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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새하얀 존재 (85/199)

85화. 새하얀 존재2021.10.25.

1655372493917.jpg“대체 그 많은 술이 왜 그쪽으로 간 거지?”

이클리트의 물음에 밀거래꾼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16553724939176.jpg“거기서 사냥 대회가 열리니까요. 대회가 끝나면 곧장 무도회가 열리니, 당연히 술이 많이 쓰이니까, 귀족 나리들이 이럴 때 슬쩍 마시려고…….”

결국, 약간의 마약 성분이 섞인 술을 귀족들의 요청으로 대량의 밀거래를 했다는 말이었다.

16553724939179.jpg“그럼 저희가 찾는 밀주는 아닌 게 아닙니까?”

카마리가 살며시 속삭이자, 이클리트는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1655372493917.jpg“남아 있는 술이 있느냐?”

16553724939176.jpg“예?”

1655372493917.jpg“팔고 남은 술이 있냐고 물었다.”

남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딱 한 병 남은 술을 이클리트에게 건네주었다.

16553724939176.jpg“진짜 이게 전부입니다. 더는 없습니다!”

카마리는 이클리트가 들고 있는 술을 살폈으나, 그 밀주인지 육안으로 판단하긴 어려웠다.

16553724939179.jpg“어떻게 할까요? 뭐, 어디 짐승이라도 잡아서 먹여야 하나…….”

이클리트는 서늘한 시선으로 술병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짐승에게만 반응하는 밀주.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반인반수를 찾아내기 위한 것.

1655372493917.jpg‘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알 방법은.’

이클리트는 코르크 마개를 열었다. 그리고 아주 조금, 그 냄새를 맡았다. 그 순간, 피가 들끓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감각이 그를 뒤덮으며 순식간에 이성을 흔들었다.

1655372493917.jpg“하아!”

16553724939179.jpg“대공 전하? 왜 그러십니까? 괜찮으십니까?”

이클리트는 가까이 다가온 카마리의 체향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거친 숨을 삼키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겨우 냄새만으로도 이성이 뒤틀리며, 야성을 불러일으켰다.

1655372493917.jpg‘밀주가 맞아…….’

이 밀주를 마치 마약 섞인 술인 것처럼 위장해서 카르티아 무도회로 유통했다면.

1655372493917.jpg‘인간에겐 아무 효과도 없어. 목적은…….’

이클리트의 푸른 눈동자가 섬뜩하게 뒤틀리며, 이를 악물었다.

1655372493917.jpg‘목적은 하나다. 사냥 대회. 그곳에서 사냥당할 짐승들!’

1655372493917.jpg“아멜리아…….”

이클리트는 곧장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카마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으나,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1655372493917.jpg‘사냥 대회가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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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553724968034.jpg“전혀 없던 말도 아니잖아. 안 그래?”

에드조프의 속삭임에 아멜리아는 싸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16553724968039.jpg“사랑했던 연인이라…… 우리가 대체 언제 사랑을 했던 거죠? 이용당한 것도 사랑인가? 연인인 척, 의붓동생과 나눈 게 당신 사랑 아니야?”

16553724968034.jpg“메사리나는 그저 가지고 논 거지. 너도 알잖아. 체자렛 백작가의 순수 혈통도 아닌 계집을, 내가 진심으로 사랑할 리 없다는 거.”

에드조프의 입에서 메사리나의 존재가 잔인하게 할퀴어졌다. 하지만 놀랄 일도 아니었다. 이 인간은 애초에 감정 따위 전부 제 손에 도구로 두면서 이용하고, 써먹는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지금 저 입에서 나오는 사랑이라는 말도 전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일 뿐이다.

16553724968034.jpg“아멜리아, 널 사랑할게. 널 사랑할 거야. 이 세상에 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오직 너밖에 없어. 그리고 너에게 특별한 건, 오직 나 하나라고.”

아멜리아는 이제야 메사리나가 이런 짓을 벌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렇게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남자를. 오로지 복종시키고, 이용하기 위해 사랑을 휘두르는 이런 남자를.

16553724968039.jpg‘메사리나는 진심으로 원하는구나. 이 남자의 곁에서 이용당하더라도, 그런 사랑이라도 받고 싶은 거야.’

에드조프를 버린 게 아니라, 자신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에드조프가 어떻게든 자신을 버리게 하려고 이런 짓을 한 거다.

16553724968039.jpg‘이런 짓을 해도, 너에게 돌아가지 않을 텐데. 사랑에 홀려서, 정말 멍청한 짓을 하는구나, 메사리나.’

이 남자는 애초에 사랑을 모른다. 누구보다 감정 따윌 모르는 거다.

16553724968039.jpg“처음 당신이 날 사랑한다고 했을 때, 정말이지 끔찍하게 싫었는데. 이제 알 것 같네요.”

16553724968034.jpg“무슨 소리지?”

16553724968039.jpg“당신은 날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날 빼앗기고 싶지 않은 거예요. 클리오 대공 전하께 지고 싶지 않아서 발악하는 거고. 당신은 아무리 원해도 사랑을 못 할 거예요. 훗날, 간절히 원하고 바라게 되어도 마찬가지일 거고.”

에드조프는 아멜리아의 말에 묘하게 신경이 거슬렸다.

16553724968039.jpg“누군가에게 제대로 사랑받아 보지 못했으니. 그저 어린 애처럼 갈구하고, 자기 자신을 포장하기 바쁘잖아요.”

16553724968034.jpg“내가, 사랑받지 못했다고? 모두가 날 원하고 있어. 어마마마도 날 사랑하고 있고! 그 괴물 자식이 외톨이야. 그 자식 곁엔 아무도 없어. 모두가 미워하고 있다고!”

16553724968039.jpg“나는 클리오 대공 전하를 미워하지 않아요.”

그녀는 목소리에 더욱 힘을 주었다.

16553724968039.jpg“끊임없이 클리오 대공 전하께 괴물이라고 말하지만, 나에겐 당신이 괴물이야. 소름 끼치게 끔찍한 괴물.”

아멜리아의 서슬 퍼런 목소리가 끊임없이 그에게 박혀 들자, 에드조프의 눈동자가 점점 붉게 달아올랐다.

16553724968039.jpg“설령 정말로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혼자 가지지 못해 안달하며 처절하게 무너져 봐요. 매 순간, 순간, 당신은 내 눈앞에서 비참하게 버려질 테니까. 내가 당신과 같아지는 순간은 절대 오지 않을 거예요. 나는 이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멜리아는 진심으로 떨리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16553724968039.jpg“클리오 대공 전하만을 사랑할 테니까. 내 남편은 오직, 그분뿐이에요.”

아멜리아의 완강한 감정 앞에 에드조프는 심장이 뒤틀리며 악에 받친 어조로 외쳤다.

16553724968034.jpg“너와 내가 연인이었다는 사실은, 없어지지 않아.”

16553724968039.jpg“없어질 거예요. 내 인생에서 당신을 완전히 지워버릴 테니까.”

16553724968034.jpg“넌 날 사랑하는 거야! 그 괴물 자식은 그저 이용하는 거잖아. 애초에 그 괴물과 손을 잡은 이유가 뭔데. 나 때문이잖아. 내가 너에게 욕망을 줬다면 그 욕망으로 날 원해. 더 애타게 날 원하라고!”

16553724968039.jpg“처음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다시 주어진 생. 건강해진 이 심장으로 오직 에드조프를 향한 복수만을 갈구했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그와 얽혀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16553724968039.jpg‘너무 소중하게 주어진 생이야. 그 남은 생을, 이 남자를 미워하고 증오하면서 살 수는 없지. 고작 너 같은 거에게.’

16553724968039.jpg“이젠 내 복수만큼이나, 그분을 위해. 그분이 이생에서 행복하게 살길 바라니까. 그래서 그분을 황제로 만들 거야.”

16553724968034.jpg“그놈이야말로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해. 그런 끔찍한 괴물을 누가!”

16553724968039.jpg“내가 사랑해.”

16553724968034.jpg“그대가 그놈의 실체에 대해서 뭘 안다고?”

16553724968039.jpg“설령 그분이 진짜 괴물이라고 해도, 나는 끝까지 그분을 사랑할 거예요.”

에드조프는 아멜리아의 말에 순간 멈칫하다가 이내 기이할 정도로 웃기 시작했다.

16553724968034.jpg“하! 좋아. 하지만 나 역시 그댈 포기할 생각이 없어.”

그는 섬뜩한 미소를 그리며 나직이 속삭였다.

16553724968034.jpg“난 그대를 망가뜨려서라도 내 옆에 두고 싶어졌거든. 아름다운 나의 제비꽃으로.”

16553724968039.jpg“에드조프…….”

16553724968034.jpg“너에겐 나밖에 없다는 걸, 알게 해줄게. 그대가 원하는 전부를 빼앗을 테니까. 오직 나밖에 남지 않도록.”

사랑을 빙자한 폭력이 휘둘러진다.

16553724968034.jpg“죽더라도 내 곁에서 죽어야 해. 이게 내가 너에게 주는 완전한 사랑이야.”

그때, 기이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그제야 아멜리아는 날이 저물었음을 깨달았다.

16553724968039.jpg‘너무 늦어버렸어.’

아멜리아가 걸음을 돌려, 말의 고삐를 잡으려는 순간. 말이 갑자기 겁에 질린 채 울음을 내뱉더니, 앞발을 높이 올렸다.

16553724968039.jpg“왜 그래. 진정해. 괜찮아, 괜찮다니까!”

하지만 흥분한 말이 아멜리아를 공격하자, 에드조프가 뒤에서 그녀를 끌어당겼다.

16553724968034.jpg“위험하잖아!”

결국 말이 그대로 달아나 버렸다. 아멜리아는 굳어진 표정으로 에드조프를 밀쳤다. 그 때문에 묶여 있던 그녀의 머리카락이 풀어지면서, 아무렇게나 흩날렸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끈을 주워든 그의 시야로 그녀의 모습이 묘하게 파고들었다. 확실히, 그녀가 예전과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16553724968039.jpg“지금 뭔가에 우리가 포위당한 거 알겠죠? 알아서 살아남아요. 난 곧 죽어도 당신 걱정 안 할 테니까.”

아멜리아는 들고 있던 장총을 제대로 장전했다. 에드조프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16553724968034.jpg‘예전엔 그녀가 머스켓티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는데. 이젠 저 총이 제법 잘 어울리는군.’

온실 속 제비꽃이 아닌, 흙먼지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어 있는 제비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탐이 나는 것이다.

16553724968034.jpg‘그 자식한테 빼앗기지 않아. 아무도. 아무것도!’

  사방으로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번뜩이는 시선이 느껴졌다. 말이 도주한 이유도 저 짐승 때문이다.

16553724968039.jpg‘황궁에서 벌어진 일과 유사해. 하지만 안개도 없는데…….’

마침내, 사방을 포위한 짐승이 모습을 드러냈다. 섬뜩한 어금니를 드러낸 채, 한껏 살기를 드러내고 있는 짐승은 바로 멧돼지였다. 에드조프 역시 멧돼지를 발견하고선 눈매가 살짝 굳어졌다.

16553724968034.jpg‘설마 키르케 짓인가?’

금방이라도 공격당하기 일보 직전의 순간. 에드조프는 검을 빼 들고서 아멜리아에게 다가갔다.

16553724968034.jpg“일단 가만히 있어. 내가 지켜줄…….”

  탕-! 아멜리아가 에드조프의 헛소리를 날려버리며 불의 마탄으로 불을 일으켰다. 그 때문에 에드조프는 아멜리아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

16553724968034.jpg“지금 뭐 하는 거야!”

아멜리아는 불길 너머로 에드조프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

16553724968039.jpg“아까 말했잖아요. 각자 살아남자고. 감히 날 지킬 생각하지 마요. 내가 그쪽 지켜줄 일도 없을 테니까. 솔직히 당신이 사고사 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불길에 멧돼지가 잠시 머뭇거린 사이, 아멜리아는 그대로 몸을 돌려 달렸다. 에드조프는 시야에서 멀어지는 아멜리아를 향해 외쳤다.

16553724968034.jpg“혼자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아멜리아! 아멜리아!”

하지만 뜨겁게 타오르는 화염 너머로, 아멜리아는 그의 눈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에드조프는 그 모습에 허한 숨을 내쉬었다.

16553724968034.jpg“지켜주지도 못한다, 이건가?”

그는 어느새 사라져버린 멧돼지를 보며 서늘한 시선을 띠었다.

16553724968034.jpg“그나저나 이게 정말로 키르케, 그 여자 짓이라면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지?”

  *** 불의 마탄으로 시간을 번 아멜리아는 일단 에드조프와 멀어졌다. 괜히 에드조프가 자신을 지켜주는 것도 싫었고, 자신이 에드조프를 구해주는 것도 끔찍했다.

16553724968039.jpg‘그리고 불길을 보면, 분명 누군가 찾아오겠지.’

날이 저물었는데, 대공과 공작이 보이지 않으면 분명 수색대가 움직이고 있을 거다.

16553724968039.jpg‘그런데 정말 황궁 때와 비슷해. 안개는 없지만, 설마 밀주와 관련 있는 건가.’

대공 전하께서 밀주 행방을 찾는다고 했으니, 어쩌면 그 밀주가 여기로 흘러들었을지도 모르겠다.

16553724968039.jpg“그렇다면 좀 위험할지도.”

얼핏 봐도 그 멧돼지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으니까. 아멜리아는 다시금 장총에 마탄을 장전했다. 계속 불의 마탄을 쓰는 건 위험했다. 물의 마탄과 바람의 마탄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수색대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할 것 같았다.

16553724968039.jpg‘아니면…….’

달려가던 아멜리아가 걸음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뒤를 쫓고 있었던 멧돼지들이 사납게 앞발을 굴렸다. 이미 황궁에서 한번 경험한 터라, 아멜리아의 눈빛은 침착하기만 했다.

16553724968039.jpg“너네도 죽는 것보단, 파묻히는 게 낫겠지?”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방식을 떠올리며 싱긋 웃었다. 그렇게 멧돼지가 아멜리아를 향해 돌진하자, 아멜리아는 곧장 땅을 향해 바람의 마탄을 연발로 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엄청난 충격파가 땅을 흔들더니, 이내 돌진해온 멧돼지 전부를 땅에 파묻어버렸다. 멧돼지들은 땅에서 마구 허우적거리며 나가려고 애를 썼지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땅이 점점 꺼지면서, 멧돼지를 붙들었다. 아멜리아는 이제야 안도하며 걸음을 돌렸다.

16553724968039.jpg“대공 전하의 방법이 효과가 있어서 다행이네. 일단 저것들 발은 묶었고. 이제 수색대가 오기를 기다려야…….”

그때, 미처 파묻지 못한 멧돼지 한 마리가 아멜리아의 뒤를 기습했다. 그녀가 흠칫하며 곧장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휙-!  

16553724968039.jpg“하…….”

갑자기 허공으로 피가 튀면서, 멧돼지의 목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아멜리아는 순식간에 벌어진 끔찍한 광경에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들었다. 그때, 아멜리아의 녹안이 흔들렸다. 그녀의 시선 끝에 기이한 존재가 피 묻은 마체테를 쥐고 있었다. 새하얗다 못해 투명하리만큼 창백한 피부. 허리까지 쏟아져 내리는 백발 아래, 노란 눈망울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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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3724968039.jpg‘새하얀 존재…… 황궁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아멜리아의 시선이 다른 곳에 멈췄다. 바로 그에게 달린 여우의 귀와 여우의 꼬리였다. 사람인 듯하지만, 사람이 아닌…….

16553724968039.jpg“수인?”

아멜리아가 두려움에 입술을 달싹이자, 새하얀 존재가 더욱 움찔하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새하얀 여우의 꼬리가 더 적나라하게 보였다. 아멜리아는 눈으로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16553724968039.jpg‘정말, 수인이라고? 저 사람이? 하지만 수인은 없어졌다며. 하지만 그럼 저 사람은 대체…….’

새하얀 꼬리가 비현실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던 아멜리아는 갑자기 머릿속으로 불현듯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16553724968039.jpg“둥아?”

그녀가 무심코 부른 이름에 새하얀 존재가 눈에 띄게 몸을 떨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멜리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이름을 불렀다.

16553724968039.jpg“둥아. 너 정말 둥이야? 하지만, 네가 어떻게. 어떻게…….”

그녀가 천천히, 새하얀 존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조심스러운 발걸음에도 새하얀 존재는 지나치게 경계하며 계속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16553724968039.jpg“둥아. 둥이 맞지? 네가 날 구해준 거야? 대답해 봐. 말은 못 하는 거야?”

마침내 새하얀 존재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멜리아는 제법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샛노란 눈망울이 불안에 떨고 있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너무나도 낯이 익었다. 정말로 둥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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