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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모두가 원하는 거짓 (84/199)

84화. 모두가 원하는 거짓2021.10.22.

산속으로 달리고 달린 아멜리아가 고삐를 당겨선 멈춰 섰다. 사냥감을 찾기 위해선, 말을 타고 움직이면 들키기 쉬웠다.

16553724639173.jpg‘사실 뭐든 잡고 싶지 않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으면 그건 또 그거대로 피오레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것이기에,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아멜리아는 말을 다독이며, 함께 걸음을 옮겼다.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마치 인간들의 사냥을 눈치채기라도 한 것처럼, 산 전체가 숨을 죽인 채, 긴장감을 더하는 듯했다.

16553724639173.jpg‘둥이가 설마 이 산에 있진 않겠지. 제발 그러면 안 되는데…….’

괜스레 장총을 만지작거리면서, 이정표를 따라가던 아멜리아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걸음을 내디디면, 내디딜수록 길이 험해지고, 나무가 시야를 방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지나가는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16553724639173.jpg‘사냥 대회 때문에 짐승들을 이쪽으로 마구 몰았을 텐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유희에 지나지 않는 사냥인데, 산의 지형도 너무 험했다. 무엇보다 다른 귀족들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아멜리아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16553724639173.jpg“뭔가 이상해.”

그때, 멀리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날카롭게 들렸다. 순식간에 팽팽해지는 공기에 아멜리아는 장총을 들었다. 순간, 황궁 때의 기억이 파고들었다.

16553724639173.jpg‘그때와는 달라. 안개도 없잖아.’

하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순간, 저만치 수풀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멜리아는 곧장 장총에 마탄을 장전하고서, 방아쇠에 힘을 주었다. 귓가에 들리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호흡마저 조절하며, 방아쇠를 거의 당기려는 순간,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짐승이 아닌 에드조프였다. 에드조프는 사나운 기세로 장총을 들이밀고 있는 아멜리아를 보며 싱긋 웃었다.

165537246392.jpg“아직도 내가 준 유서를 가지고 있는 건가? 사냥하는 척, 날 죽이려고?”

아멜리아는 멈칫하며 장총을 아래로 내렸다.

16553724639173.jpg“우리가 만난 게 우연이에요? 이 넓은 사냥터에서? 다른 분들과는 전혀 못 만났는데.”

165537246392.jpg“우연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의도인 것 같군.”

16553724639173.jpg“그게 무슨?”

165537246392.jpg“여긴 길이 아니야. 사냥터를 벗어났다고.”

16553724639173.jpg‘역시, 그런 건가.’

165537246392.jpg“우리 둘만 여기 있다는 건, 우리 둘만 길을 잃었다는 소리고.”

에드조프의 말에 아멜리아는 이를 악물었다.

16553724639173.jpg“메사리나의 짓이네요. 우리 둘 사이를 어떻게든 추문으로 만들어서 폭로하려는.”

165537246392.jpg“메사리나?”

에드조프는 순간 냉소를 그렸다.

165537246392.jpg‘아주 앙큼한 짓을 저질렀군.’

대충 짐작은 갔다. 자신을 아멜리아에게 뺏길 듯하니, 움직인 거다. 아멜리아와의 추문으로 자신의 명예가 더럽혀지면, 그녀를 버리고 자신에게 갈 거로 생각한 것.

165537246392.jpg‘역시. 멍청한 계집이야.’

16553724639173.jpg“당신 명예도, 내 명예도 한꺼번에 건들 모양인데. 메사리나한테도 버림받은 건가요? 그게 뭐든, 당신들 진창에 날 끌어들이지 마요.”

아멜리아는 말을 이끌고 에드조프를 지나치고자 했다. 그 순간, 에드조프가 아멜리아의 손목을 붙잡고서 거칠게 나무 뒤로 밀쳤다. 몸이 휘청거린 아멜리아가 곧장 에드조프를 밀치려고 했으나, 그가 몸으로 그녀를 몰아세우며 마치 입이라도 맞출 것처럼, 가까이 다가왔다.

16553724639173.jpg“저리 꺼져.”

그녀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서 에드조프를 노려보았다. 에드조프는 그런 그녀의 눈빛에 묘한 짜릿함을 느끼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165537246392.jpg“메사리나 따위가 날 버릴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그 계집을 버린 거지. 뭐, 처음부터 가진 적도 없었지만.”

16553724639173.jpg“정말이지 끝까지 당신은 역겨워.”

165537246392.jpg“이왕 판이 만들어졌잖아. 원하는 대로 해줘야, 이걸 만든 사람도 만족하지 않겠어? 이렇게 우리 단둘만 있는 거. 낯설진 않잖아.”

16553724639173.jpg“에드조프!”

165537246392.jpg“그 추문이 아주 거짓은 아니지. 우리 꽤 사랑했던 연인이었으니까.”

16553724695714.jpg

  ***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헤이츨은 하늘을 향해 사냥 종료를 알리는 신호를 보냈다. 잠시 후, 귀족들이 속속 처음 모였던 장소로 도착하기 시작했다. 구경하던 이들은 그들의 사냥감에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았다. 그들이 잡은 건 대부분 사슴이었다. 몇몇은 털에 윤기가 흐르는 여우나 족제비를 잡은 이들도 있었다.

16553724695718.jpg“어머, 레이디 메사리나 좀 봐.”

16553724695718.jpg“세상에. 늑대를 잡았잖아?”

16553724695718.jpg“그것도 무려 다섯 마리나 잡았어!”

영애들의 감탄사와 함께 메사리나가 다섯 마리의 늑대를 싣고서 의연한 미소를 지으며 도착했다. 이대로 사냥이 종료된다면, 이번 사냥 대회는 메사리나의 승리로 끝날 듯했다.

16553724695718.jpg“그런데 피오레 공작 각하는 아직인가?”

16553724695718.jpg“바스티얀 대공 전하께서도 보이지 않으시네?”

두 사람 빼고, 사냥을 나간 이들이 전부 돌아왔다. 헤이츨도 의아한 표정으로 시종들을 모아 산으로 보냈다. 소식을 들은 마미는 말을 동동 굴리며, 점점 어두워지는 산을 바라보았다.

16553724695739.jpg‘가주님. 대체 이게 무슨…….’

칼렌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서, 티어들과 함께 산으로 수색대를 꾸렸다.

16553724695718.jpg“사고라도 난 거 아니야? 낙마했다거나…….”

영애들은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키득거렸다.

16553724695718.jpg“어머머, 사고는 사고지. 아주 엄청난 사고.”

16553724695718.jpg“어디서 아주 열심히 다른 말을 타고 있을지도…….”

16553724695718.jpg“세상에! 망측해라. 밀애란 말이야?”

그녀들의 낯부끄러운 웃음소리에, 마미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끼어들었다.

16553724695739.jpg“그게 무슨 소리세요!”

16553724695718.jpg“뭐야. 일개 하녀가 어딜 끼어들어?”

16553724695739.jpg“하지만 아가씨들이 먼저 근거도 없는 얘기를 하셨잖아요. 이건 피오레를 모욕하는 행위…….”

  짝-! 날카로운 파음과 함께 마미가 고개를 숙였다. 마미의 뺨을 때린 영애는 성난 표정으로 외쳤다.

16553724695718.jpg“이 건방진 게 어디서 누굴 가르치려고 들어!”

영애들은 흥미진진한 상황에 비웃음을 멈추지 않았고, 마미는 이를 악물며 참았다.

16553724726441.jpg“어머, 마미!”

그때, 메사리나가 달려와 마미를 붙잡았다.

16553724726441.jpg“이게 뭐 하는 짓이야. 어서 사과드려. 너 때문에 언니가 더 곤란해지면 어떡해.”

마치, 아멜리아를 위하는 척 가증을 떠는 모습에 마미는 심장이 차갑게 벌렁거렸다. 하지만 메사리나는 더욱 애처로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16553724726441.jpg“안 그래도 언니한테 이런저런 소문이 생겨서 속상한데. 그런데 정말 사실인 거야? 아니지? 응?”

16553724695739.jpg“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메사리나 아가씨?”

메사리나는 입술을 비틀며 속삭였다.

16553724726441.jpg“두 사람, 연인이었다는 거.”

마미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입을 꽉 다물었다.

16553724695718.jpg“한낱 하녀 따위가 우리들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 이렇게 진실이 다 밝혀졌는데?”

지켜보던 영애가 마미 앞에 소식지를 던졌다. 소식지를 본 마미의 눈빛이 부서질 듯 흔들렸다. 아멜리아와 에드조프의 비밀 연인설에 대해서 아주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던 것.

16553724695739.jpg“이, 이게 대체…….”

소식지를 움켜쥔 마미의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 애초에 에드조프와 아멜리아가 연인 사이였고, 클리오 대공을 아멜리아가 이용하는 거라고. 아멜리아가 두 형제 사이를 저울질하고 있는 악녀라고 말이다. 특히, 에드조프가 아멜리아에게 청혼까지 했다는 증거는 메사리나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거였다. 하지만 메사리나는 이번 일을 전혀 몰랐다는 듯, 충격에 빠진 눈망울로 말을 이었다.

16553724726441.jpg“나도 너무 놀랐어. 언니와 함께 지냈지만, 전혀 몰랐으니까.”

16553724695718.jpg“가족한테도 숨긴 건가?”

16553724695718.jpg“애당초 가족 취급도 안 했다고 하잖아.”

16553724695718.jpg“레이디 메사리나도 불쌍하지.”

16553724695718.jpg“그래서 사실이 아니니? 아니야?”

마미는 떨리는 숨을 삼켰다. 어떻게. 다른 누구도 아닌 메사리나가 이런 짓을! 하지만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뗄 힘이 일개 하녀인 마미에겐 없었다.

16553724695739.jpg“……연인이긴 하셨지만, 곧바로 헤어지셨습니다. 클리오 대공 전하와 만난 건 그 이후입니다. 지금은 아무 사이도 아니세요! 클리오 대공 전하와 가주님이 얼마나 서로 사랑하는 부부신데!”

하지만 영애들이 듣고 싶어 하는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

16553724695718.jpg“진짜였다는 거네!”

16553724695718.jpg“그럼 지금도 바스티얀 대공 전하는 마음이…….”

16553724695718.jpg“서로 마음 있는 거겠지. 하나도 우연인 게 없잖아.”

에드조프의 행동 때문에 영애들은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었다.

16553724695718.jpg“결혼 발표 때도 피오레 가주님이랑 단둘이 나갔었고.”

16553724695718.jpg“바스티얀 대공 전하의 생일 때도 심상치 않았었어. 그 자리에서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16553724695718.jpg“그럼 클리오 대공 전하는 뭐야. 진짜 이용하는 거야?”

소문은 들불처럼 번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사냥 대회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멜리아와 에드조프를 걱정하는 이는 없었다. 이미 그녀들의 관심사는 오직 이 엄청난 스캔들을 물고 뜯는 데 있었으니까. 마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띠고 있는 메사리나를 노려보았다.

16553724695739.jpg‘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지? 바스티얀 대공을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둘 다 이렇게 흠집을 낸다고?’

메사리나는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두 이름을 들으며 싸늘하게 웃었다.

16553724726441.jpg‘결국 아멜리아를 버리고 날 택할 거야. 평판을 더럽히는 아멜리아의 손 따위, 계속 잡지 않을 거라고. 아무리 괴물 대공이라도 정식으로 남편은 남편이니까. 아내 있는 여자를 건드리면 치명적이지.’

물론 황자와 공작을 건드리는 일인 만큼, 역으로 그녀가 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메사리나는 자신 있었다. 사실이 아닌 건 없었으니까.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말과 말을 타기 시작한 소문을 그들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16553724726441.jpg‘모두가 좋아할 만한 것이 사실이고, 진실이지.’

게다가 에드조프가 아멜리아의 생일 선물로 반지를 줬다는, 이 추문의 첫 시작인 소식지의 유포자는 자신이 아니니까.

16553724726441.jpg‘정보를 누가 줬는지는 아무도 모를 거야. 이미 내가 다른 제국으로 보냈으니까. 증거가 없으니 날 걸고넘어질 수도 없어.’

바스티얀 대공 전하께서 아멜리아를 버리고 자신의 손을 잡으면, 이 모든 건 아멜리아가 천박하게 몸을 굴려 생긴 일이라고 다시 소문을 만들어내면 그만이다.

16553724726441.jpg‘세상에 제대로 난도질당한 채 사냥감이 되는 건 오직 아멜리아, 네가 될 거야!’

  마미는 곧장 걸음을 옮겨, 마법 통신구를 이용해 피오레 공작가에 연결했다. 지금부터 그녀가 할 일은 이번 추문에 첫 시작을 퍼트린 잡초를 뽑는 일이었다.

16553724695739.jpg‘이 잡초를 심은 게 메사리나 아가씨라는 것만 찾아내면.’

바스티얀 대공과 더불어 클리오 대공의 명예까지 흔들었기에, 황실 모독죄를 물을 수 있었다.

16553724695718.jpg<마미, 무슨 일이야? 가주님께 무슨 일 생겼어?>

16553724695739.jpg“레아, 내 말 잘 들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들을 신입 하녀들에게 흘려.”

16553724695718.jpg<뭐? 그게 무슨 말이야?>

16553724695739.jpg“부탁해. 각각 흘려야 해.”

마미는 몇 가지 다른 소문들을 신입 하녀들에게 흘리도록 당부했다.

16553724695739.jpg“그리고 마지막은 바스티얀 대공 전하의 숨겨진 애첩이 레이디 메사리나라고. 레베카라는 아이한테 흘려.”

  *** 검은 로브를 입은 이클리트가 담배를 입에 물고서 술에 취한 척, 뒷골목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는 듯했으나, 덥수룩하게 내려온 머리카락 사이로 그의 푸른 눈동자가 연신 오가는 사람들을 주시했다. 카마리가 가져온 정보에 따르면 오늘 이 뒷골목에서 술을 유통하는 자가 움직인다고 했다. 그때, 한 남자가 휘파람을 불면서 가볍게 등장했다. 그는 주위를 잠시 둘러보다가, 품에서 흰 손수건을 꺼내 흔들었다. 밀거래꾼들이 사용하는 신호였다. 하지만 이건 카마리에게도 신호였다. 그녀는 순식간에 남자의 목덜미로 단검을 겨눈 채 나타났다. 남자는 흠칫하면서, 상황 파악 못 하고 욕을 내뱉었다.

16553724695718.jpg“넌 뭐 하는 년이야!”

16553724810053.jpg“시끄러.”

카마리가 재빨리 남자의 목을 졸라, 그대로 기절시켰다. 이클리트는 축 늘어진 남자를 여유롭게 들쳐 매고서, 더 인적이 없는 곳으로 끌고 갔다. 남자가 사라진 빈자리로 잠시 후, 뜻밖의 인물이 나타났다.

16553724695718.jpg“뭐야. 분명 흰 손수건을 흔드는 걸 봤다고 했는데. 없잖아? 이 새끼 또 어디로 센 거야? 제대로 배달한 건 맞겠지?”

바로 마을에서 사라졌다던 슈란이었다.

16553724695718.jpg“아. 시간이 없는데. 오늘 그 산에서 그 여우 새끼를 확실하게 보내야 한다고. 뭐, 물건만 잘 바꿔치기 했으면.”

슈란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16553724695718.jpg“지금쯤, 일이 시작됐겠군. 그럼 슬슬 나도 하던 일을 계속해볼까. 키르케 그 여자, 진짜 귀찮은 일만 날 시킨다니까. 내가 왜 남 뒤꽁무니를 쫓아다녀야 하냐고!”

슈란은 툴툴거리면서, 서둘러 걸음을 뒤로 돌렸다. *** 카마리로 인해 기절했던 남자가 눈꺼풀을 깜빡이다가, 이내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는 눈앞에 태연하게 서 있는 카마리를 보며 다시금 언성을 높였다.

16553724695718.jpg“이게 대체 뭐 하는…… 윽!”

하지만 말을 채 맺기도 전에, 이클리트가 그의 목에 서슬 퍼런 검을 겨누며 짧게 말했다.

16553724837933.jpg“네가 이번에 대량의 술거래를 진행하는 밀거래 꾼이지?”

이클리트는 대공임을 숨긴 채, 제대로 암살자 포스로 남자를 죄었다. 남자 역시 척 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떨리는 입술을 달싹였다.

16553724695718.jpg“왜, 왜 이러십니까? 제가 무슨 짓을 했다고…….”

16553724837933.jpg“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16553724695718.jpg“저, 저는 모릅니다. 아무것도 몰라요.”

16553724837933.jpg“알아야 할 거다. 비밀을 지켜주고자 한다면, 죽어서 지켜주게 해줄 테니.”

이클리트가 칼자루에 힘을 주자, 칼날이 정확히 남자의 급소를 향해 파고들었다.

16553724695718.jpg“흐윽!”

차가운 통증과 함께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남자는 장난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선, 이클리트의 푸른 눈빛에 질린 채, 결국 입을 열었다.

16553724695718.jpg“수, 술 거래는 이미 끝났습니다.”

16553724810053.jpg“뭐?”

카마리는 뜻밖의 상황에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이클리트는 끝까지 침착하게 정보를 캐냈다.

16553724837933.jpg“어디로 거래됐지?”

남자는 잠시 망설였으나, 다시 한번 칼날이 살결 깊숙이 파고들자,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16553724695718.jpg“카, 카르티아 공작가로 유통됐습니다! 하지만 그저 술입니다. 살짝 기분 좋게 해주는 독주라서 밀거래가 이뤄졌지만, 생명에는 아무 지장도 없습니다!”

카마리와 이클리트는 동시에 움직임을 멈췄다. 다른 어디도 아닌, 카르티아 공작가로 유통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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