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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화. 위험한 의심 (115/199)

115화. 위험한 의심2022.02.07.

1655373478404.jpg“클리오 대공은 수인입니다! 확실해요!”

메사리나는 맹인의 말에 일순, 숨이 멈췄다. 그때, 참다못한 후지아가 마차에서 나와선 신경질을 냈다.

16553734784045.jpg“메사리나, 지금 뭐 하는 거니. 대체 저런 놈과 무슨 말을 섞고 있는 거야! 이러다가 살롱에 늦으면…….”

16553734784051.jpg“……어머니, 죄송한데 살롱엔 혼자 가셔야 할 것 같아요.”

16553734784045.jpg“뭐? 아니, 갑자기 무슨! 메사리나. 메사리나!”

메사리나는 굳어진 표정으로 후지아의 외침을 뒤로 한 채, 집사에게 짧게 읊조렸다.

16553734784051.jpg“저 맹인, 따로 내 마차에 태워.”

그렇게 메사리나는 맹인을 마차에 태워서는 그대로 백작가로 데려갔다. 맹인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몸을 떨었으나, 그래도 자신의 말을 들어준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백작가에 당도한 메사리나는 맹인을 지하실로 끌고 가서는 무서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16553734784051.jpg“클리오 대공에 관한 거, 다시 제대로 말해.”

1655373478404.jpg“제, 제대로 말하면. 제게 뭘 주실 겁니까?”

메사리나는 기다렸다는 듯 거래를 시작하는 맹인의 모습에 비릿한 냉소를 그렸다.

16553734784051.jpg“일단 제대로 하기나 해. 거짓말을 하거나 건방을 떤다면.”

그녀는 어느새 챙긴 장총으로 맹인의 이마를 짚었다. 맹인은 이마에 닿는 섬뜩한 총구에 사색이 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16553734784051.jpg“그 눈뿐만 아니라, 아예 머리가 날아가게 될 거야. 내가 머스켓티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겠지?”

1655373478404.jpg“무, 물론입니다. 영애님. 제가 어찌 영애님에게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전부 사실입니다. 정말입니다.”

맹인은 그날 있었던 기이한 일을 전부 말해주었다. 갑자기 날이 시커멓게 변하면서, 벼락이 치더니 눈앞에 괴물이 있었다는 말. 새의 발톱 같은 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꿰뚫으며 정면에서 응시한 대공의 얼굴. 분명 홍안을 가진 수인이, 클리오 대공이었다고 말이다. 맹인의 말을 듣던 메사리나는 일순, 눈동자에 환희가 젖어 들면서 다급해지는 목소리를 겨우 붙들었다.

16553734784051.jpg“정말로 다 사실이란 말이지?”

1655373478404.jpg“사실입니다. 제 눈이 먼 것이 진실이지 않습니까!”

16553734784051.jpg“알겠다. 아주 좋은 정보를 들었음이야.”

맹인은 만족스러워하는 메사리나의 목소리에 이제야 안도하며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뗐다.

1655373478404.jpg“그럼, 제가 영애님께 도움을 드렸으니, 영애님께서도 제게…….”

16553734784051.jpg“아, 물론이지. 당연히 그만큼의 대가를 줘야지. 하지만, 내가 이런 일로 누군가를 살려둬서 좋은 일이 없었거든.”

1655373478404.jpg“예? 그게 무슨?”

메사리나가 등을 보이자, 지하실 문 뒤로 없는 것처럼 서 있던 기사가 다가와서는 그대로 맹인의 숨을 끊어버렸다. 그녀는 죄책감 따윈 없는 표정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하실을 빠져나왔다. 메사리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맹인의 말이 정말로 사실이라면, 아멜리아의 주변으로 벌어졌던 그 기이한 일도 이해가 갔다.

16553734784051.jpg‘날씨까지 움직이다니. 그래. 분명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지. 그 엄청난 마법부터 문제였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수인을 떠올렸었는데. 클리오 대공이 정말로 수인이라고?’

그렇다면 아멜리아를 지금까지 죄다 클리오 대공이 도와줬다는 말이 된다.

16553734784051.jpg‘그러면서 뻔뻔스럽게 자기 능력이라고 설치고 다녔던 거야?’

하지만 정말로 수인이라니. 수인의 마나를 인간이 대신 쓸 수 있는 건가? 아니. 그걸 떠나서 클리오 대공은 황자인데. 황자가 어떻게 수인이지? 반인반수인가? 폐하께서는 이 사실을 아시는 건가?

16553734784051.jpg‘하지만 정말 사실이라면. 아멜리아는 수인과 얽혀 있는 거야. 안 그래도 반인반수를 옹호하는 루베르도 감싸고 있는데. 이 모든 사실이 밝혀지면.’

메사리나의 안광에 광기의 기쁨이 서렸다.

16553734784051.jpg“지금 일어나는 사건까지 엮어서, 아멜리아는 끝장이야. 작위 박탈은 물론이고, 단두대에 세울 수 있어.”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그녀를 치워낼 기회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기에.

16553734784051.jpg‘이걸 나 혼자 감당하긴 역부족이지.’

메사리나는 곧장 밀서를 써 내려갔다.

16553734784051.jpg‘바스티얀 대공 전하의 도움이 필요해.’

  *** 깊은 밤, 메사리나는 초조하게 자신의 침실에 있었다. 샬롯 부인 댁에 다녀온 후지아가 한껏 짜증을 냈지만, 그조차 무시하고서 메사리나는 자신의 침실 주변으로 누구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내내 누군가를 기다리는 눈빛으로 서성이고 있을 때. 갑자기 창가로 시커먼 그림자가 스미는가, 싶더니 이내 검은 로브를 입은 키르케가 모습을 보였다. 메사리나는 순식간에 나타난 그녀의 존재에 공포가 서렸으나, 애써 의연한 척 그녀를 바라보았다.

16553734784051.jpg“와줬군.”

키르케는 서늘한 어조를 띠었다.

16553734843184.jpg“중요한 일도 아니신데 이렇게 부르시면 곤란합니다.”

16553734784051.jpg“몹시 중요한 일이야.”

16553734843184.jpg“그래야 할 겁니다.”

어쩐지 섬뜩한 키르케의 목소리에 메사리나는 등줄기가 떨렸으나, 재빨리 오늘 일을 입에 담았다.

16553734784051.jpg“클리오 대공 전하께 비밀이 있는 것 같아.”

16553734843184.jpg“비밀이라니요?”

16553734784051.jpg“클리오 대공 전하 때문에 눈이 멀었다는 맹인이 날 찾아왔어. 대공 전하에게서 홍안을 보았다고. 새의 발톱 같은 것도.”

키르케는 메사리나의 말에 멈칫했다.

16553734843184.jpg“……무슨 말입니까?”

16553734784051.jpg“클리오 대공 전하가 수인이거나, 반인반수 같다고 말하는 거야.”

키르케는 메사리나의 말에 내색하진 않았으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물론 황제는 이클리트가 반인반수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황후에게서 바꿔치기한 아이니까. 분명 인간이어야 하는데.

16553734843184.jpg‘반인반수라고?’

있을 수 없는 일이나, 키르케도 딱 잡아서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게 있었다.

16553734843184.jpg‘뭔가, 짚이는 게 있다.’

메사리나는 침묵하는 키르케를 보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16553734784051.jpg“물론 허무맹랑한 얘기긴 하지. 반쪽이어도 폐하의 핏줄인데. 제국의 황자가 수인이거나 반인반수라니. 하지만 맹인의 말이 너무 사실적이었어. 게다가 아멜리아, 그 계집에게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도 너무 이상하고…….”

키르케는 메사리나의 말에 생각을 더듬어가면서 점점 입꼬리가 짙게 올라갔다.

16553734843184.jpg“이게 사실이면. 진심으로 솔라를 끝장낼 수도 있겠군요.”

섬뜩하게 번지는 말에 메사리나는 멈칫했다.

16553734784051.jpg“그게, 무슨?”

하지만 키르케는 더는 메사리나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점점 온몸으로 환희의 희열이 맴돌면서 심장이 미친 듯이 솟구쳤다. 사실, 흑표범부터 이상하긴 했다. 그때 분명 흑표범의 목덜미에 있던 상처는 칼이 아닌 거대한 새의 발톱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그 발톱이 정말로 클리오 대공이었다면. 지금까지 벌어진 그 기이한 일이, 정말로 클리오 대공이 반인반수라서 벌어진 일이라면.

16553734843184.jpg‘뒤바꾼 줄 알았는데, 정말이라고? 그 아인 분명 클로에 황후가 낳았어. 그렇다면 클로에 황후가 수인…….’

마침내 다다른 생각 하나에 키르케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기쁨이 새어 나왔다.

16553734843184.jpg‘이건 확인해야 해. 만약 정말로 사실이라면. 내 복수는 아주 완벽하게 완성되는 거야!’

16553734784051.jpg“이봐, 지금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거야, 아니면…….”

메사리나는 두려운 시선으로 뭔가 이상한 키르케를 깨웠다. 그러자 키르케가 메사리나를 붙들며 읊조렸다.

16553734843184.jpg“일단 이 사실은 레이디 메사리나만 알고 계십시오.”

16553734784051.jpg“어떻게 할 셈이지?”

16553734843184.jpg“확인해야지요. 중요한 사항이니까.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모든 판도가 뒤바뀔 겁니다. 그만큼 엄청나잖아요?”

16553734784051.jpg“한 가지는 확실하게 해. 설령 일이 잘못돼도, 내 책임은 아니야.”

다른 무엇도 아닌 황실을 건드리는 일이기에, 메사리나는 한발 뒤로 물러나서 결과만 취하고 싶었다.

16553734784051.jpg‘그리고 이 여자, 지난번 아리나 숲 때도 그렇고. 분명 반인반수와 관련 있는 것 같아. 그런 괴물과 얽히는 건, 내가 아닌 이 여자가 적합할 것 같다고.’

16553734843184.jpg“물론입니다. 레이디 메사리나에겐 화가 미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그 입, 잘 다물고 계세요.”

  *** 다시 배를 타고 솔라리스에 당도한 아멜리아와 이클리트는 여독을 풀 새도 없이, 긴장한 표정으로 여름 궁 앞에 서 있었다. 이미 소식이 전해진 여름 궁, 대회의가 열렸던 그 홀이 한 번 더 열린 것이다. 이번엔 다섯 공작가뿐만 아니라 에드조프와 이클리트가 대공의 자격으로 이번 회의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아멜리아는 지난번처럼 피오레의 의복을 갖춰 입고서,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 않는 긴장감에 짧은 숨을 여러 번 삼켰다. 이클리트는 그 모습에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서는 눈을 마주했다.

16553734899765.jpg“떨리십니까?”

16553734899768.jpg“멋지게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떨리네요. 가주라면, 남에게 절대 약한 모습. 불안해하는 모습. 보이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클리트는 그런 아멜리아의 모습에 의연하게 그녀를 다독였다.

16553734899765.jpg“그것도 멋있는 겁니다.”

16553734899768.jpg“네?”

16553734899765.jpg“전쟁에서는 조금만 실수해도 죽을 수 있기에, 결코 실수해선 안 되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덮어버리기만 하면 결국 같은 실수로 군대가 전멸할 수 있습니다.”

16553734899768.jpg“…….”

16553734899765.jpg“무조건 감춘다고 능사가 아닌 겁니다. 두려워하는 것도. 약해진 모습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부인께서는 항상 자신의 부족한 점을 금방 이해하고 바꿔나가니까. 그 또한 용감하고, 멋진 일입니다.”

아멜리아는 이클리트 나름의 응원에 힘을 내고는 웃었다.

16553734899768.jpg“대공 전하께서는 항상, 저의 작은 일도 이렇게 크게 부풀려서 다독여주세요. 그러면 마치 제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16553734899765.jpg“대단하십니다. 언제나, 내겐 그래요.”

16553734899768.jpg“언제나 날 멋지게 봐줘서 고마워요. 매번 위안이 돼요. 대공 전하에게 계속 그렇게 보이고 싶으니까.”

그래서 더, 힘을 내고 싶다. 그리고 이번엔 혼자가 아니니까. 그가 곁에 있기에, 그저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온몸으로 힘이 들어갔다. 문득, 루시아의 말이 떠올렸다.  

16553734928229.jpg‘범접할 수 없이 예뻐서 다가오질 못하게 해야지. 감히 고개 들고 볼 수도 없게. 그렇게 내 발아래 무릎 꿇도록. 알겠죠?’

16553734899768.jpg‘언제나 그 어떤 자리에서도 누구보다 멋지고, 예뻐야 해. 감히 무시하지 못하게. 무시 받지 못하게.’

아멜리아는 이클리트의 팔에 손을 얹고서 그렇게 여름 궁의 홀로 들어섰다. 홀에 들어선 순간, 몇 안 되는 시선이 날카롭게 박혔다. 바로 에드조프와 알렉드라 공작이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매번 먼저 속을 헤집었던 에드조프가 꽤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16553734928229.jpg“아무튼 여기는 항상 공기가 너무 무겁고 불편하다니까? 내 정신 건강에 몹시 안 좋아. 몹시.”

팽팽한 공기를 깨뜨리고서, 루시아가 천진함을 가장한 냉소를 그리며 홀로 들어섰다. 그러자 알렉드라가 기다렸다는 듯, 루시아를 보며 빈정거렸다. 에드조프가 가만히 있자, 이번엔 알렉드라가 먼저 나선 것이다. 현재 알렉드라가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이클리트와 아멜리아가 아닌, 루시아의 행보인 듯했다.

16553734928259.jpg“카르티아 공도 참여하지 않은 이번 회의에, 그 먼 북부에 있는 헤스틴 공이 참여할 줄 몰랐습니다.”

루시아는 알렉드라의 날 선 목소리에도 기죽지 않고 붉은 입술을 길게 올렸다.

16553734928229.jpg“당연히 내가 참석해야죠. 아마도 이 자리의 주인공은 나일걸요? 내가 이번 회의를 폐하께 부탁드렸으니까. 밀주 사건에 대해서 누가 너무 근거도 없이 황당한 얘기만 늘어놓아서, 그걸 바로 잡아보려고요.”

알렉드라는 루시아의 말에 미간이 굳어지면서, 어조가 거칠게 튀어나왔다.

16553734928259.jpg“아무리 헤스틴 공작령이 북부에 있다지만, 클리오 대공을 선택한 건가? 하긴. 그대도 피오레 공처럼 갑자기 너무 말도 안 되는 자리에 오르긴 했지. 그러니 그런 소문도 도는 거고.”

16553734928229.jpg“나한테 대체 무슨 소문이 도는데요? 내가 아는 소문인가?”

16553734928259.jpg“그대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남편을 죽였다는 소문.”

루시아는 대놓고 드러내는 도발에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16553734928229.jpg“어머, 또 다른 소문은 모르시나요? 진실이 뭐든, 내가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거. 그래서 헤스틴 공작가에서도 내가 작위를 이어받을 때, 뭐라고 찍소리도 못 냈잖아요.”

루시아는 여유롭게 손짓했다.

16553734928229.jpg“내가 다루지 못하는 약이 없듯, 독도 없다는 거.”

그녀는 알렉드라에게 가까이 다가와서는 매력적인 목소리로 섬뜩하게 읊조렸다.

16553734928229.jpg“남편을 죽였다는 소문처럼, 포르티셰 공도 바람도 모르게 여기서 쓰러지게 할 수도 있답니다.”

알렉드라는 루시아를 향해 눈에 더욱 사납게 힘을 주었으나, 루시아는 지지 않고 매혹적인 눈웃음으로 받아쳤다. 루시아가 알렉드라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정말이지 서로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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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3734928229.jpg“결국 폐하께서도 독에 대해선 날 믿고, 이렇게 회의를 여셨잖아요?”

16553734928259.jpg“결과는 이미 뻔해.”

16553734928229.jpg“세상에 뻔한 건 없죠. 굳이 포르티셰 공처럼 네 편, 내 편 나눠야 한다면.”

루시아는 알렉드라와 자신의 신경전에 잠시 숨죽이고 지켜보던 아멜리아의 팔짱을 꼈다.

16553734928229.jpg“애초에 내 선택은 클리오 대공 전하랍니다.”

대놓고 나온 루시아의 발언에 에드조프가 그제야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멜리아 역시 떨리는 시선으로 루시아를 바라보았고, 이클리트도 이 상황을 진지하게 응시했다. 알렉드라는 굳어진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16553734928259.jpg“헤스틴 공, 그게 정말 그대의 선택인가? 그 선택에 책임질 수 있다는 건가? 지금 그 말에 다시는 돌이킬 수 없어질 수도 있는데.”

16553734928229.jpg“당연하죠. 오히려 포르티셰 공이야말로 나중에 이쪽으로 오고 싶다고, 맘 바뀌지 마세요.”

16553734928259.jpg“하, 뭐?”

16553734928229.jpg“마녀라고 불릴 정도로 독을 다루는 나와 천재 머스켓티어 공작. 이 정도는 돼야 우리 편으로 끼워주니까.”

알렉드라는 루시아의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비웃음을 지었다.

16553734928259.jpg“아주 웃기고 있는군. 건방 떨지 마라. 밀주의 시작은 누가 봐도 북부야. 이번 회의에서 무슨 간사한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북부는 절대로 책임을 피할 수 없…….”

그때, 지켜만 보던 이클리트가 알렉드라에게로 나섰다.

16553734899765.jpg“소란을 이쯤 하지.”

16553734928259.jpg“지금 소란이라고 하셨습니까?”

16553734899765.jpg“나는 북부를 지키는 대공으로서, 이번 밀주 사건의 배후와 그 시작을 밝혀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의 책임과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포르티셰 공이 그랬지요.”

16553734928259.jpg“그랬습니다.”

16553734899765.jpg“오늘 가져온 결과를 폐하께 전할 것이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것은 폐하지 그대가 아닙니다. 자꾸 선을 넘지 마세요.”

이클리트의 위엄 섞인 목소리에 알렉드라는 자신도 모르게 멈칫하며 입을 다물었다. 천한 태생의 황자에게 이런 말을 듣다니. 모욕적이긴 하나, 그런데도 황자이기에 이 이상 나설 수가 없었다.

16553734928259.jpg‘하지만 거슬리는군. 클리오 대공이 점점 나서기 시작하는 것이.’

아멜리아는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클리트의 모습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16553734899768.jpg‘그래. 이렇게 조금씩, 대공 전하의 자리를 찾아가는 거야.’

그때, 홀의 문이 열리면서 마침내 황제 아스란이 당도했다. 아멜리아는 예전과는 다른 눈빛으로 아스란을 응시했다. 예전엔 그를 지배자로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16553734899768.jpg‘더는 저분을 황제로서 존경할 수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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