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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남편의 빈자리 (82/199)

82화. 남편의 빈자리2021.10.15.

16553723897181.jpg“카르티아 영지입니다.”

이사나와 카마리가 동시에 같은 곳을 말하자, 서로를 마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16553723897185.jpg“거기도?”

16553723897189.jpg“그쪽도?”

아멜리아는 한숨을 삼켰다.

16553723897194.jpg‘하필 거기라고?’

그녀는 난감해졌고, 이클리트는 살짝 굳어진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이사나는 꽤 기묘한 우연에 의아해하며, 보고를 계속했다.

16553723897185.jpg“제국 곳곳에 있는 티어들에게 수소문하면서 추적한 결과, 그 신관 몽타주와 비슷한 사내가 카르티아로 이동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신성회도 비슷한 보고를 받았는지, 움직임이 포착되었고요. 아무래도 계속 숨어 있다가, 물품이 떨어져서 그쪽으로 이동한 듯합니다. 사냥 대회가 열리면 그쪽으로 사람이 몰리니, 몸을 숨기긴 좋죠.”

이사나의 말에 이어 카마리가 말했다.

16553723897189.jpg“그때 붙잡은 놈들을 상대로 계속 밀주 행방을 쫓고 있었는데, 이번에 카르티아에서 술 거래가 대량으로 이뤄진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물론 밀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확인해서 손해 볼 건 없으니까요.”

카마리와 이사나는 어쩐 일인지 몹시 열의에 불타고 있었다.

16553723897185.jpg“가주님, 이번에 사냥 대회에 참석하실 거죠? 그때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신성회보다 먼저 그 신관을 확보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가주님과 움직이면, 단장인 제가 공작가를 비워도 수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아, 물론 가주님 곁은 칼렌 경이 지킬 겁니다.”

카마리도 이번 사냥 대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16553723897189.jpg“대공 전하께선 꼭 사냥 대회에 참가하진 않으셔도 되는 거죠? 얼굴만 보이면 되는 자리라면, 역시나 대공 전하의 부재도 감출 수 있을 겁니다.”

이사나와 카마리 모두 아멜리아가 사냥 대회에 당연히 참석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16553723897194.jpg“근데 그게, 아직 초대장이 오지도 않았고. 가겠다고 결정하지도 않아서…….”

하지만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16553723897216.jpg“가주님! 카르티아 공작가에서 초대장이 왔어요!”

16553723897194.jpg“하하하하.”

아멜리아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 정도면 거의 하늘에서 자신의 등을 떠밀고 있는 거 아닐까? 그녀는 마미가 건네는 초대장을 받았다.

16553723897216.jpg“중요한 초대장이라서 바로 가져왔습니다. 참석 여부를 결정하시면, 바로 카르티아로 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녀는 물끄러미 초대장을 응시했다. 한 걸음 뒤에서 이사나와 카마리의 눈빛도 아주 뜨겁게 느껴지고 있었다.

16553723897194.jpg‘별로 가고 싶지 않았는데…….’

하지만 이렇게 가야 할 이유가 생겨버렸으니. 그때, 이클리트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1655372392771.jpg“부인, 가능하다면 저는 가고 싶습니다.”

16553723897194.jpg“네?”

1655372392771.jpg“부인께서 사냥 대회에서 제 부재를 감춰주신다면, 밀주 행방을 추격하고 싶습니다.”

16553723897194.jpg“아…… 알았어요. 대공 전하께는 무척 중요한 일이니까. 그렇게 할게요.”

1655372392771.jpg“고맙습니다.”

그가 밀주 때문에 북부에서부터 신경 쓰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묘하게 기분이 찜찜했다.

16553723897194.jpg‘밀주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는 기분이야.’

16553723927736.jpg

  *** 침실로 돌아온 아멜리아는 둥이의 보들보들한 털을 쓰다듬으면서 복잡한 기분을 정리했다.

16553723897194.jpg“둥아. 내가 너한테 너무 정이 들어버렸는데. 어떻게 널 보내야 하지? 벌써 서운해지려고 그래. 하지만 널 위해선 내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지.”

둥이 상태가 몹시 좋아졌고, 이 정도라면 야생으로 돌려보내도 좋다는 사육사의 의견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번에 카르티아 영지로 가게 되면, 그쪽 산에 둥이를 풀어줄 생각이었다. 카르티아 영지에서 사냥 대회가 열리는 이유는 그곳이 워낙 짐승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피오레는 산이 적기 때문에, 이런 짐승이 살기엔 몸을 숨길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16553723897194.jpg“내가 널 영원히 보살펴줄 수도 없으니까. 하나하나, 내가 살아 있을 때 이별할 수 있는걸 감사히 여겨야겠지.”

이건 둥이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었다. 그녀는 이클리트를 황위에 올리고, 환하게 웃으며 떠나고 싶었다. 그때 하지 못했던 말을, 마지막엔 꼭 하면서.

16553723897194.jpg‘날 나보다 더 사랑해줘서. 특별하게 아끼고 소중하게 여겨줘서. 당신 덕분에 나는 이생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울 수 있었다고.’

16553723897194.jpg“정말로 많이, 행복했다고.”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젖어 들자, 둥이가 마치 알아듣기라도 한 듯 멈칫하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아멜리아는 움찔하며 애써 환하게 웃었다.

16553723897194.jpg“에고, 미안. 미안. 괜한 소리를 했네. 조금만 기다려봐. 떠나기 전에 네가 좋아하는 닭고기 실컷 먹게 해줄 테니까.”

아멜리아가 자리를 비우자, 둥이가 천천히 창가 쪽으로 뛰어올랐다. 둥이는 사나운 눈초리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며칠 후, 달 없는 밤과 함께 세상이 어둠에 먹힐 것이다. 그 어둠을 틈타서, 인간이 아닌 존재가 깨어날 것이고. *** 아멜리아와 이클리트는 함께 말도 타고, 마차도 타면서 카르티아로 향했다. 피오레에서 카르티아 영지로 가는 길은 솔라리스로 가는 것보다 훨씬 가까웠기에, 길이 험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날씨도 너무 좋아서 마치 소풍 가는 기분도 들었다. 물론 소풍과는 거리가 전혀 먼 목적이 있었지만. 수월하게 카르티아 영지에 당도하자, 갑자기 마차가 멈췄다.

16553723897194.jpg“뭐지?”

이윽고, 마차 문이 열리면서 이클리트가 아멜리아를 바라보았다.

16553723897194.jpg“무슨 일이에요? 또 마차 바퀴가 빠졌다거나…….”

1655372392771.jpg“아닙니다. 저는 이쯤에서 카마리 경과 카르티아를 돌아보려고 합니다.”

16553723897194.jpg“네?”

1655372392771.jpg“사냥 대회가 끝난 후, 무도회가 있죠? 그 무도회 시작 전까지는 돌아오겠습니다.”

16553723897194.jpg“아…….”

아멜리아는 솔직히 조금 놀랐다. 물론 사냥 대회에 참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회 시작 전까지는 같이 있을 줄 알았으니까. 물론 대회 끝나고 열리는 무도회에서만 남편 역할을 해도 충분하긴 한데…….

16553723897194.jpg‘맞아. 계속 같이 있어 주는 건 이제 이분의 역할이 아니야. 지금은 밀주 행방을 쫓는 게 더 중요해.’

우선순위를 착각하고 있었던 건 자신이었다. 아멜리아는 당황했던 표정을 곧장 지우고서, 엷은 미소를 그렸다.

16553723897194.jpg“알겠어요. 대공 전하의 부재가 이상하지 않도록, 제가 최선을 다하고 있을게요.”

1655372392771.jpg“고마워요.”

이클리트는 살짝 머뭇거리다가, 그녀의 손을 살포시 붙잡고서 손등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1655372392771.jpg“항상 조심하십시오. 이 정도는, 남편으로서 할 수 있는 걱정이니까.”

16553723897194.jpg“알아요. 그리고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손을 가볍게 붙잡으며 말했다.

16553723897194.jpg“내 명령, 기억하죠? 다치지 말라고 한 거. 남편 역할 끝까지 잘 해내려면, 대공 전하의 몸은 대공 전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에요.”

이클리트는 그녀의 말에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1655372392771.jpg“부인의 것이라는 말이네요, 그럼.”

16553723897194.jpg“아니. 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1655372392771.jpg“알겠습니다. 하나도 다치지 않게, 소중히 다뤄서 다시 부인에게 줄게요. 부인 원하는 대로 가져요.”

16553723897194.jpg“그런 말이 아니라니까.”

아멜리아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뭐, 뭐가 되었든. 무사히만 돌아오면 되는 거니까. 이클리트가 아멜리아와 인사를 하는 사이, 카마리는 이사나의 옆에서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사나도 지금 여기서 아멜리아와 헤어져, 도망친 신관을 쫓을 작정이었다.

16553723897185.jpg“나한테 할 말 있어요, 카마리 경?”

16553723897189.jpg“약해빠진 신관 뒤를 쫓는 거지만.”

16553723897185.jpg“응?”

16553723897189.jpg“그래도 조심하십시오.”

이사나는 카마리의 이상한 걱정에 웃음을 지었다.

16553723897185.jpg“카마리 경도 잘 아네요. 약해 빠진 신관 쫓는 거. 그런데 내가 뭐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카마리 경 눈에는 내가 엄청 약해 보이나 봐. 이거 생각보다 좀 자존심 상하네. 나보단 카마리 경이 더 걱정인데.”

16553723897189.jpg“날 걱정해주는 거라면, 잘 받겠습니다.”

16553723897185.jpg“응?”

16553723897189.jpg“관심 있어야 걱정도 하니까. 난 이사나 경한테 관심이 엄청 많으니까, 당신이 강해도 걱정하는 겁니다.”

또다시 불쑥 파고든 그녀의 고백에 이사나는 이젠 그러려니,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는 신관도 신관인데, 슈란의 단서도 발견했다. 그 역시 이 카르티아에서 봤다는 사람이 나온 것.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다 모이고 있는 건지.

16553723897185.jpg‘우연은 아니겠지. 밀주 사건과 슈란이 연관 없지는 않으니까.’

그때, 이클리트가 걸어왔고 카마리가 그에게 다가갔다.

16553723897189.jpg“대공 전하.”

1655372392771.jpg“출발하지.”

16553723897189.jpg“예.”

이사나는 카마리와 떠나는 이클리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의외였다.

16553723897185.jpg‘사실 사냥 대회에 대공 전하께서도 참가할 줄 알았는데.’

물론 굳이 참가하지 않아도 되지만, 첫 사냥 대회에 가주님을 혼자 보낼 줄 몰랐다. 항상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가주님을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16553723897185.jpg‘그만큼 밀주 행방이 중요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사냥 대회가 싫다던가.’

이 사냥 대회의 유례는 수인 사냥이었으니까.

16553723897185.jpg“하, 자꾸 생각을 그쪽으로 확신하지 말자.”

대공 전하께서 수인과 아주 관련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었으니까.

16553723897194.jpg“이사나 경.”

이사나는 아멜리아의 목소리에 재빨리 표정을 바로 했다.

16553723897185.jpg“가주님.”

16553723897194.jpg“이사나 경 혼자 괜찮겠어요?”

16553723897185.jpg“카마리 경도 그렇고. 진짜 제가 언제 한번 실력 발휘를 좀 톡톡히 해야겠네요.”

16553723897194.jpg“그런 뜻이 아니라, 아무리 이사나 경이 강해도 난 걱정할 거예요.”

16553723897185.jpg“……그런 발언, 위험한 겁니다, 가주님.”

16553723897194.jpg“응?”

16553723897185.jpg“카마리 경과 똑같은 말을 하면, 괜히 다른 쪽으로 기대하고 싶어지니까요.”

16553723897194.jpg“그게 무슨?”

이사나는 곧장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경쾌하게 말을 돌렸다.

16553723897185.jpg“이런 추적은 혼자가 편합니다. 그리고 원래 티어들은 혼자 움직이고요. 지금은 공작가에서 호위를 주로 하지만, 저도 원래는 필드에서 코드명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16553723897194.jpg“아, 이사나 경 코드명은 뭐였어요? 이제 활동 안 하니까, 알려줘도 되지 않나?”

16553723897185.jpg“비밀입니다. 하지만 아주 전설적이었답니다.”

16553723897194.jpg“과장은. 아무튼 조심해요. 명령이니까.”

16553723897185.jpg“존명!”

이사나가 떠나고, 곧장 칼렌이 다가왔다. 그는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아멜리아 앞에 예를 갖췄다.

16553724096733.jpg“당분간 가주님의 호위를 맡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16553723897194.jpg“잘 부탁해요, 칼렌 경. 그나저나 정말 이사나 경 혼자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내가 너무 닦달하면서 명을 내렸나.”

16553724096733.jpg“단장님 걱정은 마십시오. 코드명으로 활동하셨을 때는, 정말 엄청난 저격수셨습니다.”

16553723897194.jpg“전설이 거짓은 아닌 모양이네요. 칼렌 경은 이사나 경의 코드명을 알아요?”

16553724096733.jpg“저도 그건 잘…… 코드명은 티어들에겐 목숨이라서요.”

16553723897194.jpg“미안해요, 내가 괜한 호기심을 발동했네. 자. 그럼 우리도 가볼까요? 사냥 대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긴장해보자고요.”

이제부터 또 본격적으로 사교 전쟁이었다. 이번에 포르티셰 공작과 루시아는 불참한다고 했다. 그래도 포르티셰에선 참가 기사를 파견한다고 한다. 뭐, 그쪽에서 누가 오든 관심 없었다. 문제는.

16553723897194.jpg‘메사리나도 온다는 거지.’

분명 조용히 넘어갈 리가 없었다.

16553723897194.jpg‘건드리면, 나도 가만있을 수는 없고.’

게다가 황궁에서 날 지하실에 가둔 빚을 갚아줘야 했다. 아멜리아는 다시 마차를 타고 카르티아 공작가로 향했다. 그녀와 함께 마차에 탄 마미는 허전한 그녀의 옆자리를 보며 말했다.

16553723897216.jpg“결혼하신 이후, 이런 무도회에 대공 전하 없이 가시는 건 처음이네요.”

16553723897194.jpg“그러게. 예전엔 너무 당연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이게 어색하네. 하지만 다시 이게 당연할 수 있도록, 내가 강해져야지.”

  *** 카르티아 공작가에 마차가 멈춰 섰다. 아기자기한 피오레와 달리 워낙 전통을 중시하는 가문이기에, 저택 전체가 보수보단 세월을 택하여, 시간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났다. 게다가 잘 꾸며진 정원보단 산 아래 자리 잡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공기부터 다른 분위기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16553723897194.jpg“좋다, 여기.”

그녀와 함께 마차에서 뛰어내린 둥이는 뭔가 흥분한 눈빛으로 산을 응시했다. 그 모습에 아멜리아는 피식 웃었다.

16553723897194.jpg“뭐야. 벌써 저기로 가고 싶은 거야? 조금만 기다려. 사냥 대회만 마치면, 보내줄 테니까.”

그때, 아멜리아를 기다리고 있던 공작가 집사장과 이미 도착한 귀족들이 예를 갖추었다.

16553724124427.jpg“피오레 공작 각하를 뵙습니다.”

16553724124427.jpg“오셨습니까, 공작 각하.”

솔라리스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땐 어떤 귀족도 먼저 인사하지 않았는데, 그만큼 아멜리아의 위상이 달라진 것이었다.

16553724124427.jpg“알현실로 모시겠습니다, 피오레 공작 각하.”

아멜리아는 집사장을 따라서 알현실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헤이츨 카르티아 공작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16553724124442.jpg“어서 오세요, 피오레 공. 생각보다 빨리 다시 보게 되었군요.”

16553723897194.jpg“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르티아 공.”

헤이츨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반겼다. 사실 대회의에서도 카르티아 공작과는 많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다지 부딪힐 일도 없었고. 그는 역사를 기록하는 자답게 성품이 중립에 가까워서, 논쟁에 끼어들지 않았다.

16553723897194.jpg‘폐하께서도 카르티아 공작에겐 별말씀 없으셨어.’

그저 무난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굉장히 무섭거나. 다섯 공작가 중 한 사람이니, 방심할 수는 없었다. 헤이츨은 아멜리아를 빤히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16553724124442.jpg“그럼 이번에도 피오레 공만의 새로운 역사를 세우길 바랍니다.”

16553723897194.jpg“사냥은 처음이지만, 기대되네요. 노력해보도록 하죠.”

  *** 사냥은 내일 시작됐고, 사교 전쟁은 오늘 밤부터였다. 물론 황궁 무도회처럼 드레스 하나도 신경 써야 하는 그런 예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16553723897216.jpg“황궁 무도회보단 자유롭지만! 그래도 아무거나 입을 수는 없죠.”

이젠 마미의 각오도 제법 능숙하게 넘길 수 있었다. 그렇게 홀에 도착한 아멜리아는 이미 무도회에 도착해 있던 메사리나와 눈이 마주쳤다. 메사리나는 더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멜리아에게 먼저 다가왔다.

16553724153897.jpg“피오레 공작 각하를 뵙습니다.”

아멜리아는 아주 뻔뻔하게 예를 갖추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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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3723897194.jpg“솔라리스에선 인사도 없이 갔던데. 아, 인사를 할 수 없었지. 워낙 어이없게 헤어졌잖아.”

16553724153897.jpg“그래서 큰 공을 세우고, 폐하께 치하받으셨다면서요. 대단하세요. 역시 공작 각하껜 행운이 넘쳐요. 이번 사냥에서도 그러시려나. 내일 잘해보자고요.”

아멜리아는 이상할 정도로 여유가 넘치는 메사리나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16553723897194.jpg‘뭐지. 뭔가 이상하게 기분이…….’

그때, 아멜리아의 앞으로 귀족 영애들이 우르르 다가와서는 살포시 고개를 숙였다.

16553724124427.jpg“피오레 공작 각하를 뵙습니다.”

16553723897194.jpg“영애들도 다들 좋은 밤을…….”

16553724124427.jpg“그런데 클리오 대공 전하와는 함께하지 않으시나 보네요.”

한 영애의 말에 아멜리아는 멈칫했다. 그도 그런 게.

16553723897194.jpg‘갑자기 왜 대공 전하를 궁금해하는 거지?’

대공 전하는 이들의 관심사가 전혀 아니었으니까.

16553724124427.jpg“일부러 따로 오신 건가요?”

16553724124427.jpg“아, 오늘은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라서?”

16553724124427.jpg”공작 각하는 참 행복하시겠네요. 여러 가지로 고르실 수 있어서.”

고른다고? 대체 뭘 고른다는 거지? 그제야 아멜리아는 무도회의 분위기가, 특히 영애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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