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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만들어낸 재앙 (103/199)

103화. 만들어낸 재앙2021.12.27.

아리나 숲에 있었던 메사리나가 당당하게 백작가로 돌아왔다. 후지아는 호들갑스럽게 메사리나를 꼭 껴안았다.

16553730568499.jpg“메사리나! 역시. 난 네가 잘할 줄 알았다. 잘할 줄 알았다고! 이제 사교계에서 함부로 널 험담하지 못할 거다. 암! 그 끔찍한 괴물을 죽이고 사람들을 살린 영웅인데!”

메사리나는 후지아를 뒤로 하고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백작가 사람들이 전부 나와서 메사리나를 반겼지만, 어디에도 아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16553730568504.jpg“아버지는요?”

16553730568499.jpg“반인반수 때문에 정신없으신 모양이야. 황궁으로 급히 가셨다. 그런 괴물이 날뛰다니. 정말 세상 무서운 일이야. 이번 일에 루베르가 연관되어 있다며? 지금 피오레 공작가의 평판도 제대로 바닥을 치고 있고, 그쪽 영지민들도 난리가 났다더라. 후훗!”

후지아는 짜릿한 표정을 띠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메사리나는 그런 후지아의 말에 짧게 냉소를 그렸다.

16553730568504.jpg‘그러게. 끼리끼리 어울리는 거지. 힘도 제대로 없는 게 설쳐서 그렇게 된 거고.’

안 그래도 북부 대공은 여전히 괴물이란 이미지인데, 주제도 모르고 황위를 이어받을 거라는 헛된 꿈을 꿨으니. 피오레에서 작위를 박탈당하지 않는 것만으로 다행이라 여겨야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명예를 제대로 실추시켰으니, 작위를 빼앗길 수도 있으려나. 메사리나는 다시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체자렛 백작가를 둘러보았다.

16553730568504.jpg‘난 여길 이어받을 거야. 내 평판이 달라졌으니, 아버지도 분명 인정하실 거라고.’

아멜리아는 추락하고, 자신은 높이 비상할 것이다.

16553730568504.jpg‘반인반수가 나타났다면, 역시 수인도 존재하겠지.’

메사리나는 예전부터 계속 찜찜했던 걸 떠올렸다.

16553730568504.jpg‘아멜리아의 그 말도 안 되는 마법, 주변에서 벌어지는 그 기이한 일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수인과 관련 있어.’

그것까지 밝혀내면, 정말로 아멜리아는 모든 걸 잃게 될 거다. 이게 옳은 결말이다. 아멜리아는 끝내 심장이 멈추고, 자신은 그녀가 가졌던 모든 걸 차지하는 그런 결말이. *** 뒷짐을 진 채 서 있는 에드조프의 얼굴은 여유로웠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흘러가는 모든 분위기가 피오레와 이클리트를 공격하고 있었다. 특히나 포르티셰 공작이 저렇게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으니. 그때, 에드조프의 곁으로 키르케가 다가왔다. 에드조프는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서 짧게 입을 열었다.

16553730568533.jpg“메사리나, 그 계집을 이용하는 이유가 뭐지?”

에드조프는 키르케가 메사리나의 뒤를 살피며, 결국 다시 사교계에 복귀시켰다는 걸 알고 있었다.

16553730568537.jpg“체자렛 백작가의 재산은 어마어마합니다. 게다가 황실과도 꽤 돈독한 연이 있지요. 훗날, 대공 전하께서 황위에 오르시면 남몰래 쓸 수 있는 권력이 될 겁니다. 얻을 건 얻고, 이후에 쓸모없으면 버리시지요. 아직은 대공 전하의 개처럼 부릴 수 있지 않습니까, 레이디 메사리나.”

16553730568533.jpg“하지만 그 계집은 어리석어. 허술하고, 경솔하지. 자칫 이번 일이 잘못되면…….”

16553730568537.jpg“레이디 메사리나도 결국은 우리와 한배를 탄 겁니다. 반인반수를 이용하여 평판을 뒤집었으니까요. 그러니, 훗날 반인반수가 우리의 무기였다는 게 밝혀졌다고 한들, 어떻게 하지 못할 겁니다.”

16553730568537.jpg‘체자렛 백작가엔 이런 약점 하나는 만들어놔야 해. 훗날, 허튼 짓 못 하도록.’

특히, 아젠 백작. 아주 거슬린다.

16553730568537.jpg“이런 사소한 걸 신경 쓰실 때가 아닙니다, 대공 전하. 이제 더 큰 걸 하나 터트리셔야지요.”

16553730568533.jpg“큰 거?”

키르케는 환희 섞인 광기를 번뜩이며 입술을 비틀었다.

16553730568537.jpg“재앙. 사람들에게 제대로 재앙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완벽하게 저주라고 믿을 수 있어요.”

에드조프는 키르케의 말에 살짝 흠칫했다.

16553730568533.jpg“재앙이라니. 그게 무슨?”

16553730568537.jpg“때마침 장마니까요. 댐이 무너지면 재앙의 시작이겠죠?”

키르케의 섬뜩한 한마디에 에드조프의 눈동자가 얼어붙었다.

16553730568533.jpg“그런 재앙이 일어나면, 그 원망의 대상이 과연 어디로 가려나?”

  *** 세인트를 중심으로 늑대들이 거친 빗줄기를 뚫고서 우르르 달려갔다. 그리고 그들의 걸음이 멈춘 곳은 바로 로얀 댐 근처. 그들은 서슬 퍼런 눈빛으로 로얀 댐을 노려보았다. 그때, 세인트가 짧은 포효와 함께 댐을 향해 달렸다. 그러자 늑대들도 그런 세인트의 뒤를 이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로얀 댐의 파수꾼들은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와 무섭게 휘몰아치는 강물을 보며 입을 열었다.

16553730598184.jpg“오늘이 가장 비가 많이 내릴 것 같아.”

16553730598184.jpg“오늘만 잘 넘겨보자고.”

그때,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뭔가를 발견한 파수꾼이 움찔했다.

16553730598184.jpg“저기. 뭐가 오지 않아?”

16553730598184.jpg“응?”

16553730598184.jpg“뭔가가 이쪽으로…… 하아!”

16553730598184.jpg“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파수꾼들이 재빨리 칼을 챙겨 들었지만, 그걸 휘두르기도 전에 세인트와 늑대들이 순식간에 댐을 덮쳤다.

16553730633009.jpg“악!”

파수꾼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하지만 세인트와 늑대들의 목적은 이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세인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수문을 관리하는 장치를 발견하고서 달려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이빨을 드러내며, 그 장치를 망가뜨리려고 했다. 그 때문에 수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파수꾼들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외쳤다.

16553730598184.jpg“안 돼. 이렇게 강물이 넘쳐나는데 저 수문이 지금 무너지면, 재앙이야. 피오레가 다 잠긴다고. 저들이, 저들이 우리를 다 죽이려고!”

16553730598184.jpg“평범한 늑대가 아니야. 괴, 괴물. 반인반수!”

파수꾼들이 다시금 칼을 휘두르며, 세인트를 막아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세인트가 마지막 안전장치를 부숴 버리려는 순간. 탕-! 마치 번개처럼 울리는 총성에 늑대와 세인트가 주춤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거센 비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늑대와 세인트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했다.

16553730598184.jpg“이, 이게 대체…….”

파수꾼들은 또 반인반수가 나타난 건가, 하며 절망했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 끝에 나타난 것은 장총을 들고 있는 아멜리아였다.

16553730598184.jpg“가주님이야. 가주님이라고!”

아멜리아는 흩날리는 비바람에도 몸을 꼿꼿하게 세운 채, 늑대들을 향해 바람의 마탄으로 엄호 사격을 날렸다. 이윽고, 다른 티어들도 사방에서 주르르 나타나 파수꾼을 보호함과 동시에 카마리와 이클리트가 직접적으로 검을 휘둘러 늑대들을 가로막았다. 아멜리아는 조금은 안도하는 파수꾼들을 향해 외쳤다.

16553730633033.jpg“다들 물러서라. 로얀 댐은 우리가 지킬 테니!”

16553730633009.jpg“예, 가주님!”

파수꾼들이 물러나는 사이, 아멜리아가 멀리서 세인트를 바라보았다. 세인트는 어떻게든 다시 빈틈을 노려 안전장치에 손대고자 했다. 아멜리아는 자신을 아예 알아보지 못하는 둥이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게다가 주변으로도 티어들과 맞서느라 피투성이가 된 늑대들이 있었다.

16553730633033.jpg‘저들도 원래는 그냥 조용히 살아가던 반인반수라는 거잖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렇게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이용당하고 있는 거잖아.’

아멜리아는 치미는 분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특히나, 정말로 로얀 댐을 건드리다니. 이 댐의 수문이 열렸다면, 재앙이 내려온다는 로얀 댐의 의미처럼 피오레 절반이 잠기고, 그 피해는 저주와 같았을 거다. 그런 재앙 앞에 사람들은 절망하며, 그 절망을 쏟아낼 대상으로 루베르와 대공 전하를 공격했겠지.

16553730633033.jpg‘정말 그런 이유로 저 댐을 노린 거야? 에드조프, 네가 정녕 미쳤구나. 그래도 한 나라의 대공이라는 자가 고작 그런 이유로!’

아멜리아가 제때 댐에 도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메사리나에게 걸어둔 방울을 울린 탓이었다. *** 아멜리아와 이클리트가 함께 지하 감옥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이사나와 카마리가 고개를 숙였다.

16553730661024.jpg“너무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 암살을 주로 했던 녀석이라, 일단 몸수색을 죄다 하긴 했지만, 뭐가 튀어나올지 모릅니다.”

카마리의 말에 아멜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철창 안에 칼렌이 잡은 메사리나의 방울, 반인반수에게 납치당했다고 알려진 바로 그 신입 상인이 들어있었다. 신입은 상단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살벌한 눈빛으로 아멜리아를 노려봤다. 아멜리아는 그런 신입을 빤히 보며 입을 열었다.

16553730633033.jpg“네가 내가 걸어둔 방울이구나.”

신입은 아멜리아의 말에 그제야 입을 열었다.

16553730598184.jpg“무슨 헛소리야.”

16553730633033.jpg“내가 널 기다렸다는 소리지. 네 뒤에 밀주의 주인이 있지?”

16553730598184.jpg“대체 날 어떻게 찾은 거지?”

16553730633033.jpg“메사리나의 주변으로 분명 뭔가가 일어날 거로 생각하고, 계속 기다렸지. 방울이 울리기를. 메사리나는 내가 놓은 덫이야.”

메사리나의 평판을 만들기 위해. 굳이 비 오는 날, 굳이 아리나 숲으로 꽤 규모 있는 상단을 움직이게 만든 이 신입 상인. 칼렌은 아멜리아의 명령대로, 메사리나 본인보다 메사리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곤 끊임없이 살피고 기다렸다. 그리고 숲에서 다른 이들은 전부 늑대에게 쫓기는데, 마치 늑대를 기다렸다는 듯 사라진 이 신입을 칼렌이 단숨에 제압해서 데려온 것이다. 아멜리아는 철장을 붙잡았다. 그러자 지켜보던 이클리트의 미간이 움찔하며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16553730661048.jpg“들어갈 겁니까?”

16553730633033.jpg“말로 해선 안 들을 것 같아서요.”

16553730661048.jpg“말로 안 하는 일이라면, 부인보단 제가 하는 게 나을 텐데요.”

16553730633033.jpg“대공 전하는 피를 보잖아요! 저는 예쁘게 설득할 거라고요.”

16553730661048.jpg“예쁘게 설득?”

16553730633033.jpg“아무튼 걱정 말아요.”

아멜리아는 이클리트를 다독이고서, 철문을 열었다. 그러자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신입이 재빨리 숨겨둔 암기를 꺼내려는 순간, 그보다 빠르게 이클리트가 신입을 제압하며 암기를 빼앗아 목덜미에 겨누었다.

16553730598184.jpg“하아!”

신입은 자신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 이클리트의 모습에 움찔했다.

16553730598184.jpg‘이, 이 대공 대체 뭐야. 사람 맞아?’

이클리트는 암기로 금방이라도 녀석의 목을 벨 듯, 살기를 드러내며 짧게 읊조렸다.

16553730661048.jpg“아무것도,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섬뜩한 기운에 신입은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떨었다. 이렇게 무겁게 짓누르는 살기는 처음이었다.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옆으로 다가와선 신입을 향해 싱긋 웃었다.

16553730633033.jpg“자, 내가 데려온 이유를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을 것 같고. 아는 걸 다 말하도록 해.”

신입은 아까처럼 날뛰지 못한 채, 이클리트의 눈치를 보며 아멜리아를 응시했다.

16553730633033.jpg“뒤에 있는 배후. 밀주의 주인은 누구지?”

하지만 역시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아멜리아는 한숨을 삼키며, 리볼버를 꺼냈다.

16553730633033.jpg“지금부터 셋을 셀 거야. 나는 정말 딱, 셋만 세.”

신입은 그녀를 무시했다. 머스켓티어가 그 귀한 마탄으로 무슨 위협을 할 수 있을까. 당장 자신을 죽이지도 못할 텐데. 하지만 그 순간.

16553730633033.jpg“하나.”

  탕-! 아멜리아는 자신의 바로 앞에 마탄을 쐈다. 신입은 그 모습에 흠칫하며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16553730598184.jpg“뭐, 뭐 하는 거야?”

16553730633033.jpg“둘.”

  타당-! 마탄과 신입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신입의 안색이 파리하게 변했다.

16553730598184.jpg‘뭐 저런 머스켓티어가 다 있어. 마탄을 연발로 쏜다고? 저 귀한 마탄을 고작 위협용으로…….’

16553730633033.jpg“위협이 아니야. 마지막 셋은, 바로 네놈 심장 앞이야. 어차피 끝까지 말 안 하면, 나도 네 녀석이 필요 없으니까.”

신입의 속내를 훤히 꿰뚫은 아멜리아는 신입의 심장에 리볼버를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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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게 설득한다더니. 오직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멋지게 협박을 하고 있었다. 신입은 아까와는 달리 아멜리아를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사실, 괴물 대공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피오레 가주는 이제 막 가주가 된 아무것도 모르는 영애라고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저 모습은, 그저 그런 영애의 모습이 아니었다.

16553730633033.jpg“내가 안 죽여도, 어차피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거 아닌가? 슈란, 그자도 그렇게 죽었던데. 네 뒤에 있는 그 주인은 널 보호할 생각이 없을 거야.”

신입은 아멜리아의 말에 멈칫했다.

16553730598184.jpg‘슈란이, 죽었다고?’

슈란은 우수한 헌터였다. 그런 슈란이 버려졌단 말인가?

16553730598184.jpg“……거짓말.”

아멜리아는 빈틈을 발견하고는, 이사나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이사나가 검은 천 하나를 신입 앞에 던졌다.

16553730746091.jpg“확인해 봐.”

신입은 왠지 모를 두려움에 천에 손대지 못하다가, 천천히 안을 살폈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가 그대로 멈춰버렸다. 거기엔 슈란의 목이 들어 있었다. 이사나는 신입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16553730746091.jpg“우리가 이자를 잡을 수 있었던 건, 버려졌기 때문이야.”

16553730598184.jpg“……정말인가?”

16553730746091.jpg“그게 아니면 우리가 무슨 수로 잡을…….”

16553730598184.jpg“날 보호할 거냐고.”

신입이 아멜리아를 보며 말하자, 그녀가 리볼버를 거두며 답했다.

16553730633033.jpg“보호까진 아니고, 숨겨주도록 하지, 여기에.”

아멜리아의 말에 신입은 살며시 주먹을 움켜쥐다가, 입을 열었다.

16553730598184.jpg“우리는 반인반수를 찾아다니는 헌터다.”

16553730633033.jpg“헌터?”

신입은 아멜리아와 이클리트를 보며 말을 이었다.

16553730598184.jpg“제국 곳곳으로 흩어져서, 육식계 짐승에게 밀주를 먹여 반인반수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클리트는 신입의 말에 점점 표정이 굳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거다.

16553730598184.jpg“나는 그 일을 하던 도중, 저 상단을 아리나 숲으로 유인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유는 다 알겠지. 상인이 마실 술을 밀주로 바꾸고, 마치 우연히 반인반수에게 공격당한 척, 레이디 메사리나를 영웅으로 바꿀 수 있게 판을 만들었다.”

16553730661048.jpg“그래서, 밀주의 주인은 누구지?”

이클리트의 목소리가 한껏 낮아졌다.

16553730598184.jpg“배후까진 모른다. 본 적 없어. 워낙 철저하게 감췄으니까. 하지만 아마 슈란은 만난 적 있을 거야.”

이사나는 신입의 말에 다잉 메시지를 떠올렸다.

16553730746091.jpg“슈란이 죽기 전에 피로 뱀을 그렸는데. 연관 있는 건가?”

16553730598184.jpg“뱀이라…… 정확히는 몰라도 슈란이 종종 투덜거렸어. 뱀 같은 여자라고.”

16553730633033.jpg“여자?”

아멜리아는 신입의 말을 더듬었다.

16553730633033.jpg‘그럼 밀주의 주인이 여자라는 건가?’

신입은 계속 머뭇거리다가, 가장 결정적인 걸 말했다.

16553730598184.jpg“이번 임무는 시기를 중요시했어. 반드시 장마를 지나선 안 된다고. 물이 많이 불어야, 재앙이 온다고 했으니까.”

아멜리아는 신입의 말에 멈칫했다.

16553730633033.jpg“물이 불어야 재앙이 온다고? 재앙. 재앙…… 설마, 로얀 댐?”

  *** 지나친 기우이길 간절히 바라면서, 로얀 댐으로 달려온 건데. 정말로 일이 이렇게 벌어지자, 아멜리아는 치솟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16553730633033.jpg‘하지만 일단, 이 댐부터 보호해야 해.’

그때, 세인트가 포효하자, 늑대들이 점점 인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미 예상했지만, 지켜보던 이들 모두가 경악한 채,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 아멜리아 역시 이미 둥이가 변했던 모습을 봤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싸했다.

16553730598184.jpg“느, 늑대가. 정말 사람으로…….”

16553730598184.jpg“저게, 반인반수!”

이클리트는 제 앞에서 사람으로 변한 늑대를 보며 기분이 기묘해졌다. 자신도 저들과 처지가 같으니까. 이용당하고 또 이용당하기만 하는 존재. 그는 연민과 동시에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이클리트가 고개를 들었다. 아멜리아는 어느새 리볼버를 겨누고서 각오를 다졌다.

16553730633033.jpg‘지금 저들을 보호할 방법은 일단 저들이 댐을 붕괴하는 걸 막는 일이야. 저들의 의지가 아닌데, 그런 죄를 짓게 할 수 없어!’

피오레뿐만 아니라, 그녀는 반인반수도 구해주고 싶었다. 그녀는 방아쇠에 힘을 준 채, 외쳤다.

16553730633033.jpg“티어들 전원, 댐을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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