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4화. 감정을 얻은 검은 새 (64/199)

64화. 감정을 얻은 검은 새2021.08.13.

루시아는 진한 담배 향을 풍기며 이클리트에게 은밀한 걸음을 내디뎠다.

16553718035295.jpg“이제야 이렇게 단둘이 됐네요?”

그러곤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이클리트의 입에 넣어주려는 순간, 이클리트가 손으로 담뱃불을 꺼버렸다.

16553718035295.jpg“어머!”

이클리트는 무심한 어조로 본론을 꺼냈다.

16553718035307.jpg“그때 그 안개, 그냥 안개가 아닙니다.”

루시아는 꿈쩍도 하지 않는 이클리트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카나페에 엉덩이만 살짝 걸터앉았다.

16553718035295.jpg“그건 나도 알아요. 누가 봐도 평범한 안개가 아니던걸. 하지만 술사를 찾는 게 쉽진 않을 거예요. 이 세계에 남아 있는 마법사들은 이제 너무 약하니까.”

16553718035307.jpg“그 안개에 밀주 성분이 섞여 있는 듯합니다.”

그 말에 루시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루시아도 북부에 있는 이상, 그 밀주에 관한 걸 알고 있었다. 아니, 이클리트와 그 성분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었다.

16553718035307.jpg“파악해보니, 안개가 서서히 황궁을 덮어가고 있었을 때. 갑자기 쥐들이 들끓었고, 새들이 난폭하게 날아다니면서 기이한 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16553718035295.jpg“그리고 폐하께 보낸 짐승이 날뛰었다.”

16553718035307.jpg“공교롭게도 다 육식계죠.”

16553718035295.jpg“쥐는 잡식이라 여기 포함됐을 테고. 진상된 짐승에선 수상한 점은 없었나요?”

16553718035307.jpg“전부 공국에서 여러 절차를 걸쳐 까다롭게 들어온 짐승입니다.”

16553718035295.jpg“결국, 평범한 짐승이 안개 때문에 광기를 일으켰다는 말이네요.”

16553718035307.jpg“밀주의 성분은 알아냈습니까?”

루시아는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718035295.jpg“아직 확실한 성분은 안 나왔어요. 하지만 이번 안개가 밀주와 연관 있다면, 결국 밀주를 만든 자와 동일 인물일 수도 있다는 건데. 잠깐.”

루시아는 이 같은 상황을 너무 쉽게 간파해낸 이클리트를 빤히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16553718035295.jpg“대공 전하, 아니. 너한테도 치명적이었니? 설마 너도 정신이 흔들렸던 거야?”

일순, 루시아의 목소리가 변했다. 마치 아이를 대하는 듯, 그런 어른의 목소리. 게다가 이클리트의 정체를 아는 듯한 태도. 하지만 이클리트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16553718035307.jpg“안개 때문인 건지, 한순간 환청이 울리면서 야성이 드러날 뻔했습니다.”

야성. 바로 반인반수가 숨기고 있는 수인으로서의 본체였다. 루시아는 이클리트의 말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16553718035295.jpg“반인반수한테도 반응한다고?”

그녀는 이클리트가 반인반수라는 걸 알았다. 처음 이클리트를 만났을 때, 수인의 모습으로 마주했으니까. 세상이 하얗게 얼어버린 그곳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검은 점 하나. 루시아가 이클리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잃어버린 제 아이가 자신을 죽이러 온 사신인 줄 알았다. *** 머리부터 발끝까지, 루시아의 모습은 완벽했다. 누가 봐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공작부인의 모습. 한 치의 어긋남 없는 모습에서 답답함마저 들었으나, 이 모습이 그녀에게 주어진 운명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런 완벽한 모습과는 상반되는 텅 빈 표정으로 그녀는 거침없이 눈밭을 나아가고 있었다. 양손에는 낡은 상자를 꼭 품은 채. 그녀는 또 한 번의 아이를 잃었다. 세상에 빛 한 번 보지 못한 채, 뱃속에서 아이를 잃은 지 벌써 다섯 번째. 공작부인으로써 후손을 생산하지 못하니, 그녀를 향한 질타와 비웃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건 견딜 수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잃었다. 내 새끼를. 몇 번을 잃어도 똑같이 심장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또 한 번 겪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소리 내서 마음껏 울지도 못했다. 울면 재앙이 찾아와 또다시 아이를 잃게 된다는 점괘 때문에. 그렇다고 웃을 수도 없다. 도저히 웃어지지 않았으니까. 지긋지긋하게 꽉 막힌 공작가를 지나쳐, 그녀는 하얀 눈이 멈춘 설원 위에 홀로 우뚝 섰다.

16553718035295.jpg“하아. 하아…….”

거칠어진 숨소리에 점차 울음이 배였다. 루시아는 그녀가 만들었던 다섯 번째 아이의 옷을 이 넓은 설원에 묻었다. 이 아이만큼은 그 끔찍한 공작가에 묶여 있질 않길 바라면서. 이윽고, 바람조차 얼어버린 이곳에 그녀의 절규가 흩어졌다.

16553718035295.jpg“미안해. 흐흐흡…… 미안해, 미안해. 아가야. 미안해…….”

부디 이 바람이 자신의 울음을 숨겨주길 바라며. 다섯 번째, 그녀의 처절한 슬픔이 이 설원에 함께 묻혔다. 이제 정말 그만 죽고 싶었다. 내 새끼를 몇 번이고 데려간 이 세상에 더는 어떤 미련도 없었으니까.

16553718035295.jpg‘이게 그만 나도 데려가. 제발, 나도…….’

백야에 눈이 멀어, 이대로 어둠에 먹혀버리려는 순간. 멀리, 이 하얀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 점이 보였다. 얼핏, 검은 새가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루시아는 가만히 눈을 깜빡이다가,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눈밭에 죽은 듯 푹 박혀 있는 검은 날개를 가진 아이. 처음엔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인 줄 알았다. 검은 날개여도 너무 예뻐서, 그렇게 보였다.  

16553718064632.jpg

  그러다가 혹시 자신에게 오려던 아이가 사신이 되어 온 것은 아닐까, 그리 생각했다.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이 엄마를 죽이러 온 것은 아닐까, 하고.

16553718035295.jpg‘아니야. 내 아이가 사신이 되다니. 그건 아니야. 저런 괴물 같은 거랑 내 아이가 같을 리가 없어!’

루시아는 미동조차 없는 아이를 품에 안았다. 손끝이 움찔할 만큼 차가운 몸. 그녀는 본능적으로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16553718035295.jpg‘살려야 해. 이 아이만큼은, 내가. 내가 살릴 거야!’

16553718035295.jpg“살아줘. 제발, 제발 살아줘!”

그게 루시아와 이클리트의 첫 만남이었다. 루시아는 이클리트를 구했으나, 구한 건 아니었다. 이클리트는 전혀 살려는 의지가 없었으니까. 겨우 정신을 차리게 했지만, 아이는 아이가 아닌 모습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스스로를 방치하며 학대했다. 먹지 않고, 자지 않고,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아프면 아픈 대로 견디며 그저 심장이 멎기를 기다린 것. 이후 루시아가 대체 왜 혼자 그 눈밭에 누워 있었냐고 물어보니,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16553718035307.jpg‘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얼어 죽을 테니까. 날개를 보이면, 새인 줄 알고 누가 죽일 테니까. 혼자 죽으려고 하니까, 카힐로가 못하게 했거든.’

  찬란히 빛나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생을 가진 아이가 끊임없이 죽음만을 말하는 것이 기이했다. 저런 괴물 같은 아이도 살아 있는데. 왜 불쌍한 제 아이는 그리 일찍 데려갔을까, 원망이 될 정도로. 루시아는 이클리트의 마음까지 구하고 싶었지만, 그건 벽이 너무 높아 보였다. 이후 카힐로를 만났고, 이 아이가 버려진 황자라는 것도 알았다. 황자가 반인반수라니. 루시아는 경악했으나, 그냥 숨기고 덮었다. 이후 다시 만난 아이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16553718035307.jpg‘살려줘서 고맙습니다. 내 이름은, 이클리트입니다.’

  살려는 의지가 보였다. 누군가를 만나고, 달라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분이 아이의 야성을 감추는 법도 가르쳤다고 했다. 평범한 인간이 되는 법을 가르쳤다고. 물론 여전히 차갑고, 감정은 서툴렀지만. 그래도 점점 달라지는 이클리트를 보면서 루시아는 지난날을 반성했다.

16553718035295.jpg‘괴물 같은 아이가 아닌데. 저 아이도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루시아는 한순간 품었던 그 못난 마음을 죄책감으로 품은 채, 이클리트의 곁에서 그의 비밀을 지켜주었다. 이제 겨우 살려고 하는 이분을. 감정이 생기고, 그 감정을 소중히 하는 이분을. 그래, 이제야 그의 생이 찬란해진 것을 순수하게 기뻐하면서, 죽는 그 순간까지 들키지 않았으면 했다. 반인반수라는 게 알려지면, 모든 것이 파괴될 테니까. ***

16553718035295.jpg“반인반수에게도 반응하다니…… 아니면.”

이클리트는 루시아의 뒷말을 이미 예상했다. 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16553718035295.jpg“애초에 짐승을 노리는 게 아니라 수인, 정확히 말하면 반인반수를 노리는 걸지도…….”

순수 수인은 거의 없어졌으나, 사실 반인반수는 아직 곳곳에 남아서 평범한 인간들 곁에서 숨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달 없는 밤이 아닐 때는 인간과 똑같았으니까. 밀주는 어쩌면 평범한 육식계 짐승이 아닌 숨어 있는 반인반수를 끄집어내는 도구일지 모른다. 감추고 있는 야성을 강제로 해제시키면서.

16553718035307.jpg‘굳이 육식계 짐승에게만 반응하는 밀주를 만들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대체 누가? 반인반수를 찾아서 뭘 어쩌려고? 이클리트는 생각보다 일이 복잡하고, 위험해질 것을 예감했다.

16553718035307.jpg‘그러니 더더욱, 아멜리아가 관여되어선 안 돼.’

16553718035307.jpg“일단 밀주에 있는 성분을 알아야, 그 출처를 파악하기 쉬워질 겁니다. 계속 부탁드립니다.”

루시아는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16553718035295.jpg“조심해요. 정말로 반인반수를 노린다면, 대공 전하는 더더욱 위험하니까.”

이클리트는 그제야 조금 풀어진 표정으로 루시아의 담배에 불을 붙여,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

16553718035307.jpg“걱정 마세요. 절대로 들키지 않을 겁니다.”

루시아는 그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

16553718035295.jpg“이건 또 무슨 이상한 친절이실까?”

16553718035307.jpg“공에겐 고맙습니다. 그녀가 아주 많이 나아졌어요.”

한순간 이클리트의 표정이 풀어지고, 목소리가 부드러워진 이유는 딱 하나였다. 아멜리아, 그녀를 얘기하는 순간일 뿐.

16553718035295.jpg“아무리 대공비지만, 나랑 만나면서 다른 여자 안부는 딱히 듣기 싫은데. 게다가 내 실력을 의심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16553718035307.jpg“그녀를 구해줘서, 정말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한없이 진지한 이클리트의 모습에 루시아는 엷은 미소를 그렸다. 그는 그녀를 필사적일 만큼 진지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만큼, 너무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가 이런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저렇게 목숨 걸고 소중히 지키는 그녀는 정말로 괜찮은 여인 같았고.

16553718035295.jpg‘그 무시무시한 대회의에서 루베르를 위해 용감하게 나서던 모습은 스스로를 위한 게 아니었어.’

그녀는 알고 있는 거다. 상처받는 건 아픈 일이고. 외롭다는 건 슬픈 일이라는 걸. 차별과 배척으로 인해 남들에겐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을, 그들은 가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견디고 있다는 걸. 그 마음을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지금의 솔라 귀족들에겐 그런 마음을 가진 이가 드물다.

16553718035295.jpg‘그렇기에 저 상처투성이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겠지. 위로했을 테고.’

16553718035307.jpg“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16553718035295.jpg“피오레로 돌아가시나요?”

16553718035307.jpg“아마도.”

16553718035295.jpg“북부엔 안 오세요? 카힐로 경이 엄청 기다리던데. 제가 외로워하는 카힐로 경 곁에서 몇 번이고 위로해줬거든요.”

이클리트는 루시아의 말에 곤란한 듯 웃었다.

16553718035307.jpg“카힐로가 많이 힘들어했겠군요. 그를 너무 곤란하게 하지 마십시오.”

16553718035295.jpg“어머나. 내가 카힐로 경을 얼마나 귀여워하는데.”

루시아는 기약은 없지만, 그래도 이리 좋아 보이는 모습을 봐서 한결 마음은 편했다.

16553718035295.jpg“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대공 전하.”

혹시나 해서 내뱉어본 말.

16553718035307.jpg“……고맙습니다.”

루시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생일을 싫어하다 못해 증오하던 분인데.

16553718035295.jpg‘정말 살고 싶어 하는구나. 내가 수도 없이 고쳐보려고 했던 걸, 그 여인은 단번에 해냈구나.’

정말로 그녀가 이분을 살게 하는구나. 루시아는 문득, 아멜리아가 이클리트를 달라지게 한 건 맞지만, 처음 이클리트를 변하게 했던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졌다.

16553718035295.jpg‘물론 물어봐도 대답해주진 않겠지. 이분이 다정하고 친절한 건, 오직 대공비 전하에 한해서니까.’

어찌 되었든 결과가 중요했다.

16553718035295.jpg‘그러니 더더욱 그 밀주의 출처를 파악해야 해. 저 예쁜 신혼부부의 행복을 망치게 할 순 없으니.’

  *** 루시아와 멀어진 이클리트는 아멜리아가 보고 싶어서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다 그의 걸음이 단숨에 멈췄다. 그는 갑자기 제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서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이름 모를 꽃이 시들고, 그 자리에 붉은 열매가 맺혀 있었다. 그리고 그 열매를 짊어지고 가던 개미가 열매에 깔려 있었다. 이클리트는 열매를 들어 개미를 살려주었다. 그녀라면 분명 이렇게 했을 테니까. 이젠 이 손으로 죽이는 것보단 살리는 것이 더 많았으면 했다. 예전엔 전혀 느끼지 못했을 감정을 요즘 그는 하나씩 배우고,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살아간다는 것을. 이클리트는 떠나는 개미를 보다가, 몇 개 남은 열매를 소중히 손에 품었다. 이걸 그녀에게 보여주면 분명 좋아할 거다.  

16553718176158.jpg‘어머! 너무 귀엽다. 예뻐요! 어디서 이런 걸 구한 거예요? 네?’

  벌써부터 눈에 환하게 맺히는 풍경.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뜨거워지고, 들이켜는 공기가 달달해진다. 형태도 없이 얼어있던 심장이 마음을 얻어,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커져 버린 마음을 이젠 그녀에게 온전히 전하고 싶었다. *** 아멜리아는 묘하게 초조한 표정으로 제자리를 왔다, 갔다 했다.

16553718176158.jpg“뭐지. 왜 이렇게 안 오시는 거지.”

그녀는 온종일 보이지 않는 이클리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대공 전하가 이 황궁에서 만날 사람은 거의 없으실 텐데.

16553718176158.jpg‘은근히 신경 쓰이네. 누구지. 누굴까.’

그때, 이클리트가 아멜리아에게로 달려왔다. 아멜리아는 그를 보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환해진 표정으로 그를 반겼다.

16553718176158.jpg“대공 전하! 어디 다녀오신 거예요? 만나실 분이 있으시다더니.”

16553718035307.jpg“만나고 왔습니다.”

16553718176158.jpg“그래요? 아이고, 그렇게 안 뛰어오셔도 되는데.”

이클리트는 아멜리아를 빤히 보면서 수줍게 손을 내밀었다.

16553718035307.jpg“이걸 주고 싶어서.”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의 손에 그 붉은 열매를 쥐여주었다. 그러자 이클리트의 예상대로 아멜리아가 발그레한 미소를 그렸다.

16553718176158.jpg“어머! 너무 귀여워라. 이거 솔라 산딸기네요? 이게 열리기 시작하면 곧 봄이 온다는 건데. 세상에. 대공 전하께서 제게 봄을 가져다주셨네요. 고마워요, 대공 전하.”

상상했던 것보다 더 눈부시게 빛나는 모습에 이클리트는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16553718035307.jpg“정말로 봄이라는 계절이, 있네요.”

16553718176158.jpg“네?”

간질거리게 그려지는 이클리트의 미소에 아멜리아는 시선을 빼앗겼다. 그러다 그 미소가 오롯이 그녀를 향하자, 아멜리아는 심장이 새삼스럽게 뛰어오르면서, 슬쩍 시선을 돌렸다.

16553718176158.jpg“자꾸 그렇게 웃지 마세요.”

16553718035307.jpg“왜요? 웃으면 좋은 거 아닙니까?”

16553718176158.jpg“조, 좋긴 한데. 조금 신경 쓰이기도 하고…….”

16553718035307.jpg“그러라고 하는 건데.”

순간, 훅 밀려든 한마디에 아멜리아의 심장이 덜컥였다.

16553718035307.jpg“신경 쓰였으면 해서.”

16553718176158.jpg“…….”

16553718035307.jpg“부인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갑자기 너무 솔직한 이클리트의 모습에 아멜리아는 떨리는 손을 꼭 붙잡았다. 심장이 부서질 듯 쿵쾅거린다.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그래, 버겁다. 너무 좋지만, 아주 많이 좋지만.

16553718176158.jpg‘안 돼. 진짜가 되어선 안 돼.’

16553718176158.jpg‘혹시 몰라서 말씀드리는데. 절 진심으로 좋아하지는 마세요.’

16553718035307.jpg‘생각해보겠습니다.’

   그때 그 대답은 그냥 장난이라고 여겼다. 아니, 장난이어야 했다.

16553718176158.jpg“……글쎄요. 전 잘 모르겠는데.”

아멜리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를 외면했다. 하지만.

16553718035307.jpg“괜찮습니다. 모른다면, 알게 해줄게요.”

외면하는 아멜리아를 이클리트가 돌려세우며, 올곧게 속삭였다.

16553718035307.jpg“내가 하나하나, 알게 해 줄게요.”

16553718234135.jp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