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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화. 당신의 아이를 원해요 (118/199)

118화. 당신의 아이를 원해요2022.02.18.

마미가 침실을 마련해주자, 아멜리아는 홀로 의자에 앉아서는 이클리트를 기다렸다. 무슨 일인지 저녁 식사는 조금 더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마미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사라졌다. 어쩐지 침실 안으로 달콤한 향기가 감도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마미가 뭔가 앙큼한 생각을 한 듯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엄청 부끄러워했을 테지만, 오늘만큼은 속으로 마미를 칭찬하면서, 이클리트가 그녀에게 보내준 제비꽃을 정리했다.

16553735614608.jpg‘한동안은 솔라리스 황궁에 머물면서, 황궁을 살펴야 하는데…….’

황궁에 산다는 그 뱀 두 마리를 찾아야 하니까. 분명 그 뱀 두 마리가 이번 밀주 사건의 배후일 테고, 그 배후와 에드조프가 얽혀 있다는 걸 밝혀내면.

16553735614608.jpg‘아무리 포르티셰 공작이라고 해도. 아니, 신성회와 장로회까지, 에드조프를 끝까지 감쌀 수는 없어. 황위 계승은 끝장이야.’

회의하는 내내, 아멜리아는 에드조프를 살폈다. 물론 눈에 띄는 점은 없었지만, 지나치게 조용했던 것도 마음에 걸렸다. 제비꽃을 정리하던 아멜리아의 손길이 갑자기 멈췄다.

16553735614608.jpg“가능하면, 폐하의 그 잔인한 계획도 밝혀내고 싶지만.”

그걸 드러내게 되면, 이클리트에게 리스크가 너무 컸다. 사실 아멜리아는 계속 고민이었다. 그가 반인반수라는 걸 밝혀야 하는지. 아니면 지금처럼 조용히 숨겨야 하는지. 어느 쪽이 대공 전하에게 진정으로 도움 되고, 그 괴로운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16553735614608.jpg‘당장 선택할 수 없는 문제야.’

16553735614608.jpg“일단은 밀주에만 집중하자. 에드조프가 더는 대공 전하를 건드리지 못하게, 거기만 집중하는 거야.”

제비꽃 정리를 마친 아멜리아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창가를 응시했다. 어느새 점점 어둠이 깊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클리트는 도통 소식이 없었다.

16553735614608.jpg“그나저나 대공 전하는 지금 어디 계시는 거지?”

  *** 아멜리아가 이클리트를 기다리고 있을 때, 이클리트는 현재 아주 뜻밖의 장소에 있었다. 바로 황궁 조리실이었다.

16553735614637.jpg“대, 대공 전하. 여긴 어쩐 일이신지요?”

16553735614637.jpg“뭐, 시키실 일이 있으십니까? 아니면 드시고 싶으신 거라도? 굳이 걸음 하지 않으셔도, 시녀들을 시키시면 되는데…….”

갑자기 등장한 이클리트의 모습에 황실 요리사와 시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클리트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조리실을 살피며 말했다.

16553735614679.jpg“신경 쓰지 말고, 다들 할 일하도록.”

16553735614637.jpg“예?”

16553735614679.jpg“여기 수석 요리사가 누구지?”

이클리트의 말에 수석 요리사가 곧장 그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16553735614637.jpg“제가 이곳 수석 요리사, 샤일록입니다.”

16553735614679.jpg“여길 잠시 내가 써도 될까? 다는 아니고, 조리 도구와 재료만 몇 개 썼으면 하는데…….”

16553735614637.jpg“예?”

16553735614679.jpg“항상 부인의 차를 내가 준비하는데, 오늘은 저녁 식사까지 준비하고 싶군. 양해해줬으면 해.”

16553735614637.jpg“대공 전하께서 직접, 준비하신다고요?”

16553735614637.jpg“대공비 전하를 위해서. 어머!”

요리사와 시녀들은 이클리트의 뜻밖의 면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소문은 그저 괴물 대공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런 다정한 모습이 있다니. 게다가 이번에 황제 폐하께서도 황자로서 인정하는 움직임이었고. 수석 요리사의 허락을 받은 이클리트는 간단한 요리를 하기 시작했고, 꽤 능숙해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시녀들이 수군거렸다.

16553735614637.jpg“그러고 보니, 지난번 대회의 때 대공 전하께서 절대로 침실을 따로 쓰지 않겠다고 했대.”

16553735614637.jpg“맞아. 그 얘긴 나도 들었어. 대공비 전하를 엄청 아끼신다고 말이야.”

16553735614637.jpg“하지만 지난번에 대공비 전하와 바스티얀 대공 전하, 스캔들이 났었잖아.”

16553735614637.jpg“그거 다 거짓 소문이었잖아. 대공비 전하가 직접 나서서 클리오 대공 전하를 사랑한다고, 공개 고백했어. 서로 엄청 오랫동안 편지도 주고받으셨대.”

16553735614637.jpg“어머나. 로맨틱해라! 완전 운명이네.”

어느새 이클리트를 바라보는 시녀들의 눈동자가 부러움으로 젖어 들었다. 그가 요리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만 볼 수 없었던 수석 요리사와 시녀들이 조심스럽게 이클리트의 곁으로 다가왔다.

16553735614637.jpg“대공 전하, 저희가 조금 도와드리겠습니다.”

16553735614637.jpg“뭐든 시켜주세요.”

하지만 이클리트는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

16553735614679.jpg“아니.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리고 부인에게 드리는 요리라서, 되도록 혼자 하고 싶어. 마음만 고맙게 받도록 하지.”

부인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이클리트의 눈동자엔 애정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 다정하고 부드러운 모습에 시녀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게다가 그는 정말로 능숙하게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해나가고 있었다. 비록 대공이긴 하나, 워낙 거친 북부에서 살아왔기에. 야외에서 지낼 때를 대비해, 이 정도 요리 스킬은 가지고 있었다. 이클리트는 요리에 집중하는 척, 주변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 눈빛이 어딘지 모르게 매서웠다. 사실, 오늘 그가 여기 온 이유는 요리가 다가 아니었다. 그때, 조리실 안으로 부산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16553735614637.jpg“샤일록 님! 바스티얀 대공 전하께 주문이요! 간단하게 먹을 요리를 원하세요!”

바로 에드조프의 전속 시녀의 목소리였다. 샤일록은 능숙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16553735614637.jpg“와인을 곁들이시는 거지?”

16553735614637.jpg“예. 항상 드시던 거로 준비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이클리트는 그들의 대화를 살펴 듣다가, 기다리고 있는 전속 시녀에게 의연한 척 운을 띄웠다.

16553735614679.jpg“조리실을 직접 찾는 게 능숙해 보이는군.”

전속 시녀는 뜻밖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가, 이클리트를 발견하고서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16553735614637.jpg“크, 클리오 대공 전하!”

16553735614679.jpg“놀라게 했다면 미안하다.”

16553735614637.jpg“아, 아닙니다. 여기 계시는 줄 모르고…….”

16553735614679.jpg“샤일록에게 허락을 받고, 잠시 조리실을 빌리는 중이야. 형님께선 늦은 저녁을 드시는 건가?”

16553735614637.jpg“아, 그건 아니고…… 가끔 와인에 곁들이는 요리를 찾으십니다.”

16553735614679.jpg“그렇군. 술이라. 오늘은 답답하셔서 그럴지도.”

이클리트의 말에 전속 시녀는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여름궁에서 벌어진 회의에 대해서 모르는 황실 사람은 없었으니까. 이클리트는 긴장하고 있는 전속 시녀를 빤히 보다가, 뒤늦게 부드럽게 다독였다.

16553735614679.jpg“늦게까지 고생이군.”

16553735614637.jpg“아, 아닙니다.”

이클리트는 차 한 잔을 우려서는 전속 시녀에게 건넸다.

16553735614679.jpg“피로를 풀어주는 차다.”

16553735614637.jpg“예?”

16553735614679.jpg“괜찮다면 마시도록 해.”

16553735614637.jpg“아! 예. 감사합니다, 대공 전하.”

아까까지만 해도 너무 무서웠는데, 갑자기 부드러워진 이클리트의 모습에 전속 시녀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풀려서는 차를 덥석 마셨다. 그런데 한 모금 마시자마자, 입안으로 감도는 향긋한 향에 눈을 크게 떴다.

16553735614637.jpg“와…… 맛있다.”

순간 터져 나온 탄성에 전속 시녀가 움찔하며 고개 숙였다.

16553735614637.jpg“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16553735614679.jpg“맛있다니 다행이군.”

16553735614637.jpg“고맙습니다.”

이클리트는 서서히 경계를 풀기 시작하는 전속 시녀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가 여기 온 진짜 이유는 하나. 에드조프의 유모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보통 유모는 시녀 중에서도 계급이 높아서, 에드조프 담당 시녀들의 총책임자였다. 그러니 유모에 관해선 저 시녀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수상하지 않게 정보를 얻기 위해선, 이들과 가깝게 대화를 하는 편이 자연스러웠다. 이클리트는 미리 카힐로를 통해, 종종 전속 시녀가 에드조프의 요리를 직접 챙기기 위해 조리실에 온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래서 마치 우연히 전속 시녀를 만난 척하며, 경계심과 긴장을 풀게 하고는 순식간에 깊이 파고들었다.

16553735614679.jpg“형님께 술 대신 이 차도 괜찮을 거다.”

전속 시녀는 찻잔을 잡고서 이클리트를 힐끔거렸다. 클리오 대공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난 건 처음인데, 소문과 너무 달라 보였다. 게다가 바스티얀 대공 전하와 사이가 안 좋다고 알고 있었는데.

16553735614637.jpg‘아닌가? 하지만 황위를 두고 다퉈야 하니, 앞으로 더 나빠지는 거 아닌가?’

전속 시녀는 다른 시녀들의 분위기를 살폈으나, 아무도 클리오 대공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16553735614679.jpg“이런. 미안하군.”

16553735614637.jpg“네?”

16553735614679.jpg“차에 꿀을 넣지 않았어. 정말 맛있나? 좀 씁쓸할 텐데.”

16553735614637.jpg“아, 정말 맛있습니다. 향이 너무 좋은걸요.”

16553735614679.jpg“그래도 미안하군.”

이클리트가 살짝 곤란한 표정을 띠며, 당황하자 전속 시녀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삼켰다. 이런 사소한 실수에 저렇게 마음 쓸 줄 몰랐으니까.

16553735614637.jpg‘정말로 소문과 너무 다르시네. 바스티얀 대공 전하처럼 다정하셔.’

16553735614679.jpg“그나저나, 황궁 안 시녀들도 많이 달라졌군.”

16553735614637.jpg“그러신가요?”

16553735614679.jpg“혹시, 형님의 유모도 황궁을 나갔나?”

이클리트의 물음에 전속 시녀는 편안한 분위기에 취해 아무런 의심 없이 답했다.

16553735614637.jpg“키르케 님이요?”

16553735614679.jpg‘키르케…….’

16553735614637.jpg“아직 대공 전하의 곁에 계세요. 저희에겐 정신적 지주기도 하시고요.”

이클리트는 마치 키르케를 아는 것처럼 말을 이었다.

16553735614679.jpg“그렇군. 지난번, 형님을 만났을 때도 그렇고. 모습을 본 적 없는 것 같아서.”

16553735614637.jpg“아마 바쁘셔서 그러실 거예요. 대공 전하께서 키르케 님께 따로 일을 맡기신 것 같았거든요.”

꽤 괜찮은 정보에 이클리트는 멈칫했다.

16553735614679.jpg“사이가 좋은 모양이야.”

16553735614637.jpg“원래 그렇게 자주 만나진 않으셨는데, 요즘은 곧잘 만나시는 것 같아요. 다행이죠. 키르케 님은 항상 대공 전하를 생각하시거든요.”

그때, 샤일록이 전속 시녀를 불렀고,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고서 정중하게 인사했다.

16553735614637.jpg“정말 잘 마셨습니다, 대공 전하. 덕분에 좋은 차를 알게 되었어요.”

16553735614679.jpg“나 또한 쓸모 있는 시간이었다.”

16553735614637.jpg“네? 아,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이클리트는 돌아서는 전속 시녀의 뒷모습을 보며 나직이 되뇌었다.

16553735614679.jpg“요즘 자주 만난다라…… 그래. 유모가 여전히 황궁에 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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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클리트는 트레토를 펼쳐서는 주방에서 직접 만든 요리를 아멜리아 앞에 보였다. 아멜리아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눈을 크게 떴다.

16553735614608.jpg“이걸, 다 하셨다고요? 대공 전하께서 직접? 조리실에서?”

16553735614679.jpg“어려운 요리는 아닙니다. 소박하긴 하지만, 맛있게 먹어주세요.”

16553735614608.jpg“어쩐지. 마미가 저녁이 늦게 될 것 같다고 하더니…….”

16553735614679.jpg“비밀로 해달라고 했습니다. 부인의 지금 이 표정.”

이클리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아멜리아를 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16553735614679.jpg“이 귀여운 표정을 보고 싶었으니까요.”

16553735614608.jpg“흠흠흠!”

16553735614679.jpg“좋아하시는 차도 있습니다.”

아멜리아는 그가 해준 요리를 먹으며 절로 환하게 웃었다.

16553735614608.jpg“오! 너무 맛있어요! 대공 전하도 같이 먹어요.”

16553735614679.jpg“보고만 있어도 좋은데요.”

16553735614608.jpg“그래도 같이 먹어야 맛있죠.”

아멜리아는 고기 조각을 찍어서는 이클리트에게 내밀었다.

16553735614608.jpg“이거 한번 먹어보세요. 내가 한 건 아니지만.”

이클리트는 잠시 멈칫하다가 어색하게 그녀가 준 고기를 받아먹었다.

16553735614608.jpg“어때요? 맛있죠? 대공 전하 요리 정말 잘하시네요!”

16553735614679.jpg“……이것도 좋네요.”

16553735614608.jpg“응?”

이클리트는 포크를 들고서 다른 요리를 담아, 아멜리아에게 건넸다.

16553735614679.jpg“이게 더 맛있을 겁니다.”

그녀의 행동을 금세 따라 하는 이클리트의 모습에 떨리는 미소를 띠며, 그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었다. 여전히 그와 있으면 심장이 떨리고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마음은 가장 편안했다. 행복한 저녁 식사를 마친 이클리트는 정리된 침대를 보면서 말했다.

16553735614679.jpg“오늘은 침실을 따로 쓰는 게 편하지 않겠습니까? 북부에서 돌아오자마자 회의에 참석했으니, 피곤할 겁니다.”

16553735614608.jpg“아…….”

16553735614679.jpg“제가 마미에게 부탁하도록 하죠.”

이클리트가 돌아서려고 하자, 아멜리아가 다급하게 그의 손을 붙잡았다.

16553735614608.jpg“괜찮아요!”

16553735614679.jpg“네?”

아멜리아는 이클리트를 빤히 바라보며 속삭였다.

16553735614608.jpg“대공 전하랑 같이 있고 싶어요. 같이 있어야, 더 편해요.”

이클리트는 곧장 그녀의 손을 당겨서는 그대로 입을 맞췄다. 순식간에 밀려드는 그의 체향에 아멜리아의 입술 사이로 아찔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클리트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를 바짝 끌어당겼다.

16553735614679.jpg“오늘 밤은, 쉬게 하고 싶은데…….”

아멜리아는 천천히 그의 얼굴을 감싸며 익숙한 감정에 젖어 든 눈을 마주했다.

16553735614608.jpg“대공 전하와 사랑을 나누는 게 좋아요.”

16553735614679.jpg“…….”

16553735614608.jpg“날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대공 전하도 좋고. 다정하게 안아주다가, 날 간절하게 원할 때면. 그런 대공 전하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엄청 떨려요.”

이클리트는 다시금 그녀의 입술을 삼키고 싶은 것을 꾹 참고서, 그녀의 새하얀 목덜미에 깊이 입술을 눌렀다.

16553735614679.jpg“갑자기 그렇게 다 말해버리면, 내가 어떻게 참아야 하지?”

아멜리아는 고르지 못한 숨을 내쉬며, 자신의 몸을 그에게 바짝 밀착시켰다.

16553735614608.jpg“대공 전하한테 푹 빠져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하나도.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고요.”

그녀는 남아 있는 이성으로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

16553735614608.jpg“사랑하는, 나의 남편인걸요.”

아멜리아의 달콤한 고백 끝에 조금은 머뭇거렸던 그의 손길이 빨라졌다.

16553735614679.jpg“미안해요.”

한껏 묵직해진 목소리가 그녀의 심장을 긁었다.

16553735614679.jpg“쉬게 놔두지 못할 것 같아.”

그는 순식간에 아멜리아를 번쩍 안고서, 끊임없이 입을 맞추며 그대로 침대로 무너뜨렸다. 침대가 크게 들썩이나, 싶더니 이클리트가 곧장 그녀의 위로 올라와 집어삼키듯, 입을 맞췄다. 아멜리아는 정신없이 쏟아지는 그의 갈망에 가쁜 호흡을 내쉬며, 점차 차오르는 욕망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그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었다. 정신없이 입을 맞추던 이클리트가 그녀의 옷자락 안으로 손을 밀어 넣으려는 순간, 아멜리아가 그런 그의 손을 살며시 밀어냈다. 이클리트는 위태로운 눈빛으로 그녀의 입술 끝에 애원했다.

16553735614679.jpg“아멜리아, 제발…….”

잔뜩 거칠어진 그의 호흡이 그녀를 몹시 떨리게 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흩어지려는 이성을 꼭 붙잡고서,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16553735614608.jpg‘분명. 그도 원할 거야. 좋아할 거야.’

16553735614608.jpg“대공 전하, 대공 전하께 원하는 게 있어요.”

16553735614679.jpg“당신이 원하는 거라면, 그게 무엇이든 줄 겁니다.”

그의 손길이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다시금 허락을 구했다. 그런 그의 시선 앞에 아멜리아가 잔뜩 기대하며 속삭였다.

16553735614608.jpg“당신의 아이를 갖고 싶어요.”

하지만 그 말을 내뱉자마자, 아멜리아의 입꼬리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토록 뛰어오르던 심장 또한 경직되면서,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 내렸다. 이클리트의 표정이 너무 눈에 띄게 보였다. 그의 눈동자가 너무 차갑게 굳어져 버려서…….

16553735614608.jpg“대공…….”

아멜리아가 그를 부르려는 순간, 이클리트는 자신도 모르게 아멜리아를 피했다. 그 모습에 아멜리아는 한 번 더 심장이 흠칫했다. 이클리트는 흔들리는 시선으로 그녀를 보며 겨우 입을 열었다.

16553735614679.jpg“……그건…….”

16553735614608.jpg“…….”

16553735614679.jpg“……미안해요, 아멜리아. 아이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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