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화. 거절한 부탁 (70/199)

70화. 거절한 부탁2021.09.03.

가주님의 탄일을 기념해서, 공작가에서 축제를 주최한다는 소식이 영지민들에게 전해졌다. 영지민들은 뜻밖의 축제 소식에 몹시 들떴다. 안 그래도 아멜리아의 평판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축복의 꽃을 보여준 것뿐만 아니라, 그녀가 황제 폐하께 최연소로 치하받은 사실에 모두가 자긍심을 가지고 자랑스러워했기 때문이다. 축제는 공작가 중앙 정원을 개방하기로 했는데, 영지민들은 공작가로 향하는 길목을 손수 꾸미기 시작했다.

16553719997485.jpg“자자, 카렌듈라를 여기도. 여기도 꾸며야지.”

16553719997485.jpg“꽃이 부족할 것 같은데?”

16553719997485.jpg“그럼 더 가져와야지. 서둘러!”

16553719997485.jpg“이번 축제에서 가주님의 불꽃을 볼 수 있으려나…….”

16553719997485.jpg“그땐 멀리서 봤지만, 이번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물론 모두가 아멜리아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건 아니었다.

16553719997485.jpg“이번에 폐하께 하사받은 영지 말이야. 거기에 루베르를 거주하게 한다는 말이 있던데.”

16553719997485.jpg“하필이면 루베르라니. 이러다 전염병이라도 도는 거 아니야?”

16553719997485.jpg“이번 대회의에서 신성회 신관님들이 가주님을 못마땅했다는 소문도 돌았어.”

16553719997485.jpg“이러다 신의 노여움을 사게 되는 건 아닌지.”

피오레가 고향인 영지민들은 아직 아멜리아를 불안해하고, 걱정했다. 특히 루베르를 데려온다는 말에 몹시 불쾌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이런 마음을 다독이고, 믿고 지켜봐 달란 의미로 가주로서 영지민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비록 축복의 꽃은 아니지만, 불꽃과 함께 영지민들의 수호신이 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선물이었다. *** 중앙 정원에서 축제 준비가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마미와 치장을 살폈다.

1655371999753.jpg“너무 화려한 드레스는 아니었으면 좋겠어. 영지민들과 어울리는 자리니까, 위화감을 주고 싶진 않아. 정말로 그들을 위한 축제야.”

16553720026036.jpg“하지만 가주님 탄일인데…….”

1655371999753.jpg“난 내 생일을 즐겨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축제 같은 분위기면 나도 좋을 거야. 모두가 웃으며 놀 수 있는 자리 말이야.”

마미는 아멜리아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16553720026036.jpg“그래요. 가주님 탄일이니까, 가주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세요! 가주님이 즐겁고 행복한 게 중요하죠. 그래도 가주님이 예쁜 드레스 입었으면 좋겠어요. 그건 제 마음이고, 선물이에요.”

마미는 진심으로 아멜리아를 위하며 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16553720026036.jpg“저는 가주님을 감히 친구라고도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언제나, 그 어떤 순간에도 가주님이 빛나길 바라요.”

1655371999753.jpg“마미, 감히가 아니야. 나도 널 친구라고 생각해. 고마워, 항상.”

그때, 노크와 함께 이클리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16553720026066.jpg“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마미는 속으로 은밀한 웃음을 숨기며, 아멜리아에게 말했다.

16553720026036.jpg“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아마 탄일에, 가주님이 간절히 바라는 것도 이뤄질 거예요.”

1655371999753.jpg“내가 바라는 거?”

16553720026036.jpg“후훗.”

마미는 끝내 웃음을 감추지 못한 채,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주친 이클리트에게 눈빛으로 속삭였다.

16553720026036.jpg‘대공 전하, 파이팅이에요!’

이클리트는 어쩐지 부담스러울 정도로 빛나는 마미의 눈빛에 움찔하며, 아멜리아에게 다가갔다. 아멜리아는 이클리트를 보는 시선이 이상하지 않도록, 최대한 표정을 바로 잡았다.

16553720026066.jpg“축제 준비는 거의 끝났다고 합니다.”

1655371999753.jpg“확인해주셔서 감사해요, 대공 전하.”

그는 아멜리아를 살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16553720026066.jpg“부인이 이런 무도회를 열 줄 몰랐습니다. 황실 무도회 때문에 많이 피곤해하셨으니까요.”

1655371999753.jpg“이건 무도회가 아닌걸요. 축제에요. 모두가 즐기고 놀 수 있는. 이번만큼은 제대로 날 축하해주고, 서로가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에서 생일을 보내고 싶어요.”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의 말에 엷은 미소를 그리며 속삭였다.

16553720026066.jpg“그 속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면 좋겠는데.”

1655371999753.jpg“물론 대공 전하도 포함되어 있죠.”

아멜리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잠시 타들어 가는 입술을 적시며 말을 이었다.

1655371999753.jpg“그래서 대공 전하께 바라는 게 있고, 가지고 싶은 게 있어요.”

이클리트는 뜻밖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1655371999753.jpg“내 부탁, 거절하지 말아줘요.”

16553720026066.jpg“당연히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안도하지 않은 채, 계속 말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그러나 한마디, 한마디 감출 수 없는 긴장이 자꾸만 번졌다.

1655371999753.jpg“내 탄일을 축하하기 위한 축제지만, 그래도 영지민들에게 처음 인사하는 자리기도 해서. 나도 그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해요.”

16553720026066.jpg“선물 말입니까?”

1655371999753.jpg“네. 예전에 슈란 씨가 그러셨어요. 불꽃을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했다고. 그래서 불꽃도 보여주고, 나를 믿어 달라는 의미로 영지민들의 수호신이 되고자 해요.”

16553720026066.jpg“…….”

1655371999753.jpg“지난번에 티어들에게 들었어요. 수호신이 된 사람이 그를 위해 무언가를 써주면, 그게 꼭 한번은 그 사람을 지켜준다고. 그런 풍습이 있대요. 그걸 해보려고요.”

순간, 이클리트의 눈동자가 눈에 띄지 않게 움찔했다. 그 작은 흔들림을 아멜리아는 놓치지 않았다. 그의 흔들림이 이염되어 그녀 또한 목소리가 떨렸으나, 혀끝에 힘을 주며 가장 하고픈 말을 맺었다.

1655371999753.jpg“다 같이 잘해봐요. 제 남편이라면, 이런 것도 의무니까.”

그녀의 부탁이 무엇인지. 왜 이런 말을 자신에게 일부러 한 건지, 이클리트는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심장께로 싸한 기분이 스쳤다. 아멜리아에게서 멀어진 이클리트는 황궁에서 입었던 옷을 마구 뒤졌다. 그런데 속주머니에 있어야 할 통이 없었다. 그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하얗게 질린 손끝을 꽉 붙잡았다.

16553720026066.jpg“설마…….”

  *** 공작가에서 열리는 축제 소식에 티어들도 괜스레 기분이 들떴다. 특히나 가주님의 탄일이니, 그들도 소소하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16553719997485.jpg“자자, 의견 좀 내봐.”

16553719997485.jpg“음. 새 리볼버는 어떨까?”

16553719997485.jpg“맞아. 호신용 리볼버, 괜찮을 것 같은데. 예쁘게 세공도 해서. 우리 천재 가주님이라면 리볼버를 자결용으로 쓰지 않으시니까.”

16553719997485.jpg“그거 좋다. 무기상 마크한테 부탁하자.”

16553719997485.jpg“멍청이들. 오늘 당장 그런 걸 어떻게 구하냐? 그리고 탄일인데, 무기 선물은 좀 그래.”

16553719997485.jpg“그럼 좀 예쁜 거? 야, 야 결혼한 남편님들. 의견 좀 내봐.”

16553719997485.jpg“그나저나 가주님을 수호신으로 정할 수 있다니. 나도 필체 받을 수 있을까? 말은 안 해도, 막내가 살짝 부러웠는데…….”

그렇게 티어들이 머리 쓰고 있을 때, 이사나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혀를 찼다.

16553720110548.jpg“하여튼. 저렇게 선물 고르는 센스가 없어서야.”

16553720110552.jpg“그럼 이사나 경은 있습니까?”

그때, 카마리가 이사나 옆으로 쓱 나타났다. 이사나는 카마리의 등장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16553720110548.jpg“카마리 경. 갔던 일은 잘 끝낸 겁니까?”

아멜리아의 명을 받고, 라니에게 직접 다녀온 카마리는 임무를 마치고 도착하자마자 이사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16553720110552.jpg“좋았습니다. 다들 기뻐했고요. 물론 걱정하고 우려하는 마음도 컸지만.”

16553720110548.jpg“그렇겠죠. 갑자기 그렇게 좋은 영지로 이사라니. 과연 가주님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16553720110552.jpg“그렇죠. 그들에게 이런 아무 대가 없는 호의는 처음일 테니까요.”

카마리의 말에 이사나는 묘한 어조로 말했다.

16553720110548.jpg“아무 대가가 없는 건 아니지 않나? 가주님은 루베르를 원하시니까.”

16553720110552.jpg“그렇게 따지면, 서로가 원하는 게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럼 공평하죠.”

16553720110548.jpg“공평할지는 지켜보면 알겠죠. 아, 그런데.”

이사나가 순간 카마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카마리는 움찔했으나, 일부러 의연한 척했다.

16553720110548.jpg“카마리 경, 입술이 평소랑 다르네요. 오, 뭐 바른 거예요?”

16553720110552.jpg“단번에 아십니다. 그만큼 여인들한테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겁니까?”

16553720110548.jpg“지금 내 앞엔 카마리 경밖에 없는데? 이상하게 시선이 가더라고요.”

이사나가 싱긋 웃으며 말하자, 카마리는 결국 긴장했던 입꼬리를 풀 수밖에 없었다.

16553720110552.jpg“그래서. 이상합니까?”

16553720110548.jpg“아니요. 예쁜데?”

16553720110552.jpg“그럼 성공했네요.”

16553720110548.jpg“응?”

16553720110552.jpg“이사나 경 보라고 해본 거니까. 예쁘다고 생각했으면, 성공한 거고.”

이사나는 그제야 지난번, 카마리가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수작 걸어볼 거라고 말했던 걸 떠올렸다.

16553720110548.jpg“아. 그거 농담 아니었어요?”

16553720110552.jpg“진심이었습니다.”

그는 애써 아닌 척, 엄청 긴장하며 떨고 있는 카마리를 보면서, 그 역시 진지하게 그녀를 대했다.

16553720110548.jpg“그게 정말 진심이라면. 대체 왜 내가 좋은 거예요?”

이사나의 말에 카마리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16553720110552.jpg“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16553720110548.jpg“응?”

16553720110552.jpg“싫어하는 건 이유가 있겠지만, 좋아하는 건 그냥 좋으니까. 빠지고 싶으니까, 빠지는 거지. 가장 본능적인 겁니다.”

뜻밖의 대답에 이사나는 멈칫했다.

16553720110552.jpg“가장 순수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재거나, 따지지 않고, 바라지도 않고. 그냥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냥 좋은 거니까.”

어쩐지, 낯익은 말이었다. 그것도 스스로 내뱉었던 말이다. 세상은 뭐든 주고받는 대가로 이뤄져 있지만, 사랑은 한없이 주고만 싶어진다. 너무 사랑한다면 감히, 받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말이다.

16553720110548.jpg“그래도. 조금은 이유가 있는 거 아니에요? 정말 헤스틴 공작 각하의 말처럼 카마리 경한테 내가 약간의 친절을 베풀어서? 그건 너무 쉽고 빠르지 않나?”

이상할 정도로 이사나는 이유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래, 분명 그런 조건 없이 주는 감정은 없는 거라고. 사랑이라는 게, 그렇게 무겁고 흔들림 없는 감정은 아닌 거라고. 조금은, 변할 수 있는 거라고. 카마리는 이사나의 모습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말했다.

16553720110552.jpg“굳이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면, 많습니다.”

이번엔 카마리가 이사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16553720110552.jpg“일단, 잘생겼습니다. 내 눈에 너무 잘생겨서, 볼 때마다 눈이 부십니다.”

이사나는 갑자기 부끄러움 없이 대놓고 찬양하는 카마리의 말에 당황했다.

16553720110548.jpg“카, 카마리 경?”

16553720110552.jpg“그래서 이 얼굴 볼 때마다 좋습니다. 그냥 좋은 게 아니라, 완전 좋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말없이 바라만 보고 싶을 때도 있고. 그래도 이사나 경 목소리도 좋으니까, 일부러 말을 시키기도 하고.”

16553720196392.jpg

  카마리는 몹시 진지하게 이사나를 요목조목 뜯어보며 말했다.

16553720110552.jpg“임무 마치자마자 쉬지도 않고 여기 온 이유, 이사나 경이랑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해지고, 피로가 풀리니까. 그리고…….”

16553720110548.jpg“잠깐!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렇게 사람을 눈앞에 두고 그런 칭찬을 하면…….”

16553720110552.jpg“설렙니까?”

16553720110548.jpg“네?”

16553720110552.jpg“설렜으면 성공이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계속 수작걸 테니까, 넘어오라고. 의외로 칭찬받는 게 약점이네요. 그럼 그 부분을 공략해보겠습니다.”

뭔가 뿌듯한 듯 말하는 카마리의 말에 이사나는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정말이지 그녀는 가끔은 엄청 부끄러워하는 듯하면서도, 또 이럴 때는 굉장히 도발적이고 뻔뻔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16553720110548.jpg‘자기감정조차 속이는 거 없이, 너무 정직해.’

자신은 수없이 많은 껍데기와 거짓으로 자신을 숨기고 있는데. 자신의 감정도, 아니 이사나라는 존재 자체도 거짓이다.

16553720110548.jpg“날 너무 좋게 보지 마요.”

순간, 그답지 않게 서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카마리는 움찔 했다. 그리고 그가 묘하게 무거운 미소를 지었다.

16553720110548.jpg“카마리 경한테 너무 미안해지고 싶지 않으니까. 이건 진심이에요.”

  *** 축제 준비가 거의 마무리되었다. 해가 완전히 저물게 되면, 공작가를 개방하게 될 것이다.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와 함께 중앙 정원에 나와서 마지막으로 직접 준비를 점검했다.

1655371999753.jpg“급하게 준비하긴 했지만, 모두가 즐겨줬으면 좋겠어요.”

16553720026066.jpg“부인의 마음이 통할 겁니다.”

1655371999753.jpg“가장 중요한 건 불꽃이랑, 필체를 선물하는 거죠.”

아멜리아의 말에 이클리트는 잠시 무거운 숨을 눌렀다. 그녀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이번엔 제대로 부탁했다.

1655371999753.jpg“영지민들에게 대공 전하의 필체도 드렸으면 좋겠어요.”

16553720026066.jpg“누가 내 걸 가지고 싶어 할까요? 그들 모두 부인을 수호신으로 삼고 싶어 할 겁니다.”

1655371999753.jpg“물론 저도 줄 거예요. 하지만 대공 전하도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아멜리아는 물러서지 않고, 완강한 시선으로 그를 응시했다.

1655371999753.jpg“아까 내가 부탁한다고 했잖아요. 대공 전하는 반드시 들어주신다고 했어요.”

16553720026066.jpg“…….”

1655371999753.jpg“그리고 이건 제 남편으로서의 의무기도해요.”

그녀가 이런 축제를 열어서, 수호신의 필체를 영지민들에게 나눠주기로 한 이유. 영지민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의 필체를 원했다. 저번 편지처럼 그냥 달라는 게 아니라, 이렇게 그녀의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다해달라고 압박하면. 필체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면.

1655371999753.jpg‘절대 거절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데도 거절한다면.

1655371999753.jpg‘일부러 피한다는 거야. 내게 필체를 주기 싫어한다는 거고.’

그럼 정말로 모든 게 확실해진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

1655371999753.jpg‘처음으로 내가 한 부탁을 거절할 만큼.’

자신의 필체를 내게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다. 왜냐면…….

16553720026066.jpg“부인.”

아멜리아는 두려움에 터질 것 같은 심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1655371999753.jpg‘제발 아니길. 제발, 그럴 수는 없어. 그럴 수는 없다고…….’

그녀에게 로사 유모는 너무 큰 한 부분을 차지했다. 자신의 부모이자, 친구이며, 캄캄한 어둠을 견디게 했던 빛이었고, 인생에서 처음 받아본 따뜻한 위안이자, 위로였다. 그런데.

16553720026066.jpg“미안합니다. 그 부탁은, 들어줄 수 없어요.”

일순,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 아멜리아는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외쳤다.

1655371999753.jpg“그럼 내가 갖고 싶어요.”

16553720026066.jpg“…….”

1655371999753.jpg“내가. 내가 대공 전하의 필체를 갖고 싶다고요!”

자신도 모르게 격앙된 목소리가 필사적으로 그를 붙들었다. 하지만.

16553720026066.jpg“……줄 수 없어요.”

아멜리아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믿을 수 없는 진실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로사 유모의 편지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그가 써온 것이다. 그가, 정말로 믿고 또 믿었던 그가.

1655371999753.jpg‘날. 속인 거야.’

16553720283894.jp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