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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이빨 자국 (68/199)

68화. 이빨 자국2021.08.27.

16553719383288.jpg“눈이 예쁘고.”

감히 기대를 품었다. 항상 이 보잘것없는 눈을 그녀는 항상 예쁘다고 말해줬으니까.

16553719383288.jpg“정말이지 불현듯 떠올라, 내 머릿속을 꽉 채우는 그런 사람.”

그녀의 머릿속을 시시때때로 차지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을까, 그리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상상 속 남자조차 부럽고,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감히, 생각도 못 했다.

16553719383288.jpg“좋아해요.”

막연하게 상상조차 못 했던 말이 귓가에 부딪힌 순간. 심장이 무너질 것 같았다.

16553719383288.jpg“그런 사람이 좋아요.”

역시 너무 좋으면 숨이 멎을 것 같다. 만약. 정말로 이 말을 그녀에게서 듣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죽어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런데, 시선을 내리깐 그녀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한껏 붉어진 얼굴로 긴장된 숨을 삼키며 조심조심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았다. 올곧게, 누군가를 품고서 그녀의 녹안이 녹아내릴 듯 반짝였다. 그 속에 그의 얼굴이 보였다. 나일까? 나인가?

16553719383309.jpg‘내가 당신에게, 들어갈 수 있나.’

이클리트는 아멜리아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살짝 엿본 그녀의 마음에 완전히 자제가 풀렸다. 이제 더는 물러설 수 없을 것 같았다.

16553719383309.jpg‘이제 뭐든 상관없어. 당신이 보는 모든 순간을 독차지할 수 있다면. 당신이 말하는 남자가 될 수만 있다면.’

충견도 되고, 맹견도 될 거다.

16553719383288.jpg“대공, 전하…….”

아멜리아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달싹였다. 제 손을 꼭 쥐고서 느리게 눈꺼풀을 올린 그의 시선에, 아멜리아는 온몸이 오싹하게 떨렸다. 더는 모른 척할 수 없이 드러나 있는 그의 눅진한 감정이 빨려들 것처럼 밀려들었다. 자신의 손끝에 붙잡혀 있는 그의 모습. 마치, 자신의 손이 그를 붙들고 있는 목줄이 된 것 같았다. 스스로 온몸을 던져, 잡아달라고. 부디 영원히 잡아달라고 말하는 듯한 짐승. 아멜리아는 손가락을 움찔했다. 놓아야 하는데. 놓쳐야 하는데.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클리트는 그녀의 손바닥에 얼굴을 비비며 뜨거운 호흡을 쏟아냈다.

16553719383309.jpg“그렇게라도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으니까.”

부드러웠던 그의 입술이 점차 까칠하게 변하면서, 그녀의 손바닥에 자잘한 입맞춤을 끝도 없이 흘렸다. 붉게 번지는 통증. 어느새 그는 이를 드러내며, 그녀의 손바닥을 집요하게 깨물었다.

16553719383288.jpg‘읍!’

아멜리아는 격앙된 숨을 꾹 삼키며, 아프게 번지는 감각에 몸을 비틀었다. 그녀가 가쁜 숨을 들이마시는 모습을 그는 말없이 가만히 지켜보았다. 속을 긁어대는 그의 음험한 시선이 연거푸 그녀에게로 들러붙으며,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일순, 그의 낮은 목소리가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16553719383309.jpg“난 이제 모른 척할 수도 없고, 아닌 척하기도 싫어. 더는 감출 방법이 없으니까.”

16553719383288.jpg“…….”

16553719383309.jpg“아멜리아, 당신을 원해. 하지만 당장 날 받아달라고 하진 않을 겁니다.”

여전히 그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16553719383309.jpg“기다리고 기다릴 겁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으니 어렵지 않습니다. 잘 할 수 있어요. 그러니 당신은 언젠가 꼭, 내게 와줘.”

그는 마지막 바람을 깊이 눌렀다.

16553719383309.jpg“나만 원해줘.”

그는 기다린다고 했으나, 이건 기다린다는 남자의 눈이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듯, 잠시 숨죽이고 있는 짐승의 눈. 그 앞에 아멜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홀라당 먹혀버릴 것 같았다.

16553719383288.jpg‘위험해. 너무,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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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알던 대공 전하의 모습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지금의 모습이 진짜 대공 전하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는 이제 정말로 선을 완전히 넘어버렸으니까. 그저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마음이 그렇게 깊은 건 아닐 거라고.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큰 착각이었다. 감히 헤아릴 수가 없었다. 너무 깊고, 짙어서.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 티파티가 엉망으로 끝나고 말았다. 아멜리아는 서둘러 비올렛 궁으로 걸음을 옮겼다. 걸어가는 내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생각을 돌리려고 해도, 그가 비집고 들어와서 채웠다.

16553719383288.jpg‘대공 전하께서 내게, 정말로 고백을 하셨어.’

다정하기보단 각인 같은 고백이었다. 단 한 순간도 거부할 수 없게. 일 분 일 초도 딴생각할 수 없도록, 그녀에게 철저히 고백을 새겼다. 침실로 들어온 아멜리아는 무거운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손바닥을 폈다. 그가 남긴 불순하고 야릇한 붉은 흔적.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느낌이 생생하게 스며들어, 끊임없이 심장을 마구 뒤흔들었다. 아멜리아는 다시금 손끝을 꽉 붙잡은 채, 눈을 감았다. 제 몸 구석구석에 그의 고백이 잔뜩 휘감겨 있었다. 그의 눈빛도. 손길도. 목소리와 온기까지. 제 몸 안 가득 그가 배여 있었다.

16553719383288.jpg“이제, 정말 어떡하지?”

과연 끝까지 거부할 수 있을까. 벌써 이렇게 그가 지워지지 않는데? 아멜리아는 입고 있던 옷을 전부 벗고서 자신의 심장을 대신하고 있는 제비꽃을 바라보았다. 제 생을 빨아먹고 피어 있는 제비꽃이 점점 시들고 있었다. 그녀는 두려웠으나, 그럼에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서 남아 있는 잔혹한 현실에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았다.

16553719383288.jpg“내 심장에 남은 시간을 기억해.”

제비꽃잎이 떨어질 때보다 더 아픈 통증이 스쳤지만, 그녀는 입술을 꽉 물었다. 얼마 안 남은 생, 대체 왜 이토록 괴로운 것조차 다시 심어준 건지. 사랑하게 하지 말았어야지. 감히, 함부로 시작하지 말았어야지.

16553719383288.jpg‘복수만 기억해. 완벽한 복수를 끝내고, 행운처럼 찾아온 이생을 끝내는 거야.’

그 어떤 예쁜 꽃이라도 한순간에 지게 된다. 기적처럼 화려하게 피었으니, 짧게 머물다 가는 것에 미련 두지 말아야 한다.

16553719383288.jpg“그러니 더는, 사랑하지 마.”

  *** 아멜리아가 떠나고, 홀로 남겨진 이클리트는 다시 한번 시들어진 제비꽃을 환하게 피웠다. 그녀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지키고 싶으니까. 단 하나도 시들어서 죽지 않게. 그녀가 행복해야, 자신이 행복할 수 있으니. 아무것도 없는 그의 세상에 그녀만 피어 있을 수 있다면. 이클리트는 그녀에게 닿았던 감각을 소중히 품고서 입꼬리를 풀었다.

16553719383309.jpg“하고 싶은 말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어.”

  *** 이른 아침, 아멜리아는 집무실에서 몽롱한 눈동자를 깜빡이고 있었다. 어젯밤, 다행히 이클리트는 침실로 오지 않았다. 아마 같이 있었다면, 정말 한숨도 못 잤을 거다. 물론 없었어도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16553719383288.jpg‘두 번 다시, 침대에서 같이 자진 못할 거야.’

의식돼서 돌아버릴 테니까.

16553719383288.jpg“앞으로 정말 어떡해야 하지…….”

그때, 노크와 함께 이사나가 들어왔다.

16553719442086.jpg“가주님, 일찍 일어나셨네요.”

16553719383288.jpg“이사나 경은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에요?”

16553719442086.jpg“혹시 오후 일정을 제가 빌릴 수 있을까, 싶어서요.”

16553719383288.jpg“네?”

16553719442086.jpg“저격술 말입니다. 적합자가 나타났습니다. 정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칼렌 경이 낙찰됐습니다. 칼렌 경은 아시죠?”

아멜리아는 이사나의 말에 표정이 환하게 바뀌었다.

16553719383288.jpg“정말요? 오늘? 오늘 하는 거예요?”

16553719442086.jpg“그, 그런데요.”

이사나는 생각보다 너무 좋아하는 아멜리아의 모습에 당황했다. 아멜리아는 오늘따라 이사나가 이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16553719383288.jpg‘총을 잡고 있으면,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대공 전하를 떠올리지 않아도 되겠지. 지금은 정말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고 싶어.’

이사나는 짧은 순간에 표정이 이리저리 변하는 아멜리아를 보며 눈빛이 가라앉았다.

16553719442086.jpg“좋아하는 건 좋은데, 전 왜 묘하게 기분 나쁠까요?”

16553719383288.jpg“뭐가요?”

16553719442086.jpg“대공 전하 때문에 혼란스러운 마음을 저로 이용하지 마십시오.”

16553719383288.jpg“그, 그게 무슨.”

16553719383288.jpg‘뭐야. 얼굴에 티가 나나? 어떻게 저렇게 쉽게 파악한 거지?’

16553719442086.jpg“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 라는 데, 적당히 하시고요.”

16553719383288.jpg“그런 거 아니에요.”

16553719442086.jpg“네, 네. 그럼 차후, 훈련장에서 뵙겠습니다.”

이사나가 나가고, 아멜리아는 얼른 거울로 제 표정을 확인했다.

16553719383288.jpg“계속 이렇게 의식하면 어쩌자는 거야, 대체!”

    무슨 정신으로 일을 했는지 모를 만큼, 시간은 벌써 오후를 가리켰다. 아멜리아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장총을 든 채, 훈련장에 서 있었다. 칼렌은 아멜리아의 앞에 서서 더없이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16553719501062.jpg“가주님을 가르치는 무한한 영광을 얻게 된…….”

16553719383288.jpg“그렇게 너무 민망하게 말하지 말아요, 칼렌 에밀 경.”

16553719501062.jpg“풀네임으로 기억해주시다니! 정말로 영광입니다. 가주님이 황제 폐하께 치하받는 그 자리에 함께 있지 못해서 얼마나 억울했는데…… 다들 얼마나 자랑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 자리만큼은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그 피 터지는 경쟁을 뚫고 제가 쟁취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16553719383288.jpg“내가 더 잘 부탁하죠. 괜히 시간 빼앗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16553719501062.jpg“절대로 아닙니다, 절대!”

아멜리아는 힘이 넘치는 칼렌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16553719383288.jpg‘자, 이제 대공 전하 생각은 제발 좀 잊고. 집중하자, 집중!’

그때, 이사나가 잠시 훈련장으로 걸음 했다. 그는 주위를 휙휙 둘러보며 칼렌에게 말했다.

16553719442086.jpg“이야, 칼렌. 대공 전하께서 여기 없으신 걸 다행으로 여겨라.”

16553719501062.jpg“예?”

칼렌이 의아한 듯 되묻자, 아멜리아는 차가운 눈초리로 이사나를 노려보았다. 이사나는 그 눈빛에 움찔하며 피식 웃었다.

16553719442086.jpg“아직 화해하지 않으셨나 보네요.”

16553719383288.jpg“이사나 경은 많이 한가하나 보네요. 내가 시킨 일은 진전이 있는 거겠죠? 이사나 경의 보고서를 몹시 기다리고 있는데.”

아멜리아의 살 떨리는 말에 이사나는 괜히 몸을 부르르 떨었다.

16553719442086.jpg“어이쿠. 예, 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16553719383288.jpg“언제나 이사나 경을 믿고 있어요.”

16553719442086.jpg“하하. 특별한 애정에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이사나는 다시 한번 아멜리아를 살피며, 걸음을 돌렸다. 두 분이서 뭔가 일이 있었다는 건 알겠지만, 제법 길게 가는 듯했다.

16553719442086.jpg‘가주님과 대공 전하께서 다투셨다니…… 대공 전하라면 무조건 가주님께 질 텐데. 그럼 싸움이 전혀 성립되지 않지 않나?’

그럼 싸운 게 아니라는 건데.

16553719442086.jpg“하. 지금 남의 애정사를 걱정할 때냐. 가주님 말처럼 업무가 쌓여있는데.”

생각보다 그 신관 놈이 잘 걸려들지 않았다. 사실 티어의 정보력은 수준급이기 때문에, 금방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아멜리아에게 그렇게 호언장담했던 거고.

16553719442086.jpg‘대체 어디 숨어 있는 거야. 이 정도면 숨겨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소리인데…….’

게다가 이사나는 그 외에도 따로 찾는 사람이 더 있었다. 분명 자기 고향인 마을로 돌아간다고 했었던 그 슈란이라는 일꾼. 알아보니 그곳이 고향도 아니었고, 이후 돌아온 적도 없이 진짜로 행방불명되었다.

16553719442086.jpg‘계속 맘에 걸리는 게 있었는데, 이렇게 되니 점점 확신하게 되잖아.’

과수원에서 벌어진 밀주 사건의 범인이 그자의 자작극일지도 모른다고. 게다가 황궁에서 벌어진 사건과도 묘하게 맞물려 있는 것 같고.

16553719442086.jpg‘그걸 대공 전하께선 알고 계시는 듯싶고.’

대체 그분은 뭘 알고, 뭘 숨기고 계신 거지? ***

16553719501062.jpg“그럼 가주님, 장총 잡는 자세부터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물론 가주님의 장총 자세는 훌륭하시지만, 어디까지나 확인하는 차원에서. 물론 확인한다는 게 가주님의 실력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아멜리아는 어쩔 줄 몰라 하며 횡설수설하는 칼렌의 어깨를 붙잡았다.

16553719383288.jpg“칼렌 경. 나보다 긴장하면 어떡해요? 이제부터 칼렌 경은 내 선생님인데.”

16553719501062.jpg“선, 선생님…….”

16553719383288.jpg“칼렌 경도 부단장이니까, 신입 티어들을 종종 가르치곤 하겠죠? 그거랑 똑같은 거로 생각해요. 가주라고 봐주지 말고. 그럼 다른 티어로 바꿀 테니까.”

16553719501062.jpg“그건 싫습니다. 예, 제가 잘하겠습니다!”

16553719383288.jpg“좋아요, 그럼 본격적으로 해보죠.”

아멜리아가 제대로 장총을 장전했다. 칼렌은 제법 매서운 눈빛으로 자세를 하나하나 살피며 그녀의 손목과 어깨, 허리를 고쳐주었다.

16553719501062.jpg“지금 잡은 자세도 좋으시지만, 저격술은 결국 시간 싸움입니다. 마탄 한 발, 한 발이 소중하기에,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목표물을 겨냥해야 하는 거죠. 이렇게 계속 잡고 계시면, 몸에 무리가 올 겁니다.”

아멜리아는 칼렌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서 자세를 고쳤다.

16553719383288.jpg“오, 이러니까 진짜 한결 편하네요. 대단해요, 칼렌 경. 아니 이제 선생님이지.”

칼렌은 선생님이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풀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뒤통수가 섬뜩해지면서 등줄기로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칼렌이 휙 고개를 돌리니, 그 시선 끝에 이클리트가 있었다.

16553719501062.jpg“대공 전하!”

칼렌의 목소리에 아멜리아가 움찔하며 순간 쥐고 있던 장총을 놓쳐버렸다. 곁에 있던 칼렌은 곧장 장총을 잡아주며, 아멜리아를 살폈다.

16553719501062.jpg“가주님, 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친 곳은…….”

16553719383288.jpg“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미안해요. 잠시 딴 곳에 정신 팔려서.”

16553719383309.jpg“고맙군, 칼렌 경.”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이클리트의 냉엄한 목소리가 울렸다.

16553719383309.jpg“곁에서 이렇게 곧장 부인을 도와줘서.”

16553719501062.jpg“아닙니다! 가주님을 곁에서 지키는 게 제 의무입니다!”

칼렌은 이상하게 등줄기가 또 떨렸다. 고맙다고 말하는 이클리트의 눈빛과 어조가 묘하게 싸늘했으니까.

16553719383309.jpg“그렇군. 그러고 보니 앞으로 매일 부인의 곁에 있겠군. 그건 좀 부러워.”

16553719501062.jpg“……예?”

16553719383309.jpg“아직 난 선생님이라고 몇 번 못 들어봤는데, 그대는 앞으로 매일 들을 수 있겠군. 그것도 부럽고. 아, 나도 부인께 검술을 가르쳐드린 적이 있어서 말이야.”

16553719501062.jpg“아. 그, 그러시군요.”

16553719383309.jpg“아무튼 부러워. 몹시.”

싱긋 웃는 눈빛에 칼렌은 크게 흠칫했다. 갑자기 이사나 단장님이 농담처럼 했던 말이 떠올랐다.

16553719501062.jpg‘설마, 단장님이 말씀하신 게 이런 뜻인가!’

아멜리아는 한숨을 삼키며, 이클리트와 칼렌 사이에 끼어들었다.

16553719383288.jpg“대공 전하께선 대체 여기 왜 계시는 거죠?”

16553719383309.jpg“보고 싶어서요.”

곧장 튀어나온 그의 말에 아멜리아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16553719383288.jpg‘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16553719383309.jpg“전에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부인이 총 쏘는 거, 보고 싶다고.”

16553719383288.jpg“아아. 그런 뜻으로…….”

아멜리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안도했다. 그 모습에 이클리트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속삭였다.

16553719383309.jpg“당연히 그런 뜻만 있는 건 아니죠.”

16553719383288.jpg“네?”

16553719383309.jpg“부인께선 방금 어디에 정신 팔렸던 겁니까?”

일순 위험하게 번지는 그의 목소리에 아멜리아의 몸이 어제를 기억하며 떨렸다.

16553719383309.jpg“나였으면 좋겠는데.”

그래, 더는 예전과 같은 오늘이 아니다. 그는 욕심을 드러냈고, 선을 넘어, 달라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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