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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모든 게, 나였다 (76/199)

76화. 모든 게, 나였다2021.09.24.

16553721874999.jpg‘다행이야. 내가 지금 살아있어서. 너를 만날 수 있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이 편지 속 수많은 목소리와 마음으로 이어진 인연이었다. 이후, 이클리트는 제대로 살고 싶어져서, 로사에게서 야성을 감추는 법을 배웠다. 신기하게 그녀는 마법 지식이 몹시 풍부했다.

16553721875004.jpg“대공 전하께선 달 없는 밤에도 야성이 나타나지 않게, 그걸 억제할 힘이 있으세요. 그러니 기억해요. 모든 건 대공 전하의 마음에 달려 있어요.”

16553721874999.jpg“내 마음?”

16553721875004.jpg“네. 대공 전하의 몸은 오직 대공 전하의 것이니까. 그 힘도 마찬가지예요. 오롯이, 대공 전하께서 자제하고, 움직이는 거예요. 언젠가 꼭 필요한 순간, 그 힘을 쓰기 위해.”

16553721874999.jpg“난 그냥 평생 감추고 싶어.”

16553721875004.jpg“그것도 대공 전하의 선택이죠. 그래도 어쩌면, 필요한 순간이 올 지도 몰라요.”

16553721874999.jpg“필요한 순간이라니?”

16553721875004.jpg“소중한 걸 지키고 싶어지는, 그런 순간 말이에요.”

로사의 말에 이클리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721874999.jpg“그런 날은 오지 않아. 이 힘은, 오히려 소중한 걸 파괴할 뿐이니까. 영원히 감춰야 해.”

남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처음으로 이클리트는 노력하고 또 노력하며, 제대로 생을 느끼고 있었다. 카힐로와 저택을 나선 이클리트는 길거리에 많은 사람이 갈 곳을 잃고 지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카힐로에게 말했다.

16553721874999.jpg“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카힐로 역시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1655372190689.jpg“북부 국경을 침탈하는 도적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16553721874999.jpg“도적?”

1655372190689.jpg“예. 아무래도 북부는 폐하의 관심을 덜 받으니, 주변 공국의 도적들이 활개 치는 모양입니다. 약탈만 하고 있으니 중앙에선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이클리트는 뜻밖의 말에 이를 악물었다. 애당초 감옥이라 불리는 북부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소외당한 이들이 많았다. 혹독한 환경에서 하루하루 사는 것도 버거운 데. 무관심 속에서 도적들에게 저리 죽어가다니……. 묘한 감정이 그의 심장을 두드렸다.

16553721874999.jpg“저들을 내가 도와야겠다.”

1655372190689.jpg“예?”

이클리트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자루를 꽉 붙들었다.

16553721874999.jpg“나는 북부를 다스리는 대공이야. 북부에서 제대로 살기로 했으니까. 저들을, 내가 지켜야 해.”

그렇게 이클리트는 군사를 모아, 도적들을 소탕할 부대를 만들었다. 국경으로 진격하기 전, 이클리트는 로사 앞에 무릎을 꿇었고, 로사는 그가 싸울 칼끝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16553721875004.jpg“대공 전하, 부디 승리하여 돌아오세요. 절대로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요.”

16553721874999.jpg“고마워. 그리고 아멜리아의 편지는…….”

16553721875004.jpg“걱정 마세요. 그곳이 어디든, 대공 전하에게 보내드릴 테니.”

이클리트는 로사의 말에 엷은 미소를 띠며, 그렇게 국경의 전장으로 나아갔다. 로사는 그런 이클리트의 뒷모습을. 더 이상 혼자가 아닌 모두와 어우러져 나아가는 그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았다.

16553721875004.jpg‘이제, 조금은 안심해도 될까. 훗날, 모든 걸 알게 되도 날 너무 원망하진 않으시겠지. 원망해도 소용없나. 그래도. 적어도 그분만큼은…….’

그녀의 실수로 이클리트에게 잘못 전달된 아멜리아의 편지. 사실 그 실수는 로사가 일부러 만들어낸 우연이었다. 이클리트와 아멜리아가 어떻게든 인연이 되길 바랐으니까. 그때, 로사가 괴로운 숨을 몰아쉬며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의 손바닥으로 얼핏 피가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주먹을 힘껏 쥐며 피를 숨겼다.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기에. 너무 늦지 않을 것 같아서, 그녀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 북부의 최전방 국경. 그의 시선과 손짓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며, 도적들을 덮쳤다.

16553721875004.jpg“안 돼, 안 돼, 악!”

눈 더미에 파묻힌 도적에게 그가 천천히 다가갔다. 눈에 파묻힌 도적은 꼼짝도 할 수 없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애원했다.

16553721875004.jpg“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대공 전!”

  휙-! 비명조차 지를 새 없이, 눈에 파묻힌 남자의 목이 떨어져 눈밭을 뒹굴었다. 가차 없이 그자의 목을 벤 이클리트는 무심히 고개를 들었다. 주변엔 목 없는 시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하얀 눈밭에 붉게 번진 핏자국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이들 모두 국경을 넘은 도적들이었다. 지저분하게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 아래, 그의 눈동자가 한 점의 온기 없이 차갑게 번뜩였다. 그의 힘이 아니더라도 이곳은 쉼 없이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추위가 살을 파고들며 뼛속까지 얼려버릴 듯 맹렬했다. 그 가혹한 날씨조차 이클리트는 이겨내며, 매번 승전보와 함께 이 새하얀 땅을 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전장의 흑사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어둠이 들러붙듯 내렸다. 잠시 숨을 고르는 휴식 시간에 이클리트는 로사로부터 아멜리아의 편지를 받았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제 손을 재빨리 닦고서, 조심스럽게 편지를 열었다. 편지 속 그녀의 목소리는 더없이 환하기만 했다. -케이크를 만들고 싶어서 어떻게 만들어봤는데, 실패한 것 같아. 다들 먹고 말을 안 해주는 거 있지? 그렇게 맛이 없나? 다음엔 유모한테도 주고 싶어. 물론 잘 만들게 되면 말이야.- 이클리트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가볍게 올렸다. 요즘 그녀의 편지 내용은 밝고 가벼웠다. 그래서 그 역시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에게 빵을 건네주기 위해 다가왔던 부하가 흠칫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부하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16553721875004.jpg“뭐야. 왜 안 가고 있어?”

16553721875004.jpg“대, 대공 전하께서 웃으신 거 같은데?”

16553721875004.jpg“뭐? 웃기지 마라. 네가 잘못 봤겠지. 괴물 대공 전하께서 웃으시다니. 이 지옥 같은 추위 속에서 눈 하나 꿈쩍 안 하시는 분이신데.”

16553721875004.jpg“그렇지?”

부하는 다시금 이클리트를 바라보았다. 부하와 눈이 마주친 이클리트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차갑게 변해있었다. 그를 조금이라도 웃게 하는 건 오직 그녀뿐이었다. -나의 오늘이 행복한 만큼, 유모의 내일도 행복하길 바라. 또 편지 오길 기다릴게!- 단 한 번도 기다리지 않았던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것도. 내일이 오고, 또 와야 그녀의 편지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그녀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16553721874999.jpg“다들 죽지 마라. 우린 무조건 살아서 돌아간다!”

이클리트는 살아가고 있었다. *** 국경의 도적들을 전부 소탕하고 이클리트는 마침내 다시 돌아왔다. 그로 인해 그에게 붙은 소문이 많아졌다. 물론 죄다 무섭고 흉측한 소문들이었지만. 이클리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저택으로 돌아온 이클리트는 곧장 로사를 찾았다.

16553721874999.jpg“로사는?”

하지만 하녀는 우물쭈물하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16553721875004.jpg“그, 그게…….”

불길한 말에 사색으로 굳어진 이클리트가 로사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 그녀가 누워 있었다. 공기마저 불안하고 위태로웠다. 이클리트는 두려운 숨을 겨우 삼키며, 미동조차 없는 그녀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마침내, 침대 가까이 다가선 그의 걸음이 자신도 모르게 흠칫했다. 로사의 모습이 국경으로 가기 전과 너무 달랐다. 금방이라도 죽음이란 녀석한테 먹혀버릴 듯. 머리카락은 거의 다 빠져버렸고, 야위었다는 말로 부족할 만큼, 살가죽이 겨우 뼈에 붙어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클리트는 하고픈 말이 공기에 묻혀,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로사가 겨우 눈을 뜨고서 희미하게 웃었다.

16553721875004.jpg“……대공. 전하……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전부 이기셨다면서요? 축하드려요.”

이 와중에 고작 그런 말을 하는 로사의 모습에 결국, 이클리트는 울분을 뱉었다.

16553721874999.jpg“지금. 지금 그런 말이 나와!”

16553721875004.jpg“이 말을, 하고 싶어서……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이클리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16553721874999.jpg“안 돼. 아무 말 하지 마. 죽지도 말고, 제발…….”

생각지도 못한 이클리트의 애원에 그녀의 마른 눈가로 눈물이 고였다.

16553721874999.jpg“같이 죽는 거. 기다리자고 했으면서…….”

16553721874999.jpg“이제 난 살고 싶어졌어. 그러니까, 그대도 살아. 나랑 같이, 아멜리아를 만나러 가.”

16553721875004.jpg“대공 전하는, 꼭. 만나주세요. 우리 아가씨를, 만나서. 우리 아가씨의 심장에 심어진 씨앗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대공 전하께서, 꼭. 도와주세요…….”

로사는 쓰러진 그 순간에도, 이클리트에게 부탁하고 또 부탁했다.

16553721875004.jpg“편지도, 계속. 보내주세요…… 아가씨에게 손을, 내밀어주세요…… 내일. 또 내일. 그렇게 사셔야 해요.”

그녀는 점점 시야가 흔들리는 그 순간에도 이클리트를 오롯이 바라보았다.

16553721875004.jpg“미안해요. 너무 이기적인 부탁만, 남겨서…….”

16553721874999.jpg“……나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왔어.”

이클리트는 로사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16553721874999.jpg“승자에겐, 레이디가 입을 맞춰주잖아. 그래야 진정으로 승리한 거지. 그 승리의 증표를 그대에게 줄게. 그대가 하는 말을 전부 들어줄게.”

로사는 마지막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클리트의 손바닥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힘겹게 기다렸던 순간을 마친 후에야 조용히, 눈을 감았다. 로사는 이클리트에게도 편지를 남겼다. 하지만 그는 그 편지를 열어보지 못한 채, 서랍에 넣어두었다. 처음으로 온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아서. 누군가를 잃는 게 이토록 고통스러운 일인지 처음 알았다. 마음을 얻은 심장은 그 마음 때문에 이토록 아플 수도 있다는 걸 배워야 했다. 그렇기에 이 사실을 아멜리아가 알면 자신보다 더 아파하리라 생각했다. 그건 더,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 아멜리아는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하면, 이미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절규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또다시 피할 수는 없었다.

16553721990587.jpg“나 때문에. 내 걱정만 하느라고. 내가. 내가 더 강하지 못해서. 그래서…….”

그녀의 속삭임에 이클리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721874999.jpg“로사가 당신에게 보낸 편지를 잊지 말아요. 거기엔 단 한 줄의 거짓도 없었으니까. 당신이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랐고, 점점 달라지는 모습에 좋아했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탓하지 말아요. 그녀가 원하는 건 아멜리아, 당신의 죄책감이 아니니까.”

아멜리아는 겨우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16553721990587.jpg“대공 전하께선 로사 유모와의 약속을, 그래서 계속 지켜왔군요.”

16553721874999.jpg“약속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좋은 맘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내 욕심이 더 컸어.”

이클리트는 차마 양 볼에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한 채,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16553721874999.jpg“내게 내일이고 또 내일인 사람은, 당신입니다.”

그의 말에 아멜리아는 지난날, 그가 좋아하는 여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떠올렸다.

16553721990587.jpg‘그게. 나였구나…….’

16553721874999.jpg“죽음만을 바라던 내 삶에, 당신의 편지가 내가 살아야 할 유일한 이유였습니다.”

이클리트는 자신이 피운 제비꽃 한 송이를 그녀의 손에 쥐여 주었다.

16553721874999.jpg“아무것도 없는 내 세상에 당신만 피어 있었어. 그걸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계속 그 편지를 보내고, 받을 수밖에 없었어. 내가 더 간절해져서…….”

아멜리아는 그가 건네는 이 떨림 가득한 제비꽃을 손으로 살며시 쥐었다.

16553721874999.jpg“당신을 속인 건 사실입니다. 그것 때문에 당신이 날 미워해도, 난 받아들일 거예요. 하지만 내가 지금 겁이 나는 이유는. 당신을 지키고 있는 그 편지의 의미를 내가 빼앗는 걸까 봐. 지킬 수 없게 되는 게 무서웠어. 이기적이겠지만, 그래서 조금 더. 가능하면 계속 숨기고 싶었어.”

16553721990587.jpg“…….”

16553721874999.jpg“미안해요. 정말, 너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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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게 떨리고 있는 그의 손이 보였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가 가여웠다. 그녀는 편지에 자신의 나약했고, 괴로웠고, 외로웠던 것까지 전부 쏟아냈다. 하지만 항상 그녀에게 오는 이클리트의 답장은 그녀를 위로하고, 한없이 안아주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더더욱 아멜리아는 그 편지에 온몸을 기댈 수 있었다.

16553721990587.jpg‘대공 전하께서 죽기를 기다렸다니. 그것만 바랐다니. 난 그 사실은 전혀 몰랐어.’

둘 다 그땐 너무 어렸고, 아이가 감당하긴 버거웠으며, 사실 너무 외로웠다. 서로의 편지는 그 외로움을 채워주는, 유일하게 내민 손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편지에 담긴 내용은 전부 진심인 것이다. 진심이 아니었다면, 그녀가 그 편지로 인해 견디고, 버티며, 달라지지 못했을 테니까.

16553721990587.jpg‘그래. 거짓이 아니야. 하나도 거짓 따윈 없었어. 오히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보내온 그의 편지는 결국, 그녀를 향한 고백이었다. 소중하고 또 소중한 제비꽃으로. 언제나 소중하게 그녀를 지키고 있었다.

16553721990587.jpg“처음, 그 숲에서 도적들에게 당했을 때. 우연히 날 구해준 게 아닌 거죠?”

16553721874999.jpg“남부에 온 건 우연이었습니다. 멀리서라도 보고 싶었던 건 우연이 아니었지만.”

16553721990587.jpg“공작가에서 내가 쓰러졌을 때. 분명 누가 날 구했어요. 아주 따뜻한 온기가 날 안아줬어. 제비꽃 향기가 나는, 그런 다정한 온기였는데. 내겐 구원이었어요.”

새로운 심장을 얻기 전, 분명 그 사람이 먼저 구해주지 않았다면, 자신은 그 자리에서 심장이 멈춰서 죽었을 거다.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는데.

16553721990587.jpg“당신이죠. 그렇죠?”

아멜리아는 확신에 찬 어조로 물었고, 이클리트는 살며시 고개를 숙이며, 끄덕였다.

16553721874999.jpg“조금 더 보고 싶어서. 하루만 더 당신을 보고 싶어서…….”

16553721990587.jpg“…….”

16553721874999.jpg“하지만 당신이 그곳에서 그런 꼴을 당하는 걸 본 순간. 참기가 너무 어려웠어.”

16553721990587.jpg“그래서 그렇게 쉽게, 내 손을 잡았던 거예요? 계약 결혼을 하자는 내 말을…….”

16553721874999.jpg“당신의 손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아니, 거부할 수가 없었지. 꿈에 그리던 순간이었으니까. 아멜리아, 당신을 만나는 건 나한테 그랬습니다.”

아멜리아는 그제야 모든 걸 알게 되었다.

16553721874999.jpg‘욕심이 하나 생겼습니다.’

16553721990587.jpg‘욕심?’

16553721874999.jpg‘황제가 되어야만 가질 수 있는 게 생겼거든요. 그러니 지금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죠. 오히려 내가 더 간절히 바랍니다, 당신의 손을.’

  그때, 그가 말하던 그 강렬한 욕심은. 그 눈빛에서 빛나던 그 갈망은, 황위를 향한 갈망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이지 처음부터 모든 순간이 전부.

16553721990587.jpg‘……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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