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그는 지배자였다2021.06.25.
마미를 중심으로 황궁 시녀들이 아멜리아의 공적인 치장, 즉 투알레트를 돕고 있었다. 보통 사교계 여인들의 투알레트는 은밀했다. 그 은밀한 공간에 초대받을 수 있는 유일한 이성은 연인과 남편뿐이었다. 이클리트는 벽에 살짝 몸을 기댄 채, 숨죽이며 아멜리아를 지켜보았다. 분명 그녀는 태연한 척하고 있어도 긴장하고 있었다. 입꼬리에 그려진 미소는 이미 굳어져 있었고, 싱그러운 녹안도 조금은 가라앉은 채, 몇 번이고 눈을 깜빡였다. 애써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었지만, 소매 끝에 숨어 있는 손가락이 허공에서 몇 번이고 피아노를 쳤다. 이클리트는 조용히, 하지만 아주 집요하게 그녀의 모습 하나하나를 눈으로 담으며 음미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저 그녀를 가만히 지켜보는 이런 시간이. 원래도 아름다웠지만, 그녀는 점점 더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탐스러운 보랏빛 머리카락에선 윤이 났다. 위엄이 서린 눈동자. 단정하고 우아한 입술. 서 있는 자세까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기만 했다. 오늘 그녀가 입은 드레스는 피오레의 문양이 새겨진 드레스였다. 무도회 드레스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공작이란 이름에 걸맞은 기품이 서려 있었다. 마미는 크레퐁에 장미빛 분을 묻혀, 마지막으로 그녀의 양 볼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화장은 됐습니다, 가주님.”
마미는 몹시 만족한 미소를 띠었고, 아멜리아는 살짝 안도의 숨을 삼켰다. 생각보다 투알레트 시간이 너무 길어서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았으니까.
“고마워, 마미.”
아멜리아는 조금이라도 긴장을 덜어보고자, 다른 얘기를 했다.
“그런데 둥이는?”
“근처 정원에 있을 거예요.”
“뭐? 그래도 되는 거야?”
“괜찮아요. 몸을 엄청나게 잘 숨기거든요. 그리고 정원만 돌아다니니까. 황궁 시녀들도 좋아해요. 애교도 많고 엄청 예쁘잖아요.”
아멜리아는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이제 사람을 많이 경계 안 하는 모양이네. 그건 다행이다. 하지만 곧 야생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야생에서도 잘 지낼 것 같아요.”
“응?”
“황궁에 다른 동물이라도 있는 건지, 아주 정확한 시간마다 나가거든요.”
“오. 그건 궁금하다. 다른 친구가 누가 있는지.”
“전부 끝났습니다, 가주님.”
“수고했어, 고마워.”
다른 쪽도 치장을 마친 황궁 시녀들이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잠시 후, 케이트가 아멜리아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케이트. 어제저녁에 황궁에 도착했다고 들었어. 고생 많았어.”
“아닙니다, 가주님. 황제 폐하께 하사할 선물은 모두 무사히 도착해서 곧 폐하께 전해질 겁니다.”
“고마워.”
케이트는 피오레의 드레스를 입고 있는 아멜리아를 보며 다소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가주님. 대회의에서 절대로 약한 모습 보이지 마십시오.”
케이트의 진심 어린 조언에 아멜리아는 웃음기 없는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야.”
“그럼 전 무도회를 준비하겠습니다.”
대회의가 끝나자마자 황제가 주최하는 황실 무도회가 열렸다. 정말이지 조금도 지체할 수 없이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그 속에서 흐트러짐 없이 가주의 모습을 보여야 할 아멜리아였다. 게다가.
‘케이트에게 말하지 못했지만, 대회의가 썩 조용하게 끝나진 못할 거야.’
자신이 어쩌면 민감한 문제를 건드릴 테니까. 마미와 케이트가 자리를 비우고, 아멜리아와 이클리트 둘만이 남겨졌다. 이클리트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서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바로 제비꽃이 조그맣게 수놓아진 장갑이었다.
“어머, 너무 귀여워요.”
“대회의에서 함께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부인의 손을 잡고 있을 겁니다. 이렇게.”
이클리트는 그녀의 손을 살포시 잡고서 장갑을 끼워주었다. 그의 조심스러운 손길에 그녀 또한 다른 의미로 몸이 바짝 긴장되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손등에 짧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다녀오십시오.”
흔들림 없는 목소리. 잘하라는 말도. 힘내라는 말도 없이, 그저 잘 돌아오라는 말이 주는 평온함에 아멜리아는 부담이 덜어지는 것 같았다.
“다녀올게요.”
다녀올 자리에 그가 있다. 그 사실 하나가 아멜리아의 걸음에 힘을 깃들게 했다. 그렇게 그녀는 당당하게 대회의가 열리는 여름궁으로 향했다. *** 솔라리스 궁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여름궁의 모습은 겨울궁보다 화려했다. 겨울궁이 우아하게 빛나는 위압감이 들었다면, 여름궁은 황궁 자체를 태양으로 만든 듯, 황금으로 뒤덮인 건물이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번쩍이고 웅장했다. 현 솔라 제국의 위엄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치스러운 궁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여름궁 앞에는 다섯 공작가를 상징하는 조각상이 있었다. 커다란 검과 거대한 총, 방대한 지식을 뜻하는 책 탑과 그를 감싸는 치유의 손길. 솔라를 굳건하게 지키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들. 하지만 여기에도 루베르는 없었다. 정문에 당도하니, 에리얼이 아멜리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피오레 공작 각하를 뵙습니다.”
아멜리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마치 가시밭길을 걷는 듯했다. 이토록 웅장한 궁에서 들리는 거라곤 그녀가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가 전부. 침묵에 먹힐 듯, 숨이 턱턱 막혔다. 분명 삼키고 있는 건 공기가 맞는데…….
‘엄청난 압박감이야.’
하지만 아멜리아는 묵묵하게 견디며 앞으로 나아갔다. 마침내 대회의가 열리는 홀 앞에 당도한 아멜리아는 이제야 입술을 달싹이며 심호흡을 삼켰다. 에리얼은 육중한 문 앞에서 외쳤다.
“아멜리아 클리오 피오레 공작 각하 드십니다!”
서서히 문이 열리고, 아멜리아는 언제 긴장했냐는 듯 미소를 머금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시야에 다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홀 안에, 긴 책상을 사이에 두고 다섯 공작가가 모여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어쩌다 보니, 낯익은 얼굴이 많이 보였다. 알렉드라와 루시아. 물론 처음 보는 카르티아의 가주까지. 그리고 비어 있는 자리 하나.
‘역시 루베르는 오지 않은 건가.’
긴 책상 끝에 비어 있는 단 하나의 안락의자가 있었다. 바로 황제의 자리였다. 아멜리아가 책상을 향해 걸어갔다. 누구도 먼저 인사하지 않는 팽팽한 공기. 모두가 먼저 인사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이기에. 그렇게 솔라 제국에서 황제 다음의 권력을 가진 다섯 공작가가 모이게 되었다.
그때, 나팔 소리와 함께 앉아 있던 공작들이 일제히 일어나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아멜리아 역시 예를 갖추었다. 아스란 황제의 걸음. 아멜리아는 아주 슬쩍 고개를 들어 황제를 살폈다. 병환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정정한 모습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특히, 푸른 눈동자.
‘저분이 황제 폐하. 대공 전하의 아버지.’
순간, 푸른 눈동자가 곧장 아멜리아에게 박혔다. 아멜리아는 움찔하며 재빨리 눈을 아래로 내렸다. 하지만 지독히도 차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대공 전하와 닮았으나 전혀 다른 온도 차. 그래서 느낄 수 있었다.
‘저분이 내게 날 선 칼을 주신 주인이다.’
*** 이클리트는 훈련장에 나와 목검을 휘둘렀다. 그저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기엔 자꾸만 불안하여 잡생각이 든 탓이다. 그저 목검을 휘두르고 있을 뿐인데도, 진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무겁고 날카로웠다. 그만큼 그의 마음이 무거운 까닭이었다. 아마 대회의에서 그녀는 루베르 얘기를 할 것이다.
‘루베르 가주가 오진 않았을 거다.’
루베르 가주가 왔다면, 분명 황궁에 소문이 돌지 않을 리 없으니. 너무 모든 게 비밀에 싸여 있으니, 그만큼 화제의 중심이었다.
‘그분이 루베르를 입에 담는 순간, 쏟아질 시선과 말이 결코 달지 않을 거다.’
오히려 몹시 날카롭고 아플 것이다. 특히나 알렉드라 공작은 경멸할지도 모른다. 자신이 전부 감당하여 지켜주고 싶지만. 휘두르는 목검의 소리가 점점 매서워졌다.
‘원하지 않으시겠지. 혼자 감당해야 할 건, 감당하고자 하시니.’
하지만 그조차 자신이 전부 끌어안고 총알받이가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상처 받지 말고. 그로 인해 흉터도 남기지 말고. 이리 파이고, 저리 파이는 건 자신이 감당하면 되니까.
‘다치게 하지 않아. 다치게 두지 않아, 절대.’
공기를 찢을 듯 맹렬히 휘두르던 목검이 우뚝 멈췄다. 이클리트는 가쁜 숨소리 하나 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 시선 끝에 이사나가 서 있었다. 그는 감탄한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와. 대공 전하. 진짜 사람이 아니십니까? 어제 그렇게 격렬한 결투를 하시고는 오늘도 혼자 이렇게…….”
“무슨 일인가?”
이클리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사나를 대했다. 이사나는 저렇게 대놓고 적의를 표하는 사람은 또 오랜만이었다.
“혼자 하면 심심하지 않으십니까?”
어느새 목검을 쥔 그가 손을 흔들었다.
“너도 피의 결투인가?”
“에이, 설마요. 전 제 목숨 아주 소중합니다. 그리고 제게 소중한 건 사탕인데, 지금 사탕도 없어서 걸 것도 없습니다.”
이클리트는 어이없을 만큼 능청스러운 이사나를 보며 목검을 바로 들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련이 시작됐다. 물론 이클리트의 실력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날 위한 게 아니라 널 위한 거였군.”
“예?”
“검에 잡다한 생각이 많아.”
이사나는 그 말에 움찔하다가 이내 웃었다.
“진짜 괴물이시네요. 적들도 그리 훤히 꿰뚫으십니까?”
순간 이클리트의 목검이 점점 더 맹렬해졌다.
“그래서. 감히 시건방지게 대공을 이용해서 마음 정리를 하는 건가?”
“생각 많은 사람끼리 돕고 돕는 거죠.”
“난 딱히 그댈 돕고 싶지 않다.”
마지막 일격에 결국 이사나의 목검이 날아갔다. 이사나는 가쁜 숨을 마구 몰아쉬며 미간을 찌푸렸다.
“하아, 하아…… 와. 대공 전하. 진짜 치사하시네요…… 하! 어차피 내가 이길 수는 없었나.”
“애초에 이긴다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군.”
아무래도 그는 머스켓티어였기에 검에는 약했다.
“원한다면 카마리 경에게 배워봐라. 아마 좋아할 테니.”
“하아, 하아. 누가요. 제가요? 아님 카마리 경이? 아니. 그보다 설마 대공 전하께선 알고 계셨습니까? 카마리 경이 저를…….”
하지만 이클리트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이사나는 도저히 숨을 차서, 그 자리에 그냥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이것도 봐주면서 한 걸 텐데. 어제, 피의 결투를 했다던 그 기사는 살아 있을까?
“그나저나 갑자기 피의 결투라니. 대공 전하는 진짜 목숨을 거시네요.”
“…….”
“그것도 가주님을 위한 거였습니까? 가주님이 사라지셨을 때도 엄청 무서우셨는데. 진짜 혹시라도 가주님이 없어지면 어떻게 사시려고.”
그냥 아무 의미 없는 혼잣말이었다. 그런데 이클리트가 너무 대수롭지 않게, 너무 무거운 답을 내뱉었다.
“그분이 없는데.”
“…….”
“내가 왜 살지?”
너무 당연하다는 듯 나온 한마디. 이사나는 순간 공기가 오싹해졌다.
‘저분은 대체…… 정말 가주님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저런 감정도 사랑인가? 대체 뭘 얼마나 사랑하면 진심으로 목숨을 걸 수 있을까. 이클리트는 무심히 여름궁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 아스란이 자리를 잡자, 갑자기 사방으로 거울로 된 벽이 주르르 나타났다. 마법 도구로 연결된 장치인데, 신성회와 장로들도 이번 대회의를 함께했다. 대회의 시작 전, 공작들은 황제와 독대 하며 알현해야 했다. 가장 먼저 아멜리아에게 그 기회가 주어졌다. 아멜리아는 황제 앞에 무릎을 굽히며 단정하게 입을 열었다.
“아멜리아 클리오 피오레, 위대하신 솔라의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차갑게 그녀를 응시하던 아스란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피오레의 새가주. 소문은 많이 들었다. 엄청난 천재 티어라고.”
게다가 목소리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온화하고 유쾌해서 아멜리아는 살짝 놀랐다.
“우리 솔라 제국에 이런 천재가 함께하니, 몹시 든든하군.”
“과찬이십니다.”
“강하고 아름다운 꽃을 얻었으니, 기대하지. 아! 클리오 대공과 신혼은 잘 즐기고 있는 건가?”
먼저 입에 올릴 줄 몰랐기에, 아멜리아는 당황했다. 그건 지켜보던 공작들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몹시 친근감을 드러냈다.
“서툴고 무뚝뚝한 아들인데.”
“상냥하고 좋으신 분입니다.”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다행이군. 대공이 피오레 공을 몹시 아끼는 모양이야. 그 아이가 뭐 하나 욕심낸 적이 없었는데.”
아스란은 어느새 아멜리아를 빤히 보면서 환한 미소를 그렸다.
“더없이 소중하고 또 소중한 것이 되어주게.”
아멜리아는 순간 오한이 서렸다.
‘소중한 사람도 아니고, 소중한 것이라고?’
“아, 체자렛 백작가의 영애였으니, 바스티얀 대공과도 잘 알겠군.”
생각지도 못한 말에 아멜리아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그저 조금, 알고 있습니다.”
“그런가? 체자렛 백작가와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어쩌면 바스티얀 대공의 아내가 됐을지도 모르려나.”
“그건 아니었을 겁니다.”
아멜리아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아스란은 그런 아멜리아를 보며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단호하군. 그만큼 클리오 대공을 사랑한다는 것이겠지. 뭐, 어찌 되었든 짐과의 인연도 이렇게 되었으니. 앞으로 더 자주 보도록 하지. 짐은 피오레 공의 총 솜씨를 꼭 보고 싶으니.”
“황공하옵니다, 폐하.”
돌아서는 아멜리아의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억지로 버텼다.
‘설마 에드조프와의 관계를 알고 계신 건가.’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떨렸던 아멜리아의 눈빛이 단숨에 차갑게 바뀌었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난 지금 클리오 대공 전하의 대공비야.’
아스란은 유쾌한 어조로 분위기를 풀었으나, 그 공기는 결코 편안하지 않았다. 아스란 앞에 선 알렉드라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
“제자 소식은 들었다. 참으로 유감이야.”
“클리오 대공 전하께서 그만큼 강하신 것이지요.”
“하긴. 검이야말로 깔끔하지. 다른 이유 없이 약해서 진 것일 뿐.”
알렉드라는 아스란 앞에 다시 한번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루시아 역시 아스란를 알현하며 의연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폐하께선 굳이 제 약이 필요 없으신 듯합니다. 알현할 때마다 기운이 좋아 보이시니 말입니다.”
“칭찬 감사하네. 아, 그러고 보니 곧 전 가주의 기일 아닌가?”
“……기억해주시는군요.”
“기억할 수밖에. 참으로 끔찍했으니. 사냥 나갔다가 뱀에 물려 독이 퍼지다니 말이야. 그리도 건실한 사내였는데.”
의연했던 루시아의 눈빛이 점점 차가운 곡선을 그렸다. 그런데도 아스란은 계속 말을 이으며, 루시아를 건드렸다.
“독을 다루는 그대도 모르는 독이었다는 게 참으로 운이 나빴어. 그렇지 않나? 그대가 알았다면 살았을 텐데. 하필이면 그대도 몰라서. 그러니 괜한 소문이 도는 거지.”
괜한 소문이란, 루시아가 헤스틴 가주 자리를 노리고 남편을 일부러 독살했다는 소문이었다.
“세상 모든 독을 제가 알 수는 없지요. 다 안다면, 제가 세상의 죽음을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니. 그럼 너무 무서워지지 않겠습니까, 폐하?”
“맞아. 그대가 더 이상 무서워지지 않아 다행이야.”
오직 카르티아 가주만이 간략하게 알현이 끝났을 뿐. 정말이지 분위기가 팽팽하다 못해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했다. 아멜리아는 느꼈다. 황제는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다. 이들 모두를 견제하며 머리 위에 군림하는.
‘무서운 지배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