 대공 전하를 위해서 참고 있는 거예요.”

1655371292886.jpg“네?”

16553712928852.jpg“오늘 많이 피곤하시잖아요. 마차에서도 거의 못 잔 거 알아요. 주변 경계하고, 나 지켜주느라고…….”

1655371292886.jpg“아니. 그건 그냥 잠이 안 와서…….”

물론 황궁에 도착할 때까지, 바깥을 신경 쓰느라 잠을 좀 못 잔 건 있었지만, 그걸 그녀가 신경 쓰고 있는 줄 몰랐다.

16553712928852.jpg“그래서 난 오늘 밤만큼은 좀 편히 쉬게 하고 싶었어요. 나도. 나도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닌데. 거, 거기서 키스도 했었고…….”

어쩐지 서러움이 복받치니,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새어 나오고 만다. 아멜리아는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며 처음으로 속내를 내뱉었다.

16553712928852.jpg“아무리 우리 관계가 가짜라고 해도. 떨렸다고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이클리트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16553712928852.jpg“떨렸다고요, 나도. 신경 쓰이고, 긴장하게 만들어요, 대공 전하가 나를.”

한 마디, 한 마디에 서린 긴장감과 열기가 그대로 전해져서, 이클리트의 심장이 요동쳤다. 자신 때문에 떨렸다는 그 단 한마디에.

16553712928852.jpg“내 생각이 짧았어요. 그냥 역시 따로 침실을 써요. 그게 우리 둘도 편할 것 같으니까.”

1655371292886.jpg“같이 있는 게 편해요.”

이클리트는 몹시 조심스럽게 침대 쪽으로 다가와 몸을 숙였다. 그러곤 허락을 구하며 더없이 부드럽게 속삭였다.

1655371292886.jpg“같이 있게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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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멜리아는 그런 이클리트를 머뭇머뭇 바라보며 말했다.

16553712928852.jpg“그럼. 편하게 잘 거죠?”

1655371292886.jpg“편하게 잘 겁니다. 대신.”

16553712928852.jpg“대신?”

1655371292886.jpg“손만 잡고 자도 될까요?”

뜻밖의 부탁에 아멜리아는 눈을 크게 떴다. 살짝 자신 없긴 했지만, 싫지 않았기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16553712928852.jpg‘대공 전하가 정말 편하다면. 앞으로도 침대에서 같이 잠만 자는 거면.’

아멜리아가 먼저 자리를 잡고 누웠다. 역시나 침대에 가장 끝쪽이었다. 이클리트도 그녀와 적당히 거리를 두고서 몸을 눕혔다. 분명 침대가 엄청나게 컸는데. 그가 조금 움직일 때마다, 침대도 덩달아 움직이니 자꾸만 그가 가까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잡고 있는 손에서도 점점 미열이 달아오른다. 하지만 커다란 손이 안정적으로 그녀를 다독였다. 그가 왜 손을 잡고 있자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16553712928852.jpg‘이러고 있으니까 더 마음이, 편안해져…….’

사람이 주는 온기가 이런 걸까. 그도 자신과 같은 걸 느끼고 있을까. 맞잡은 손안으로 누군가의 심장 소리가 마치 자장가처럼 포근하게 들렸다. 아멜리아는 조금씩, 조금씩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녀의 움직임이 완전히 사라지자, 이클리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역시. 가장 긴장되는 건 자신이다. 가장 떨려 하는 것도 자신이고. 왜냐면 이분을 너무 많이.

1655371292886.jpg“사랑하니까.”

처음 내뱉었을 때보다는 조금 편안해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클리트는 그녀의 손이 닿아 있는 손가락을 조금 더 세게 굽혀보았다. 사람이 주는 온기의 위로는 처음 느껴본다. 그것도 이 황궁에서. 다행히 그녀가 등 뒤에 있는 상처를 보진 못한 듯했다.

1655371292886.jpg“신기해. 당신과 있으니까, 그때가 잘 기억나지 않아.”

지하실에서 겪었던 기억이 희미하다. 예전엔 상처가 쑤실 정도로 선명했는데. 온 신경과 마음을 그녀에게 쏟아내느라, 그런 걸 기억할 여력이 없었다.

1655371292886.jpg“당신이 얼마나 매 순간 날 숨 쉬게 하는지, 모를 겁니다.”

그렇게 자신에게 내일이고, 또 내일인 사람. 그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16553712928852.jpg‘떨렸다고요, 나도. 신경 쓰이고, 긴장하게 만들어요.’

뭔가 달랐던 아멜리아의 모습이 눈에 박혀 떨치지 않았다. 아니, 떨쳐내고 싶지 않았다. 조금은. 아주 조금은 제 손에서 느껴지는 심장 소리가 이분과 같다는 거겠지. 천천히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 언젠가 완전히 같아질 수 있을까. 그걸 바라도 될까.

1655371292886.jpg‘내가 황제가 되면. 이 비밀을 영원히 숨길 수 있는, 그 자리에 오르면.’

1655371292886.jpg“……당신을 설레게도 만들고 싶어요.”

당신과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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