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아직은 신혼부부니까2022.01.10.
“아니면, 그만둘까요?”
그만둘까요, 라고 묻는 사람이. 아멜리아를 잡은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이클리트의 초조함은 눈치채지 못한 채, 떨리는 숨을 삼켰다. 분명 자신의 얼굴은 붉어졌을 거고. 눈동자도 마구 흔들리고 있을 거다. 그에게 닿은 손등이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으니까. 하지만 그의 목소리와 눈동자엔 여유가 묻어났다. 아멜리아는 살짝 억울한 느낌이 들어서는, 살짝 모자를 당겨서는 그대로 이클리트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그러곤, 멈춰버린 이클리트를 바라보며 입술을 열었다.
“예전에도 느낀 건데, 대공 전하는 이럴 때 너무 여유롭고 괜찮아 보여요.”
그녀의 말에 잠시 멍하니 멈춰있던 이클리트의 눈동자가 짙게 가라앉았다.
“나만 되게 엉망이 되는 것 같아.”
“부인만, 엉망이 되다니요?”
“나만 대공 전하가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아요.”
“왜 내가 괜찮을 거라 생각해요?”
아멜리아는 그제야 그의 목소리가 묘하게 달라짐을 느끼고는 또 한 번 입술을 달싹였다.
“응?”
“난 하나도 괜찮지 않은데. 내가 얼마나 나를 어쩌지 못하고 있는데. 지금도 엄청, 참고 있어.”
이클리트의 손가락이 그녀의 뺨을 스치며, 묘하게 서늘한 목소리가 그녀를 긴장하게 했다.
“너무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싶어서. 하지만 내 욕심대로 해버리면, 부인이 놀랄 테니까. 그래도. 그걸 느끼지 못했다면.”
순간, 이클리트가 아멜리아를 번쩍 안아 올렸다. 아멜리아는 짧은 비명과 함께 그의 양어깨를 끌어안았다.
“대, 대공 전하?”
바람에 그의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흩날리며, 그 너머로 보는 그의 푸른 눈동자가 아주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충견은 보여줬으니, 이제 맹견도 충분히 보여줄게요.”
“네? 자, 잠깐만요. 아직 밤이…… 그리고 남들도 있는데!”
아멜리아는 순간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클리트는 아멜리아를 안은 손에 더욱 힘을 주며 걸음을 돌렸다.
“잠깐만요, 대공 전하. 잠깐만!”
그때, 언제나 이런 상황에 귀신같이 등장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니!
“대공 전하, 가주님! 응?”
그들을 찾아서 달려온 마미는 뭔가 미묘한 두 사람의 분위기에 멈칫했다. 아멜리아는 그런 마미를 보며 살짝 안도하는 미소를 그렸다.
“마미, 무슨 일…….”
하지만 예전과 달리, 이클리트는 아멜리아를 여전히 놓아주지 않은 채 마미에게 힘주어 말했다.
“이번엔 그대가 방해하지 못할 거다.”
“대공 전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마미는 이클리트의 눈빛에서 읽은 무언의 압박에 비장의 미소를 그렸다.
“호호! 예. 전 이만 물러갈게요. 급한 일도 아니었어요. 사실 이게 제일 급하죠!”
“잠깐, 마미. 마미!”
이클리트는 그녀를 데리고 그대로 침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곧장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그는 그녀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서 읊조렸다.
“원래 선장을 제외하고 주인의 침실은 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습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그런 은밀한 곳에. 왜 그럴 것 같아요?”
아멜리아는 점점 심장이 가쁘게 뛰는 것을 느꼈다.
“밤이 필요하면, 밤을 불러오면 돼요.”
이클리트는 조심스럽게 아멜리아에게 다가가서는 읊조리듯, 그녀의 입술을 문질렀다. 아멜리아는 점차 그의 체온으로 데워지는 몸을 느끼며, 나른해진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입술을 머금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하면서, 이클리트는 질척해진 목소리를 깊이 밀어 넣었다.
“싫습니까?”
그녀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입술 위로 쏟아지는 그의 열기가 그녀의 말문을 막았다.
“싫어요?”
갈 곳을 잃었던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목덜미를 감싸며 살며시 당겼다. 대답 대신, 몸이 먼저 움직이며 그를 원했다. 한 치의 빈틈도 없이 파고든 그의 모습에서 더는 귀여운 충견은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잡아먹을 듯한 맹견만이 있을 뿐! 아멜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등줄기가 떨렸지만, 두려움이 아닌 묘한 기대감이었다. 처음엔 심장이 터질 듯,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녀도 점차 쏟아지는 그의 키스를 받아들이며, 한껏 그에게 안겼다. 어느새 온몸으로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클리트는 끊임없이 그녀에게 입을 맞추며, 완전한 밤을 가져왔다. 물론, 그가 불러온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
*** 아멜리아는 뻑뻑한 눈을 깜빡였다. 희미하지만, 시야로 새벽녘의 푸른 기운이 느껴졌다. 북부로 향하는 바다는 쌀쌀하다고 하는데. 아멜리아는 하나도 춥지 않았다. 그녀를 꼭 안아주고 있는 온기가 있었으니까. 분명 자고 있을 텐데. 이클리트는 그녀를 감싼 손에 힘을 하나도 풀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온몸으로 진하게 느껴지는 그의 체온에 부끄러워져서는 조금씩 몸을 움직였다.
‘적어도, 뭐라도 좀 입어야…….’
하지만 이클리트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잠투정처럼 그녀에게 파고들었다. 아멜리아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일어났죠?”
“아니요.”
“대답하고 있으면서.”
“일어나면, 갈 거잖아.”
이클리트는 그 큰 몸을 한껏 굽히고서 아멜리아에게로 더 깊이 안겨들었다.
“좀 더 있어요.”
나직이 번지는 목소리와 비비적거리며 계속 파고드는 그의 모습이 그녀를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아멜리아는 심장이 또다시 간지럽게 떨리면서, 그의 포슬포슬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져주었다.
“이젠 또 충견인 거예요?”
“맹견이 더 좋으십니까?”
“대공 전하가 좋아요.”
아멜리아의 속삭임에 이클리트는 눈을 뜨고서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아멜리아는 그런 그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대공 전하를 좋아해요.”
일순, 이클리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서로를 바라보는 이 짧은 간극. 서로에게 전부인 연인을 그저 가만히 볼 뿐이었다.
“근데 왜 자꾸 개에 비유하는 거예요? 대공 전하는 개가 좋아요?”
“티어들이 그랬는데. 사실은, 개보단 새가…….”
“새?”
갑자기 아멜리아의 머릿속으로 검은 독수리가 떠올랐다. 아멜리아는 말없이 이클리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고귀했던 검은 독수리의 새까만 깃털 사이로 푸르게 빛나던 그 눈동자. 그를, 아주 많이 닮았던 모습. 아멜리아의 짙어지는 시선에 이클리트가 참지 못하곤 그녀의 입술을 쪽 소리 날 정도로 여러 번 맞췄다.
“잠깐, 대공 전하…….”
가볍게 닿았던 열기가 다시금 깊이 박히며, 온몸이 뜨거워졌다.
“잠깐, 잠깐…….”
하지만 이클리트는 집요하게 그녀의 숨을 앗아가며 읊조렸다.
“그렇게 쳐다보면.”
“잠시, 하아!”
“내가 어떻게 참아.”
그의 갈라진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로 아찔하게 걸려들었다.
“계속, 부족해요.”
맞물렸던 입술이 점점 벌어지면서, 그의 체향으로 한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또다시 속절없이 삼켜지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숨 쉬지 않아도 좋으니, 좀 더 그를 제 안에 가득 채우고 싶었다.
‘나도 부족해. 좀 더, 시간이, 시간이 길지 않으니까. 좀 더…….’
“욱!”
그때, 아멜리아가 멈칫하며 그를 붙잡았다. 그러자 이클리트가 고개를 들고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부인?”
아멜리아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머리가 어질하면서 속이 메스꺼웠다.
‘자, 잠깐. 잠깐!’
“아멜리아? 왜 그래요?”
“소, 속이 이상해서…… 우욱!”
아멜리아는 이클리트를 휙 밀치고서 그대로 욕실로 사라졌다. 이클리트는 그제야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공기를 느끼며 한숨을 삼켰다.
‘이제 시작인가.’
이클리트는 조심스럽게 욕실로 들어와서는 아멜리아에게 가운을 걸쳐주었다. 아멜리아는 반쯤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이클리트를 붙잡았다.
“갑자기 속이 이상해요. 머리도 울리고. 머릿속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처럼…….”
“당분간 계속 그런 느낌일 겁니다.”
“예?”
“뱃멀미에요.”
“뱃멀미요?”
“북부의 바다로 들어온 겁니다.”
남부의 잔잔한 바다와 달리 북부의 바다는 몹시 매서웠다. 끊임없이 파도가 휘몰아치면서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것. 곧, 엄청난 설국이 펼쳐질 거다.
“털옷 가져왔죠? 단단히 입어야 해요. 이제 기온도 급속도로 떨어질 겁니다.”
아멜리아는 처음 경험해보는 북부의 바다에 긴장된 미소를 그렸다.
“이거, 만만하게 볼 게 아니네요. 다들 난리가 났겠어요.”
잠깐 사이, 멀미로 핼쑥해진 아멜리아가 이클리트에게 기댄 채, 침실을 나왔다. 역시나, 바깥도 아수라장이었다.
“사, 살려줘! 우우욱!”
“치, 치료사. 나 먼저…… 욱욱!”
티어들은 그럭저럭 버티고 있었지만, 피오레 고용인들이 반쯤 죽어가고 있었다. 치료사가 이들을 봐줘야 할 텐데. 보아하니 치료사도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티어 중에서도 상태가 좋지 않은 이들은 바다 쪽으로 몸을 길게 뻗고서 끊임없이 헛구역질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멜리아와 이클리트를 발견하고는 질린 표정으로 예를 갖췄다.
“가주님을 뵙…… 욱! 죄송합니다!”
“이런 꼴을 보여서 정말. 우우욱!”
어느새 나타난 카마리가 혀를 차면서 이들의 등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정신 좀 차리십시오. 하여튼 남부 놈들. 더럽게 약해서는. 보아하니 가주님도 곤란하신 듯합니다.”
아멜리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다들 나 신경 쓰지 말고, 제대로 쉬도록 해요. 나도 좀 쉬어야겠으니까.”
그때, 마미가 초췌한 얼굴로 아멜리아에게 다가왔다.
“가주님. 가주님 아침이랑, 치장이랑, 그리고 목욕 시중이랑 제가 다…… 으으윽!”
마미가 정신을 못 차리고 허우적거리자, 이클리트는 마미에게 말했다.
“부인은 내가 챙길 테니, 오늘은 쉬도록 해. 아니. 당분간 계속 쉬어도 돼. 부인은 계속 나랑…….”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말을 막고선 마미를 달래주었다.
“그래, 마미. 나도 그냥 쉬어야겠어.”
“흐흑.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피오레의 메이드로 살면서, 모시는 주인을 내팽개치다니! 너무나도 자존심이 상했으나, 처음 겪어보는 뱃멀미라는 공격에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남부 사람들이 대부분 쓰러지고 있을 때, 이사나는 꽤 멀쩡하게 이 지옥 같은 풍경에 혀를 찼다. 카마리는 그런 이사나의 곁으로 와서는 그를 살폈다.
“이사나 경은 괜찮습니까?”
“보시다시피?”
“배를 처음 타 본 사람치고는 대단하네요. 사실 뱃사람들도 북부 바다는 견디기 힘들어하는데.”
“하핫. 내가 생각보다 진짜 강하다니까.”
카마리는 그런 이사나를 의심스럽게 쳐다보았고, 이사나는 그런 카마리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 침실로 다시 돌아온 아멜리아는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몸이 제 몸이 아닌 것처럼 무거웠다.
‘하아. 바다가 예쁘기만 한 건 아니구나. 훨씬 무시무시한 녀석이었어. 눈도 그러려나?’
아멜리아는 이클리트가 보여주었던 그 꽃씨 같은 눈을 떠올렸다.
“너무 예뻤는데…….”
그때, 이클리트가 욕실에서 나왔다.
“목욕 준비했습니다. 좀 씻으면 괜찮아질지 몰라요.”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몸을 일으켰다.
‘사실 좀 씻고 싶어.’
아멜리아가 욕실에 들어가자, 제비꽃이 한가득 피어 있는 욕조가 보였다.
“와…… 향기 좋다.”
굳이 누구라고 묻지 않아도, 대공 전하의 선물일 거다. 아멜리아는 머리카락을 가볍게 틀어올리고, 수건으로 몸을 감싼 채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온기와 함께 달콤한 향기까지 온몸을 감싸서 심신이 안정되었다.
“하. 좋다…….”
그때, 인기척과 함께 이클리트가 너무 태연하게 들어왔다. 아멜리아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서 몸을 푹 숙였다.
“대, 대공 전하. 지금 어딜 들어오시는 거예요!”
“혼자 씻은 적 없지 않습니까? 마미가 목욕 시중을 들 수도 없고. 그리고 아까 마미한테 부인을 내가 챙기겠다고 약속했으니, 약속은 지켜야죠.”
“그게 무슨!”
이클리트는 욕조 가까이 다가와서는 몸을 숙이고서 그녀의 혼란스러운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멜리아는 또다시 그의 시선에 붙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남편인데, 하면 안 됩니까?”
“아니, 그게…….”
“안 돼요?”
이클리트의 눈매가 나직이 가라앉자, 아멜리아는 떨리는 숨을 삼켰다. 저런 눈으로, 저렇게 말하면, 어떻게 또 안 넘어가냐고! 결국,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충견 눈빛에 넘어가고 말았다. 이클리트는 아멜리아보다 더 긴장한 눈빛으로 천에 비누칠해서는 아멜리아의 몸을 어루만졌다. 하지만 딱 봐도 난생처음 해보는 일에 어색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게 눈에 훤했다. 처음엔 부끄러웠던 아멜리아도 그런 이클리트의 모습에 자꾸만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대공 전하. 그렇게 씻다가는 하루가 다 지나도 안 끝나겠어요.”
“하지만 너무 세게 하면, 다칠까 봐…….”
“나 그렇게 불면 날아갈까, 닿으면 깨질까 할 정도로 연약하지 않아요.”
적어도 지금은, 누구보다 건강한 심장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클리트의 시선이 아멜리아의 심장에 새겨진 제비꽃을 바라보았다. 볼수록 신기했지만, 볼수록 기분이 묘했다.
“대공 전하?”
“이 제비꽃, 마치 꼭 진짜 피어있는 것 같습니다.”
“아. 잘 새겨졌죠? 하핫.”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말에 멈칫하며 살며시 제비꽃을 숨겼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여 그가 눈치챌까 봐 그녀는 재빨리 말을 돌렸다.
“이 욕조에 제비꽃, 대공 전하께서 피운 거죠?”
“제비꽃 향이 심신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해서. 멀미가 좀 괜찮아질 것 같아서요.”
언제 거기까지 생각한 걸까.
“나는 대공 전하께 맨날 받기만 하네요. 나도 꽃이라도 줄까요? 그러고 보니 대공 전하, 식물 키운다면서요.”
“북부에서. 카힐로가 죽이지 않았다면, 볼 수 있을 겁니다.”
“헤스틴 공이 말한 담배?”
“부인은 절대 안 됩니다.”
“피. 내가 뭐 피운다고 했나? 그래도 기대되네요. 대공 전하가 키운 꽃들. 나는 대공 전하가 피운 이 제비꽃이 제일 좋으니까.”
“부인은 내게 이미 꽃을 주셨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꽃을.”
“네?”
이클리트는 손을 뻗어 아멜리아의 머리카락을 풀었다. 쏟아지는 보랏빛 머리카락 사이로 수증기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그를 품은 녹안이 싱그럽게 빛났다.
“그대에게서 얼마나 좋은 향이 나는데……. 매 순간, 탐하고 싶을 만큼.”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눅진한 갈망 앞에 그의 손을 살며시 움켜쥐었다.
“그럼, 나도 줄 수 있겠네요.”
아멜리아가 이클리트를 당겨서는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귓가로 첨벙이는 소리가 점점 커지려는 순간.
“흐윽!”
아멜리아가 짧은 비명과 함께 이클리트를 밀쳤다. 뱃멀미로 밀어낸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에 이클리트의 시선이 굳어졌다.
“……아멜리아?”
하지만 그녀는 이클리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가슴을 후벼 판 것처럼, 엄청난 통증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시, 심장이. 심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