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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마침내 나타난 그들 (86/199)

86화. 마침내 나타난 그들2021.10.29.

거지꼴을 한 사내가 바짝 얼어붙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만 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사내 앞으로 갈색 로브를 입은 이가 막아섰다. 사내는 멈칫했으나, 그를 지나치려고 했다. 그러자 로브의 모자가 벗겨지면서, 눈부신 핑크 머리카락이 차분하게 찰랑대며 이사나가 해사한 미소를 그렸다.

1655372521067.jpg“보통 누가 이렇게 가는 길을 막으면. 아, 나한테 볼일 있구나, 하지 않나? 특히 죄 지은 사람은 더더욱?”

거지꼴을 하고 있는 이는 바로 이사나가 쫓고 있던 그 도망친 신관이었다. 신관이 이를 악물고서, 이사나를 향해 어설프게 단검을 휘두르자, 이사나가 혀를 차며 신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16553725210678.jpg“흐윽!”

1655372521067.jpg“아, 진짜. 여기서 내가 실력 발휘해 줘야 하나? 이런 약해 빠진 것들도 날 무시하네. 저격수가 특기긴 하지만, 검도 쓰긴 써. 순식간에 죽이는 거, 일도 아니야.”

이사나가 별명답게 살벌한 미소를 띠며, 신관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16553725210678.jpg“이, 이거 놔!”

1655372521067.jpg“그러게. 신을 받드셨던 분이 왜 신의 이름을 더럽히셨습니까? 감히 피오레 공작가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축복의 꽃을 망치다니. 대체 얼마나 처 받아먹었기에? 신성회도 그쪽을 엄청 쫓던데. 신의 이름으로 심판받기 전에, 우리 쪽 심판부터 받자고.”

그런데 신관이 마구 떨면서 헛소리를 주절거렸다. 어쩐지 정상이 아닌 듯했다.

16553725210678.jpg“이거 놔! 도망가야 해. 그 미친, 그 이상한 괴물이. 괴물이 날 잡아. 날 쫓아온다고!”

1655372521067.jpg“괴물? 그런 개수작 떨면서 빠져나가려…….”

16553725210678.jpg“반인반수!”

1655372521067.jpg“……뭐?”

일순, 이사나의 표정이 극도로 얼어붙었다.

16553725210678.jpg“그들이 나타났어. 나타났다고!”

1655372521067.jpg“봤어? 그들을 본 거야? 진짜?”

하지만 완전 넋이 나간 신관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어조로 중얼거렸다.

16553725210678.jpg“난 그냥 메사리나, 그 여자가 축복의 꽃만 망쳐달라고 해서. 그래서 신의 종으로 평생 살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쉬우니까. 돈도 엄청 많이 줬어! 이대로 솔라 제국을 떠나려고 했다고. 그런데. 날 죽이려고 했어. 그놈들이 계속 날 감시하고!”

신관은 갑자기 이사나의 옷자락을 붙들고서 애원하기 시작했다.

16553725210678.jpg“제발 부탁해! 다시 신에게 용서를 구하게 해줘! 다시, 다시 신관으로 돌아가고 싶어! 윽!”

이사나는 신관의 뒷목을 후려쳐서는 시끄러운 입을 막았다.

1655372521067.jpg“다시 돌아가긴. 내가 무슨 신이야? 그나저나 그놈들이 세상에 나타났다고. 진짜?”

반인반수. 비록 수인은 아니지만, 어쩌면 수인보다 더 괴물 취급받는 이들. 음습한 어둠 속에 숨어서, 되도록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인간들과 어울려 지내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수인은 인간을 해치지 않는다.

1655372521067.jpg‘그 같잖은 규칙 때문에 루베르는 고통받고 절망하다가, 결국 멸망한 거지.’

그런데 반인반수가 인간을 해치고 있다니. 게다가 레이디 메사리나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

1655372521067.jpg“흠. 나머지는 이쪽에서 들어볼까?”

이사나는 순식간에 장총을 장전하고서 어둠 속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이를 향해 마탄을 쐈다. 탕-!  

16553725210678.jpg“윽!”

이사나의 마탄은 정확히 도망치던 이의 발목을 꿰뚫었다. 그는 바닥으로 쓰러진 그림자를 향해 유유히 걸어갔다.

1655372521067.jpg“헤헷. 내가 꽤 전설적인 암살자였다니까? 뒤에서 지켜보면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이사나가 정확히 저격한 이는 바로 슈란이었다. 슈란은 솟구치는 피를 꽉 누르며, 이사나를 노려보았다.

16553725210678.jpg“헤, 그렇게 전설적인 암살자께서 왜 바로 안 죽였어?”

이사나는 지난번 모습과 너무 다른 슈란의 태도에 입꼬리를 길게 올렸다.

1655372521067.jpg“우와. 그때 그 순박한 일꾼 청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네? 그새 이렇게 타락한 거야?”

16553725210678.jpg“그 모습은 썩 역겨웠어. 그렇지?”

1655372521067.jpg“헛소리하면서 감추지 않아서 좋네. 그럼.”

이사나는 순식간에 슈란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붙잡고서 확 끌어당겼다. 슈란은 치미는 고통을 꾹 삼키며, 섬뜩하게 번뜩이는 이사나의 눈을 응시했다.

1655372521067.jpg“계속 술술 부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바로 네놈을 죽이지 않고 내버려 둔 건, 들어야 할 말이 있어서니까.”

16553725210678.jpg“그쪽도, 생긴 대로 놀진 않는데? 그 성격 어떻게 숨기고 사는 거야?”

1655372521067.jpg“무슨 소리. 누구보다 생긴 대로 잘살고 있는데. 네놈한테는 굳이 꽃미남일 필요 없어서 그러는 거지. 자. 얌전히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그 과수원 사건의 범인은 네놈의 자작극이고. 그럼 당연히 주기적으로 밀주를 산다는 사람도 너고.”

16553725210678.jpg“묻는다더니, 확신하잖아?”

1655372521067.jpg“그래서 아니라고?”

16553725210678.jpg“그걸 이제 알면 어쩌자는 거지? 이미 많이 늦지 않았나? 뒤끝 작렬이네. 남자가 그러면 여자한테 인기 없어.”

1655372521067.jpg“하, 새끼. 지금 내가 너랑 노는 거로 보여?”

굉장히 여유로운 슈란의 모습에 이사나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1655372521067.jpg“네가 저 신관 뒤를 감시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지. 네 뒤에도 레이디 메사리나가 있는 건가?”

16553725210678.jpg“메사리, 뭐? 그건 또 누구야?”

1655372521067.jpg“조사하면 다 나오겠지.”

슈란은 이사나의 말에도 끝까지 여유로웠다.

16553725210678.jpg‘키르케 그 여자가 날 구해주겠지.’

애초에 잘 숨어 있던 자신을 끄집어낸 것이 그 여자다. 저 신관이 잡히면 곤란하니까, 뒤를 감시하라고 말이다.

16553725210678.jpg‘내가 이들에게 잡히면, 곤란한 건 그 여자야. 그런데 내가 저 신관 놈 뒤를 감시하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안 거지?’

키르케의 명령이 내려온 건 얼마 안 지났다. 때문에 아무리 정보력 강한 티어라고 해도 시간이 부족했을 터.

16553725210678.jpg‘이 사실을 아는 건 명령을 내린 키르케뿐인데.’

슈란은 이사나를 힐끔 쳐다봤다.

16553725210678.jpg‘운이 나빴던 모양이야. 자, 그럼 어떻게든 키르케에게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 저 신관이 피오레 가주 손에 넘어가면 곤란한 거 아니야? 대체 키르케는 어디서 뭘 하는 거야.’

레이디 메사리나. 사실 이름은 들어본 적 있었다. 키르케가 어쩐 일인지, 그 여자를 주시하고 있는 모양이었으니까. 저 신관의 뒤를 감시하는 것도 메사리나, 그 여자 때문이었다. 이사나는 슈란의 두 손을 포박하고서, 쓰러진 신관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슈란은 꽤 순순히 이사나를 따라왔다.

1655372521067.jpg“내가 자작극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계속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단 말이야.”

16553725210678.jpg“그건 이미 끝난 거 아니야? 내가 범인이라며.”

1655372521067.jpg“공범이 있나, 싶어서.”

16553725210678.jpg“공범?”

1655372521067.jpg“자물쇠를 연 사람, 밀주를 푼 사람. 그게 전부 너인데. 왜 과수원에는 두 사람의 발자국이 발견됐을까. 또 다른 놈이 있는 건가?”

슈란은 이사나의 말에 부자연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이사나는 그런 슈란의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며, 의연하게 말을 이었다.

1655372521067.jpg“뜬금없이 등장한 여우도 이상했지. 분명 과수원에서 여우 발자국은 발견되지 않았는데 말이야.”

사실, 황궁 사건과 정반대로 유사했다. 과수원 때는 사람의 흔적이 있는데, 여우가 범인이라고 하고. 황궁 때는 늑대가 원인이라는데, 마체테를 사용한 낯선 사람의 흔적을 발견했으니까.

1655372521067.jpg‘이게 전부 가능하려면.’

순간, 이사나는 신관이 내뱉은 말이 떠올랐다.

1655372521067.jpg‘때론 인간도 되고, 때론 짐승도 되는, 설마 반인반수…….’

걸어가던 그가 우뚝 멈춰 서서는 슈란을 붙들었다.

1655372521067.jpg“너, 혹시 반인반수와 관련 있는 건가?”

16553725210678.jpg“뭐? 갑자기 무슨 헛소리야. 그냥 빨리 감옥에나 처넣어. 이래저래 귀찮…… 윽!”

이사나는 그답지 않게 슈란의 머리를 벽에 거칠게 처박고서 서늘하게 읊조렸다.

1655372521067.jpg“감옥엔 안 처넣어. 거기 들어가면 더는 내 손으로 어쩌지 못하니까.”

입술이 찢어진 슈란은 피를 뱉으며, 이사나를 노려보았다.

16553725210678.jpg“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1655372521067.jpg“대답 똑바로 해. 그 과수원에 있었던 또 다른 사람. 반인반수인 건가? 혹시 그 여우야? 그 여우가 인간화됐던 건가? 애초에 그 밀주, 짐승한테만 반응하잖아. 네가 그 밀주로 하려던 게, 설마 반인반수를…….”

슈란은 모든 사실을 알아낸 이사나의 모습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16553725210678.jpg“글쎄. 난 모르겠다니까?”

1655372521067.jpg“아니. 넌 알고 있어. 반인반수라니. 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지껄였는데, 넌 너무 태연하게 모른다고 하고 있어. 보통은 기겁하면서 무슨 헛소리냐고 해야지!”

이사나는 점점 끓어오르는 살기를 누르며 슈란의 귓가에 속삭였다.

1655372521067.jpg“네가 정말로 반인반수와 관련 있다면, 법이고 나발이고 내 손에 죽을 거야.”

16553725210678.jpg“…….”

1655372521067.jpg“자, 넌 앞으로 그 밀주에 대해 아는 전부를 털어놔야 할 거야.”

슈란은 저도 모르게 오싹한 소름을 느끼며 숨을 꾹 삼켰다. 그때도 느꼈지만, 예리한 놈이다. 게다가.

16553725210678.jpg‘이 녀석, 반인반수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거야?’

아무래도 일이 좀 복잡해질 것 같았다. 이사나는 불안한 표정으로 여우를 떠올렸다.

1655372521067.jpg‘황궁에서 그 짐승들이 반인반수였다면, 전부 사살됐으니까 당장 문제가 없지만. 농장에서의 그 여우. 지금 가주님이 데리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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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553725356069.jpg‘정말, 둥이가 수인이야?’

어느새 아멜리아의 표정에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떨고 있는 둥이를 다독여주고 싶었다.

16553725356069.jpg“괜찮아, 둥아. 날 구해준 거지? 그렇지? 말을 못 하는 거면, 고개만 끄덕여 봐. 네가 둥이 맞잖아.”

아멜리아와 눈을 마주친 채, 머뭇거리던 그가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16553725210678.jpg“흐윽!”

16553725356069.jpg“둥아?”

갑자기 잇새 사이로 신음을 내뱉으며, 몹시 괴로운 듯 상체를 굽혔다. 그녀가 당황하여 둥이에게 손을 뻗으려는 순간.

16553725210678.jpg“오지 마!”

마침내 그가 입을 열면서, 아멜리아를 향해 마체테를 휘둘렀다.

16553725356069.jpg“말을 할 수 있구나.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하지만 그는 다시 입을 다문 채, 낮게 으르렁거리며 바짝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의 손에 쥐여진 마체테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노란 눈망울도 시시각각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머리를 부여잡고서 참고 있던 포효를 쏟아냈다.

16553725210678.jpg“으아아악!”

16553725356069.jpg“둥아!”

순간, 그의 몸이 기이하게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사람의 모습에서 완전한 여우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것도 몹시 덩치가 커진 여우의 모습. 크기는 달라도 분명, 둥이의 모습이었다.

16553725356069.jpg‘둥이야. 둥이가 확실해. 그럼 황궁에서 보았던 그 새하얀 존재도 둥이었던 거야?’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둥이의 눈동자에 살기가 가득하더니, 끈적한 침을 흘린 채, 섬뜩한 이를 드러내며 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16553725356069.jpg“둥아, 왜 그래. 나야. 대체 왜 이러는 거야!”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이내 둥이가 그녀를 향해 덤벼들었다. 아멜리아는 곧장 장총을 들었지만, 차마 제대로 쏘지 못한 채 둥이의 발을 향해 바람의 마탄을 쐈다.

16553725356069.jpg“제발!”

하지만 둥이가 순식간에 마탄을 피해, 한껏 날이 선 발톱을 휘둘렀다.

16553725210678.jpg“윽!”

분명 급소를 찌를 수 있었을 텐데. 둥이의 발톱은 아멜리아의 급소를 피해, 어깨를 스친 채 스스로 몸을 옆으로 날렸다.

16553725210678.jpg“크으으윽!”

16553725356069.jpg“둥아!”

공격은 자신이 했으면서, 자신이 더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는 모습에 아멜리아는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16553725356069.jpg‘둥이는 날 공격하기 싫은 거야. 맞아. 누군가 둥이를 조종하고 있어. 그때 그 안개처럼!’

아멜리아는 날뛰는 둥이를 보며 다시 장총을 들었다.

16553725356069.jpg“기다려. 내가 구해줄게!”

그녀는 바람의 마탄으로 둥이의 폭주를 막아보고자 했다. 하지만 둥이는 마탄을 모조리 피한 채, 이성을 잃은 눈빛으로 아멜리아를 노려보았다.

16553725356069.jpg“둥아, 제발 정신 차려!”

이러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면 끝장이다. 결국, 둥이가 다시금 아멜리아를 공격하려는 순간. 갑자기 폭풍과도 같은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둥이를 그대로 날려버렸다.

16553725356069.jpg“하아…….”

아멜리아는 휘몰아치는 바람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런데 기이한 새 울음소리가 아멜리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떨리는 숨을 삼키며 고개를 들었다. 순간, 그녀는 온몸으로 전율을 느꼈다. 거대한 검은 날개로 바람을 일으키며 서 있는 존재. 마치 이 어둠을 몰고 와 제왕처럼 군림하고 있는…….

16553725356069.jpg“검은,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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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멜리아는 눈앞에 나타난 이 믿을 수 없는 존재에게 홀린 것처럼, 시선을 빼앗겼다. 저토록 거대한 독수리는 처음이었다. 아니, 그저 독수리라고 부르는 것도 무례해 보였다. 칠흑처럼 새까만 깃털 위로, 별이 쏟아진 것처럼 윤기가 반짝거렸다. 날개를 크게 한번 움직일 때마다, 이 밤을 지배하듯 위엄이 느껴진다. 게다가 바람을 일으키며, 아멜리아를 지키는 듯한 모습에선 묘한 성스러움마저 전해졌다. 갑자기 나타난 검은 독수리. 검은 독수리는 수왕이라고도 한다는데.

16553725356069.jpg‘우연히 나타난 게 아니야. 설마, 저 독수리도 수인인가? 수왕?’

하지만 그때, 마주친 독수리의 눈이 홍안이 아니었다. 푸르게 휘몰아치는 눈동자. 너무 예쁜, 푸른 눈동자.

16553725356069.jpg‘대공, 전하…….’

순간, 바람 때문에 바닥으로 쓰러졌던 둥이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더니,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16553725356069.jpg“둥아!”

아멜리아가 그 뒤를 쫓으려고 하자, 검은 독수리가 마치 그녀를 막아 세우듯 방해하더니 이내 하늘 위로 높이 비상하여 사라졌다.

16553725356069.jpg“하아…….”

그녀는 잠시 멍하니 사라진 검은 독수리의 흔적을 쫓다가, 둥이가 사라진 쪽으로 달렸다.

16553725356069.jpg‘분명 둥이를 쫓아간 거야. 둥이를 죽이려고? 안 돼, 둥이는 날 해치려고 한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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