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추락2021.11.12.
“팔러 메이드 중에 레베카라는 하녀를 주시해 봐.”
아멜리아의 말에 마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레베카? 아, 비앙카의 조카인데. 무슨 일인데요?”
“좀 걸리는 게 있거든.”
아멜리아는 처음부터 에드조프의 선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 하녀를 떠올렸다. 제법 경솔한 성품도 신경 쓰였고 말이다. 그때 자신이 경고하면서 내보내긴 했지만. 어쩌면, 상자에서 나왔던 바스티얀의 목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반지를 받은 것도.’
*** 레베카는 그때 그 정보를 팔고서, 이제야 나머지 절반의 돈을 받게 되었다. 생각보다 꽤 큰 액수에 레베카의 입꼬리가 하늘 무서울지 모르고 치솟았다.
“헤헷, 이거 괜찮은데?”
처음, 체자렛 백작가 영애가 제시한 돈의 액수도 컸지만. 혹시 몰라서 더 질러봤는데.
“이렇게 덥석 줄 줄이야. 하긴. 엄청 탐나는 정보긴 했지. 근데 그 영애, 피오레 가주와 그래도 자매 아니야? 그런 정보를 돈 주고 사다니. 서로 앙숙이긴 한가 보네.”
레베카는 메사리나가 줬던 계약서를 확인하며 탐욕스럽게 웃었다. 메사리나는 당장 여길 떠나라며, 그 비용까지 얹어주었다. 하지만 레베카는 바로 떠날 생각은 없었다.
‘익명도 보장해준다고 했고. 아직은 이 정도로 부족하지. 여기 있으면서 더 쏠쏠한 정보를 모아서 그냥 팔면 되는 거잖아. 얼마나 쉬워?’
“좀 더 한몫 단단히 잡고 떠나도 괜찮아. 들킬 염려도 없는데. 굳이 제 발 저릴 필요 없는 거라고.”
특히나 피오레의 정보는 더 큰 돈을 받는 것 같았다. 자신은 팔러 메이드이니, 정보를 얻을 기회도 쉽고 말이다. 메사리나가 돈을 받자마자 태우라고 준 계약서를 그녀는 대충 주머니에 쑤셔 넣고서, 얼른 우편물을 확인하러 걸음을 재촉했다. 레베카가 우편물을 정리하는 척, 고급 정보를 모으고 있을 때. 신입 하녀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쑥덕거렸다. 레베카는 혹시나, 싶어서 옆에서 훔쳐 들었지만 쓸 만한 소문은 없었다.
‘어디 하녀가 임신했다더라. 뭐, 귀족도 아닌데 필요 없고. 티어가 고백했다가 차였다더라. 이것도 별로고. 뭐 자극적인 거 없어? 예를 들면, 가주님에 관한 소문이 딱인데.’
하필 가주가 카르티아 공작가에 있으니, 훔쳐 들을 수도 없어서 영 아쉬웠다. 그때, 레아가 레베카를 불렀다.
“레베카.”
“네!”
“이거 케이트 님께 가져다드려.”
“네, 알겠습니다.”
레아는 레베카를 힐끔 쳐다보면서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가주님은 사냥 대회에서 잘하고 계시려나. 그러고 보니 메사리나 아가씨도 함께 있으시겠네. 듣자 하니 바스티얀 대공 전하도 계시다던데.”
메사리나의 이름이 들리자 레베카는 멈칫했다. 자신이 정보를 팔았으니, 묘하게 관심이 갔으니까.
“카르티아가 조용할지 모르겠네.”
“왜요?”
레아는 레베카가 덥석 미끼를 물자, 주위를 둘러보면서 한껏 목소리를 낮추었다.
“사실 바스티얀 대공 전하의 숨겨진 애첩이 메사리나 아가씨라는 얘기가 있어. 체자렛 백작가에서 일하는 하녀 중에 내 친구가 있거든.”
“지, 진짜요?”
“진짜라니까. 하지만 비밀이야. 알려지면 곤란해지니까.”
“물론이죠.”
하지만 레베카의 얼굴에는 화색이 감돌았다.
‘이거, 팔면 엄청나겠는데?’
물론 메사리나에게 정보를 팔았다고 하지만, 의리 지킬 필요는 없는 거잖아. 어차피 그 영애도 구린 짓 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뭔가 앞뒤가 딱딱 맞는 것 같아. 피오레 가주랑 바스티얀 대공 전하께서 연인이었으니까. 애첩이었던 그 영애가 배알이 꼬였던 거지. 세상에. 완전 재미있잖아!’
레베카는 표정에 드러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재빨리 걸음을 돌렸다. 레아는 그런 레베카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 레아와 하녀들이 무서운 표정으로 문 앞에 섰다. 레아는 목소리를 낮추며 서늘하게 읊조렸다.
“가서, 꺼내.”
하녀들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고 있던 레베카가 움찔했다.
“지금 무, 무슨. 악!”
하녀들은 레베카를 이불에 말아서는 그대로 끌어냈다.
“뭐 하는 짓이야! 이거 놔! 다들 가만 안 둘 거야!”
그렇게 레베카를 지하실로 끌고 간 하녀들은 그녀를 바닥에 내팽개치고서, 옆으로 비켜섰다. 이불이 내려가고, 레베카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앙칼지게 외쳤다.
“너네 뭐 하는 거야.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아! 피오레 공작가 하녀들은 이렇게 천박한 짓을 막 하는 거냐고!”
“천박한 짓을 과연 누가 먼저 시작했을까?”
레베카가 흠칫하며 고개를 들자, 그곳에 마미가 서 있었다.
“어, 어떻게 여기…….”
“밤새 무리해서 좀 달려왔지.”
“대체 제게 왜 이러세요?”
마미는 레베카의 뻔뻔한 모습에 냉소를 그렸다.
“어디서 이런 잡초가 뿌리 내려서는. 당장 파내려는 거지. 이 피오레에 어울리지 않으니까.”
마미가 레베카의 발에 소식지를 던졌다. 바로 레아가 알려준 메사리나에 관한 추문이 한 줄 쓰여 있었다. 레베카는 바들바들 떨면서 소식지를 외면했다.
“이런 쥐새끼 같은 짓을 과연 한 번만 할까? 두 번, 세 번, 그러다 이렇게 꼬리가 잡히는 거지.”
“저는. 저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
“모르면 벌을 줘서 알게 해야지. 하녀에겐 하녀 방식의 훈육이 있거든?”
마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 있던 하녀들이 레베카의 양손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이거 놔! 놓으라고!”
레베카가 악을 썼지만, 하녀들은 그녀를 마치 단두대에 세우듯, 의자 위에 세웠다. 마미는 물푸레나무 가지를 들어 올렸다. 이 가지는 워낙 유연성이 좋아서, 부서질 듯 잘 부서지지 않는 거로 유명했다.
“네가 끝까지 입 다물고 있어도, 이 가지가 부서지면 훈육은 끝나는 거야. 가장 쉬운 방법은 부서지기 전에 말하는 거겠지?”
“잘못도 없는데 이런 짓을 해도 되는 건가요!”
“너도 일단 질러본 거 아니야? 그래서 일단 나도 질러보는 거야. 아니면 어쩔 수 없지, 뭐. 얘들아 꽉 잡고 있어.”
“예.”
“싫어!”
짝, 짝-!
“악!”
물푸레 나뭇가지가 레베카의 새하얀 다리 위로 섬뜩한 낙인을 찍었다.
“감히 피오레 이름을 더는 더럽히지 말고, 정보를 팔았던 사람을 말해.”
“나는 몰라! 모른다고! 악!”
“이렇게 계속 맞다가, 걷지 못하게 되면. 넌 죄인이라서 아무도 받아주지 않을 거야. 길거리 걸인으로 비참하게 죽는 거다. 그래도 괜찮아?”
“으윽! 악!”
어느새 살결을 파고든 회초리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레베카는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었고. 주저앉고 싶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다리를 못 쓰게 될 것 같았다.
“마, 말할게요. 말할 테니까,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결국, 레베카는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회초리를 움켜쥐었다. ***
“바스티얀 대공 전하께서, 바, 반지를. 가주님께 드렸다고. 그 정보를 팔았습니다.”
레베카가 메사리나를 가리키며,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그러자 메사리나는 사색이 된 표정으로 더욱 애처롭게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아니에요! 제가 왜. 제가 왜 그런 짓을! 절대로 아니에요. 언니! 이젠 절 이렇게 모함하는 건가요? 저건 피오레 공작가 하녀인데. 나한테 무슨 정보를 팔았다고! 언니가 절 싫어하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하…….”
“즈, 증거도 있습니다.”
레베카는 메사리나의 사인이 담긴 계약서를 보였다. 처음 정보를 팔 때, 메사리나가 제시한 금액보다 두 배를 더 불렀던 레베카는 차후 돈을 주겠다는 메사리나의 약조에 증거가 필요하다며, 계약서를 요구했던 것. 메사리나는 그 계약서가 레베카의 손에 쥐어져 있자, 몸을 떨었다.
‘태우기로 했으면서. 저 계집은 돈은 다 처 받은 주제에, 뒤처리를 이따위로 해? 들키면 다 끝장이라는 걸 알면서!’
게다가 다른 제국으로 가라고 돈을 더 주기까지 했는데, 왜 눈앞에 있는 거야! 메사리나는 자꾸만 치미는 분노를 겨우 억누르며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아니에요. 언니, 아니네요. 이건 모함이에요!”
끝까지 발뺌하고 나서는 메사리나의 모습에, 아멜리아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날카롭게 속삭였다.
“그래. 나도 널 믿는단다, 메사리나. 네가 감히 이런 짓을 하다니 말이야. 그러니까 철저히 조사해보자.”
아멜리아는 분노로 굳어 있는 메사리나의 어깨를 다독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너도 대공 전하의 필체를 원했으니, 이것도 확인해보면 되잖아. 쉽지? 여기서 바로 네 사인을 확인하면 되는 거야.”
마미가 곧장 종이와 깃펜을 건네주었다. 아멜리아는 메사리나의 손에 그것을 쥐여 주며, 부추겼다. 모두가 믿어지지 않는 표정으로 메사리나를 주목했다.
“전부 레이디 메사리나가 꾸민 일이라고?”
“아니라잖아.”
“그래. 사인만 확인하면 되는 일이니까.”
메사리나는 깃펜을 쥔 채, 바들바들 떨었다.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면서, 아멜리아는 더더욱 그녀를 옥죄었다.
“자, 어서. 메사리나. 너의 억울함을 풀어야지? 너 같은 영애가 대공가와 공작가를 농락하고, 이처럼 더러운 추문을 만들었다니. 사교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응? 얼른 불명예를 씻어내야지.”
아멜리아의 한마디, 한마디에 메사리나의 눈가에 핏발이 서렸다. 일부러, 이처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런 가증스러운 쇼를 벌이고 있는 거다.
‘날 사교계에서 완전히 끝장내려고. 아멜리아. 네가 감히!’
깃펜을 쥔 채, 망설이고 있는 메사리나를 보면서 귀족들과 영애들의 수군거림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뭐야. 왜 안 쓰는 거야?”
“진짜인 거야?”
“정말 뻔뻔하게 우리를 농락한 거야?”
에드조프는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메사리나에게 동정심조차 들지 않았다.
‘멍청하게 일을 벌이고, 뒤처리도 이따위라니.’
에드조프는 그대로 걸음을 돌렸다. 메사리나는 그 모습에 눈을 크게 뜨면서, 마지막 희망으로 그를 붙잡았다.
“아니에요, 대공 전하. 대공 전하는 아시잖아요? 제가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어요!”
그가 제 편이 되어주면 된다. 적어도 여기서 자신을 구해주면! 하지만 에드조프는 메사리나의 손을 차갑게 떼어냈다. 아니, 오히려 확인사살을 하고 말았다.
“실망이군요, 레이디 메사리나. 누구보다 피오레 공과 내가 친했다는 걸 알았으면서. 이걸 이렇게 악용할 줄 몰랐습니다.”
“대공, 전하…….”
에드조프는 메사리나에게서 완전히 돌아서면서 짧게 읊조렸다.
“이래서 너 같은 건 내 애첩조차 될 수가 없어. 아멜리아에게 항상 지니까.”
그렇게 멀어지는 에드조프를 잡지 못한 채, 메사리나는 절망에 처박혔다.
“아니야. 난 지지 않아. 지지 않았어. 나는, 나는!”
하지만 에드조프를 시작으로, 모두가 메사리나를 살벌하게 노려보며 등을 돌렸다.
“공작 각하, 더는 볼 것도 없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사실이 아니라면, 사인을 바로 하지 못할 이유가 없잖아요.”
“세상에. 소문이 완전 반대였잖아?”
“피오레 가주님이 레이디 메사리나를 괴롭힌 게 아니었어. 오히려 질투심에 그런 모함을…….”
“애첩이라는 소문도 사실인 거 아니야?”
“진짜 뻔뻔하고 가증스럽다.”
아멜리아에게 쏟아져야 할 온갖 날 선 말과, 시선과, 손짓이 전부 메사리나를 공격하고 있었다. 오히려 버려지는 건 아멜리아가 아닌 메사리나가 되어버린 것. 메사리나는 그런데도 인정하지 못한 채, 결국 추한 비명을 내질렀다.
“아니야. 아니야! 아멜리아. 또 무슨 같잖은 수를 쓴 거야! 또 무엇으로 모두를 현혹하고 있는 거야!”
메사리나가 아멜리아에게 손을 뻗자, 이클리트가 그녀를 보호했다. 대기하고 있던 티어들도 곧장 메사리나를 포박했다.
“이거 놔!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놔!”
사교계에서 그토록 청초하고 우아했던 메사리나의 가면이 벗겨지고, 추악하게 드러난 민낯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티어들이 메사리나를 홀 밖으로 끌어냈다. 아멜리아는 굳어져 있는 모두를 향해 우아하게 입을 열었다.
“후야제를 이렇게 소란스럽게 해서 미안하군요. 이제라도 즐기도록 하세요. 레이디 메사리나에겐, 이번 일에 맞는 형벌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
“부인.”
“대공 전하는 절 대신해서 여기 있어 주세요. 뒷수습을 부탁해요.”
“하지만…….”
“괜찮아요. 제가 마무리해야 해요. 이 순간만을 기다렸는걸요.”
이클리트는 아멜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보내주었다. 아멜리아는 홀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냉정해진 시선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메사리나, 너와의 악연은 오늘 여기서 종지부를 찍자.’
*** 홀 밖으로 끌려나간 메사리나는 아멜리아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아멜리아!”
아멜리아는 들고 있던 리볼버로 뻣뻣하게 세우고 있는 메사리나의 머리를 눌렀다.
“윽!”
“어디서 감히 백작가 영애주제에 공작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거지?”
“하! 공작? 그게 영원할 것 같아?”
“메사리나, 추해지지 마. 동정조차 하기 싫으니까.”
“너. 너!”
“너무 억울해하지 마. 내가 만든 판이 아니잖아. 네가 만든 판에, 네가 빠진 거지. 힘도 뭣도 없는 게, 감당하지 못할 짓을 벌였으니까.”
아멜리아는 리볼버로 메사리나의 턱을 들어 올리며 섬뜩하게 읊조렸다.
“아니면, 왜. 이제 겁나니? 내가 이번 일을 좋게 넘어갈 줄 알았어? 온갖 추문을 얻은 악녀라며. 이 정도 악랄한 짓을 원한 거 아니야? 아니면 이 말도 해야 하나?”
그녀는 한껏 목소리를 낮추며, 메사리나의 광기에 불을 지폈다.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결국 날 사랑한대.”
아멜리아의 한마디에 메사리나는 숨을 멈췄다.
“소문이 잘못되긴 했지. 넌 애첩조차 아니었으니까.”
에드조프가 했던 말을 똑같이 내뱉는 아멜리아를, 메사리나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안 끝나. 네가 쓰는 마법, 그건 비정상이야. 그 정도의 마법은 수인이 아니면 말도 안 돼. 혹시라도 네가 수인과 얽혀 있다면, 이 솔라에서 너는 끝장이야!”
메사리나의 입에서 수인이 나오자, 아멜리아는 순식간에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며 읊조렸다.
“안타깝지만, 넌 날 두 번 다시 못 볼 거야. 감옥에 갇혀서 쉽게 나오지 못할 테니까. 신성회도 널 그냥 두지 않을걸?”
“무슨, 말이야?”
“그 신관, 찾았어.”
메사리나는 아멜리아의 말에 파리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 말도 안 돼…….”
“그때 말했지. 누구 비밀이 먼저 밝혀져서 추락하게 되는지 보자고. 잘 가, 메사리나. 이제 정말 다시는, 우리 보지 말자.”
“아니야. 이대로 끝날 리가 없어. 나, 난 체자렛 백작가의 후계자야. 후계자라고!”
티어들에 의해 메사리나는 다시 끌려나갔다. 이대로 그녀는 중앙청의 조사와 함께 신성회의 심판도 받게 될 것이다. 메사리나는 아마 이대로 영원히, 사교계로 돌아오지 못할 거다.
“메사리나와의 악연은, 진짜 여기서 끝이야.”
아멜리아는 지친 숨을 내쉬었다. 메사리나의 입에서 수인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이상하게 너무 무서웠다. 왜냐면. 순간 현기증에 휘청이는 아멜리아를 뒤에서 누군가 잡아주었다.
“부인! 아…….”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아멜리아는 순식간에 그에게 와락 안겼다.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든다. 그의 엄청난 힘이 수인과 관련 있지 않을까. 검은 독수리에게서 봤던 그 푸른 눈동자는, 내가 아는 그 눈동자가 아닐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젠 상관없었다. 이분이 어떤 모습이라고 해도, 자신은.
“사랑해요, 대공 전하.”
“…….”
“아주 많이,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